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2D 소울라이크, '크로노소드' 개발사 21세기덕스 인터뷰
그중 하나가 바로 ‘크로노소드’ 로, 기자는 지난해 BIC 2019 에서 처음 이 게임을 만났다.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 묵직하고 손맛있는 액션. ‘소울라이크’ 를 표방했지만 2D 도트 쿼터뷰의 액션 게임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이쪽 장르에서 중요한 ‘감각’ 이 매우 좋았다.
‘크로노소드’ 는 국내 인디 게임 개발팀 21세기덕스에서 제작중인 게임으로, 21세기덕스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용사는 타이밍’, ‘슈퍼 픽셀 레이서즈’ 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특히 전작 ‘슈퍼 픽셀 레이서즈’ 는 뛰어난 퀄리티로 루리웹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크로노소드의 개발팀은 6인+1묘로 구성되어 있다.
● BIC 등을 통해서 여러 차례 노출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산 인디 게임인 만큼 이 게임을 처음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게임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이정희 : 크로노소드는 21c.Ducks의 공식적인 3번째 작품입니다. 이전에는 용사는 타이밍, 슈퍼 픽셀 레이서즈를 출시했고요.
크로노소드는 장르적으로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고, 또 한편으로는 소울라이크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쪽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전투와 탐험의 경험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싱글플레이 게임이기도해서 엔딩과 스토리가 있어요.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와 다르게 스토리가 매우 명확하고 흥미롭게 진행되며,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도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게임의 액션이나 분위기 모두 묵직하다. 이 게임을 ‘소울라이크’ 로 소개하기도 했고. 이런 방향성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정희 : 소울 시리즈를 해보고 모티브로 해서 크로노소드를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검도를 잠시 했었는데, 검법을 연습하거나 대련할 때 인생에서 가장 깊은 몰입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후 다크소울을 접했는데 그런 경험을 상기시켜줬어요. 개인적으로 게임에서 탐험이나 보스전 혹은 엔딩이 주는 성취감을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도 잘 살린 게임이었기 때문에 여러 요소를 가져오게 되었구요.
또 한가지로는, 우리가 인디팀이다보니 모두가 기대하고 만족하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좁은 타겟의 게이머들에게 확실히 어필하는 게임으로 방향을 잡다보니, 소울라이크 게이머들이라면 분명 이 게임을 즐기실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 점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이정희 : 작년까지의 스토리는 너무 복잡해서 명확하지 않았어요. 2014년부터 구상했던 멸망한 세계에 시간여행이 더해지고, 주인공은 기억상실… 너무 어려워서 와닿기 힘들었죠. 지금의 스토리는 딱 두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주인공 애노르와 그녀의 스승 글렌딘의 감정 및 관계, 그리고 플레이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목표 역할. 그래서 주인공의 정체성이 없고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기존의 소울라이크와는 경험이 완전히 달라요. 어려운 메시지를 주려는 건 아니고, 플레이어의 기억에 남는 가슴 벅찬 엔딩, 기승전결이 있고 반전이 있는 게임 다운 스토리로 썼습니다.
● 그동안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는지? 게임에 얼마나 큰 변화가 생겼나?
이정희 : 작년 BIC까지는 어두운 분위기와 전투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주인공과 적들의 시선처리가 가능하도록 자체 스프라이트/애니메이션 시스템을 만들었구요. 지난 1년 동안은 탐험과 스토리에 집중했습니다. 일단 스토리를 다시 썼구요. 데모버전만 해도 건물의 실내외를 오가거나 난간에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는 등 탐험의 재미가 있지만, 그걸 심리스 오픈월드로 확장해보고 싶었어요. 유니티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는데, 수많은 삽질과 마개조 끝에 결국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스토리 연출을 위해, 게임 테스트 도중 이벤트를 작성하고 바로 이어할 수 있는 툴도 만들었구요. 이제 정말 컨텐츠 제작에 집중하면 되는, 그런 단계입니다.
이정희 : 인간 왕국 뿐 아니라 마법 도시, 사막, 거인의 땅 등 16개 지역이 등장해요. 시간여행으로 각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체감 분량을 더 크겠네요. 맵이 넓은데 억지로 굽이굽이 돌게 하면 재미가 없죠. 그래서 메인 스토리는 쭉쭉 시원하게 진행할 수 있고, 대신 중간중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샛길들이 있어 탐험하는 재미를 줬습니다. 스토리도 분량이 좀 되어요. 우리말 대본이 이미 나와있는데 A4 130장 이상, 영화로 치면 2시간 정도죠. 이것 역시 인물들이 서서 대화하기만 하면 재미없기 때문에, 말풍선으로 혼잣말을 한다거나, 이동 및 전투 중에 잡담을 한다거나, 선택지가 주어지는 등 여러 장치들을 해놓았습니다.
● 전투 부분에서 캐릭터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스킬 베이스인지, 스탯 베이스인지, 또는 아이템이나 스테이지의 영향도 받는지?
이정희 : 전투에 있어서 수치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치적인 요소들은 모두 뺐어요. 기력 시스템도 없구요. 그럼에도 성장 요소는 꽤 있는데, 크게 보면 장비, 룬, 스킬 그리고 각종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장비는 여러 종류의 무기와 방패 뿐 아니라 활이나 석궁, 완드도 있는데, OP무기 없이 플레이어 취향에 따라 고르게 하고 싶었어요.
룬은 할로우나이트의 부적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게임의 밸런스나 시스템을 바꿔버릴 수 있구요. 스킬은 커맨드 입력방식이 아닌 주변 상황이나 적과 상호작용 중심인 점이 특징입니다. 업그레이드는 다크소울의 뼛조각이나 쐐기석을 상상하면 되구요. 진행에 필수적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실력을 보완해주는 역할로 준비중입니다.
이정희 : G.Round는 쉽게 말해서 개발중인 인디게임을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itch.io 혹은 Steam과 다른 점은, G.Round는 매달 4개의 게임이 정기적으로 올라온다는 점이에요. 개발 도중인 게임을 꾸준히 만나고 개발자와 소통하고 싶다, 그런 플레이어에게 의미있는 플랫폼이구요. 개발자 입장에서는 대작들에 묻히는 일 없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고, 통계가 지역기반이라서 향후 마케팅을 집중할 지역을 찾을 수 있다는 점과, 피드백이 상당히 열성적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G.Round는 데모를 통해서, 킥스타터는 후원을 통해서 개발자와 플레이어를 연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서로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 둘이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 첫 게임으로 저희에게 제안이 와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을 선보일 자리도 줄었고, 게임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아졌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전한다면.
이정희 :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나요? 엔진이나 툴, 스토리 개선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쇼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없었구요. 다만 안전과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걸어서 출퇴근 10분 넘는 팀원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 합류한 아트 분들도 마찮가지구요.
어차피 개개인이 컴퓨터로 일할텐데 차이가 없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체감이 크게 됩니다. 게임 개발이라는게 대화가 중요해서요, 재택개발은 개발효율이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전체 팀 관리와 커뮤니티 관리도 제가 직접 하고 있다보니, 이번 킥스타터까지 겹쳐서 개인적으로 좀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 사람들이 소울라이크처럼 어려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그리고 소울라이크로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정희 : 소울라이크의 특정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긴장감, 도전, 성취감, 이런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다크소울을 플레이하면서 항상 긴장하게 되고, 싸워서 죽었을 때, 아 이렇게 했으면 이겼을텐데, 이런 생각이 들죠.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되고, 마침내 쓰러뜨렸을 때 성취감을 얻게 되잖아요. 탐험에서도 마찮가지구요. 이러한 경험을 크로노소드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울라이크의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소울라이크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정희 :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경험을 중심으로 개발해서 그런 거 같아요. 예를 들면, 크로노소드에는 기력 시스템이 없어요. 쿼터뷰는 주변이 모두 보이고, 주인공과 적에게 집중이 안되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기력이 있으면 화면 구석의 UI를 보면서 플레이하게 되잖아요. 집중이 더 안되고, 긴장감은 더 없어지고, 불쾌한 경험만 남는 거죠.
그럼 기력을 빼자. 기력이 경험을 망친다면, 차라리 빼자.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기력을 뺀다고 끝나는게 아니거든요. 액션과 적 패턴을 전부 재설계하고, 밸런스를 맞추고. 그런 디테일들을 통해서 만들어가는거죠. 긴장감이라는 경험을. 그런 노력들을 플레이어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본래 계획은 내년 중순인데, 언제쯤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지?
이정희 : 일단 킥스타터 페이지를 통해서 공개한 일정은 내년 2021년 말이에요. 그 때는 어떤 형태로든 공개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급하게 마무리 안된 게임을 공개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구요. 실력있는 개발자분들을 좀 더 모셔온다거나, 여러 가지 구상한 것들이 있습니다.
● 21세기덕스의 전작 ‘슈퍼 픽셀 레이서즈’ 가 플레이어들, 그리고 루리웹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크로노 소드’ 외에 다른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중인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이정희 :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서 발표했던 게임들도 있고, 구상만 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는데요. 현재는 크로노소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팀이 좀 작아서요.
이정희 : 크로노소드는 멸망한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탐험하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전투와 탐험 뿐 아니라, 매력적인 주인공과 스토리도 기대해주세요.
이정희 : 우선 킥스타터 페이지를 방문하셔서 후원 및 응원 부탁드려요!
저희가 그 동안 개발에 집중하느라 특히 국내 게이머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항상 저희 게임을 보여드리고 싶고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까요. 이번 킥스타터를 통해서 여러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슈퍼 픽셀 레이서즈도 그랬는데, 크로노소드도 국내에 소개드리면, 이게 한국 게임이었어? 이런 얘기 많이 들어요. 여러분들께 새로운 게임, 새로운 경험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