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크루세이더 킹스 3, 승리를 정하는 것은 게임도 개발자도 아닌 당신
이른바 중세판 ‘사랑과 전쟁’, 온갖 음모와 협잡 사이에서 암살을 하고 당하는 와중에 멘탈이 붕괴하는 대전략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 그 최신작 ‘크루세이더 킹즈 3’가 지난 9월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알렉산더 올트너(Alexander Oltner) 게임 디자이너가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20 G-CON 연사로 참여했다.
● ‘크루세이더 킹스 3’가 올해의 GOTY(Game Of The Year)로 까지 거론되고 있다
: ‘크루세이더 킹스 3’는 열성적인 팀원들과 온 마음을 다하여 영혼을 불어넣어 제작한 게임이다. 우리 모두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를 사랑하고 이번 작품이 잘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사실 이 정도로 훌륭한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전세계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이 흐름이 계속되어 더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크루세이더 킹스 3’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다른 대전략 게임들과 차별되는 요인 중 하나는 ‘크루세이더 킹스 3’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드라마가 게임의 서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캐릭터가 게임 전반에 등장한다. 캐릭터들은 가족을 형성하고 친구를 사귀고 선박을 타고 이웃한 지역에 방문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형성되어 다른 대전략 게임과 차별되는 특별한 환경과 경험을 전달한다.
이 모든 캐릭터를 어떻게 사용하냐고? 그들 사이에 드라마, 감정, 호기심, 그리고 흥미로운 책략이 생기고 그 모두는 자신이 쫓는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를 지닌다. 이것들이 합쳐져 특별한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캐릭터들이 다르게 반응하지만 행동하는 캐릭터 뒤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직접 해보면 명백하게 보인다. 경쟁자가 게임에서 내 캐릭터를 죽이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다. 혹은 역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이러한 유기적인 게임 서사가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크루세이더 킹스’ 시리즈의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하는 자유다. 플레이어들이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플레이어들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세계를 구현할 여건을 제공하는 것. 그럼으로써 플레이어 자신이 신념을 가지고 전쟁할 상대를 선택하도록 하고 싶다. 자신의 영토를 마음껏 확장하고 선박의 형태도 마음대로바꾸고.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자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전작과 비교해 더 좋아진 점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며 개발했는지
: 하나만 콕 집어서 말하긴 힘들지만, 우리가 신경을 많이 쓴 부분 중 하나는 역할 수행의 요소들을 확장시킨 것이다. 각 캐릭터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는 콘텐츠를 더욱 늘려 그들을 더 디테일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다른 하는 게임을 훨씬 접하기 쉽게 만든 거다. 뭔가 정보가 필요할 때 여러 인터페이스를 뒤지지 않고도 쉽게 답을 찾길 바랐다.
이런 노력이 모여 자신이 정말 이 캐릭터와 하나가 되는 몰입도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3D 인물 묘사 기능도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요소다. 더 자세하게 캐릭터를 볼 수 있고 움직임도 느낄 수 있으니까. 가족의 다른 세대도 더 자세히 표현했다. 부모와 자녀간 닮은 점까지도. 이 모든 것들이 보다 훌륭한 게임 체험을 제공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루세이더 킹스 3’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으로 인식된다
: 사실 우리는 ‘크루세이더 킹스 3’를 더 쉽게 만들려 하지 않았다. 다른 대전략 게임에서 자주 느꼈던 몇 가지 제약을 제거하다 보니 자연스레 쉬워진 것뿐이다. 게이머에게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정보 위젯을 추가했는데, 플레이어가 관심 있을 만한 이슈를 모아볼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원하는 순서로 이슈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정보가 담겨진 인터페이스를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러 상관없는 인터페이스를 거쳐 정보를 찾기보단 필요한 것만 더 쉽게 찾도록 개선했다. 정리하자면 게임이 좀 더 접근 가능하고 쓰기 쉽게 제작된 것이지 더 심플한 게임을 만든 건 아니다.
우리 스튜디오의 다른 전략 게임과 비교하더라도 ‘크루세이더 킹즈’는 전쟁이나 건설이 크게 발달된 편은 아니다. 이건 우리가 일부로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이나 건설에 집중된 게임이 아닌 캐릭터와 관계가 강조된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 때도 캐릭터를 최대한 연결시키고자 노력했다. 전쟁을 예로 들자면, 군대에 배치될 기사나 지휘관은 전쟁을 이기는 것뿐 아니라 드라마를 이끄는 역할도 맡게 된다. 만약 왕의 아들이 전쟁 중 죽는다면 전체 가족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전투에서 상대 통치자를 무찌르거나 포로로 삼았다면 전쟁 전체를 이긴 것이 된다. 이처럼 캐릭터와 전체 전략의 연결고리가 ‘크루세이더 킹즈’를 대전략 게임들 가운데서 도드라지게 만드는 요소라 본다.
● 반면에 확실한 승패가 없어서 불만이기도 하다. 전쟁과 건설 등이 너무 단순한 건 아닌지
: 그렇다. ‘크루사이더 킹즈’는 딱히 이렇다 할 승리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 패배 조건도 마찬가지고. 플레이어의 혈통이 왕좌를 유지하는 한 계속 대를 이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플레이어 스스로 자신만의 목표를 지정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꼭 우리가 승리 조건을 내걸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약하고 싶지 않았다. 예를 들어 특정 왕국을 개혁하거나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어딘가를 정복하거나, 어느 왕조를 영리한 혼인과 외교술로 명예롭게 만들거나. 우리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언제 승리할지 직접 결정하면 된다.
● 앞으로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가 뭇 플레이어에게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 ‘크루세이더 킹즈’는 정말 많은 열정을 쏟은 시리즈고, 그만큼 기억할만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다. 매우 특별하고 남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고, 플레이어들이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러분이 ‘크루세이더 킹즈’야말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이라 느끼길 바란다. 그 안에서 느꼈던 모든 변주들 그리고 놀랍고도 환성적인 시나리오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한 명의 개발자로서,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에는 어떤 비결이 있다고 보나
: ‘크루세이더 킹즈’의 경우 다양한 캐릭터와 변화하는 스토리텔링 엔진을 갖고 있다. 즉 두 번을 플레이했을 때 절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이 게임을 열 번, 백 번, 심지어 천 번 플레이하더라도 이전과 다른 경험을 준다. 어떤 시나리오에서 플레이하던, 심지어 같은 캐릭터를 연달아 선택하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각 캐릭터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어떨 때는 죽어버리고 어떤 상황에선 살아서 영광을 얻는다. 주위 상황은 절대로 똑같지 않을 거다. 한 캐릭터의 깊이가 전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서, 플레이어들이 ‘크루세이더 킹즈’를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이 모든 캐릭터간 상호 관계가 새로운 드라마, 새로운 흥미 요소,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매번 새로운 플레이를 창출할 테니까. 진정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끝없는 샌드박스다.
● 끝으로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
: 한국의 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여러분의 대한민국 자체를 바라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은 진정으로 풍부한 역사와 강렬한 문화를 가진 나라다. 전세계 많은 이들이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이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 관한 ‘크루세이더 킹즈’ 같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어서 그런 작품을 개발해서 모두가 한국의 굉장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안녕! 굿바이! 헤이 두어~.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