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발매된 독립 구동형 VR HMD, '메타 퀘스트 2'는 40만원 대 초반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VR에 입문할 수 있으며, 게이밍 PC와 연결하면 고급형 모델 못지 않은 성능을 누릴 수 있어 뭇 게이머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메타 퀘스트 2 등장 전후에 독립 구동형 VR HMD 출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격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현 VR 시장에 가장 필요한 '보급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좀처럼 출시되지 않았고, 그 결과 스팀VR 하드웨어 통계 2022년 5월 기준 전체 VR HMD 중 메타 퀘스트 2의 사용자 이용률 47.99%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기록하는 등 메타 퀘스트 2의 독주가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 15일, 그 독주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제품이 하나 출시됐다. 바로 '피코 네오 3 링크'다.

※ 본 체험기는 협찬 및 대여가 아닌, 직접 구매한 제품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메타 퀘스트 2 대항마? 피코 네오 3 링크

 
피코 네오 3 링크는 퀄컴 XR2 프로세서와 256GB 저장 공간, 6GB RAM을 탑재한 독립 구동형 VR HMD다. 3664x1920 통합 해상도 LCD 디스플레이, 최대 120Hz 화면 재생률, 시야각 98도를 선보이며, 전면부 4개의 추적 카메라를 통해 6DoF 인사이드-아웃 룸 스케일 트래킹이 가능하다. 독립 구동은 물론 유무선 PC 연결도 지원한다. PC와 연결할 시 스팀 VR 플랫폼을 통해 고성능을 요구하는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출시 가격은 55만 9,000원이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보면 볼수록 메타 퀘스트 2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퀄컴 XR2 프로세서 기반 독립 구독형 VR HMD라는 점, 통합 해상도, 화면 재생률과 시야각 수준, 트래킹 성능, 유무선 연결 지원 여부,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도 말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피코 네오 3 링크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정말 메타 퀘스트 2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제품일까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 국내 정발된 피코 네오 3 링크를 직접 구매해 비교해 봤다.

피코 네오 3 링크 개봉

피코 네오 3 링크의 첫 인상은 의외로 구성품이 굉장히 알차다는 것이다. VR HMD, 컨트롤러 한쌍, 충전기 등 기본적인 구성품 외에도 안경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는 글래스 스페이서, 코를 보호하고 빛샘을 방지하는 노즈 패드, PC와의 유선 연결이 가능한 미니DP 어댑터, 미니DP 어댑터 고정을 위한 일자 드라이버 등이 들어있다.

포장 박스부터 '메타버스'스러운 피코 네오 3 링크

피코 네오 3 링크 구성품

국내 정발 제품답게 설명서도 확실하게 한국어로 쓰여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특별하게 강조한 부분 없이 무난한, 심플 그 자체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굳이 나쁘게 말하면 디자인에 고민이 담겨 있지 않은 제품이라고 해야할까. 의외로 괜찮았던 부분이 있었다면 헤드스트랩이다. 천에 벨크로를 붙여 놓고 장력을 조절해 사용하는 저가형 헤드스트랩이 아닌, 제대로 플라스틱과 고무로 만들어 견고하고, 다이얼로 머리 크기에 따라 간편하게 조절이 가능한 헤드스트랩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서 실제 착용해보면 착용감이 썩 괜찮다.

특별하게 강조한 부분 없이 무난한, 심플 그 자체 피코 네오 3 링크

의외라서 놀랐던 점은, 보급형 제품인데 헤드스트랩과 안면폼이 꽤나 쓸만했다는 것이다.

헤드마운트의 동공 간 거리(IPD)는 손으로 직접 렌즈를 밀고 당겨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만약 안경 사용자라면 헤드마운트와 안면폼 사이에 글래스 스페이서를 추가로 장착해 눈과 렌즈 사이 공간에 여유를 줄 수 있다. 노즈 패드를 장착하면 코 위에 가림막이 더해지면서 빛샘을 방지하고 더 안정적인 착용감을 얻을 수 있다. 안면폼을 제거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냥 가볍게 잡아 당기면 된다. 다시 장착할 때도 가볍게 눌러주면 딸깍, 소리와 함께 장착된다.

동공 간 거리는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안면폼은 두툼해서 얼굴을 잘 받쳐준다.

안면폼은 힘을 주면 쉽게 분리할 수 있다.

글래스 스페이서와 노즈 패드를 장착하기 전

글래스 스페이서와 노즈 패드를 장착한 모습

헤드마운트에 특이한 기능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선택/뒤로가기/홈 기능이다. 헤드마운트 우측에 버튼이 3개 있는데, 위로부터 뒤로가기, 선택, 홈의 역할을 한다. 컨트롤러 없이 헤드마운트 만으로도 기본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인데, 쓸모 없어 보이지만 써보면 은근히 편리하다. 누워서 영상을 시청하는 등 간단한 동작을 할 때는 굳이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헤드마운트만 착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점이 하나 생기는데, 클릭할 것을 그 점에 두고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헤드마운트에는 컨트롤러 없이 바라보는 곳을 클릭하는 버튼이 탑재돼 있다.

컨트롤러의 경우 디자인이 굴곡이 거의 없고 직선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에 쥐었을 때 딱히 인체공학적이진 않은 느낌이다. 대신 손잡이가 아래로 길어서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손에 쥘 수 있어서 사용 시 큰 문제는 없었다.

외관상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피코 네오 3 링크도 외관이 특별해 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PC와 유선으로 연결할 때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USB Type C To DP 케이블을 통해 PC와 연결하는 데, 케이블 고정 방식이 조금 특이하다. 격렬한 움직임 시 연결 선이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결에 나사를 동원한 것이다. 케이블에는 작은 나사가 달려 있고, 이 나사를 일자 드라이버로 조여 케이블을 헤드마운트에 단단하게 고정해주면 된다.

 
충전용 USB Type C 포트 반대쪽에 또 다른 USB Type C 포트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USB Type To DP 케이블을 연결하는 곳이다. 포트 아래에는 나사 구멍도 확실하게 보인다. 헤드스트랩을 따라 선을 고정할 수 있는 부품도 있는데 아무래도 마감이 좋지 못해서인지 제대로 장착되지 않았다. 마감 상태에 따라 플라스틱을 조금 갈아내는 등 약간의 가공이 필요할 수도 있다. USB Type C To DP 케이블의 선 길이는 약 5m로, 별도 구매가 아닌 기본 제공된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PC와 연결 시 본래 모바일급 저사양 콘텐츠만 실행 가능한 제한적인 독립 구동 기기에서 고사양 PC VR 콘텐츠도 오리지널 비압축 4K 해상도와 최대 90Hz 화면 재생률의 화면으로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고성능 VR HMD 기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제품의 외형적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제 기기를 구동해 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피코 네오 3 링크는 UI 또한 제품 외관 만큼이나 심플하다. 앱을 표시하고, 설치하고, 실행하는 등 메뉴 구성이 마치 스마트폰을 보는듯 간단하며, 세세하게 따져가면서 설정할 것도 없어서 복잡하지 않아 다루기 편했다.

특히 편한 기능이 있었다면 화면 녹화 기능이다. 컨트롤러의 피코 로고 버튼을 짧게 두 번 누르면 즉시 화면 녹화가 가능하다. 녹화 결과물의 화질도 나쁘지 않고, 쉽고 빠르게 녹화가 가능해서 편하게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현실을 비추는 카메라도 녹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사 제품인 메타 퀘스트 2의 경우 보안상의 문제로 녹화 기능에 제한이 많은데, 피코 네오 3 링크의 경우 대부분 막힘 녹화가 가능했다.

메뉴가 굉장히 심플하다. 녹화 기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작이 쉽고 선명한 화질로 녹화된다.

 
독립 구동형 제품인 만큼 자체 앱스토어도 존재하는데, 앱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현 시점 64개의 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중에는 슈퍼핫 VR, 데메오 등 유명한 VR 캐주얼 게임도 만나볼 수 있다. 자체 스토어 앱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할 수 있는 독립 구동 앱이 적다는 것은 독립 구동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인터넷 브라우저, 사진 갤러리, 비디어 플레이어 등 기본적인 앱은 자체적으로 내장되어 있어 미디어 플레이어 용도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자체 스토어에 앱이 그렇게 많지 않다

피코 네오 3 링크 독립 구동으로 즐겨본 데메오(DEMEO)

아직 자체 스토어가 부실한 만큼 필연적으로 스팀 VR 플랫폼을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스팀 VR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PC와 유무선 연결이 필요하다. PC와의 유무선 연결은 PC에 '피코 링크' 앱을 다운로드 받고 피코 네오 3 링크 설정에서 피코 링크를 선택하면 가능하다. 유선 연결은 앞서 언급한 전용 케이블을 연결하기만 하면 되며, 무선 연결은 100메가 속도 이상의 네트워크가 유선으로 연결된 무선 공유기와 PC가 필요하다. Cat 5e 또는 Cat 6 네트워크 케이블로 무선 공유기와 PC를 직접 연결해야 하며, 그 상태에서 피코 네오 3 링크를 무선 공유기의 Wi-Fi 5GHz 신호와 연결하면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사실 피코 네오 3 링크는 이미 포장 박스에서부터 스팀 VR을 강조하고 있다.

피코 네오 3 링크의 PC 유무선 연결 품질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유선 연결은 무손실 오리지널 비압축 4K 해상도와 최대 90Hz 화면 재생률의 화면을 유감 없이 경험할 수 있었으며, 무선 연결은 방식 특성상 약간의 화면 품질 하락은 있었으나 네트워크 환경만 잘 맞춰주면 입력 지연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VR 리듬 게임 대표주자인 '비트세이버'도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다. 사람마다 입력 지연이나 정확도에 대한 만족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PC와의 유무선 연결이 가능한 '피코 링크' 

 
피코 네오 3 링크, 메타 퀘스트 2와 어떤 점이 다를까?

피코 네오 3 링크는 메타 퀘스트 2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제품이다. 일단 성능부터 판박이다.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모두 퀄컴 XR2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독립 구동 제품이며, PC 유무선 연결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합 해상도는 3664x1920이며, 최대 120Hz 화면 재생률을 가지지만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90Hz로 제한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점 마저 동일하다. 헤드마운트 전면부 4개의 트래킹 카메라 위치와 작동 방식도 흡사하며, 컨트롤러의 형태 및 사용 방식도 비슷하다. 부품별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실질적인 구동 성능면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피코 네오 3 링크는 여러모로 메타 퀘스트 2를 참고하여 개발한 제품으로 보인다.

메타 퀘스트 2(좌) 피코 네오 3 링크(우), 여러모로 닮은 제품이다

스피커의 위치도 비슷하다. 

 
제품을 첫 구동했을 때 등록 절차도 비슷하다. 두 제품 모두 무선 인터넷 연결과 계정 등록을 하지 않으면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메일 인증과 가입을, 메타 퀘스트 2는 페이스북 계정을 요구한다. 이번 제품만큼은 별도 계정 인증이 사용 조건이 되지 않길 바랬던 만큼 크게 아쉬웠던 점이기도 하다.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대체 어느 부분이 다를까? 일단 가격부터 살펴보자. 피코 네오 3 링크가 55만 9,000원. 메타 퀘스트 2가 41만 4,000원으로, 후자가 14만 5,000원 저렴하다. 만약 성능이 완전히 같다면 피코 네오 3 링크를 구매할 이유가 절대 없는 가격차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가격 차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제품 구성을 살펴보자. 답은 피코 네오 3 링크는 기본으로 유사 엘리트 헤드스트랩과 유선 연결 케이블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무게가 약 642g으로 약 503g인 메타 퀘스트 2에 비해 139g이나 무겁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헤드스트랩이 앞뒤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줘 실제 착용해보면 그다지 무겁지 않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피코 네오 3 링크의 기본 제공 헤드스트랩은 플라스틱과 고무재질로 이뤄져 있는데, 저가형 제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천과 고무 합성 재질 헤드스트랩보다 견고하며, 다이얼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조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착용감도 나쁘지 않다. 무게는 헤드마운트가 385g, 헤드스트랩이 257g으로 6 대 4 비율 정도인데, 앞이 살짝 무겁지만 정수리를 따라 균형을 맞춰주는 고무 재질 스트랩이 무게 분산을 적절하게 잘 해줘 착용 시 앞쪽으로 쏠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이었다.

기본 헤드스트랩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줘 착용감이 나쁘지 않다.

반면 메타 퀘스트 2는 헤드마운트와 헤드스트랩을 다 합친 무게는 503g, 상당히 가벼운 무게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추가로 헤드스트랩을 구매하지 않는 이상 기본 제공되는 헤드스트랩은 고무와 천 합성 재질로 머리를 꽉 조여 매 착용하는 원시적인 형태이고, 무게가 불과 약 수 그램 밖에 되지 않아 전면의 헤드마운트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무게 차이를 보여 무게 중심이 완전히 망가져 전면으로 심하게 쏠리는 등 사용자의 안면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헤드마운트가 안면을 세게 압박하게 되면 착용감이 심각하게 안 좋아진다. 머리 크기, 형태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장시간 사용 시 광대 뼈가 아파오며, 쏠림을 막고자 더 세게 조여 놓은 헤드스트랩 탓에 관자놀이, 정수리 등이 아프고 어지러움까지 유발한다. 많은 이들이 엘리트 헤드스트랩 없이 메타 퀘스트 2만 구매하는, 소위 '깡통' 옵션을 비추천하는 이유기도 하다.

천과 고무로 머리를 세게 조여서 사용하는 메타 퀘스트 2, 무게 중심이 안맞고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메타 퀘스트 2의 무게 중심을 맞추려면 엘리트 스트랩을 구매하여 장착할 필요가 있다. 정품 엘리트 스트랩이 6만 8,000원, 배터리가 포함된 엘리트 스트랩이 14만 9,000원이다. 각각 무게는 약 179g과 약 321g으로, 확실하게 무게 중심을 맞추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품 스트랩의 가격이 부담된다면 서드 파티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배터리가 포함된 서드 파티 엘리트 스트랩은 제품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쓸만한 제품만 추렸을 경우 약 7만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또 헤드스트랩을 바꾸면 결과적으로 메타 퀘스트 2가 피코 네오 3 링크보다 더 무거워진다.

피코 네오 3 링크(좌) 정품 엘리트 스트랩을 장착한 메타 퀘스트 2(우) 무게 비교, 피코 네오 3 링크가 더 가볍다. 배터리가 포함된 정품 엘리트 스트랩을 장착하면 여기에 142g이 더해져 803g, 훨씬 무거워진다.

무게 중심을 완벽히 맞추려면 배터리가 포함된 정품 엘리트스트랩이 필요하다. 

메타 퀘스트 2의 정품 헤드스트랩과 서드 파티 헤드스트랩을 모두 사용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착용감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정품 헤드스트랩이었다. 서드 파티 제품의 경우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구하기 쉽고, 정품 헤드스트랩에는 없는 폴드 기능이 있어 보관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 중심 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해 완벽하게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는 못한다.

헤드스트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드 파티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하고, 빛샘 현상을 개선해줄 실리콘 안면 폼도 하나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메타 퀘스트 2의 실질적 가격은 약 8만 원 정도 늘어난다. 41만 4,000 원 더하기 8만 원, 49만 4,000원. 55만 9,000 원인 피코 네오 3 링크와 가격 차이는 약 6만원 정도로 좁혀졌다. 여기에 피코 네오 3 링크는 PC와의 유선 연결을 위한 케이블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기본 저장 용량이 256GB로 두배로 크다는 감안하면 가격 차이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메타 퀘스트 2 256GB 모델은 55만 3,000 원으로 피코 네오 3 링크와 불과 6,000 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성능과 구성품에 대한 가격 차이는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성능이 아닌 '기능'은 어떨까? 기능은 현 시점에서는 메타 퀘스트 2가 압도적으로 좋다. 일단 피코 네오 3 링크는 사용자가 커스텀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 굳이 신경써야 할 옵션이 있다면 기껏해야 화면 밝기 정도다. 메타 퀘스트 2의 경우 그 이외 설정할 수 있는 사용자 편의기능이 많다.

먼저 안전 보호 경계 설정이 있겠다.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모두 플레이 영역을 고정 플레이 방식 혹은 룸 스케일 방식으로 나누어 설정할 수 있으며, 사전에 설정한 안전 보호 경계에 가까워지거나 벗어나면 패스스루 화면이 켜지면서 현실의 화상을 화면에 오버랩해 사용자가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보호한다.

 
큰 차이가 있다면 피코 네오 3 링크는 안전 보호 경계에 가까워지면 패스스루 화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전부지만, 메타 퀘스트 2는 한술 더 떠 안전 보호 경계를 감지하는 민감도 설정부터 책상, 의자, 쇼파 등 고정된 가구의 위치와 형태를 헤드마운트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구별할 수 있도록 화면에 표시하는 확장된 안전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페이스 센스 기능은 기가 막히다. 방 구조와 가구 배치, 심지어 돌아다니는 사람과 애완동물까지 인식해 실수로 부딪히지 않도록 화면에 표시해준다.

안전 보호 경계를 넘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현실 상황을 비추는 패스스루 화면으로 전환된다

메타 퀘스트 2는 안전 보호 경계 설정 뿐만 아니라 벽, 가구 등 구조물의 위치와 형태를 가상세계에 기록할 수 있다.

컨트롤러로 가구의 넓이와 높이를 그린다.

그린 대로 가상의 책상이 표시되는 모습

이밖에도 메타 퀘스트 2는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고 현실의 손 모양을 인식해 여러 작업이 가능한 핸드 트래킹, 목소리로 명령을 내려 작업을 수행하는 음성 인식,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고 가상현실에서 표시해주는 기능까지, 다양한 실험적인 기능을 통해 VR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피코 네오 3 링크의 경우 2년 늦은 후발주자임에도 이러한 확장 기능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 있겠다.

다만 기능이 적고 많고가 오히려 각자에게 장단점으로 역전해서 돌아오는 부분도 있는데, 바로 독립 구동 시 랙 발생 유무다. 메타 퀘스트 2의 경우 워낙 담고 있는 기능이 많다보니 가끔 메뉴만 보고 있어도 랙이 걸릴 때가 있다.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 메뉴를 열 때 잔랙이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뭔가 기능이 많아서인가, 메뉴만 열어도 랙이 걸리는 메타 퀘스트 2

반면 피코 네오 3 링크의 경우 독립 구동 시 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나쁘게 말하면 기능이 별로 없는 것이지만 좋게 말하면 딱 VR 콘텐츠를 원활하게 실행하는데 필요한 기능만 담고 있어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셈이다.

세세한 기능은 없는 대신 랙은 좀 덜한 피코 네오 3 링크

UI/UX 느낌을 비교하자면 메타 퀘스트 2는 앞뒤가 꽉 막혔고, 피코 네오 3 링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뻥 뚫렸다. 메타 퀘스트 2는 보안을 중요시 여겨 이중, 삼중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도록 만들어져 있고, 피코 네오 3 링크는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해 사용의 편리함을 꾀한 느낌이다.

대표적인 예로 PC와의 유무선 연결이 있다. 메타 퀘스트 2의 경우 무선 연결(에어 링크)를 하려면 설정 - 테스트 설정 - 에어 링크 옵션을 활성화하고 컴퓨터에서 오큘러스 앱을 실행, 에어 링크 기기 인증 후 연결이 가능하다. 대역폭과 해상도를 직접 설정해야 하는 등 손볼 곳도 많다. 유선 연결을 하려면 꼭 개발자 설정에서 에어 링크 기능을 비활성화 해줘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PC 연결에 성공하면 별도 홈으로 연결되고, 독립 구동과 다른 형태의 메뉴를 접하게 된다. 여기에 스팀 VR을 실행했을 때 마주하는 별도 홈과 메뉴를 합치면 결과적으로 삼중 홈, 삼중 메뉴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겹구조는 사람에 따라서 귀찮고 복잡하게 다가올 수 있다.

반면 피코 네오 3 링크는 PC와의 유무선 연결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무선 연결 시 그냥 Wi-Fi 연결 시작 버튼만 누르면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유선 연결은 메타 퀘스트 2의 에어링크처럼 기존의 무선 연결 기능을 비활성화 해야만 한다거나 그럴 필요 없이 단순히 케이블을 연결하고 DP 연결 시작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PC 연결에 성공하면 메타 퀘스트 2처럼 별도 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스팀 VR과 연결돼 절차가 깔끔하다는 느낌도 든다. 두 제품의 UI 경험은 어느 한 쪽이 좋고 어느 한 쪽이 나쁘다기 보다는 보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 아니면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느냐 차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반면 버튼 하나면 뚝딱 연결되는 피코 네오 3 링크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당신의 선택은?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기기는 각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사실 입문자에게 둘 중 무엇을 추천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현 시점에서는 메타 퀘스트 2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아직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자체가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코 네오 3 링크의 자체 스토어에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 다양한 앱을 다 합쳐도 앱이 1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메타 퀘스트 2처럼 독점 앱이 많은 것도 아니다. 결국 제대로 된 VR 경험을 위해서는 결국 PC와의 유무선 연결을 통해 스팀 VR 플랫폼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자체 스토어에 앱이 별로 없는 등 독립 구동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

 
또 독자적인 기기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 중인 다양한 VR 액세서리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헤드스트랩, 실리콘 안면폼, 컨트롤러 그립 커버 등 유용한 액세서리들을 사용할 수 없으며, 호환되는 것은 기껏해야 케이스 정도 밖에 없다. 향후 피코만의 독자적인 VR 생태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오로지 기본 구성품만 사용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피코 네오 3 링크는 독자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서드 파티 VR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없다.

반면 메타 퀘스트 2의 충분히 활성화된 독자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메타의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밖에 즐길 수 없는 독점 앱을 포함, 수백 가지가 넘는 앱을 판매 중인 자체 스토어를 운영 중에 있고, 한동안 VR HMD 시장을 독주하다시피한 인기 제품답게 안면폼, 그립 커버, 헤드스트랩 등 다양하고 멋진 호환 액세서리가 많다.

피코 네오 3 링크의 장점은 이 제품 하나만 구매해도 바로 부족함 없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 패키지에 상당히 쓸만한 헤드스트랩, 안면폼을 포함하고 있어 착용감이 훌륭하고, 기기를 켜려면 무선 연결과 계정 연동이 필수라는 점만 빼면 사용법 자체는 매우 간단해 큰 스트레스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독립 구동 콘텐츠가 빈약한 것이 단점이지만, 단순히 앱이 적다 뿐이지 어딘가 기능이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 피코의 모회사가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다. 메타 퀘스트 2가 페이스북에서 탄생했듯, 피코 또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메타 퀘스트 2 특유의 꽉 막힌 UI/UX가 마음에 들지 않고,  독립 구동 콘텐츠에는 큰 관심이 없어 주로 스팀 VR 게임 플레이만 집중할 것이라면 피코 네오 3 링크도 나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독립 구동 콘텐츠까지 포함해 다양하고 신기한 VR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여전히 메타 퀘스트 2 외에는 합리적인 선택지는 없다. 구매 단계부터 추가 액세서리를 고려해야 하고, 제대로 다루려면 메뉴 구성부터 여러 기능 사용법까지 숙지해야 할 것이 많지만, 검증된 수 많은 앱이 함께하는 오큘러스 스토어와 기기 규격에 맞춰 제작된 다양한 서드 파티 액세서리가 기다리고 있는 일명 '오큘러스 생태계'가 사용자에게 확실한 가상현실 경험을 보장한다.

결론적으로 두 제품 모두 일장일단, 나름의 매력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같은 체급으로는 견줄만한 라이벌이 없던 메타 퀘스트 2에게도 드디어 라이벌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고무적이다. 피코와 메타, 두 기업이 서로 절차탁마하며 VR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이고 다양한 VR 기기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코 네오 3 링크와 메타 퀘스트 2, 두 제품 모두 국내 정식 발매돼 판매 중이며, 가격은 각각 55만 9,000 원과 41만 4,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