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터와 코드 베인 내상 치료해줄, ‘스칼렛 스트링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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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솔 시장에 재패니메이션풍 게임이 흉년이다. 물론 모바일로 눈을 돌리면 취향 저격 게임이 많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콘솔로 즐기고픈 게 콘솔 게이머 마음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오는 6월 24일 국내 정식 발매될 반디아남코 신작 액션 RPG ‘스칼렛 스트링스(Scarlet Strings)’는, 누가 뭐라해도 필자의 마음 속 작고 소중한 올해 최고 기대작이다.
사실 완전 신규 IP에 아직 체험판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스칼렛 스트링스’를 향한 여론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아무래도 동사가 앞서 발매한 ‘갓이터 3’와 ‘코드 베인’이 안 좋은 의미로 연타석 홈런을 쳤으니 별 수 없겠다. 그래도 헌팅 액션이나 소울라이크보다 훨씬 무난한 장르인 액션 RPG니까 또 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남들보다 조금 먼저 게임을 시연했다.
금번 시연은 두 주인공 유이토 스메라기와 카사네 랜들로 초반부인 챕터 1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이 진행되며 자연스레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이를 익혀가는 구성이므로, 본고 역시 콘텐츠와 시나리오 소개를 나누지 않고 플레이한 순서 그대로 서술토록 하겠다. 참고로 챕터 1의 분량은 주인공 하나로 능숙히 플레이했을 때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본작의 두 주인공 유이토와 카사네는 서로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A를 고른다고 B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 유이토와 카사네 중 누굴 고르든 다른 한 쪽도 시나리오대로 등장하며, 따라서 두 주인공은 속한 팀과 수행하는 임무가 각기 다르다. 짧은 시연만으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럴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만약 그렇다면 2회차가 반쯤 필수적인 셈이다.
어쨌든 유이토나 카사네나 괴이토벌군 적격자 판정을 받고 최종 시험(을 빙자한 튜토리얼)을 치르는 부분까진 똑같다. 여기서 기본적인 조작을 익히게 되는데, 3인칭 액션 게임의 표준적인 조작 체계를 따르고 있으므로 그리 어렵지 않다. Xbox 컨트롤러 기준으로 아날로그 스틱 이동 및 시점 조정, X 일반 공격, Y 특수 공격, A 점프, B 스텝/대시다. Y+B는 일종의 색적 기능.
본작의 특징적인 요소는 역시 초뇌능력, 주인공의 경우 두 사람 다 염력이다. 전장에 산적한 각종 사물을 RT로 들어올리면 알아서 록온된 적에게 집어 던진다. 이때 선택한 사물이 특수 오브젝트일 경우 좌우에서 들이칠 때는 아날로그 스틱 두 개를 안쪽으로 당기고 위에서 내리 찍을 때는 아래로 당기는 식으로 간단한 QTE가 진행된다. 물론 그 파괴력은 보통 사물보다 강하다.
두 주인공의 초뇌능력은 같지만 주무기가 다르다. 유이토는 묘호 무라마사라는 일본도스러운 칼이고 카사네는 갈엽이라는 표창 무더기인데 투척 후 곧장 염력으로 회수한다. 그러니까 ‘기동전사 건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종의 판넬이라 생각해주기 바란다. 짧은 시연이라 뚜렷한 성능 비교까진 무리였지만 개인적으로 타격감은 유이토가 나았던 듯하다.
이처럼 일반 공격, 특수 공격, 염력까지 세 가지를 조합하여 펼치는 액션 시스템의 깊이가 상당하다. 염력 공격 후 평타를 쓰면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러시 공격, 역으로 평타 후 염력 공격은 피해 증가, 콤보 당 한 번만 가능한 특수 공격은 염력 게이지 회복량이 높은 식. 여기에 점프도 섞어줘야 하고. 염력 게이지를 관리하며 끊임없이 딜사이클을 돌리는 게 요령이다.
일단 액션의 기초 정도만 맛보면 튜토리얼은 종료된다. 적격자 시험 때 옆에서 고통 받던 동료도 의외로 입대에 성공했는지 본부 밖에서 맞아준다. 유이토는 오랜 친구인 나기, 카사네는 언니인 나오미가 그 역할을 맡는다. 캐릭터간 대화 시 컷신은 만화 느낌을 내고 싶었는지 공수를 덜고 싶었는지 몰라도 만화책스러운 컷 분활 + 스탠딩 CG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잠시 괴이토벌군 본부가 위치한 스오 류진구 도심을 돌아다닐 수 있다. 반픈월드라기도 뭐한 미묘한 규모지만 독특한 SF 설정이 녹아든 풍광을 보며 세계관에 몰입하고,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말을 걸어 간단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여기저기 소소한 아이템이 떨어져 있기도 하다. ‘페르소나’ 같은 작품에서 보던 수준의 마을 필드를 떠올리면 되겠다.
충분히 구경했다면 다음 스토리 시작 지점으로 가자. 그러면 도심에 괴이가 출몰했다는 경고 방송이 나오며 사람들이 대피하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일행은 이제 막 입대한데다 출동 명령도 안 떨어졌지만,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즉석에서 응전한다. 이때 동료가 처음으로 함께 싸우지만 아직 시스템적으론 새로울 게 없다. 동료는 AI가 조작한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컷신으로 넘어가며 본작의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이 연출된다. 유이토와 카사네가 처음으로 만나고(…아마도. 이 부분은 모호하게 처리된다), 코다마 소대와 쿄카 소대 등 토벌군 선배 요원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셉텐트리온 칭호를 받은 최상위 실력자들은 일명 까마귀라 불리는 메스컴에 의해 마치 연예인처럼 다뤄진다.
잠시간 소란이 지나가고 본부로 귀환한 유이토와 카사네는 각기 다른 소대에 배속된다. 당연히 플레이어 시점에선 자기가 고른 주인공 쪽만 볼 수 있다. 이어서 첫 임무를 함께 할 파트너가 결정되는데 유이토와 카사네의 동료 케미가 전혀 달라서 재미있다. 유이토 쪽은 전형적인 소꿉친구인 하나비로 불을 다루고, 카사네의 경우 악우 느낌의 시덴으로 전기를 쓴다.
파트너의 초뇌능력이 왜 중요하다면, 공식적인 첫 임무부터 SAS 시스템이 해금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동료의 초뇌능력을 끌어다 쓰는 기능으로 최대 네 명까지 등록 가능하다. 즉 유이토는 무라마사에 화염을 두를 수 있고 카사네는 전류가 흐르는 갈엽을 날리는 식이다. SAS는 사용 제한 시간과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으며 켰다가 도중에 끌 수도 있다.
튜토리얼까지만 하면 본작의 액션이 좀 연출이나 조작이나 심심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SAS 시스템이 해금되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검격이 불을 내뿜고 표창이 전격을 흩뿌리는 연출이 굉장히 화려하기 때문에 그만큼 평타에선 힘을 뺀 것이다. SAS로 연결하는 초뇌능력 중에는 단순한 불이나 전기뿐 아니라 분신을 만들거나 투명화되는 것도 나온다.
그러면 불의 검과 전격의 표창이 단순히 연출과 파괴력만 높여주느냐? 그렇지 않다. 여기서 또 속성 시스템이 나온다. 발화 능력은 화상을 입혀 지속 대미지를 주고 전기는 몸을 마비시켜 움직임을 봉쇄한다. 염력으로 특수 오브젝트인 물탱크를 날려 침수 상태로 만든 후 전격으로 추가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 이 속성 시스템은 아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주의하자.
임무 끝자락에는 거대한 보스가 버티고 있다. 작중에선 중대 괴이라고 부르는데, 앞서 트레일러 등을 통해 모습이 공개된 바 있는 전구 거미 같은 녀석이다. 그냥 무식하게 패도 죽일 순 있지만 특정 위치로 유인한 후 천장에 매달린 거대 오브젝트를 염력으로 떨구면 수월히 공략 가능하다.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라 큰 패턴은 반드시 회피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본작의 장르가 액션 ‘RPG’ 아닌가. 보스까지 무사히 쓰러트렸으니 성장과 장비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캐릭터 성장은 레벨업 시 획득한 BP로 브레인맵이라는 일종의 스킬 트리를 찍는 방식이다. 트리는 강화, 확장, 보조로 나뉘며 각각 대미지 증가 등 직접 강화, 콤보 횟수 추가 등 새로운 동작, 플러그인 슬롯 확장 등 간접 지원의 효과 위주로 구성된다.
장비는 무기, 플러그인, 코스튬, 어태치먼트로 세분화됐다. 이는 반다이남코의 재패니메이션풍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스펙을 좌우하는 장비와 외형을 꾸며주는 장비를 구분하여 시쳇말로 ‘룩딸’하는데 성능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무기는 말 그대로 무기, 플러그인은 스펙을 좌우, 코스튬은 외형, 어태치먼트는 거기에 추가되는 작은 꾸밈 요소다.
거의 끝났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건 챕터와 챕터 사이에 위치한 아지트에서의 휴식(Hide Out)이다. 스탠바이 페이즈라고도 하며, 여기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선물을 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소소한 서브 스토리를 감상하는 요소인 동시에 유대 레벨을 높이는 방법이다. 유대 레벨은 1~6까지로 높을수록 SAS 연결 시 초뇌능력의 효과가 강화된다.
이외에 파티원 편성도 스탠바이 페이즈에서 해야 할 일이다. 상술했듯 SAS는 최대 네 명까지 연결할 수 있지만 전장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는 둘뿐이다. 이 둘을 배틀 멤버라고 하며 나머지는 대기 멤버가 된다. 초뇌능력만 필요하다면 그냥 SAS 등록으로 족하지만, 함께 싸우는 것으로도 유대 레벨이 오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동료는 배틀 멤버로 편성하자.
솔직히 필자도 ‘갓이터 3’와 ‘코드 베인’에 적잖이 실망했던 터라 ‘스칼렛 스트링스’는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그간의 우려가 상당부분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전세계 내로라하는 AAA급 신작들과 나란히 세워놓으면 다소 어설퍼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갓이터 3’와 ‘코드 베인’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호평하고픈 점은 이러하다. 첫째, 초뇌능력이야 사실 그냥 초능력이라 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SF 세계관. 근미래적 도심과 기괴한 이형의 적들, 실력에 따라 계급이 나뉘며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토벌군 등은 게임 초반부터 다음 내용을 궁금케 한다. 고유명사 활용이 꽤 잦은 편인데 부담스레 쏟아내기 보다 자연스레 소개하는 식이라 더 좋았다.
둘째, 많은 수에도 불구하고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캐릭터들. 괴이토벌군에는 여러 소대가 존재하고 저마다 속한 요원이 네다섯 명씩 된다. 그만큼 ‘갓이터 3’나 ‘코드 베인’보다 등장인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한 명 한 명 캐릭터성이 확실했다. 다만 주요 사건이 본격화될 중반 이후로도 적절한 비중 배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셋째, 액션 RPG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액션 그 자체가 퍽 괜찮다. 단순히 칼질하는데 염력 좀 섞은 게 아니라 다양한 연계 동작과 부가 효과로 머리를 쓰게 만들었다. 네 개나 되는 SAS 연결도 저마다 속성 및 활용법이 달라 액션의 선택지를 늘려준다. 하다 보면 개발자들이 고민을 많이 했구나 싶어진다. 손에 익으면 현란한 플레이가 가능할 듯하다.
물론 장점만 꼽아본 거지 장점뿐인 게임이란 건 아니다. 일단 앞서 양해를 구했듯 첨단을 달리는 그래픽은 아니다. 모션도 살짝 뻣뻣하다. 미니맵이 진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챕터 1만으로 확인 불가능한 문제가 중후반에 발생할 수도 있다(적이 재탕 투성이거나, 코스튬이 별게 없거나 등등). 시연은 그저 첫인상일뿐, 진짜 평가는 게임이 나와봐야 가능할 터이다.
※ 시연으로 파악한 ‘스칼렛 스트링스’ 챕터 1 정보를 정리해보자.
- 주인공은 남자 유이토 스메라기와 여자 카사네 랜들, 두 명이다.
- 유이토를 고르면 카사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둘 다 시나리오에 존재한다.
- 둘의 행보는 서로를 대체하지 않으며 소속 소대와 첫 파트너, 임무 내용이 전부 다르다.
- 근미래 일본풍 도시 스오(Suoh) 시내를 돌아다니며 행인과 대화할 수 있다. 다만 그 규모나 자유도는 협소하다.
- 이형의 적인 괴이(怪異)는 갑작스레 출몰하며 도심 한복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 괴이토벌군에는 여러 소대가 있으며 상위 실력자들은 셉텐트리온이라 불린다.
- 토벌군의 활약상은 엔터테인먼트다. 매스컴이 마치 연예인처럼 취재한다. 요원들은 이를 까마귀 떼라며 꺼린다.
- 스토리 컷신은 정지 화상 위주이며 마치 만화책 같은 컷분할을 보여준다.
- 기본적인 조작 체계는 3인칭 액션 게임의 전형을 충실히 따른다.
- 다만 평범한 공격 외에 초뇌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이 여타 게임들과 다르다.
- 유이토는 무라마사, 카사네는 갈엽이 주무기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필자는 유이토의 타격감이 더 좋다고 느꼈다.
- 평타와 초뇌능력 사이에 연계 효과가 발생하므로 일종의 콤보처럼 몰아치는 게 가능하다.
- 다만 염력 게이지가 넉넉하지 않으므로 이를 관리하며 딜사이클을 돌리는 게 요령이다.
- 염력으로 끌어오는 사물 중 특수 오브젝트는 짧은 QTE를 요구한다(그리 어렵진 않다).
- SAS 시스템을 통해 최대 네 명까지 동료의 초뇌능력을 등록해 빌려 쓸 수 있다.
- 유이토의 첫 파트너 하나비는 불, 카사네의 첫 파트너 시덴은 전기 능력자다.
- 속성 시스템이 존재한다. 불은 화상을 입히고 전기는 마비를 시킨다. 침수 상태에선 전격 대미지가 더 들어간다.
- 초뇌능력에 이처럼 단순한 속성만 있진 않다. 어떤 동료는 분신을 만들고 투명화하기도 한다.
- SAS 등록은 네 명까지 가능하지만 같이 싸우는 동료는 두 명뿐이다. 이를 배틀 멤버라 하며 나머지는 대기 멤버다.
- 평타 + 염력 + SAS 시스템의 조합으로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액션 시스템의 깊이가 상당하다.
- 버튼 연타만으로 깰만한 난이도가 아니다. 특히 보스전은 큰 패턴을 제대로 피하지 않으면 창졸간 게임 오버다.
- 레벨이 오르면 BP로 브레인맵이라는 스킬트리를 찍는다. 트리는 세 갈래로 나뉘지만 두루 찍어주는 방식이다.
- 장비는 네 종류다. 무기와 플러그인은 스펙에 영향을 끼친다. 코스튬은 전체 외형, 어태치먼트는 소소한 장식이다.
- 챕터와 챕터 사이에는 휴식(Hide Out)이 존재한다. 동료와 담소를 나누거나 선물을 주고 받고 파티를 편성한다.
- 전투, 대화, 선물 등으로 동료와의 유대 레벨(최대 6)이 높아지면 SAS 연결 시 초뇌능력이 강화된다.
- 더 많은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챕터 1에 나오지 않은 것들은 시연하지 못하였으므로 본고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반다이남코는 이달 중 ‘스칼렛 스트링스’ 무료 체험판을 배포할 예정이다. XONE, XSX|S는 오는 21일부터 PS4, PS5는 일주일 늦은 28일부터 내려 받을 수 있다. 해당 빌드에선 두 주인공으로 하나비, 루카, 츠구미, 겜마, 시덴, 아라시, 카게로, 쿄카 등과 함께 다양한 초뇌능력 액션을 체험 가능하다. 플레이 데이터를 보관하면 향후 본편서 소정의 보상(유이토 편 - 어태치먼트 '토끼 귀 마스크(머리)[화이트]' / 카사네 편 - 어태치먼트 '토벌군 표준 캐리어[블랙]')을 받게 된다. 게임 진행 상황까진 계승되지 않는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