2020 LCK 스프링 결승, T1의 아홉번째 우승으로 마무리
※ 현장 사진 출처 - LCK 공식 플리커
결승전 예측은 젠지가 비록 리그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에서 2위인 T1 에게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만큼 T1이 우위에 있거나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T1 은 경기장 지각으로 인해 1세트에서 밴 카드 2장을 없이 진행하는 페널티를 받았다.
1세트, T1은 세트/조이/야스오를 밴하고 사일러스/그레이브즈/코르키/바루스를 픽했다. 젠지는 그라가스/트런들/올라프/르블랑/카사딘을 밴하고 오른/렉사이/아지르/아펠리오스/유미를 픽했다.
연이은 젠지의 초반 득점에도 오브젝트는 T1 이 독점하면서 T1 이 우위를 잃지 않았다. 커즈는 거듭된 시도 끝에 클리드를 끊어내고 칸나가 2데스를 쌓았음에도 먼저 젠지의 탑 타워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바람용 앞 교전에서 젠지가 먼저 용을 시도하고 먹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라스칼의 오른이 끊기고 골드를 헌납했다. 골드 격차는 T1이 우위에 서면서 4천까지 벌어졌다. 다음 바람용에서도 동일한 흐름으로 젠지가 용을 가져가는 대신 비디디를 잃었다.
29분, 젠지의 레드를 뺏어먹은 T1은 이를 견제하려던 클리드를 잘라내는걸 필두로 칸나가 빼앗은 오른 궁으로 이니시를 걸면서 룰러를 제외한 4명을 싹쓸이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용까지 획득한 T1 은 골드 차이를 8천까지 벌렸고 34분에는 한 번 더 미드 한타로 우위를 잡은 뒤 바론까지 챙겼다. 훨씬 유리해진 T1 은 탑부터 시작해 젠지의 본진을 두들겼고 젠지는 수비에 실패하며 탑, 미드 억제기를 한꺼번에 헌납했다.
그러나 T1 은 이후 바론을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끌었고 이후 미드 한타에서 젠지가 잘 받아내는 구도로 칸나를 끊어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자, T1은 태도를 바꾸어 바로 바론 버스트를 시도했고 바론을 획득하고 이어진 한타도 승리하면서 바로 넥서스까지 파괴,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 T1은 세트/엘리스/칼리스타/조이/유미를 밴하고 바루스/올라프/사일러스/카르마/코르키를 픽했다. 젠지는 트런들/그라가스/그레이브즈/쓰레쉬/탐켄치를 밴하고 오른/이즈리얼/자르반4세/갈리오/질리언을 픽했다. 젠지의 선택은 전형적인 룰러 엔딩.
2세트 초반, 7분 경 탑 라인에서 칸나와 라스칼이 탑다운 1대1을 펼친 결과 라스칼이 승리해 퍼블을 가져갔다. 그러나 직후 용 앞 싸움에서는 호응이 맞지 않은 젠지가 2데스를 기록하고 용도 뺏기며 또다시 초반 불리해지는 듯 싶었다. 18분, 양 팀의 골드 격차는 4천 정도로 T1 이 또다시 앞서나갔고 오브젝트도 T1 이 독점, 타워도 2개를 먼저 가져가면서 전방위로 젠지를 압박했다.
그러나 세번째 용 교전을 앞두고, 젠지가 이즈리얼의 포킹을 앞세운 치밀한 라인 심리전으로 T1을 밀어내고 용을 취하면서 동시에 타워를 3개까지 가져갔고,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24분의 한타에서 T1은 젠지의 진영이 산개된 사이 파고들어 각개격파하는데 성공, 이어 바론 버스트로 바로 연결해 바론을 먹고 이를 막으려던 젠지의 오른과 갈리오까지 잡아 마무리했다.
이로서 갑자기 게임이 급격히 기울었고, 바로 젠지의 본진이 하나씩 철거하던 T1은 시간을 더 주지 않고 바로 미드 교전에서 이즈리얼을 먼저 끊어내, 딜러가 빠진 젠지를 압도하여 바로 넥서스까지 파고들었다. 정확히 30분 대에 넥서스를 파괴하면서 2세트도 T1이 승리, 세트 스코어 2대0이 되었다.
3세트 밴픽. T1은 세트/조이/그레이브즈/블리츠크랭크/타릭을 밴하고 아펠리오스/사일러스/쓰레쉬/아지르/오른을 픽했다. 젠지는 트런들/올라프/바루스/코르키/르블랑을 밴하고 세주아니/칼리스타/제이스/볼리베어/질리언을 픽했다. 지난 두 세트에서 상대의 키 픽이었던 바루스, 코르키 등을 봉쇄했으나 사일러스는 그대로 내주었다. 대신 볼리베어와 세주아니에 질리언과 칼리스타로 돌진 이니시에 힘을 더했다.
3세트 초반에도 T1이 깔끔한 탑 갱킹으로 시작했다. 6레벨이 되자마자 오른이 이니시를 걸고 커즈가 파고들어 손쉽게 라스칼을 처치했다. T1이 유리한듯 한 상황에서, 젠지가 모여서 전령을 먹는 와중 커즈가 스틸에 성공함과 동시에 한타가 시작됐고, 여기서도 T1이 2대4로 교환하며 또다시 T1에게 경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심지어 11분, 바다용 한타에서도 커즈가 또다시 스틸에 성공, 완전히 젠지의 예봉을 꺾었다.
T1은 기세를 몰아, 봇에서 칸나가 만들어낸 솔킬로 바로 바론을 시도, 손쉽게 차지하고 젠지를 또다시 몰살하면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이어 22분 용을 차지하고 젠지를 에이스 낸 T1을 막을 수 없었다. 한타마다 승리한 T1이 결국 3세트까지 가져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T1 S, T1 K 시절까지 합하여 팀 통산 9번째 우승이다.
경기가 끝난 후 T1 의 감독, 코치진, 선수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에는 김정수 감독, 임혜성, 김지환 코치, ‘칸나’ 김창동, ‘커즈’ 문우찬, ‘페이커’ 이상혁, ‘테디’ 박진성, ‘에포트’ 이상호 선수가 참여했다.
Q&A
● 먼저 이번 결승 우승에 대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김정수 : 우승해서 너무나 기분이 좋고, 3대0 승리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선수들이 제게 오늘 하루 환상적인 날을 선물해준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하고 오늘을 계기로 더 발전했으면 한다.
임혜성 : 제 커리어 첫 우승인데, 너무나 행복하고 한편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은 되어야 믿겨질 것 같다. 제파 코치가 이런 소감을 말한 적 있었는데 그게 너무나 부러웠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알겠다.
김지환 : 제 커리어 성적이 극과 극인데, 저 또한 첫 우승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나 좋다.
칸나 : 오늘 3대0 승리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형들과 함께 승리해서 기분이 좋고, 이 승리를 만들어준 코치, 감독님들과 팀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하다.
커즈 : 주전으로 결승에 오르고, 또 우승까지 거머쥐어서 기쁘다. 지금껏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코치님과 감독님, 형들에게 고맙다.
페이커 : 이런 방식으로 결승전을 한게 처음인데, 모두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 기세를 몰아서 서머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테디 : 오늘 우승한 것이 너무나 기쁘고, 모두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에포트 : 이런 성적을 거둔 팀원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 T1 감독으로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시즌 초반 그리 강하지 않은 전력이라고 평가받았는데 우승을 만들어낸, 전력차를 극복해낸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김정수 : 결과적으로 우승을 거두긴 했지만, 시즌 초 구성한 로스터가 우승전력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극복했다, 는 표현은 맞지 않는 듯 하다. 그저 매 순간 모든게 잘 풀렸고 승리를 챙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 젠지가 바루스를 두 번이나 내주는 선택을 했다. 이를 예상했는지, 상대의 선택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바루스를 풀어주는 선택에 관해 아쉽다는 평이 많다. 또 현 메타에서 바루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테디 : 저희 스스로도 바루스를 그리 높은 티어라고 보지 않고 큰 기대를 갖지 않고 플레이 했는데, 팀원들이 잘 맞춰주었던 것 같다. 바루스는 좋게 평가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가 픽을 했다.
● 젠지가 노골적으로 저격 밴을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커즈 : 젠지의 경기를 볼 때, 클리드 선수의 챔피언 폭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고 저는 챔피언 폭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밴이 많을수록 기분이 좋았다. 다른걸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잘 해낼 자신도 있었다.
● 팀과 함께 페이커도 개인 통산 LCK 9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한 소감이 궁금하다. 또 2세트에 코르키로 탐식의 망치를 2개 샀다가 하나를 되팔았는데 경기에 큰 영향은 없었는지.
페이커 : 아홉번이나 우승했다는게 이제와서는 믿겨지지 않고, 뿌듯하다. 탐식의 망치는 그걸 깨달은 순간, 탄식했다.
● 1세트에서 밴카드 2개를 몰수당하여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김정수 : 먼저 밝혀둘 것이, 전원 다 1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착오가 있어서 저와 페이커만 먼저 출발했다. 그래서 그런 규정이 있다는걸 나중에 알았고, 규정이 달갑지는 않지만 그 상황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우리끼리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하면서 그 상황을 심각하게 보다는 장난식으로 넘기고자 했었다.
●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DRX는 일명 사파 픽이라 불리는 챔피언들을 준비해 나왔었는데, 이번 젠지전에선 정석 위주로 경기가 흘러간 것 같다. 이런 변칙적인 픽밴에 대한 대처를 했었는지? 혹은 T1이 준비했던 독특한 전략이 있었나?
김정수 : 사파 픽이라는 것이 비원딜 등을 말씀하시는 듯 한데, 대비를 했다기보다는 그게 안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말자고 이야기했고 챔피언 폭을 늘려서, 3밴, 5밴이 나오든지 간에 다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유리하게 밴픽을 가져갈 수 있었고, 선수들이 잘 해낸 것 같다.
● 코로나 19 사태로 경기장을 찾진 못했지만, 멀리서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한마디 부탁드린다.
페이커 :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개학도 미뤄지고, 사회에 지장이 많은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T1 을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오랫동안 집에서 인내한 팬들에게도 칭찬드리고 싶다.
● 칸나 선수가 로열로더가 된 소감이 궁금하다.
칸나 : 로열로더가 되어서 정말 좋고, 꿈에도 그리던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쉽게 쟁탈해낸 것 같아 실감이 안난다.
● 다양한 성향과 경력의 선수들이 T1에 모였는데, 시즌 내내 어떻게 육성하고 또 전략을 잡아왔는지 궁금하다.
김정수 : 시즌 내 우리 코치들과 열심히 해왔는데, 이미 포텐셜과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우리가 뭔가 크게 바꾼 것은 아닌 듯 하고, 다만 코칭 스탭이 전원 바뀌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텐데 선수들이 우리를 믿고 잘 해주어서 고맙다. 칸나 선수가 많이 힘들었을거다. 신인인 만큼. 그럼에도 잘 따라와주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3세트 중반 연이은 오브젝트 스틸로 기세를 완전히 가져왔는데, 즉흥적인 판단이었는지, 팀원들과 계산이 있었는지,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커즈 : 오브젝트 싸움 때 상대가 먼저 치고 있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우리가 더 자신감 있게 오브젝트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다 계획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상대가 그때 그걸 치고 있으면 안되었다.
●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퍽즈 선수가 페이커 선수를 응원하며 우승하고 Hi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응원해준 퍽즈 선수에게 한마디 한다면?
페이커 : Hi.
● 이번 시즌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실상 재택 리그로 진행됐다. 이것이 악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정수 : 저희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영향이 있지는 않았다고 본다. 온라인이라 선수들이 더 긴장했다, 하지 않았다 이런 것도 없었고, 저희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 페이커는 T1의 V9을 모두 함께 했고, 이번 우승으로 LCK 미드 라이너 중에 최고령 우승자 반열에 올랐다.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비결과 여전히 ‘젋게’ 사는 비결이 궁금하다.
페이커 : 주변 사람들이 LoL 잘하는 법을 물어보면 잘먹고, 잘자고, 건강하게 사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오늘도 저는 컨디션 관리도 열심히 했고, 연습도 많이 신경 썼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칸나 선수,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신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로열 로더를 노리는 많은 LoL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한마디 전한다면.
칸나 : 저희 팀원들과 감독, 코치님들에게 감사해서 울컥했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고 그만큼의 성과를 얻어서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열심히 하세요, 라고 전하고 싶다.
● 로열로더에 등극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데, 앞으로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칸나 : 목표는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고, 팀에서 저를 기억해주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올해 계약하면서 주주 선수가 됐는데,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각오 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페이커 :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보다 책임감 있게 생활과 경기 양면에서 잘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 G2의 퍽즈 선수는 경기 직후 트위터에서 오늘 젠지 밴픽을 놓고 노골적으로 혹평했다. 와디드 선수 역시 ‘문자 그대로 이길 수 없는(literally unwinable)’이라고 표현했다. 상대 밴픽에 비해 T1이 오늘 밴픽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오늘 가져간 챔피언 및 전략은 경기 전 의도했던 바와 얼마나 일치했는지 궁금하다.
임혜성 : 저희도 첫번째 밴픽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상대의 밴픽이 완전히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었다고 본다. 좀더 잘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우리가 보다 챔피언 폭이 넓었기 때문에 그간 아껴둔 픽도 있었고, 보다 난전 위주의 싸움에 어울리는 챔피언을 쓰고자 준비했는데 그런 의도대로 잘 흘러가서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 에포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T1 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에포트 : 지난해까지는 형들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보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 에포트 선수, 오늘도 형들에게 넥서스를 빨리 깨자고 닥달했나?
에포트 : 그렇다. 오늘도 저는 게임을 빨리 확실하게 끝내고 싶어서 넥서스 빨리 깨자고 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