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바바 이즈 유, 명제를 뒤흔드는 실험 정신이 나오게된 과정
바바 이즈 유를 개발한 아르비 테이카리는 이번 세션을 통해 ‘바바 이즈 유’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보고 1인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세션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아르비 테이카리가 질문에 답을 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본인이 고한한 실험적 요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 실험적인 게임들은 고전적인 비디오 게임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대부분 플랫포머 게임이죠. 마리와 같이 수평 축 위에서 움직이고 점프하는 게임들입니다. 제가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이 기본 개념을 가진 상태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겁니다.
실험적 게임 시스템은 일종의 추가요소입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친숙한 구조를 기반으로 약간의 추가 반전을 가합니다. 저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보면서 고전적이면서도 친숙한 무언가를 떠올리게끔 합니다.
예를 들면,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 때 시간을 거꾸로 돌리거나. 결승선에서 출발선으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매우 고전적이지만 시간의 차이가 있는 변형을 통해서 이를 경험하고 깜짝 놀라게 되는 거죠. 이렇게 ‘어디서 해 본 게임같은 느낌’ 이더라도 실험적 요소가 모든 경험을 바꿀 수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실험적인. 독창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 제가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제가 그것을 온전히 만들어 냈을 때입니다. 청중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머리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죠. 실험적 게임은 아주 짧은 시간에 진행 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큰 게임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 짧은 시간이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만든 게임 중에 ‘FALL OVER’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이건 마리오 시리즈와 같은 플랫포머 게임이지만,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캐릭터가 중심을 잡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이 긴 플레이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면 딱히 재미있게 여겨지는 요소는 아니었을 겁니다.
이렇게 저는 짧은 시간에 받을 수 있는 즐거움과 놀라움에 집중 했습니다. 긴 시간 시스템을 지탱한다는 부담이 적기에. 어떻게 게이머들을 즐겁게 말들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고 집중하기가 수월했고, 개발할 때도 즐거웠습니다.
● 바바 이즈 유의 낱말 퍼즐이라는 게임의 기본 시스템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 저는 게임 잼의 열렬한 팬입니다. 게임 잼은 기본적으로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몇 가지 조건을 걸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죠. 게임잼은 굉장한 집중을 필요로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뭔가 실질적인 게임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당시 저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만, 활기차게 프로젝트에 임할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해의 테마를 듣게 되었는데, 테마로 제시된 것이 ‘Not There(전무한)’ 였습니다. 저는 이 주제를 듣고, 두 단어에 매달리기보다는 어떻게 게임의 기본 로직을 짤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모든 게임은 개념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것을 말해서 개념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개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제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다른 게임들과 제 머릿 속에서 합쳐졌습니다. 주로 퍼즐 게임이 생각났죠. 그간 퍼즐 게임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부딪혀 왔었습니다. 여러 영감을 얻었음에도 게임을 만들 때는 문제가 생겼죠. 당시에는 어떻게 좋은 게임을 만들지를 잘 몰랐거든요.
저는 당시에 이 아이디어를 옮기면서도 재미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습니다. 이 작업을 48시간 안에 해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없었죠. 다행히도 게임잼은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데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안되면 그냥 원래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가면 되는 것이고요. 그렇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바바 이즈 유’가 탄생한 것입니다.
= 성공을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2017년 노르딕 게임 잼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었으니까요. 그리고 워프 도어(Warp Door)라는 웹사이트에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게시해서 좋은 반응을 받았고, 몇 명의 스트리머 역시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고요.
그 후 몇 년간 게임을 가다듬으면서 여러 인디 게임 행사에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경쟁적인 행사에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흥미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호응해주었고. 이러한 것들이 게임이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주었습니다.
물론, 개발 중에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특별히 그랬죠. 예를 들어, 저는 조금 부족함이 있어서. 전통적 의미에서 볼만한 게임, 3D 에셋이나 디테일한 스토리를 넣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디오 품질도 좋게 넣을 수 없었죠.
저는 제가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믿었지만, 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하지 않고는 게임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 이후에는 내가 가장 편한 방법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결국 나다운 게임을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귀찮고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덜 디테일해도 직접 비주얼을 만들기로 했고. 혼자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조금 덜 디테일하면 개발을 빨리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제 아이디어가 좋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도전했습니다. 좋은 품질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게임을 즐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지금에서는 이러한 도전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저는 스스로의 기준을 잘은 모르지만, 저는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플레이어의 감정에 더 치중하는 편입니다. 제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플레이어를 놀라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제 기준에서 개발을 이끄는 부분 같습니다. 게이머가 게임을 마쳤을 때 즐겁게 만들고, 생각을 뒤엎는 반전을 주고자 했습니다. 반전 요소가 있는 실험적인 게임에서 저는 반전이 제대로 일어나기를 바랬고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게이머들이 집중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을 즐깁니다 혼자서 만들어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능한 게임의 많은 부분을 직접 다루는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뭔가 해보고 싶은 새로운 아이디어 있다면 혼자 결정하면 되거든요. 타협할 필요도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게임에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고요.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내 실수라고 생각하고 어디까지나 제 잘못에서 그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저에게 더 자유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게임’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게임의 정의가 매우 자유로운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정의는 많은 이들에게 꽤 논쟁적인 주제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르와 특징을 불문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하면 이를 게임으로 분류합니다.
좋은 게임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입니다. 굉장히 광범위하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저는 ‘즐길 수 있는 게임’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즐거움이나 말초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즐거움이나 재미를 찾을 수도 있고 게임을 즐기는 시간에 대해서 가치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르게 게임에 몰입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요.
● 1인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원의 관리입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자신이 가진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는 일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것을 자존심과 연결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 테스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저는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훔쳐갈 것이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아직 완성이 안된 게임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 다른 이들의 피드백은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개발 의욕을 해치기도 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데 열정이 많아도 비판에 매우 민감하면 피드백을 피하는게 나을 수도 있죠.
하지만 신뢰하는 이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합니다. 내가 생각한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바바 이즈 유 또한 개발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듣지 않았다면 게임은 나빠졌을 겁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