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낚시로 세상을 구하게 되는 이야기, '씨판타지'
이번 TGS 2024 인디관에서 만난 ‘시 판타지’는 지금까지 여러 아이디어를 접목했던 타이틀과는 조금 다른 결정을 내렸다. 시 판타지라는 이름처럼 바다가 무대가 되며, 판타지 세계관에서 모험을 진행한다. 그리고 바다가 무대이기에 이 게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는 ‘낚시'다.
플레이어들은 ‘낚시를 통해서 세상을 구하는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뭔가 싶겠지만, 말 그대로다. 아마도 전형적인 JRPG의 스토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처음에 간단한 낚시를 시작한 주인공 ‘로드'는 친구인 악셀과 전 세계의 물고기를 다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섬을 떠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스케일은 조금씩 커진다.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모험이 어느덧 세계를 구하는 과정의 되어 있으며, 주인공은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아. 물론, 시 판타지에서 모든 방식은 낚시를 기반으로 진행이 된다. 결국, 한 명의 낚시꾼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조금 당황스러운 결정이자 어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낚시라는 개념은 시 판타지에서 제대로 맞물려 있다. 우선, 게임 내의 낚시는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입력하는 조금 간소화된 낚시 콘텐츠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 게임에서 낚시는 JRPG에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것을 대체한다.
대체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낚시를 하는 행위 자체는 어디서 본 것이기는 하지만, 활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 판타지의 낚시는 플레이어(로드)와 해양생물(몬스터)과의 사투다. 좌측에는 플레이어의 HP가 자리하고 우측에는 해양 생물의 HP가 자리한다. 전투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캐스팅 - 미끼를 물거나 해양생물 위로 캐스팅을 하면 낚시(전투)로 돌입 - 바 안에서 정확한 위치에 버튼 입력을 성공하면 적에게 피해를 준다 -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양생물이 주인공을 공격 - 바 입력 실패 시에도 피해를 입음 - 노란색 구간에서는 해양생물에게 두 배의 피해를 입힘
이런 구성으로 진행되는 시 판타지의 전투는 말 그대로 전투를 대체하는 행동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저 형태가 낚시일 뿐이며, 플레이 양상은 리듬 액션 요소를 섞은 RPG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서 근본적인 재미가 나온다. 바가 움직이는 속도나 리듬이 해양생물마다 다르기 때문이며, 때로는 바 자체에 여러 효과가 더해지는 등 변주가 일어나기도 해서다.
전투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며, 몬스터로 따지자면 다른 종류의 적과 패턴이 자리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이 플레이의 몰입을 가져온다. 이러한 시 판타지의 낚시는 플레이어가 재화를 모으는 과정이기도 하며, 경험치를 쌓는 행위로 다뤄진다. 해양생물을 낚은 다음에는 소재로 변환되는데, 이 소재를 이용해 장비 등을 제작하거나 상점에 판매해 재화를 얻는 방식으로 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낚시를 통해 얻은 경험치가 최대치가 되면 레벨업을 하게 되는데, 이후 선택하는 능력치 모두가 컨셉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다. 낚시 시에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더 주거나 / 받는 피해를 줄이거나 / 게이지 폭을 확대하거나 / 카운트 다운의 여유를 부여하거나 / 희귀 재료를 더 쉽게 얻거나 하는 데에 능력을 투자한다. 결국, 성장해도 낚시를 편하게 하게 되는 셈이다.
장비 또한 마찬가지다. 낚싯대나 바늘 등 모두가 더 강력한 해양생물을 낚시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보스와 같은 해양생물은 일반적인 해양생물과 달리, 아주 빠른 게이지 속도와 더 많은 HP /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상대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해양생물을 잡아 레벨을 올리고. 기믹을 파악하고. 더 나은 장비를 갖춰서 상대하는 선행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JRPG의 전형적인 플레이 경험과 맞닿아 있는 것과 같다. 적절한 레벨과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사망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
이것은 시 판타지가 꽤 넓은 필드를 어느 정도 자유로이 모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택해서다. 개발자는 2D 오픈월드라고 이를 설명했으며, 배의 종류에 따라서 섬들을 이동하고 거기서 스펙에 맞는 해양생물을 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양생물의 공격에 사망하더라도 마지막 상륙한 섬에서 리스폰되기에 실패의 걱정은 덜한 편이다.
섬과 해양 이외에도 정글이나 던전과 같은 특수한 환경도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의 경우에는 낚시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RPG와는 다른 장르의 플레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연 버전에서 볼 수 없는 것이지만, 전체적인 계획 상에는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로드의 조력자인 ‘악셀'이 낚시 외적인 콘텐츠에서 사용된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악셀을 조작하면서 플랫포밍 플레이를 진행하거나, 검을 사용하는 액션과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이를 종합하면, 시 판타지는 기본적으로는 낚시를 중심으로 한 JRPG의 경험을 주는 것과 동시에, 일부 구간에서는 다른 캐릭터로 전환되어 액션이 강화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시연 이후 개발자에게 질문을 했을 때에도 낚시 파트는 로드가. 액션 파트는 악셀이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시연 빌드 기준으로는 한국어화가 이루어진 상태였으며, 해양생물은 시아즈로 명칭이 번역되어 있는 상태였다. 영문 기준으로 SeaAZ인 점을 보아, 바다의 A부터 Z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아즈들은 현실의 물고기가 아닌 가상의 생물이며, 게임 내에서는 생물의 형태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꽤 다양한 종류가 등장할 예정이다.
시 판타지는 고전적인 도트 스타일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고, 인디 게임이기에 그리 큰 규모를 갖추기는 어렵다. 소수의 개발자들이 만들고 있는 타이틀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하지만 이러한 규모의 부족함을 아이디어를 통해 보완한다. 낚시를 통해서 RPG를 진행한다는 개념은 실제로 꽤 성공적으로 구현된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히 즐겁다고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낚시가 전투를 대체하고 있으며, 시연 버전의 이후 플레이 과정에서는 더 진지한 스토리와 액션 플레이 등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시 판타지는 꽤 기대할 만한 인디 타이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비트서밋 오피셜 셀력션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시 판타지는 2025년 2월 스팀에서 발매를 예정했으며, 데모 버전 을 통해 게임을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상태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