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이 PC와 콘솔을 선택한 이유, 네오위즈 박성준 라운드8스튜디오장 인터뷰
콘솔. 그리고 PC에서 블레스 언리쉬드를 선보인 ‘라운드8스튜디오’는 국내 업계가 시도하지 않았던 방향성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블레스 언리쉬드와 P의 거짓을 비롯해서, ‘아바(A.V.A)의 신작’.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중심으로 PC,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네오위즈의 새로운 방향성이기도 하다. 네오위즈는 그간 국내 인디 개발사가 제작한 타이틀을 성공적으로 퍼블리싱한 바 있다. ‘플레비 퀘스트’를 시작으로 ‘스컬 더 히어로슬레이어’ / ‘메탈 유닛’ / ‘언소울드’ 등 꾸준한 퍼블리싱 및 콘솔로의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네오위즈. 그리고 ‘P의 거짓’을 선보인 라운드8 스튜디오는 어떤 방향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고. 목표를 두고 있을까.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의 박성준 스튜디오장과의 대화를 통해, 조만간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블레스 언리쉬드’, ‘P의 거짓’ 그리고 ‘아바 신작’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 박성준 스튜디오장
● 업계 경력을 따지자면 아주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해오신 것으로 압니다. 자기 소개를 겸해서,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해 오셨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97년 부터 프로그래머로 개발을 했으니. 시간으로 따지자면 오래 되기는 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도 담당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2019년 블레스 언리쉬드의 개발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하나의 큰 스튜디오를 맡고 있고요. P의 거짓 / 아바 신작 팀까지 라운드8 스튜디오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매출액 기준이기는 하지만, 국내 시장의 콘솔 비중을 보자면 다른 플랫폼 대비 작은 규모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세 개의 프로젝트가 각각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콘솔 시장에 어떤 메리트가 있다고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지금 우리나라 게임 업계의 상황이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를 가봐도, 한국게임에 대한 혐오가 있고요. 이와 관련해서 이전 시점부터 시장을 분석해 보면, 크게 두 종류의 게이머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 진지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입니다. 두 번째로는 캐주얼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층이고요. 과거를 보자면,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유저들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개발하는 분들도 진지한 유저층이었고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개발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자본이 더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 텐데.’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당시 하나의 타이틀을 만드는 데에 들어간 비용은 지금으로 보자면 MMO에서 던전 하나를 만드는 정도의 비용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전환점이 생겼습니다. 닷컴 버블을 기점으로 물밀듯이 게임들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자본 측면에서의 조건이 갖춰졌었죠. 하지만 여기서 국내 시장은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물론, 온라인이 나쁜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유저들이 원하던.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원하던 플레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구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게임의 세계관. 플레이. 네러티브. 연출과 액션 등 다양한 가치를 두고 게임을 바라보죠. 개발사 또한 이를 인지하고, 원하는 요소들을 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들다 보면, 이 부분에서 핑계를 댈 수 있게 됩니다.
= 온라인. MMO 기준으로는 주인공이 없으니 내러티브도 필요가 없습니다. 정교한 액션은 지연-레이턴시-으로 인해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고요. 이렇게 퀄리티가 떨어져도 이해할 것이다. 이런 식의… 좋은 핑계거리가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과 괴리감이 생겼다고 봅니다. 캐주얼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저풀 자체는 커졌지만,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맞지 않는. 갭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GDC나. 게임스컴의 데브컴과 같이 해외 강연, 컨퍼런스 쪽을 몇 년간 취재하면서 느낀 부분들과 접접이 있을 것 같은데요. 조심스러운 판단이기는 합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방향이 달라지면서. 게임 디자인 측면이나 전달 측면을 보자면. 시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 혹은 경험을 갖추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온라인으로 전환 이전. 경험을 쌓아하는 단계가 필요했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크게 고민하지 않더라도 게임이 잘 팔리는 시기가 왔습니다. PK 등으로 경쟁을 강화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쭉 가다가. 현재 시점 즈음에서는 이 부분에서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게 됐죠. WOW는 잘 되는데, 국내는 게임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고요.
이렇게 위기가 왔을 때. 그러니까 2000년 후반에서 2009년이나 10년 즈음이 되겠네요. 이 시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게임들이 나오기도 했고요. 시작 단계였지만 콘솔 개발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 번 모바일 게임이 시장의 전환기를 알렸습니다.
다시 어려움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시기가 온거죠. 그 때도 큰 변화를 할 수 있는 시기였다고 생각하는데. 기회를 놓쳤다고 봅니다. 다른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어요. 진지하게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과는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캐주얼한 게임 유저들이 유입되었는데. 외형적으로 시장이 커지기는 했습니다. 돈도 잘 벌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 발전하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느냐고 묻는다면? MMO 라던지. 한정적인 분야에만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진지한 유저들 눈에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2020 게임백서의 국내 게임 시장의 분야별 비중. 모바일 시장이 과반수 정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 지금은 상황이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자체의 다양성이나. 글로벌 단위로 게임을 선보이기도 이전보다는 쉬워진 상황이고요. 국내 시장도 작은 변화기는 하지만 콘솔 시장의 규모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망이나 계획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팀 내부에서 이야기를 할 때, 영화 시장의 변화와 비교를 하곤 합니다. 영화도 예전을 생각하면 게임과 같았습니다. 옛날에는 자금이 부족하니, 블록버스터는 만들지 못하고. 애국심 마케팅으로 영화를 선보였던 시도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런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장벽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쩔 수 없이 한국영화를 보던 시대를 넘어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접근성 자체도 달라졌고요. 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원조차 없던 시절도 있었고. 외국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스팀만 해도 접근성이 뛰어나고요. 여기에 게임패스를 통한 가격 부담에서의 탈피. 클라우드 게임을 통한 콘솔이라는 한정됨. 그리고 공간 제약에서 벗어나는 등 접근성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국내 시장과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죠.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캐주얼한 유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새로운 발전.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접해보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흐름이 변하고 있고 지금까지 기회를 몇 개는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하는 시기이고요. 그렇게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물론, 모두가 다 PC와 콘솔.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만, 그럼 게임을 잘 만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네오위즈 내부에서도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는 스튜디오도 있고. 라운드8 스튜디오와 같이 PC와 콘솔에 집중하는 스튜디오도 있고요.
네오위즈 또한,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 시장도 변하고 있고.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맹점은 이러한 전망과 방향성이 지속이 가능한 것인가.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추구하는 것과 생존의 문제도 있고. 여기에 매출과 같은 것이 반드시 일치하는 시장은 또 아니기도 하고요.
=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개발자들도 좋아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게 아니어도 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흘러오기도 했고요. 실제로 개발자 분들 중에는 간단한 게임들이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고 현자타임이라고 할까요. 그런 경험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
● 관련해서, 게임이란 콘텐츠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얼굴을 가진다고 보는데요. 개발자의 의도와 생각이 반영되는 저작물이자 작품으로서의 게임이 있고. 다른 쪽으로는 판매되는 문화 콘텐츠이자 BM까지 포함한 상품으로서의 게임으로요.
= 정확한 말씀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두 영역 모두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릴 말씀은 상품으로의 게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장이 커져가면서 국내 기준으로는 상품으로의 게임. 이 쪽만 커져가고 있으니까요. 반대쪽 측면에 대한 투자나 시도가 그동안 없었기도 했고요.
두 영역 사이에서의 고민은 개발자들도 많이 하곤 합니다. 상품인가. 아니면 작품인가. 어느 종류의 게임은 개발팀 보다는 사업팀이 디렉팅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기획이나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만들어졌고 서비스가 되었기에, 이러한 부분에서는 어떻게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정답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렉팅을 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개발만 하라는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BM이 됩니다. 상품으로서의 게임이기 때문에 사업팀으로 주도권이 갑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개발과 사업. 작품과 상품. 두 측면이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요. 이런 경향은 모바일 MMORPG가 성공하면서 더 강해진 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것 또한 위기인 것 같습니다.
콘텐츠이자 한편으로는 상품이기도 한 게임.
● 게임 디자인 측면. 그리고 사업 측면. 이 부분에서 시도들을 보자면, 완성된 콘텐츠.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게임을 만든 것이 그동안은 ‘리스크’로 표현되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없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는 방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클 수록 더 그렇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이에 대한 시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뭘 해도 모험이지 않을까요. 리스크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포인트는 우리나라에 있는 큰 회사는 그 것 하나가 큰 모험일 정도로 허약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는 실패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서 네오위즈는 독특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리스크가 타당하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회사 문화라고 할까요. 이 부분이 다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도 전략적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역량이 있는 사람을 모으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터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개발팀을 존중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 모바일로 흘러가는 시대에서 PC와 콘솔. 인디 등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게임 백서 등 보고서 기준으로는 국내 시장 규모가 매출로 측정이 되는데요. 대부분은 모바일 게임의 매출이 시장 전체의 규모를 견인합니다. 다른 길을 택하면서, 아직은 작은 시장이기에 글로벌 진출이 당연시 되었을 것이라 봅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 이제 게임을 만들 때, 국내 시장만을 보고 만든다면 타산성이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제대로 만든다고 한다면, 모바일 MMORPG라도 200억은 우습게 개발비가 드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그 정도로 투자를 하는데, 내수 시장만을 보면… 솔직히 답이 안나오죠. 한국 시장만으로 한정하면, 리스크가 크고 답이 안나옵니다.
하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다릅니다. 글로벌 단위로는 콘솔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PS4와 Xbox One. 여기에 스위치까지 더하면 기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합니다. 스팀 또한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콘솔 뿐만 아니라 PC로도 발매되는 게임의 수도 늘고 있고요.
이러한 유저들. PC와 콘솔이 저희의 두 타켓 시장입니다. 한국에만 국한하면 무모한 시도일 수 있는데. 전 세계에 있는.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주가 공개했던 2020년 글로벌 게임 시장 전망.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2019년까지 네오위즈의 콘솔 개발본부 본부장도 역임하신 바 있고. PC와 콘솔 모두에서 개발을 하셨어요. 조작 체계부터 서비스 요구사항 등까지 많은 것들이 다른데. 두 플랫폼에서 개발을 진행하시면서 고민했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그 부분에서는 블레스 언리쉬드를 만들면서 많이 고민하고 고생한 부분입니다. PC와 콘솔을 비교해보면, 일부 UI가 다르기도 하고요. 가급적 원빌드를 하고 싶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기술적인 측면의 고민 관련해서는 여러모로 정답이 많이 나와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PC와 콘솔로 멀티 플랫폼에서 개발이 이루어지는 타이틀이 나오면서 여러 해법이 있습니다. FPS 장르는 조작 측면이던 기술적인 부분이던 해법이 많기도 하고요. 조작과 관련해서는 소울라이크도 스킬이 많은 게임이 아니기에, PC와 콘솔이 별도의 조작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PC. 콘솔로 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들이 나오기도 할 텐데요. 개발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구인을 해야하는데, 사람을 뽑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구인을 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이번 기회로 구인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면접을 보다 보면, 팀 구성원이 소울라이크를 좋아해서. 그리고 이를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이 오시곤 합니다.
저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래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P의 거짓’도 굉장히 많은 인력을 뽑고 있습니다. 다만 이게 아무래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대형 퍼블리셔나 개발사에 비해서 지명도가 떨어지다 보니, 구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부족함이 있기는 합니다. 경험도 부족하고야. 하지만 2~3년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위상을 가진 스튜디오가 될 것입니다.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라운드8 스튜디오는 관련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를 채용 중인 상태다.
● 이제부터는 진행 중이신 프로젝트. ‘P의 거짓’과 아 ‘아바(A.V.A)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이전에 강연에서 게이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이야기 하시기도 했는데요. 장르가 달라지면서 고민하는 지점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개발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 ‘P의 거짓’은 게임을 만들 때, 담당하는 PD님에게 ‘정면승부’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만든 것까지 포함해서, 앞서 언급했던 말과 접점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기존 게임을 만들 때에는 액션의 합이 맞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줄 거야. 라는 핑계가 있었는데요.
P의 거짓은 완전한 정면승부. 라고 전달을 했습니다. 싱글 플레이 / 소울라이크. 어떤 핑계도 댈 수 없죠. 그저 게임의 완성도로 인정을 받자. 그게 방법이다. 숨을 곳이 없다. 이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제가 처음에는 싱글 플레이 게임을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비교도 안되고요. 그렇기에 경험은 부족하지만. 시도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니까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해서 개발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키워드는 액션 그리고 콘솔. 두 가지입니다. 개발팀 구성을 보면, 콘솔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액션 게임을 개발해 오신 분들도 많고. 액션에 대한 갈증이나 이해도도 있습니다. P의 거짓에 착수하기 전 시점. 개발 구성원을 보면, 액션을 좋아하고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런 분들이 오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에 차기작으로 액션이 특화된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소울라이크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형태만을 보자면 오픈월드 타이틀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고요.
● 오픈월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다는 말씀은 어떤 기준에서 판단을 내리게 되신 건가요.
= 유저들의 눈높이를 보면, 넘치는 자유도. 월드 그리고 상호작용 측면 등을 들 수 있을 텐데요.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것들이 되겠죠.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타이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타이틀을 구매해서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개발 측면에서는 당연히 해보고 싶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경험과 체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기가 되면 언젠가는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어디를 중시하는지는 다르겠지만. 전투만이 장르 혹은 경향성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맵 그리고 레벨 디자인 측면은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투보다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 세부 게임 디자인에 대한 설명은 PD님이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지만, 우선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PD님이 소울라이크의 광팬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강조한 것이 입체적인 레벨 디자인. 유기적인 숏컷과 같은 부분들입니다.
전투가 주는 플레이 경험도 있지만, 도시가 만들어진 구조들. 거기서 나오는 경험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심을 가지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레벨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피노키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는 유기적인 퀘스트 진행 등이 게임 소개문에 언급되어 있는데요. 비선형적인 플레이나 내러티브로 이어지는 부분인가요.
= 내러티브를 설계하고 플레이할 때 어떻게 전달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선형적인 부분을 넣고 싶기는 한데, 이번 작품은 어느 정도는 선형적인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작품에 욕심을 내다가 필요한 부분에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말자는 생각이 있어서, 욕심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멀티 엔딩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중반에 가지를 쳐서 결과를 너무 다양하게 한다거나. 이러한 방식은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현재는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싱글로만 제작하는 것도 같은 방향입니다. 멀티 플레이를 넣기보다는 싱글 플레이만을 지원해서 결과물을 최대한 완성도 있게 가져가는 방향입니다.
멀티 플레이도 넣어야 흥행이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처음이니까요. 이것저것 판을 벌이다 보면, 정작 신경 써야 하는 것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차별점이라고 해야할까요. 무기 조합 시스템. 그리고 신체 개조를 통한 스킬이 소개되었습니다. 기존 소울라이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는 시도로도 보이는데요. 두 요소는 게임 플레이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되나요.
= 이와 관련해서는 티저 영상에서도 짚어낸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칼과 손잡이에 숫자가 새겨져 있어요. 게임 내에서는 날과 손잡이가 분리되어있는 구조이고요. 각각 조합에 따라서 공격 모션과 특징이 달라집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기 스타일에 맞는 조합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그래서 모션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팀이 힘들었죠. 내부 테스트에서는 다른 무기 조합을 사용할 때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체 개조는 일종의 액티브 스킬입니다. 의수를 활용해서 전투 보조를 하게 됩니다. 의수를 갈아 끼우며 다른 패턴의 공격을 시도하는 형태가 됩니다.
● 그럼 아바 신작 같은 경우에는 어떤 방향으로 개발 중인가요.
= 아바 신작은 원래 개발사인 레드덕에서 온 팀입니다. 아바를 직접 10년이 넘게 라이브 서비스를 했던 팀이기도 하고요. 아바라는 타이틀에 대한 이해가 높은 팀입니다. 아바도 오래된 게임이기에, 후속작 개발을 준비하면서 논의를 거쳤고요. 아바2의 형태로 계승하는 방법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금의 유저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기존 FPS는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잘 하는 사람을 재미가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유저들이 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연적으로 조금씩 고이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유저들도 원치 않는다고 판단했고, 장르도 현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진입 장벽을 낮추려고 조작 측면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보정을 주기도 어렵고요. 고민한 결과, 2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다른 장르와 결합된. 아바 IP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바 신작의 키워드는 생존. 그리고 크로스 미션입니다. 다른 요소를 차용하여, 긴 호흡. 넓은 월드에서 즐기는 스타일의 게임으로 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프로토타입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이고요.
● 근본에 대한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게임의 장르나 지향점이 원작 아바와는 많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아바’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개발진이 생각하는 아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 네. 말씀주신 대로, 내부에서 논의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바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고요. 내부에서 정리한 아바의 정체성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조금은 시간이 지난 부분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는 그래픽. 두 번째는 병과 시스템. 세 번째는 아바가 보여줬던 특유의 전투 템포. 타격감과 피격감 같은 전투의 느낌들이라고 정리를 했습니다.
다만, 아바의 발매 당시 뛰어났던 그래픽 부분은 퇴색이 되었고요. 신작 또한 최상위 그래픽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지만,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기에 비주얼 측면에서 차별화를 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병과도 요즘 시대에서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되었고요.
후속작 또한 이 부분을 계승하는 것이 목표이고. 아바의 교전 흐름과 리듬감을 다른 장르에서도 살리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토타이핑 시기이기에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추후 비주얼이 나오고 나서는 공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아바 신작의 특징 중 하나인 UCG(User Created Game)는 어떤 형태로 구상 중인지 궁금합니다. 플레이어들이 도전거리를 만들고 공유하며 플레이하는 형태가 되는 것인지. 설명 없이는 형태가 잘 짐작이 안되는데요.
= 가장 쉽게 생각을 하자면, 스팀 워크샵 기능을 통해서 활용할 생각입니다. 온라인 기반의 게임이다 보니, 밸런스 면에서 해칠 수 있는 요소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테고요. 미션과 모드라던지. 생존에 제작을 하는 레시피나. 이러한 부분에서 유저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열어두고자 합니다.
스팀 워크샵을 통해서 유저들이 모드를 만들고 게시를 하고. 이를 이용해 들어가는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대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막아두는 방향으로요.
● 온라인이고 장르 변화를 생각하면, 세션제로 진행될 것 같아 보이는데요. 맞을까요.
= 네. 세션제로 진행이 됩니다. 참여 인원은 논의 중이긴 한데, 최대로는 100명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DayZ나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혹은 디비전과 같은 방식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차세대 콘솔이 발매되었고, 비주얼이나 로딩과 같은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는 요소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이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세대 콘솔로의 개발 과정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전 세대 기기에서 개발을 해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차세대 기기를 기준으로 개발하면 행복하기는 합니다. PS4와 Xbox One이 이제 전 세대가 되었는데. 두 기종은 아무래도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느리기도 하고요. 메모리의 한계도 있습니다. 여유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픽 처리를 위한 메모리도 통합된 것이라 최적화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있고요.
차세대에서는 최적화나 사용 가능한 자원이 늘어났기에, 행복합니다. 물론, 추구해야하는 목표가 커졌습니다. 이제 4K는 당연히 해야할 것 같고. 더 나아가서 4K 해상도 + 60fps도 해야할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최적화 부분에서는 이전과 크게 차이는 없을 테지만. 기존 스트레스 요인이 해소가 되어 좋다고 하겠습니다.
● PC 그리고 콘솔 시장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계속 개발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미지로 라운드8스튜디오가 게이머들에게 다가고자 하는지 계획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제가 지금까지 게임을 만들면서 개발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요. 구성원들이 ‘될까?’라는 생각. 의문을 가지며 개발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만들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도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유저들도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라운드8스튜디오는 그러한 스튜디오. 개발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업계가 힘든 점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팀이 하나의 타이틀을 만들고 흩어지고. 이러다보면, 경험이 쌓이지 않습니다. 경험이 쌓여야 다음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경험을 쌓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스튜디오가 되고자 합니다. ‘P의 거짓’ 또한 마찬가지고요. 성장하는 스튜디오로 자리를 잡았으면. 그리고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드는 게임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유저들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