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대우받지 못하기도 하는 사람들, 게임 업계의 '로컬'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도화된 구조에서 게임을 만들었을 때, 주목을 받는 것은 일부 인력에만 그친다. 필연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오직 소수의 인원만이 게임을 대표한다. 이는 단순히 외부적인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에 대한 대우와 관심이 달라짐을 뜻한다.
여기서 말한 ‘잊혀졌다’는 것은 최종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느냐. 그렇지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한글패치를 작업하지 않는 이상. 즉, 정식 유통을 통해 한국어화를 걸쳐 국내에 발매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어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산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 부분에서 제대로 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책정된 번역 업계의 평균적인 단가는 단어당 150원 선. 물론, 분량이 많다면 이보다 더 들어갈수도 있으며, 여기에 감수 비용과 번역 난이도. 그리고 언어에 따라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번역 품질에 따라서 가격 책정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다수의 게이머들에게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페이지 번역보다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내부에 팀을 꾸리지 않는 이상, 현지화를 위해서는 다른 인력을 수급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타이틀을 한국어화를 거쳐서 판매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 게임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 및 서비스 함에 있어서는 두 가지 정도의 형태로 진행된다. 텍스트의 경우 번역 인력을 임시로 고용해서 진행하는 방법을 택하며, 서비스 측면에서는 이를 위한 제반 작업을 다른 회사에 맡겨 진행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두 상황 모두 실제 업무 과정에서는 제대로된 보상 체계와 업무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우 번역 결과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은 마련되지 않는다. 게임이 AAA급이 아닌 인디 게임과 같은 소규모 타이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간 플레이어들이 직접. 자신들의 열정으로 채워왔던 것이 한글패치였고, 이러한 결과물이 자주 제공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발사가 직접 한글패치를 게임 내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원 저작자에게 있기에- 이와 같은 과정은 당연하게 무보수로 이루어졌다.
물론, 번역을 위한 에이전시와의 협력이 이루어지면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작업과 이에 따른 노동이 계약의 형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규모 타이틀의 정식 수입과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를 에이전시를 통한 것이 아닌 개인과 퍼블리셔가 직접 번역을 진행하면서 나온다. '개인 - 개발사'의 구조가 아니라 '개인 - 유통사 - 개발사'의 구조가 되면서 판매를 위해 한국어화가 필요한 상황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반 소비자가 제작했던 한글패치가 무보수로. 유저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던 부분들이 제대로된 노동 보수 지급에 영향을 미쳤다. ‘어차피 자기들끼리 알아서 무료로 하던 건데 약간만 보상을 지급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인식이 유지된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소규모 인디 타이틀의 번역을 담당했지만, 보수로 지급된 것은 기프티콘 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동을 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금액이 아닌 자그마한 상품권인 셈이다. 얼핏 듣기에 말이 안될 것 같은 이러한 보수 지급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리고 작은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충격을 준다. 이렇게 소규모 타이틀의 경우, 건당. 타이틀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들은 정규 인력이 아니며, 한국어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번역, 노동에 대한 정당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위 ‘열정페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때로는 게임 크레딧에 올라간다는 것이 특별한 보상처럼 명시될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구조는 주로 모바일 게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퍼블리싱 과정에서 제 3의 회사가 끼어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자회사가 직접 로컬라이징 개발과 LQA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대형 퍼블리셔 중 일부는 내부 개발팀을 통해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기 보다는 이를 위한 제반사항을 다른 회사가 담당하도록 계약이 맺어지기도 한다. 퍼블리셔는 게임을 마켓에 등록하기 위한 시스템·서버 엔지니어 정도만을 갖추고 나머지 작업은 계약을 맺은 중소 개발사가 전담하는 구조다.
즉, 이 경우에는 아웃소싱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형태로 번역과 적용 등 현지 서비스를 위한 대부분의 사항들이 이루어진다. 퍼블리셔는 계약을 통해서 권리를 가져오며, 서버 등의 기술적 제반을 담당한다. 해외의 개발사는 게임 콘텐츠의 개발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퍼블리셔에 넘긴다. 제 3의 중소기업은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로컬라이징 작업에 착수한다. 현지 서비스에서 수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수정 등을 진행하는 형태다.
IP의 계약은 자금적으로 여유로운 퍼블리셔가 가져왔지만, 실무는 이와는 별도의 중소 개발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소위 ‘로컬’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로컬 또한 개발자들과 작업 조율을 위한 PM 등 관련 직군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직 시에 제대로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서비스를 위한 작업은 로컬에서 진행되지만, 대형 퍼블리셔의 이름만이 대외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청과 같은 셈인데,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 보수가 지급되고 게임의 버전업을 진행하면 추가 수당이 주어진다. 실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실제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QA는 퍼블리셔에서 진행하는 것임에도 내부적으로는 로컬 개발사에 책임소재가 돌아가게 된다. 번역 오류 등이 나왔을 경우, 퍼블리셔 단위의 QA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 로컬 개발사에 책임 소재가 덧씌워지기도 한다.
갑과 을의 관계에 더 가까워지고 실제 서비스를 위한 인력들의 노동은 제대로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은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도 담당사이자 개발사로도 인식되지 못한다. 퍼블리셔가 아닌 다른 개발사가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작업에 함께 했음을 증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곧, 입장을 가르는 일종의 권력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기에, 게임의 성공보다 작은 보상이 분배되고 거대 기업 위주의 시장 구조는 계속해서 고착화된다.
이제 게임은 소수의 인원으로 개발하고 발매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며, 동시에 자사 외에도 협력해야만 하는 인력과 집단들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개발사가 아닌, 외부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함께 게임을 만들었지만, 어디서든 이름을 찾지 못하는. 그리고 아무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하나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나와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존재 자체가 인식되지 못하기에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형사 중심의 현 게임 생태계에서 필연적으로 그늘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