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날로 망하자, '서울 2033'이 걸어온 길
이후 2019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에서 이름을 알린 반지하게임즈는 현재도 서울 2033의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으며, 게임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콘텐츠의 볼륨을 계속해서 누적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서울 2033을 선보인지 어언 3년. NDC 2021 강연을 통해, 서울 2033의 개발과정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연에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공동대표가 자리해, ‘서울 2033’의 개발 과정 전반을 돌아보고 어떠한 교훈을 남겼는지. 그리고 IP 확장 및 글로벌 전략 수립 과정 등 개발과 확장에 대한 고민과 결과물 전반을 청중에게 전달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 플래시 게임을 혼자서 개발했던 이유원 공동대표는 2015년 반지하게임즈를 결성하고 이후 다수의 타이틀을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2033’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 2033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울을 탐험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아이템과 능력을 수집하고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게임 플레이 대부분은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 이후 국내에서 101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2019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 / 올해를 빛낸 게임 인디게임 부문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서울 2033을 출시하기까지
그렇다면 서울 2033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을까. 강연에서 이유원 공동대표는 과거를 돌아보며, 공동대표인 백승민 개발자와의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대학 생활의 스펙 쌓기와 학점 관리에 시달리던 나날 속에서, 백승민 공동 대표가 이야기 한 “만들던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로 내 주겠다”는 이야기에서 반지하 게임즈의 설립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고교 동창 세 명이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를 맡았으며, 여기서부터 반지하게임즈의 본격적인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나름대로 성과를 내기는 했으나, 당시의 반지하게임즈는 이를 두고 일시적인 유행이나 단발적인 현상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게임 개발이 직업이 될 수 있는지. 하나의 게임을 라이브 서비스할 것인지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이유원 대표는 “토이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보니, 개발과정 자체는 별로 설명드릴 것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오히려 기획 의도와 출시 이후의 성장 과정이 현재의 라이브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쳤고, 강연에서는 이 부분에 집중하여 설명을 이어나갔다.
● 서울 2033의 기획 의도
서울 2033의 시작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만난 ‘필름을 위한 선’이라는 작품에서 출발한다. 해당 작품은 영사기에 빈 필름을 넣고 의미없는 영상을 벽에 송출하는 작품이다. 백남준 작가의 해당 작품은 이후 많은 작가들에 영향을 미쳤고, 버튼이나 조이스틱을 조작할 때마다 수치가 변화하지만 노이즈를 계속해서 송출하는 작품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 2033의 프로토타입은 플래시 게임으로 제작되었으며, 친구들을 통해서 프로토타입의 반응을 검증했다. 이후 기획 단계에서 이어진 게임의 테마는 ‘포스트 모던과 확장성’이었다. 지나치게 방대한 텍스트보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확장성 측면에서는 언제 어떤 이야기가 추가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넓고 자유로운 테마를 제공하고자 했다.
모든 기준을 종합한 결과, 체력 / 멘탈 / 돈 까지 세 개의 자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텍스트로 구현된. 서울에서 벌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선택지형 게임이라는 결론으로 게임의 형태가 정해졌다.
다만, 단순히 순서만 랜덤이 아니고 이벤트 내에서 증감되는 수치에 따라서 이벤트가 제공되는 구조다. 강연자는 이벤트 구조를 설명하면서 “이벤트 셔플과 상태 변수의 활용은 효율성과 상호작용성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많은 텍스트 양을 소화하기 위한 종이책과 같은 디자인을 사용했다. 개발에 있어서는 여백과 텍스트 영역. 글씨 크기와 자간 같은 기능 등을 고려하기도 했다. 일러스트는 유저의 상상력을 방해하지 않는 삽화 느낌으로 제작하여, 힌트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서울 2033의 개발 기간은 약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실제 출시까지의 과정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출시 이후 반응은 이전 타이틀과는 달랐다. 별다른 데이터 분석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픈 채팅방의 유입량이 증가했고, 유명 스트리머의 방송 이후 유저가 몰렸다.
이에 대응하는 한편, 급하게 BM을 마련하기 위해서 유료 버전을 출시하는 결정도 내리게 됐다. 이후 유료 버전은 차트 상단을 유지하며 다시금 유저를 모으는 결과를 가져왔다.
● 출시 이후 -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얻은 것들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몰린 것은 좋은 일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계기로도 작동했다. 이유원 공동대표는 부족한 점의 대표적인 사례로 두 가지를 꼽았다. 콘텐츠 부족과 BM의 미비. 그리고 라이브 서비스 준비 부족이었다.
출시 이후 반지하게임즈는 커뮤니티 활성화를 중심으로 플레이어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을 촉진하고자 했다. 각 커뮤니티의 다양한 경로를 활성화 하고자 했으며, 2차 창작을 통해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줬다.
강연자는 “당시에는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할 여력이 없어 이러한 채널을 사용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주요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대한 다양한 유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뉴미디어로 소통하는 신세대 개발사의 이미지도 가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커뮤니티 활성화가 가져온 무엇보다 값진 결과물은 ‘유저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강연자는 이와 관련하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임 추천글을 통해, 서울 2033의 어떤 면이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확장팩 ‘드래곤 마운틴’은 선택을 통한 스토리 루트를 제공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선택지를 탐색하도록 설계했다. 싱글과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동물친구들’ 확장팩에서는 수색 - 공격 - 야영의 단계로 게임을 구성하며 상호협력. 그리고 플레이어를 딜레마에 빠뜨리는 배신과 협력 인카운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테마의 확장으로 연애 시뮬레이션의 법칙을 따른 ‘미.연.시’ 확장팩은 확장팩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후 출시한 ‘언더월드’ 확장팩은 두 요소를 적절히 결합하여,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언더월드 확장팩에서 플레이어는 100층에 달하는 지하 던전을 탐험하게 되며, 20층 단위로 구역을 나누어 각기 다른 테마와 스토리를 전달했다. 이외에도 인카운터 이벤트, 세부 자원을 관리하게끔 만들었다. 동시에 메인 스토리에 대한 복선을 회수하는 장소로도 사용했다.
이렇듯 유저의 반응을 분석하고 살펴본 것에 대해서 이유원 대표는 “유저 피드백을 제공받으며 적합한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퀄리티 면에서나 마케팅 면에서나 큰 행운이었다”고 분석했다.
● 이후의 진행 상황 - 마케팅 측면과 라이브 장기화
서울 2033의 초반 마케팅을 주도한 것은 유튜브 트위치 등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게임은 바이럴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었다. 또한, SBS와 연합 뉴스 등에도 시각 장애인 유저들을 위한 접근성 개선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유원 대표는 시각 장애인 유저들도 즐길 수 있게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것에 대해서 ‘열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시각적 연출 없이도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른 개발자의 네트워킹과 창작 욕구를 환기하는 경험도 거쳤다.
이유원 대표는 이 중에서 자체 후원 시스템인 ‘이야기꾼의 연습장’을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꼽았다. 해당 BM은 업데이트 전에 공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원하는 프로젝트에 후원을 하여 개발 일정을 앞당기도록 하는 후원 역할을 한다. 후원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굿즈와 캐릭터 창작 특전-콘텐츠에 유저가 창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공된다.
BM의 설계와 관련하여 이유원 대표는 ‘쇼핑의 재미를 살려야 했다’는 문장으로 방향성을 정리했다. 정기적 확장팩 출시와 패키지화로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향이다. 이 부분에서 이유원 대표는 “유저 친화적 운영이 BM 기획과 관련한 모든 시도에서 든든한 아군이 됐다”는 말을 남겼다. 유저들이 개발사를 믿고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시청한다는 점이 개발사가 원하는 BM을 개발하는 것에 자신감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 그 이후의 서울 2033
이후 서울 2033은 IP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2033의 IP를 활용한 카드 대전 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진행했다. 해당 펀딩은 시작 후 30분만에 1천만 원을 성공적으로 모금한 바 있다.
세계관을 활용한 프리퀄 단편도 준비 중이다. ‘서울 2033: 유시진’과 ‘서울 2033: 방공호’는 서울 2033의 18년 전 이야기를 그린다. 각각 독립적인 작품으로 기획되었으며, 각자 독특한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고자 했다.
‘서울 2033 : 유시진’은 폴드백 기법을 활용해 텍스트 위에서 펼쳐지는 방 탈출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서울 2033: 방공호’는 게임 내의 이야기를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도록 기획했다. 해당 타이틀들은 차트 상단에서 오랜 기간 자리하며 서울 2033으로의 유입을 이뤄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서울 2033’이 걸어온 길을 정리한 이유원 대표는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도전에는 어려움도 있지만, 개척해 나가는 즐거움도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기획자 입장에서 독특한 게임을 오랜 기간 서비스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강연의 마지막 한 마디로, 반지하게임즈의 모토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날로 망하자”는 문장을 전했다. 이를 통해서 강연을 듣는 개발자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며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며 강연을 마쳤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