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섞이지 못한 수집형과 MMO의 조합, '그랑사가' CBT 체험기
특히, 수집형 게임과 MMORPG를 접목시킨다는 점. 개발진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연출까지. 게임의 정체성을 공개함과 동시에 뛰어난 비주얼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첫 발표 이후 약 1년. 그랑사가는 국내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CBT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CBT는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되었고,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의 육성 구조 및 전투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바일과 PC는 물론, 콘솔 플랫폼으로도 출시를 계획한 ‘그랑사가’. 이번 체험기에서는 첫 CBT에서 그랑사가가 보여준 육성 구조 / 전투 및 시스템 전반을 설명하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 이번 체험기의 스크린샷은 아이폰 11 Pro로 촬영되었으며, 게임 내 옵션은 높음으로 설정된 상태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속성별로 구성된 6명의 캐릭터를 가진 상태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게임 진행에 따라서 캐릭터를 적 속성에 맞춰 육성하게 되죠. 게임 전반적으로 속성 상성에 따라서 가하는 대미지가 높은 편이기에, 다양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활용하는 플레이를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크리티컬 증가나 특정 조건 하에 대미지 증가, 막기 확률 증가와 같은 부가 능력치를 가진 ‘아티팩트’를 통해서 각 캐릭터의 성능을 플레이어가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아티팩트는 부가적인 효과 외에도 별도의 능력치가 부여되기에, 그랑웨폰과는 별개로 육성해야하는 요소로 다뤄집니다.
수익모델을 고려하여 높은 등급(C ~ SSR)의 그랑웨폰일수록 화려한 연출과 멋진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있고요. 스킬 발동 시의 화려함이나 변신과 같은 특수 기믹을 통해서 희귀한 그랑웨폰을 획득했을 때의 보상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무기에 캐릭터를 접목시켰다는 것입니다. 일러스트와 연출이 더해진 그랑웨폰은 그 자체로도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주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무기마다 달라지는 일종의 정령과 같은 형태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무기를 사용할수록 그랑웨폰 캐릭터와의 친밀도가 증가할수록, 그랑웨폰 및 캐릭터의 후일담을 볼 수 있는 요소. 그리고 캐릭터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요소(캐릭터 퀘스트)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캐릭터 전반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잠재능력’이라고 명명된 해당 시스템은 레벨 업 과정에서 주어지는 포인트로 캐릭터 자체의 능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능력치 상승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그랑웨폰 슬롯과 아티팩트 슬롯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칠 시스템입니다.
무기의 입수와 육성 = 조작 가능한 새로운 캐릭터 입수로 연결되는 구조보다는, 고정된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고 무기에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르게 본다면 장비 가챠의 연장선이고 여기에 매력과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랑사가는 고정된 캐릭터들이 이끌어나가는 명확한 이야기가 게임을 관통하고 있기에, 새로이 획득한 캐릭터들이 여기에 갑작스레 끼어들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육성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갖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캐릭터를 포기하자니, 수집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수집하는 행위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자칫하면 그저 장비 가챠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도 있죠.
몬스터와 전투에서 속성 / 전투력이 영향을 미치기에, 모든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가챠가 잘 나온 캐릭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서 육성하지 않았던 캐릭터의 고등급 그랑웨폰을 획득했다면? 해당 캐릭터를 다시 육성하기 위한 재화와 시간을 투자할 필요까지 생기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캐릭터와 그랑웨폰의 육성 부분은 추후 게임이 개선되고 향상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CBT 기준으로 몇 개의 시스템이 개방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추가적인 시스템이 더해지면 그랑웨폰 등급에 따른 성능차가 좁혀지거나 육성의 복잡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전투는 팀 편성에서 선택한 세 명의 캐릭터를 태그하며 싸우게 됩니다. 각 캐릭터는 사전에 장착한 최대 네 개의 그랑웨폰으로 스킬을 사용하며 전투를 진행하고요. 장착한 그랑 웨폰은 곧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이며, 꽤 긴 쿨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작 캐릭터 교체 시에는 연출과 함께 연계 공격과 같은 형태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쿨타임이 긴 편입니다. 스킬을 다 사용하면 캐릭터를 교체하여 전투하는 다각적인 플레이를 노린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직접 조작보다 자동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모바일 MMORPG이기에, 실제로 이와 같은 플레이가 이루어질런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는 거대한 필드를 배경으로만 두고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으로 게임을 채우는 선택보다, 이야기를 중점으로 필드를 전개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본다면 그간 수집형 RPG에서 보여줬던 스테이지가 필드로 넓이가 확장된,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드의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퀘스트를 얻고 근처에서 퀘스트를 수행한 뒤, 다음 지점으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이 과정에서의 조작은 모바일 MMO가 그렇듯, 터치 하나만으로 진행되는 풀-오토입니다. 필드의 넓이도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니라, 좁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퀘스트를 전부 마치면 다시 방문할 여지도 적습니다. 각 필드는 단절되고 세분화 되어 있기에 각자 독립된 형태로 게임 내에 존재합니다.
게다가 섬멸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콘텐츠는 오직 플레이어 홀로 입장하는 장소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토리에서 만났던 보스를 공략하는 ‘토벌전’ / 그랑웨폰의 한계돌파를 위한 재료를 수급하는 ‘심연의 회랑’ 모두가 플레이어가 육성한 캐릭터만을 이용해 공략하는 형태입니다. 전부 필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다른 보상을 얻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필드에서 모험을 하는 도중 필드와 인스턴스 공간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흘러가며 만나는 적이나 NPC를 호위하는 임무들은 별도의 공간으로 캐릭터가 이동해 전투를 진행합니다. 추후 토벌전에서 만날 수 있는 보스전도 마찬가지죠. 이쯤되면 왜?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상 필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플레이를 제외하면 없기 때문입니다.
필드를 돌아다니고 모험하는 경험은 모바일 MMO의 자동 조작 때문에 흐려집니다. 거기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콘텐츠도 별도의 공간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한다면? 그리고 필드에서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도 별다를게 없다면? 굳이 MMO의 문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자리하게 됩니다.
브레이크는 보스에게 한 번에 높은 피해를 주기 위한 개념이자, 전투에 다이나믹함을 부여하는 요소가 됩니다. 플레이어의 공격은 보스의 브레이크 수치를 깎아내고, 0이 되면 세 명의 캐릭터가 일방적인 피해량을 주는 구조로 흘러갑니다. 다만, 공략을 더 쉽게 하기 위한 공략 방법이자 선택지 보다는, 피해량의 누적으로 발생하는 연출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어하고 전략적인 플레이를 유도하지는 않고 속성 상성에 따라서 더 많은 수치를 깎아낼 수 있도록 설계했고요. 난이도에 따라서 브레이크를 가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나니, 장시간 전투에도 어느 정도의 연출을 끊임 없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도 필드에서는 1명 이었다가, 보스전에서는 3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등 서로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상태이고요. 플레이 형태가 개별 콘텐츠마다 일관되지 않은 플레이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발열은 화면 재생 빈도, 프레임을 조절하면 조금 감소했고, 그래픽 옵션을 조정했을 때엔 큰 폭의 변화를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발열 및 최적화는 모바일 기기의 OS나 기종, 플레이어 개인차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에 확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제가 플레이한 기종으로는 이 정도면 감내할 수 있는 발열과 최적화로 생각됩니다. 배터리 소모량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 유지되기도 했고요.
UI 전반은 조금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메뉴에 접근하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동작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수동으로 한 메뉴를 접근하기 위해서 버튼을 몇 차례 눌러야 하는 것과 달리, 알람으로 접근할 때에는 터치 한 번이면 된다는 점입니다. 단적인 예가 랭크 보상입니다.
직접 수령할 때에는 ‘메뉴 버튼 -> 상단 랭크 아이콘 터치 -> 랭크 보상 터치 -> 수령버튼 터치’ 라는 조작을 거치지만, 알람으로는 바로 랭크 보상 페이지가 출력됩니다. 이외에도 친구 목록을 띄우는 것도 알람으로는 독립된 창이 한 번에 출력되고 수동으로는 별도 메뉴를 찾아서 일일이 등록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든 아트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든 벤치마킹한 게임이 무조건 연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 게임 플레이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개발진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너무도 명백할 테니까요.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가 법적인 영역이라고는 하나, 플레이어들이 현재 게임에 보내는 시선을 개선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그랑사가의 CBT를 접근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물음표가 더 많이 남습니다. 조작 체계에 따른 게임 플레이 변화를 차치하고 봤을 때에도, 게임 내 요소가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첫 술에 배부를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첫 번째 CBT에서 받은 피드백을 어떻게 활용하고 반영할 것인지는 개발사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나름 준수한 비주얼과 함께 수집형 + MMO라는 게임 플레이를 구축한 만큼, 분명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게임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콘솔급'이라는 홍보를 위한 문구를 어필하기 보다, 좋은 게임 자체의 디자인과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