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 감성이 다 해주는 게임, 니어 리[인]카네이션 체험기
니어 시리즈를 담당한 요코오 타로. 니어 오토마타에 이어서 프로듀서를 맡은 사이토 요스케. 캐릭터 디자인은 요시다 아키히코가 담당했으니, 니어 시리즈의 신작이라고 부를 만한 위치는 갖췄습니다. 실제로 요코오 타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니어 시리즈의 신작’이라고 명시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1년이 조금 안되게 지난 시점. 니어 리인카네이션은 일본 시장에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8일 서비스를 시작해서 21일 다운로드 횟수 300만을 달성했으니, 적어도 일본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받았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찌됐든, 이유가 있기에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를 받고 플레이를 했을 테니까요.
그럼 과연 어떤 점이 니어 리[인]카네이션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을까요. CBT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어디가 매력적인 경험이 주는 지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어드벤처 파트의 주인공인 소녀와 마마. 그리고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검은 허수아비’. 검은 허수아비가 들고 있는 무기들의 이야기를 게임 플레이를 통해 만나고. 감상하는 것에 중점을 둔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각 지역별로 엮이는 개별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소녀와 마마의 여정을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합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가 매우 독특한데, 일정한 방향에서 진행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매 챕터마다 만나는 검은 허수아비를 통해서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전지적 시점보다는 한 인물의 시점을 전하고, 이 과정에서 전투가 가미되는 방식입니다.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검은 허수아비가 어드벤처 모드 중간마다 일종의 체크 포인트가 되고,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를 다음 장으로 이끌어나가는 기준점을 만들어 뒀기 때문입니다. 개별 이야기 또한 전투 외적인 측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검은 허수아비의 이야기와 어드벤처 파트의 이야기로 구분되고 접점이 마련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여기서 제공되는 텍스트 그리고 더빙된 음성 자체는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긴 이동 동선과 몽환적인 특유의 음악. 비주얼 스타일이 한데 뒤섞이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분위기는 아주 효과적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굳이 급박하게 진행되지 않음에도 나름의 긴장감과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비주얼이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한 배경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비주얼과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괜찮은 편.
전투를 제외한 약간의 퍼즐 플레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문의 캐릭터인 ‘마마’를 조작해서 아주 간단한 퍼즐을 푼다거나. 어드벤처 파트 곳곳에 있는 검은 새를 터치해 소정의 보상을 얻는다거나. 어지러이 구성된 계단과 풍경을 감상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어드벤처 파트는 게임 플레이 측면보다 비주얼 감상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개발진은 이와 같은 부분을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요소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원하는 장면과 감정선을 전달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이야기 전달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풍경을 이리저리 둘러볼 수 없게 만든 데에는 의도가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니어 리인카네이션은 3D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플레이어가 자유로이 카메라를 조작할 수 없습니다. 이동 과정은 항상 고정된 카메라로 진행되며, 장소에 따라 캐릭터와 배경을 비추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만, 카메라가 명확하게 의도적으로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폐허와 같은 분위기. 그리고 원하는 오브젝트에 시선을 모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습니다.
카메라를 고정시키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전달한다.
플레이어가 이렇게 경험하는 모든 비주얼적인 요소. 그리고 음악. 마마의 짤막한 대사 등은 이야기를 몰입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무대장치이자 분위기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1회차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의 분위기. 이야기와 반대로 충격적인 연출을 순간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어드벤처 파트는 이야기가 조금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검은 허수아비를 통해서 이야기를 관찰하는 과정과 어드벤처 파트의 이야기가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접점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 뒀습니다.
이전 니어 시리즈로 따지자면, 1회차와 2회차의 차이라고 할까요. 1회차의 마지막 챕터에서 플레이어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하고 하나의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던 것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이야기로 자리하게 되죠.
여기서도 나름대로 회차 구분을 할 줄은...
1회차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2회차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래로 내려간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1회차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2회차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을 강조하며 다른 시점과 관점의 이야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에서 위로 가는 1회차. 위에서 아래로 가는 2회차.
당연하게도. 가챠 또한 존재합니다. 전투에서는 무기의 속성을 중점적으로 둔 듯 한데. 무기를 어떤 것을 착용하느냐에 따라서 편성한 캐릭터의 속성과 능력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속성을 잘 맞춰서 편성하거나. 해당 챕터의 내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에 능력치 배수를 두면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성을 제어하는 의도도 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가챠에서는 무기와 캐릭터가 함께 나옵니다. 아. 물론, 10회 돌려서 무기만 10개 나오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무기에 따라서 전투 흐름이 좌우되기는 합니다만, 전투 자체의 비주얼은 나쁘지 않습니다. 턴제로 진행되고 무기에 따라 2개의 스킬이 부여되며. 캐릭터 자체의 스킬 1개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전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익숙함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도.
육성 요소는 1회차에서 2회차로 넘어가는 부분(6챕터 클리어 이후) 이후 더 복잡해집니다. 이전까지 무기와 캐릭터를 육성했다면, 이제는 메모리라는 일종의 장신구 아이템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PvP 콘텐츠인 아레나를 개방하면서 늘어난 스펙을 쓸 장소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이한 전투 / 육성 시스템은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을 가로막는 요소가 됩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일 수 있지만. 리인카네이션의 중심을 스토리로 둔다면, 전투는 부차적인. 일종의 장애물과 같은 형태로만 자리합니다. 게임 내 캐릭터나 육성의 매력보다는 오직 이야기.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따라서 캐릭터 육성과 전투는 다음 이야기를 보기 위한 수단이자 장애물로 다가오게 됩니다.
전투나 육성은 그저 이야기를 보기 위한 과정에서의 장애물일 뿐.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니어 리인카네이션은 니어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미와는 별개로, 주목해볼 만한 거리가 있는 타이틀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담당한 요코오 타로의 취향들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도 만들어두긴 했지만. 게임의 중심 플레이와는 또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 전달의 매력을 오롯이 담기에는 전투와 육성 같은 시스템들이 부족했습니다. 전투는 곁다리이며, 플레이 도중 ‘굳이 전투가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챕터 시작마다 주요 캐릭터를 지급하고 가챠 또한 서비스 시작부터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면, 게임 내적인 이야기와 관련이 없는 상품과 시스템이 들어찬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투 시스템이 없거나 달라도 괜찮았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 정도.
현재 일본어로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 알렸던 ‘니아 리[인]카네이션’.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를 위한. 전투가 아닌 이야기를 위한 게임이라고 정리하겠습니다.
준수한 이야기와 달리 그외 부분에서 아쉬움이 아주 많이 남습니다만, 그럼에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은 충분합니다. 부디 한국어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할 따름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