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만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 없을 것입니다. 번지의 전 작품이었던 헤일로:리치는 외전임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번지는 리치를 마지막으로 헤일로 연대기의 끝을 맺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헤일로:리치의 결말이 헤일로:전쟁의 서막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러한 끝맺음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죠. MS에서도 그런 번지를 위해 헤일로를 위한 343 인더스트리스를 발족했고요. 번지 또한 액티비전의 비호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고요.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확장팩이 많이 남은 상태라 하더라고 데스티니의 스토리는 너무 빈약했고 설상가상으로 확장팩의 내용이 발매 당시 블루레이에 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의 마지막 보스는 초반까지 피 터지게 싸우던 하이브가 아닌 갑자기 화성과 수성에서 나타난 벡스. 게다가 블랙 가든을 파괴시킴으로써 가사상태에 빠진 여행자가 회복될 수 있다고 하는 설정 및 급 전개는 헤일로와 같이 수준 높은 연출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오릭스와 그의 아들 크로타
첫 번째 확장팩은 주인공들의 진짜 적인 하이브가 주 적으로 등장하는 등 초기 오리지널의 단점을 개선해 가려는 노력들이 있었고 이러한 시도는 인정받아 다시 많은 유저가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확장팩의 내용물을 가지고 나눠 판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 확장팩은 어워큰의 왕국과 콜로세움 방식의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오리지널의 무기와 첫 번째 확장팩의 무기를 다시 살리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결국 다양한 무기를 살리려는 번지의 노력과 달리 유저들의 반응은 레이드에서 얻는 키 아이템에 집중함으로써 한계에 부딪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테이큰 킹이 나왔습니다. 테이큰 킹은 그전의 모든 시스템들을 정리하였습니다. DLC로 나누어서 생긴 아이템 시스템을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이 정립했습니다. 모든 아이템들은 시즌 1과 시즌 2로 나뉘며 시즌 2로 넘어가지 못한 아이템들은 더 이상 사용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 적 수정으로 인해 치솟는 특수옵션으로 PvE를 휩쓸다시피 한 아이템들은 사라질 수 있었고 모든 아이템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춰 사용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릭스 : 널 찾아내 죽일 것이다.
안녕, 갈라혼
군대나 조직에서 만드는 무기체계는 특정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실로 복잡해서 특정 모델이 다른 나라의 특징을 가지게 된 이유라던가 아니면 특정 총기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지만 지금의 데스티니에는 그러한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저 무기의 속성 및 특수옵션 퍽만으로 구분되고 모델링이 다를 뿐입니다. 몇몇 무기가 가진 독특함은 그저 디자이너가 같아서 그런 것으로 보일 정도로 무기/방어구의 외형은 전혀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이 무기들에서 많은 전설무기의 이미지가 겹쳐지고 색이나 장식만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헤일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일로 무기체계를 사랑하는 이유는 헤일로:리치에서의 모습처럼 시리즈 전체에 나오지 않는 무기가 초기 전쟁에 나타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리치의 유리화를 통한 기록 상실을 드는 등 고증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금의 번지는 그러한 디테일함과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번지의 이러한 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충분히 실망스러운 부분이고 그러한 기존의 장점을 더 이상 살리지 못한다면 데스티니는 초기의 비판 그대로 취향 독특한 디자인의 그저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데스티니의 세계관은 분명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가능성을 살린 디테일함은 데스티니를 수많은 FPS가 아닌 데스티니로 남길 열쇠일 것입니다.
날아 오르라, 여행자여!
앞서 말한 문제 외에도 데스티니가 거쳐가야 할 벽은 많습니다. 이제 겨우 대격변의 벽을 넘어 최초 발매 당시 게이머들이 원했던 모습에 다가선 것일 뿐이니까요. 테이큰 킹의 많은 장점들은 기존 본편과 DLC에 비해서는 많은 개선사항이 있었고 그 모습은 긍정적이었지만 그것 역시 원래 데스티니가 보여주어야 했던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음 데스티니의 업그레이드가 테이큰 킹에 만족하고 다시 기존의 모습으로 회귀한다면 많은 유저들이 등을 돌릴 것이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쟁의 서막!
좋은리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