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년 앞둔 ‘소울워커’,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2부 연다
세상 모든 온라인 게임이 유저들 덕분에 유지되긴 하지만, 라이언게임즈 ‘소울워커’는 보다 직접적인 의미에서 유저가 살려낸 게임이다. 2011년 첫 공개 때만 해도 국내서 보기 드문 서브컬처 MORPG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발부터 계약까지 온갖 난항을 겪으며 2017년에야 겨우 론칭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거둬 시쳇말로 ‘망겜’이란 인식이 파다했다. 냉정하게 언제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러다 운명의 2018년, 타사 게임에서 불거진 논란을 계기로 적잖은 유저가 이주해오며 ‘소울워커’는 제2의… 아니 처음 겪어보는 전성기를 맞았다. 문제는 당시 라이언게임즈의 여력으론 갑작스레 늘어난 피드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 이에 그때까지 잔류하던 진성 유저들이 전재산을 탕진해가며 뉴비에게 재화를 나눠주는, 이른바 ‘소매넣기’라는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졌다. 심지어 격무에 시달리는 개발자를 위하여 먹거리를 보내주는 ‘현실 소매넣기’가 돌아돌아 자선단체를 향한 기부 행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후로 ‘소울워커’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특수가 끝나고 일부 유저가 이탈했지만 여전히 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 다시금 분발한 라이언게임즈는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고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몇 년을 보냈다. 성공한 업데이트도, 실패한 업데이트도 있었다. 3주년을 넘어 4주년을 목전에 둔 현재 ‘소매넣기’의 잔향은 대부분 사라졌다. 유저가 한번 살려준 게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오롯이 라이언게임즈와 스마일게이트에게 달렸다.
이에 ‘소울워커’ 4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라이언게임즈를 찾았다. 그간 개발팀을 진두지휘해온 김홍규 PD가 지난달로 물러나고 새로이 조용남 PD 체재가 들어섰다. 곧 그의 PD로서 첫 신규 캐릭터인 이나비가 등장할 것이고, 인기 애니메이션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과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도 예정됐다. 뿐만 아니라 게임 론칭부터 이어온 메인 스토리 1부가 웨스트 워 3차로 끝을 맺고 이나비와 함께 2부의 막을 연다는 계획이다.
● 반갑다. 김홍규 PD에 이어 ‘소울워커’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걸 축하한다
: 고맙다. 전임자인 김홍규 PD는 라이언게임즈의 더 큰 비전을 위하여 다른 개발 업무를 총괄하고자 ‘소울워커’ 일선에서 물러났다. 내부적으로도 게임의 성장 구조와 파밍 시스템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새로운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이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나는 ‘소울워커’ 개발팀에 7년째 몸담아왔고, 개인적으로 서브컬처를 향유하는 한 명의 팬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저 여러분이 원하는 바에 대해 개발팀 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서브컬처 게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덕목들이 잘 담겨있는, 더욱 디테일 한 부분에 신경 쓰는 ‘소울워커’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 이제 새로운 PD가 되었으니 현 ‘소울워커’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면
: 일단 콘텐츠가 부족한데, 당장 기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가령 많은 유저분들이 원하는 제스처 같은 경우 시스템 한계상 계속 추가하기는 힘들다. 향후에는 제스처와 코스튬을 분리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스토리 또한 커럽티드 레코드에서 진과 이리스의 이야기가 아직 진행이 안됐다. 이제껏 던져 놓은 떡밥들을 회수하며 1부의 끝을 맺고 2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신규 캐릭터 이나비가 그 교두보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 금번 이나비 업데이트가 PD로서 데뷔 무대가 되겠다. 어떤 캐릭터인지 소개해달라
: 라이플(소총)을 사용하는 성숙한 느낌의 여성 캐릭터다. 주목할 점은 2세대 소울워커라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떡밥을 회수하기 위한 임무가 많다. 그에 따라 스토리가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 ‘만들어진 소울워커’라는 개념은 이미 니어 소울워커가 있는데, 2세대 소울워커는 무엇인가
: 니어 소울워커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미묘한 차이인데, 니어 소울워커가 실험체 성격이 강하다면 2세대 소울워커는 본격적인 군용이랄까. 보다 자세한 사항은 모쪼록 게임에서 확인해주면 좋겠다.
● 치이와 에프넬은 초기 소울워커 6인과 결이 달랐다. 이나비도 ‘예정 외 존재’인가
: 그렇진 않다. ‘예정 외 존재’라는 키워드는 애프넬에서 끝난다. 하지만 이나비 또한 앞선 8인과 다른 길을 걷긴 할 것이다.
● 흔히 치이와 에프넬을 2회차 캐릭터라 부른다. 이제 이나비는 3회차가 되는 건가
: 이나비는 앞선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뒤쫓는, 말하자면 떡밥을 회수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기존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알면 알수록 더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기존 캐릭터 6인 → 치이 또는 에프넬 → 이나비 순으로 플레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이나비의 경우 스타팅 레벨이 50 전후로 일종의 점핑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먼저 전용 스토리를 진행한 후 다른 캐릭터들과 합류하는 식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죽음의 기사를 선보였을 때와 비슷하다.
● 기존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알아야 좋다는 건, 신규 유저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텐데
: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소울워커’는 스토리를 강점으로 내세운 작품인만큼 작가의 의향을 적극 반영하는 편이다. 물론 신규 유저에게 부담스럽다는 건 알지만 그만큼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점도 크다. 매번 캐릭터를 새로 키울 때마다 똑같은 전개라면 질리지 않겠나. 내년에 웨스트 워 3차 업데이트로 1부 스토리가 완결되면, 그때부터 나오는 신규 캐릭터는 2부 시점부터 합류하게 될 것이다.
● ‘소울워커’는 근거리 전투가 주가 되는 게임인데, 이나비의 주무장이 스나이퍼 라이플이다
: 주무장은 라이플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온갖 무기를 동원해서 싸운다. 권총, 소총, 대전차화기는 물론 EX 스킬로 헬기를 불러 미니건을 난사하기도 한다. 비슷하게 쌍권총을 사용하는 어윈의 경우 이능력 기반이라 표적을 보지도 않고 쏘는 등 화려한 동작이 특징이다. 반면 이나비는 보다 현실적인 액션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 에프넬의 경우 아예 독자적인 메커니즘을 들고 나온 바 있다. 이나비도 그런 요소가 있나
: 에프넬 업데이트 때 과감한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가 썩 좋다고는 못하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너무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했다.
● 소울웨폰이 아닌 현대화기를 중심으로 한 컨셉, 어느정도 트렌드를 의식한 듯한데
: 트렌드를 반영한 것은 맞다. 이미 게임에 약물로 강화된 병사들이 현대화기로 소울워커를 공격하는 장면이 있어서, 그런 컨셉이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2세대 소울워커는 오리지널 소울워커에 비해 이능력을 다루는데 익숙치 않은 만큼 화기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 겉모습은 성숙한데 성격은 명령권자가 반드시 필요한 의존증, 이거 노린 것 아닌가
: 내가 아니라 AD와 디자인팀의 취향이다(웃음). 성격적인 부분은 스토리 작가의 영향이 클 것이고 겉모습은 디자인팀이 책임지는 부분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앞선 치이와 에프넬에서 많이 반영됐다.
●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은 어떤가. 특별히 강세를 보여줄만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 아무래도 남들보다 멀리서 싸우는 캐릭터라 파티플레이 시 안정적인 화력 담당이 되리라 본다. 반면 혼자서 플레이한다면 굉장히 손이 바쁠 테고. 일종의 유리 대포다.
● 앞서 언급한 부분 이외에 이나비에 대해서 주목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 역시 스토리다. 스크립트의 경우 그대로 쓰거나 재활용하는 일 없이 거의 전부 새로이 녹음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랫동안 철밥통이었던 클로이 대신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한다는 것. 2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세계관을 한 번쯤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 그간 배경 설정으로만 존재하던 캐릭터나 개념을 전면에 드러내고자 했다.
● 벌써부터 목소리가 무척 기대된다. 혹시 담당 성우가 누구인지 공개할 수 있나
: 이다은 성우가 담당했다. 최근 ‘바이올렛 에버가든: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서 보여준 바이올렛 연기가 이나비에게 잘 어울릴 거라 판단했다.
● 이나비도 앞으로 데자이어 각성이 나올 텐데, 어떤 느낌일지 살짝 힌트를 준다면
: 기존 6인의 데자이어 워커가 캐릭터 성향이 반전되었다면 이나비는 오히려 강화됐다. 다만 침착하고 순종적인 소울워커 이나비와 달리 데자이어 워커는 여왕님스러움이 느껴질 것이다.
● 작년 에프넬로부터 꼭 1년 만에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다. 반년 주기로 줄일 수는 없나
: 우리도 물론 그렇고 싶지만 ‘소울워커’는 캐릭터 하나당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스토리도 그렇고, 소셜 모션과 의상 파츠도 여타 MORPG보다 다양한 편이다. 반년 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래서인지 예년에 비해 굵직한 업데이트가 부족했다
: 내부적으로도 통감하고 있다. 그나마 바이올런트 선 레이드 업데이트가 컸는데, 그 이후로는 자잘한 이벤트 위주였다. 이제 새로운 PD가 되었으니 내년 3월까지 대규모 업데이트, 5월까지 신규 스토리, 9~10월 즈음 수집 요소와 메모리얼 개선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바이올런트 선 레이드도 이래저래 지적이 적잖았다. 캐릭터간 공략 난이도 문제가 컸다
: 움직이는 보스를 상대로 일부 캐릭터가 겪는 어려움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턴을 먹여 딜타임을 주는 식으로 최대한 밸런스를 맞췄는데 아무래도 미진했던 듯하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상황에 따른 유불리를 완전히 보정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 9월 출시된 켄트 아카식을 비화의 아카식 전송기로만 얻을 수 있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 우리의 소통이 너무 부족했다. 앞으로는 보다 가까이서 유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 올해 초 인터뷰에서도 1부 스토리가 곧 끝난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태 완결이 안 났다
: 그때는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했는데 아니었다(웃음). 내년에는 웨스트 워 3차 업데이트와 이어지는 레이드로 정말 완결을 지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메인 스토리를 끝맺는다는 게 참 특이한 경험인데, 그렇다고 진짜 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1부 완결이다. 다시금 새로운 적과 갈등이 생길 거고 이나비를 기점으로 또다른 떡밥이 뿌려질 것이다.
● 지난해 ‘던만추’에 이어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과 콜라보레이션이 확정됐다
: 오는 1월 중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 관련 퀘스트 및 코스튬이 업데이트된다. 코스튬의 경우 카즈마 파티 4인으로 하고 싶었으나, 치마 길이 검수 과정에서 IP 홀더와 이견이 있어 다크니스는 출시하지 못하게 됐다. 그 대신 융융 코스튬을 내부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으니 원작에서도 비중 있는 캐릭터인 만큼 많이 성원 부탁드린다.
● 해외 IP 콜라보레이션 시 검수 관련 에피소드는 여럿 들었는데, 치마 길이는 또 새롭다
: 다크니스가 직접 출연하는 게 아니라 그 코스튬을 우리 캐릭터가 입는 것인데, 세팅된 본 구조와 모션에 알맞은 치마 길이를 넘어서고 말았다. 아니면 다크니스 코스튬 단 하나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세팅을 일일이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 사실 ‘던만추’ 코스튬에 대한 반응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기에 더 걱정되기도 한다
: 당시 긴 부츠가 상의에 붙어 있어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도 신발로 따로 빼고 싶었지만 시스템상 발목 높이까지만 가능해서… 에프넬 때 드디어 이걸 수정했는데, 조금만 더 빨랐으면 ‘던만추’ 코스튬에도 적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듣다 보니 시스템상 타협하거나 포기한 경우가 정말 많다. 엔진을 개량할 계획은 없나
: ‘소울워커’뿐 아니라 연식이 오래된 게임들은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다. 조금씩 개선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존 캐릭터도 지속적으로 리워크 중으로 지난달에는 어윈을 손봤다. 신규 캐릭터 이나비를 출시한 다음 에프넬의 코스튬을 확충해주고, 그 다음에는 진과 이리스를 수정하려 한다. 특히 진은 3D 모델링의 얼굴 부분을 좀 수정하고 싶다.
● 3주년 때는 자학성 개그의 미니 드라마가 호평을 받았다. 4주년 특별 영상도 준비 중인가
: 물론이다. 3주년 영상보다 더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영상을 준비 중이다.
● 여담인데, 지난 9월 ‘원’모 게임의 출시로 서브컬처 게임들이 다들 휘청거리지 않았나
: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즐긴 작품이다. 참고할 점도 많았고. 무엇보다 그런 AAA급 서브컬처 게임이 나와주면 이 장르의 유저풀 자체가 넓어진다. 단기적으로 유저를 빼앗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서브컬처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비옥해지는 셈이다. 그 게임은 그 게임대로, 우리 게임은 우리 게임대로 장점이 있다고 본다.
● 긴 인터뷰 고맙다. 끝으로 이제껏 ‘소울워커’를 성원해준 유저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 소매넣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 후로 유저 여러분에게 어떠한 부채의식이 있다. 이제 내가 PD가 되었으니 하나씩 꼼꼼히 갚아가고 싶다. 우리가 초심 찾기를 바라는 분들은 아무도 없으리라(웃음). 우리는 계속 변해야 하고 고쳐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 앞서 에프넬 때처럼 이번에 등장하는 이나비도 많이들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신규 유저에게는 그간 쌓인 스토리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먼저 이나비를 해보고 궁금하다면 다른 캐릭터도 한번 키워보면 어떨까. 그런 여러분을 위해 성장 동선은 한층 편하게 수정해 놓았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