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덕질하고 싶은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올해 초, 서브컬쳐 본고장 일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국산 미소녀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모바일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다.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곳은 넷게임즈, 여기서 국내 게이머가 들으면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넷게임즈는 국내에서 ‘히트’, ‘V4’ 등 실사풍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RPG를 개발한 회사이며, 블루 아카이브는 그 넷게임즈의 첫 서브컬쳐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소녀 게임이 즐비하는 일본에서 미소녀 게임으로 살아 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생존 비결을 과연 무엇일까? 2021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NDC 2021 '블루아카이브 아트 디렉팅 - 덕질할 수 있는, 하고싶은 IP 만들기' 강연을 통해 알아봤다. 넷게임즈의 MX스튜디오 김인 아트 디렉터가 말하는 비결은 ‘덕질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최초 블루 아카이브의 비주얼 방향성을 설정할 때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완전히 새로운 소재여야 하고, 미소녀가 등장해야 하고, 일본에 바로 출시해야 했다. 뭐든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장차 게임의 얼굴이 될 비주얼을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트를 설계하기 앞서서 고려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서브컬처 기반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일 것, 두 번째 엄폐물을 사이에 둔 원거리 전투일 것, 세 번째, 전투의 비주얼은 3D, 캐릭터는 SD등신일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엄폐물 전투, 미소녀 수집형 RPG, SD 캐릭터, 세 가지 조건을 걸고 만든 게임이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먼저 캐릭터 수집 게임이 범람하던 시장을 살펴보며 흐름을 먼저 살폈다. 당시 미소녀 게임 시장은 2013년 ‘함대 콜렉션(칸코레)’를 시작으로 2017년 ‘소녀전선’, ‘벽람항로’ 등 사물 및 인물의 모에화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고, 중국발 서브컬처 게임이 그런 흐름에 탑승하기 시작하면서 레드오션화가 가속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면, 비주얼 양식이 판타지에서 점차 현대, 근 미래 콘셉트의 무거운 비주얼로 변화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그런 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블루 아카이브의 방향성을 오히려 시장 흐름과 반대에 위치한 밝고 캐주얼한 게임으로 설정했다. 기존 게임와 대비되고, 시각적, 정서적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밝고 캐주얼한 지점의 수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기본 방향성을 정한 다음 고민한 것은 세계관의 지향점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은 세 가지 기준을 두고 구체화했다. 첫 번째, 전투가 끝난 뒤 평화로운 일상 파트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 우울증이나 PTSD와는 거리가 먼 세계관이어야 한다. 세 번째, 청춘이 있고, 러브코메디를 찍을 수 있어야 한다. 방향성과 지향점을 정한 후 만들어진 키비주얼이 아래와 같은 도시와 학교 등 일상 배경에 미소녀들이 총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방향을 설정하고 세계관을 그려냈다면, 게임만의 상징이 필요하다. 블루 아카이브는 게임만의 상징을 만들어 내기 위해 ‘헤일로’를 차용했다. 게임 캐릭터의 머리 위를 보면 마치 천사 고리와 같은 빛의 띠가 떠다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도시 상공에도 그와 비슷한 빛의 띠가 위치하고 있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세계관, 배경 요소에도 녹여냄으로써 게임이 시장에 나갔을 때 이러한 요소 하나만 보더라도 ‘아, 이 게임이구나’라고 알아볼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블루 아카이브 비주얼 상징성 '헤일로'
전투 후 일상이 있고, 우울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세계관을 그려냈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조직의 특성에 맞게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넷게임즈 MX스튜디오는 PD부터 팀원까지 대부분 구성원이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조직이었다. 특히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애니메이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볍고 담백한 비주얼의 ‘미소녀’를 소화하기에 적합한 조직이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미소녀 게임 황금기를 이끌었던 ‘함대 콜렉션’을 바탕으로 시장을 들여다보자면 콘셉트는 군함, 상품은 캐릭터, 실질적인 가치는 캐릭터와의 교감에 있다. 콘셉트와 캐릭터는 포장재 역할이고, 실제 고객이 원하는 것은 캐릭터의 애정과 호감이라면,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정하게 된 것이 블루 아카이브의 ‘미소녀 밀리터리 학원 연애 시뮬레이션’, 줄여서 ‘미연시’라는 콘셉트다.
게이머가 미소녀 게임에 바라는 바가 캐릭터의 애정과 호감이라면...
기존 시장 캐릭터의 경우 터치 기반 성적어필, 또는 Live2D를 활용한 ‘움직이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던 상황이었다. 블루 아카이브는 움직이는 것이 주가 아닌, 움직임을 넘어서 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위해 캐릭터와 교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개발자가 아닌 유저로서, 즐기고 싶은 캐릭터 게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봤을 때, 세계에 닥친 위기와 모험과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동기, 그리고 쏟은 애정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면서 아트에 가장 집중하여 담고자 한 것은 ‘인터랙션’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간섭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캐릭터다. 블루 아카이브는 미소녀 캐릭터가 중심이 되도록 상황 혹은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눈을 움직여 플레이어와 아이컨택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반응하고,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표정이 변하는 등 ‘멈춰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바탕으로 한 미소녀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는 게임이 탄생하게 됐다.
그런 의미로 게임의 중심을 잡아주는 마스코트 역할 캐릭터도 중요했다. 다양한 매력이 난립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아트의 기조를 응축한 상징성을 가진 캐릭터가 하나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 마스코트 캐릭터 ‘아로나’는 플레이어의 비서 역할인 캐릭터로, 튜토리얼, 퀘스트, 뽑기까지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등장해 플레이어와 함께한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심지어 TTS로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불러 주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아로나’라는 마스코트 캐릭터를 통해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기대와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게임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프로모션 비디오(PV)다. 세계관의 분위기와 기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핵심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애니메이션부터 BGM까지, 모든 연출이 향후 전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돌려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 출시 PV 조회수가 120만 회에 달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렇게 탄생한 블루 아카이브는 게이머에게 네 가지 키워드로 매력을 어필한다. 교감이 가능한 다양한 ‘미소녀’가 등장하고, 세계에 닥친 위기를 해소해 나가는 캐주얼한 현대전, ‘밀리터리’ 파트가 등장한다. 풋풋한 학교 생활과 동아리활동을 묘사한 ‘학원’이 등장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공략, 연애할 수 있는 ‘육성 연애’ 시스템을 탑재했다. 블루 아카이브의 선보인 매력 포인트는 먹혀 들었고, 일본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4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완수했다.
김인 아트 디렉터는 관련하여 “오픈을 넘어서 블루 아카이브는 현재까지도 아직 여정의 도중이다.”라며 “아직 미비한 부분도 많지만 큰 고비를 넘어서 함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 주시는 주변 동료 여러분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2월 일본에 선 출시한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5월 26일 모회사인 넥슨과 국내 및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 빠른 시일 내 국내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론칭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서브컬쳐 본고장인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블루 아카이브는 과연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