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우여곡절 끝에 뿌리내린 ‘에픽스토어’
최근 게임 유통 플랫폼 ‘에픽스토어’가 화제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좀처럼 스팀과의 인지도 대결에서 앞서지 못하던 에픽스토어가 자그만한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5월 15일 ‘GTA 5’ 무료 배포와 함께, 비록 단 하루지만 네이버 검색 데이터 수치를 앞지른 것이다. 이때까지 그래프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작년 4월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에픽스토어’는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88 대 12 판매 수익 분배, 각 개발사 게임 개발에 투자 등 개발자 친화적인 운영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나, 과도한 독점 경쟁과 부족한 스토어 기능 탓에 이용자 배려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시기 게임 유통 플랫폼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던 ‘디스코드 스토어’가 2억 5,000 만명 이용자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5월 15일, 네이버에서 에픽스토어가 스팀을 앞질렀다
디스코드는 1년만에 게임 유통 사업을 접고 커뮤니티 사업으로 전환했다
에픽스토어는 서비스 초기 편의기능이 부족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판매 페이지에는 해당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써 있지 않았고, 평론가나 구매자가 게임을 평가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되지 않았다. 여기에 한번 산 게임을 환불하려면 직접 고객센터에 메일을 남겨 허가까지 받아야 해 믿고 게임을 구매하기엔 신뢰가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에픽스토어가 국내 런칭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서비스 초기 ‘포트나이트’, ‘섀도우 컴플릭스 리마스터’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의 게임만 올라와 있어 다소 조촐한 느낌이 컸던 스토어에도 어느덧 200여 개의 게임이 출시돼 자리 잡았다. ‘디스코드 스토어’처럼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달리 국내에서만 약 250만 명(2020년 1월 기준)에 달하는 활성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어엿한 게임 유통 플랫폼의 형태를 갖췄다.
서비스 초기 에픽스토어 모습
현재 에픽스토어 모습
에픽스토어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생존전략은 ‘로드맵 공개’와 ‘무료 게임 배포’다. 우선 에픽게임즈는 부족한 스토어 편의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기능 개발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게임 리뷰 평가 부재와 수동 환불 문제 등이 해결됐으며, 기타 편의 기능도 꾸준히 개발 중에 있다.
이 과정을 로드맵 형태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는데, 현재 어떤 기능이 개발 중이고,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언제쯤 완료되는지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근 1년 사이 추가 개발된 기능은 결제수단 추가, 검색 자동 완성, 태그 검색, 클라우드 세이브, 상점 페이지 개선, 게임 플레이 시간 추적, 비평가 리뷰, 위시리스트, 다운로드 속도 조절, 자동 환불 시스템 등 꽤나 많다.
로드맵을 보고 있자면 “이런 것조차 안 갖추고 시작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것만 완성되면 그래도 봐줄 만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 희망을 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무료 게임 배포’다. 에픽스토어는 1년 365일, 매주 하나 이상의 무료 게임을 제공한다. 배포 기간 동안 내려 받으면 평생 소장이 가능하다. 무료 게임에 이끌린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디자인과 편의성이 개선된 스토어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드백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스토어는 꾸준히 개선돼 나가는 식이다.
로드맵에서는 개발 완료, 개발 중 등 스토어 개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개선된 모습, 안타깝지만 한국어 리뷰는 볼 수 없다. 그래도 추천 정도는 퍼센트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특히 무료 게임 배포는 최근 배포한 ‘GTA 5’, ‘문명 6’, ‘보더랜드: 더 핸썸 콜렉션’ 등 세월은 지났지만 명작으로 이름난 게임부터, ‘더 위트니스’, ‘RiME’ 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각종 인디게임까지 다양하게 진행된다. 또 오는 6월 12일 출시되는 ‘사무라이 쇼다운 네오지오 콜렉션’처럼 이제 막 출시하는 게임을 다른 플랫폼보다 일주일 먼저 독점 출시하고, 그 먼저 출시한 기간동안 무료 배포하는 특이한 형태의 독점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낸 에픽스토어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로드맵에 올라와 있긴 하지만 선물하기, 사용자 후기, 장바구니 등 핵심 편의 기능이 아직까지 ‘개발 예정’ 상태에 머물고 있어 이용이 불편하며, 88 대 12 수익 분배 구조 등 개발자 친화적인 스토어 정책이 결과적으로 유저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출시 가격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에픽스토어로 출시 예정인 인디 게임 다수가 독점이다
국내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게임은 구매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에픽스토어의 잘못은 아니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슬리게 되는 ‘지역락’ 문제가 있다. 에픽스토어는 국내에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기관을 통해 심의를 거쳐 게임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타 경쟁 플랫폼과 달리 국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게임은 판매할 수 없다. 만약 에픽스토어가 독점으로 출시하는 게임이 국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국내에선 즐기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에픽게임즈코리아가 국내 자체등급분류사업 자격을 획득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약 1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에픽스토어’지만 과거 팽배했던 부정여론도 지금은 많이 희석된 분위기다. 서비스 초기에 비하면 많은 기능 개편이 이뤄졌고, 최근 대작 게임 타이틀 무료 배포로 이름도 충분히 알렸다. 어떻게 보면 1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스타트 라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에픽스토어는 국내 정식 서비스되는 게임 유통 플랫폼이자, 많은 글로벌 게임 개발사와 접촉을 통해 해외에 국내 게임 시장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과연 에픽스토어가 업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이고,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는 서비스 1년이 지난 이 시점, 에픽스토어가 보여준 운영에 게이머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추려 스토어 관계자와 질답 형식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 에픽스토어 국내 서비스 시작 당시 논란이 컸던 만큼 지금처럼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최근 많은 분들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함께 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유저분들의 피드백은 항상 새겨듣고 있으며,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 에픽스토어는 현재 개발 중인 핵심 기능이나 패치 내역 등 개발 과정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1년간 많은 부분이 개발되고, 개선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게이머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용자 리뷰’ 기능 개발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가 있다면?
스토어 기능은 공개 로드맵에 나온 것과 같이 개발사와 소비자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고려해 개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개발 환경 및 기타 조건에 부합하는 기능이 먼저 작업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리뷰는 향후 자세한 개발 일정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자체등급분류사업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뚜렷한 소식이 없다. 진행 중인 것인가?
진행 중이나 도중에 등급 분류 시스템 적용 방식에 변경사항이 있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되는 것은 에픽게임즈코리아와 해외 게임 개발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쁜 소식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언제나 애쓰고 있습니다.
● 현재 국내 에픽스토어에 출시되는 게임은 전부 심의를 거쳐 들어온다. 스토어에 새로운 게임을 들여놓기 위해서는 게임과 개발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출시된 적 없는 게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일 것 같다. 이러한 심의 문제로 고민이 있진 않았는지?
우선 개발사가 등급 분류 과정에 동의하고, 한국에서의 출시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모든 개발사에게 동의를 구하고, 등급 분류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국내 유저에게 더 많은 게임을 선보이고 싶어도 힘든 경우가 간혹 발생합니다. 또 국내 출시 결정 이후 등급 분류 과정에서 일정이 촉박하고나, 많은 게임이 한 번에 몰리는 시기가 있는데,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된다면 이런 사항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에픽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이 최근 200개를 넘겼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경쟁 플랫폼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게임이 출시되는 간격이나 기준이 불분명한데, 출시를 결정 지을 때 필요한 조건이나 입점 기준이 따로 있는지?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은 앞서 언급한 것 같이 등급 분류 등에 대한 개발사 출시 결정을 따르고, 글로벌한 입점은 아직까지는 개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F2P 게임 등의 경우 더 많이 선보이고 싶지만, 서비스와 관련하여 준비해야할 사항이 아직 좀더 필요하기 때문에 차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에픽스토어 게임 목록을 살펴보면 ‘엄선된’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임, 특히 인디 계열은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최근 간담회에서 새로운 언리얼 엔진 로열티 면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소 개발팀이 언리얼 엔진을 통해 로열티를 면제받고, 에픽스토어의 낮은 수수료를 이용하는 전략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그를 활용한 다양한 인디 게임 출시가 기대되는데, 앞으로 에픽스토어에서 그런 인디 게임을 많이 볼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이미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가능성을 품은 다양한 인디 게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선하고 과감한 인디 게임과 함께 더욱 확장된 모습으로 유저를 찾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로드맵을 살펴보면 향후 개발 목록에 ‘안드로이드 스토어’가 있다. 또 로그인 계정을 만들 때 구글, 페이스북은 물론 PSN, Xbox, 닌텐도 등 콘솔 계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보면 먼 미래 에픽스토어에서 PC 게임은 물론 콘솔, 모바일게임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통해 PC, 콘솔, 모바일을 통합했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에픽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멀티 플랫폼을 강조해 왔다. ‘에픽스토어’도 향후 PC, 콘솔, 모바일을 막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거듭날 예정인지?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 당시, PC 및 Mac 용 게임뿐만 아니라 추후 안드로이드 같은 다른 오픈 플랫폼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와 같이 플랫폼은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최근 ‘GTA 5’, ‘문명 6’ 등 AAA급 게임 타이틀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 그만큼 많은 게이머가 에픽스토어를 찾았는데, 국내 게이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는 게이머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나볼 수 있도록 여러 국가 개발사들이 만든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게임을 무료로 제공해 왔습니다. 2020년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무료 게임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특히 ‘에픽 메가 세일’ 기간에는 ‘GTA 5’와 ‘문명 6’ 같은 명작 게임을 매주 무료로 만나보 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