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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바일 게임이 지난 21일 한국 CBT를 시작했다. ‘문명: 연맹의 시대’ 는 2K 가 퍼블리싱하는 모바일 SLG로, ‘문명’ 시리즈를 계승하는 게임 플레이를 표방했다.

게임 특성상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플레이해야 모든 면을 살펴볼 수 있겠지만, 우선 지난 일주일 간의 플레이 경험을 토대로 간단한 체험기로서 살펴보고자 한다.
■ 문명과 영웅 수집 SLG의 결합
이 게임의 뼈대는 부족전쟁, 오게임으로 익숙한 SLG 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을 달고 있는 문명보다는 기성 SLG 의 영향이 훨씬 짙고, 그 위에 문명의 콘텐츠/디자인적 요소를 올렸다고 봄이 타당하다. 하지만 그냥 오게임류에 문명 스킨만 씌운 수준보다는 더 나아갔다. 문명 특유의 기술 연구, 타일식 발전, 사치재/불가사의 등의 요소를 게임 내적으로 활용한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문명식 헥사곤 타일을 바탕으로 도시 확장, 자원 채취, 도시 건설 등의 요소를 차렸다. 타일을 기반으로 한 오게임류는 매우 흔하지만, 문명에서 기반이 되는 석재/식량 등 기초 자원과 이를 획득하는 각각의 타일, 그리고 타일을 개간하여 업그레이드, 유적 등 타일 위의 오브젝트에서 획득하는 이점 등을 나름 SLG의 형태의 맞게 구현했다.
도심부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대를 보내 각 타일을 점령해야 하며, 점령한 타일은 추후 개간하여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는 영토로 바꾸거나 수확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원을 땡길 수도 있다. 그리고 타일 위에는 ‘문명 6’ 의 특수지구처럼 중요한 경제/과학 등 지구를 건설하고 그 위에 대학교 등의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불가사의, 사치품 등의 기존 문명 요소들도 그대로는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게임 내에 쓰인다. 예를 들어 불가사의는 개인이 건설할 수는 없지만 연맹에서 공동 프로젝트로 발의하여 각 불가사의 마다 서버를 통틀어 하나의 연맹만이 이를 짓고 소유할 수 있어서, 각 연맹은 전쟁 뿐만 아니라 내정 면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사치재는 연맹원 간에 무역이 가능한 매개로서 연맹 간의 시너지를 더 돈독히 한다.

전체적인 기지 테크트리는 전형적인 오게임류를 따르고 있으나, 여기에 문명식 기술 연구가 곁들여져 있다. 여러모로 내정 요소에 있어서는 문명의 영향력이 상당히 짙고, 대체적으로 문명에 이미 있는 고유 요소를 SLG 플레이어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주를 준 느낌이다.
다만 군사적인 면에서는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전투와 전쟁, 그리고 병력 관리가 SLG 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만큼 ‘문명’ 의 형태를 따라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문명’ 시리즈와 차이를 보이는 요소는 영웅 수집이다. 그동안 많은 SLG 가 수집 요소를 부여했으므로 그 자체가 이 장르에서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각각의 영웅들이 문명 시리즈에서 지도자/위인으로 등장했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역사적 인물들이다.

이 영웅들은 부대 구성의 근간이 된다. 말그대로 각 부대는 3개의 영웅을 조합하여 배치하는 것으로 구성이 시작되며 각각의 영웅은 쓸 수 있는 병종, 그리고 역할이 정해져있다. 당연하게도 각각 5성까지 등급이 있고 스킬, 돌파 등 여러 수단으로 강화하게 된다.

이 영웅들로 만든 부대는 게임 내 모든 유닛을 대체한다. 타일 점령도 부대가, 개간도 부대가, 정찰도 유물 탐사도 모두 부대가 하며 각 부대는 정해진 피로도가 있어서 무한정 활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최대한 부대 슬롯을 빠르게 확보하고 많은 부대를 여러 목적으로 굴리면서 초반 내정을 닦아나가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대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어 성장, 성장에 따라 선택하는 기초 문명 등의 요소도 녹아있다. 이는 아직 시간 상 후반부까지 도달할 수 없기에 모든 요소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비록 ‘도미네이션즈’ 와 같은 SLG가 썼던 요소이긴 해도 ‘문명’ 오리지널리티임은 확실하기에 어떤 변수를 또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플레이에서 느껴진 장점은 이러한 문명적인 요소를 섞었다보니 내정 콘텐츠가 확실히 더 탄탄해진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SLG 는 게임 플레이 초반에는 내정이 매우 바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내정에 들이는 시간이 자연히 줄어들고 고민거리고 감소하며 내정에서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든다. 물론 이 게임도 갈수록 내정에 들이는 시간 비중이 줄어드는건 당연하겠지만, 기존의 그냥 건물 올리고 업그레이드하고 자원 캐는게 전부인 부류에 비해서는 더 많이 손이 가고 좀더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이것이 일방적으로 모두에게 장점은 아니겠으나, 전체적으로 내정의 볼륨이 풍부한 편이고, 또 ‘문명’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들이 제법 논리적으로 연관성있게 구현된 점은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영웅처럼 ‘문명’ 과 완전히 다른 요소도 당연히 있으므로, 문명 시리즈의 요소와 SLG 의 전통이 대략 반반의 점유율을 가지고 이번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곳곳에 사용된 문명의 디자인 요소
비록 내용 자체는 문명 보다는 기존 SLG의 연장선에 더 가깝지만, 게임 내 각종 디자인 요소와 사운드 같은 부분은 문명에 충실하다. 문명 시리즈 특유의 사운드 효과, 예를 들어 건물이 지어지거나 연구가 완료되거나 할 때 나는 소리는 정확히 같으며, 디자인 요소에서도 게임을 안내해주는 페리클레스는 ‘문명 6’ 의 스타일을 하고 있고, UI 디자인과 전반적인 시각 요소들의 스타일도 ‘문명 6’ 를 따른다.


그만큼 게임의 전반적인 비주얼은 ‘문명 6’을 닮아있기에 도시를 발전시키면 그에 따라 외관의 비주얼도 상승하며, 유닛 디자인 등에서도 친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좀더 적응을 쉽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이외에도 SLG 에서 가장 중요한 연맹 기능이 다른 게임보다 좀더 강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류에서 연맹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콘텐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여러 게임을 거치면서도 큰 변화를 넣기엔 어려운 부분이었다.


연맹에서 중요한 부분은 일단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편의 기능이다. 오게임류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절대 게임 내에서 풀어낼 수 없는 방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에 수많은 기다 SNS 나 소셜 채널을 활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인게임 내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거나 하달하는데에도 제한적인 좌표기능 정도를 쓰는 정도였다.
물론 이 게임도 그런 소셜 채널의 보조는 필수적이지만 최대한 게임 내에서 연맹원 간에 목표나 정보를 공유하기 좀더 수월하게 하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일단 목표 설정 기능은 연맹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목표와 방어 목표 등 전략/전술적인 목표를 기능적으로 설정하여 연맹 내에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 했듯 문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불가사의는 연맹이 함께 건축하는 건물로 설정되었고 사치품을 무역으로 거래하면서 연맹이 단순히 전쟁 뿐만 아니라 내정 면에서도 협동하도록 한다. 그 때문에 최대한 많은 액티브 연맹원을 확보하고 각각의 연맹원이 다른 사치품을 개발하는 개별적인 협력이 요구되며, 여러모로 기존의 SLG 를 플레이할 때에는 전쟁할 때가 아니면 연맹의 존재를 느끼기 어려운데 반해 항상 연맹의 영향력을 신경쓰게 만들었다.

아직 서버 초기인 만큼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연맹 간의 서열과 세력 구도도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덕에 현재 발휘할 수 있는 내정에서의 힘이 부각된다. 강력한 연맹들은 이미 불가사의를 선점하고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이를 기반으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측면에서 세력 구도를 짜기에 더 수월한 지표가 되어준다는 점도 있다.
■ SLG와 문명의 결합은 과연?
솔직히 처음에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나왔던, 적당히 문명 스킨 씌운 오게임류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문명 특유의 요소를 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특히 연맹 단위로 불가사의를 짓고 사치품으로 무역하며 내정에서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부분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기본 토대가 SLG 이고 게임의 플레이 방식도 SLG 인 만큼 기존 SLG의 방식, 플레이 감각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더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문명’ 자체가 가진 강한 대중적 파급력이 있다보니 어느정도 피상적인 느낌만 있어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파고들면 역시 SLG 다운 과금요소, 플레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SLG 는 이미 독자적인 유저층을 만들고 그 유저층이 여러 게임을 돌아다니며 일정 기간을 즐기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보니 그 중간의 사이클에 들어갈만한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SLG에서 일주일은 찰나의 시간이고 때문에 아직 대규모 전투를 경험하지는 못했으나, 사실 대단위 전투가 가장 SLG 에서 변주를 주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내정 면에서 이렇게 소소하게 다른 요소들을 집어 넣은 것이 더 부각되어 보인다.
해외 얼리 액세스 서비스 중인 ‘문명: 연맹의 시대’ 는 오는 2월 20일까지 한국 CBT 를 거친 뒤 향후 출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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