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레오나 단편 소설: 함께 떠오르자
by 데이나 루어리 쇼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rise-with-me/
들으라! 위대한 산 위에서
태양의 소중한 존재가 그녀에게 노래하네
사랑과 헌신의 노래
전투와 영광의 노래를
황금빛 태양, 그녀의 빛은
우리의 얼굴을 따스하게 감싸고
우리의 적을 그슬려,
신성한 재로 태워 버리네
허나 빛나는 태양도 쉬어야 하는 법
그렇게 그녀 없이 남겨진 우리는
추위에 떠는 무방비한 상태로
어둠 속 사냥꾼의 처분을 기다리네
잠드는 그녀를 보며 슬퍼하는 우리
그녀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으로 깜빡이는 황혼의 빛은
스러져 가는 작별의 입맞춤이네
허나 그녀가 몹시 그리워지는 밤
길고 혹독한 어둠이 다가오면
그녀에게 더 오래 있어 달라고
그녀의 음악에 맞춰 춤추자고 설득하네
황혼의 입맞춤이 길어지네
겨울의 손아귀를 녹이는 맹렬한 불꽃
밤새도록 깨어 있는 태양은
여명까지 달콤한 비밀을 속삭이네
그녀를 위해 잔잔한 어둠과 싸우는 우리
우리를 향한 그녀의 사랑을 위해
우리는 그녀의 영광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우리의 영광을 바치네
여명의 찬가
16번 석판, 33~60행
백열의 대사제 탈라이아의 서한
천저까지 40일
서광의 승리 사원에 거주하는 충직한 젊은이들에게
또다시 산에 겨울이 밀려오자 그분은 매일 태양의 길을 따라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갈수록 짧아지는 낮을 보며 두려움에 떠는 대신 불야의 전야제를 준비합니다. 이제 겨우 마흔 번의 일출이 남았군요.
알고 있는 수련생도 있겠지만 이번 축제에서 사원은 오랜 세월 사용해 온 것과 다른 신성한 등유리를 사용하여 첫 번째 태양불꽃 횃불에 불을 붙일 것입니다. 과거의 신물보다 밝게 빛날 신물을 만들어 준 태양벼림공 이아수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지난 하지에 사원 등유리를 깨뜨린 자에게는 엄히 벌을 물을 것이니 누구든 이 일에 관해 아는 게 있다면 용기를 내 나서 주길 바랍니다.
첫 방패를 받을 나이가 된 사람은 불야의 전야제에 참석하여 춤과 노래를 통해 태양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다른 수련생과 함께 영광스러운 일출을 보고 싶다면 짝을 이루어 참석해도 좋습니다.
우리의 헌신만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신참 사제 엘시네가 자신이 담당했던 수련생에게 보낸 편지
천저까지 38일
낮의 축복을 받은 다이애나에게
네 스승이신 태양의 사제 네미아 님께서 네 행동을 바로잡아 달라며 걱정스러운 얘기를 전해 주시더구나.
듣자 하니 네가 우리 가르침에 의심을 표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질문하는 것은 좋지만 스승들이 성전을 잘 알지 못한다고 넌지시 표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넌 너보다 더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지혜와 믿음을 전수해 주려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단다. 그들의 결론이 네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해도 말이야.
알고 있겠지만 네 스승들은 너와 나처럼 필멸자에 불과해. 우리 중 그분의 영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하지만 네가 입회 서약을 할 때까지는 사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꺼내선 안 돼. 네미아 님 정도의 지위에 오른 사제들은 겨우 열네 살이 된 수련생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거든. 그랬다간 도리어 벌만 받을 거야. 지금은 처신을 조심하고 침묵을 지키렴. 정중하게 행동할 자신이 없으면 더 깊이 파고들려고 하지 말아야 해.
네가 다른 수련생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스승의 노여움을 산 아이와 친해지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러고 보면 지난해 널 담당했을 때 네가 신참 사제 니신데와 언쟁을 벌인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 자, 우리끼리 얘기했을 때 네가 보여 준 것처럼 네 내면의 빛을 밝게 빛내 보렴. 그럼 다른 수련생들도 가까이 다가올 거야.
내 조언을 따르겠다고 약속한다면 웅변 수업에서 네가 다시 발언할 수 있도록 네미아 사제님께 잘 말씀드려 보마. 그렇지 않으면 널 대변해 줄 수 없어.
빛을 담아,
신참 사제 엘시네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천저까지 38일
네미아 사제님께 왜 밤을 '어둠'이라고 부르는지 물어본 건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밤은 어둡지 않다. 완전히는 아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대신 여름날의 개울처럼 시원하고 온화한 빛이 별과 함께 빛나며 내가 걷는 길을 밝혀 준다.
그럼 우리는 왜 태양만 얘기하는 걸까? 이 또 다른 천상의 존재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태양의 빛만 봐야 할까?
하지만 웅변 수업에서는 절대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생각이다. 네미아 사제님이 내가 수업을 방해했다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앞으로 자신의 밑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은 수업 시간에 발언하지 못하게 했다. 마음대로 하라지. 다른 수련생들이 예쁜 시를 늘어놓으면서 그럴싸한 논의를 하려고 애쓰다 결국 같은 시구를 계속해서 반복하면 결국 난 두 손 두 발 다 들고 사제님께 제발 발표자와 저 엉성한 결론을 갈가리 찢게 해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오늘 수업에서는 다가오는 축제에 관해 논의해야 했다. 세비나는 방패를 들 나이가 된 다른 친구들과 처음으로 불야의 전야제를 보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발표했다. 그게 끝이었다. 논지는 그게 다였다. 그러니까 축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였다. 으. 왜 네미아 사제님이 이런 애는 놔두면서 나한테만 벌을 주는지 모르겠다.
자원해서 일어난 레오나가 그 말에 반박해 보려고 했지만 어떤 감정을 느꼈다는 말에 반박하는 게 가능한가? 이런 논지에는 자신은 태양을 올바른 방식으로 섬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다거나 긴장된다는 등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식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는 웅변은 아니었지만 레오나는 적어도 노력은 했다. 게다가 어둠이 컴컴한 것이니 어쩌니 하는 얘기도 해서 관심이 갔다. 사악하다고 한 게 아니라 컴컴하다고 했다.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레오나의 말이 끝난 후 발언하고 싶었던 나는 어둠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하지만 진짜 궁금해서 물은 게 아니라 질문을 가장한 동의의 표현이었다. 축제는 사람들이 태양을 더욱더 찬양하도록 몰아붙이는 방식일 뿐이라는 말,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분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대신 정통적 신념에 예속되도록 설계된 의식이라는 말은 꺼낼 기회도 없었지만... 네미아 사제님은 그것조차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그분은 빛과 시야로 우리를 축복했지만, 사제들은 우리가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길 바라지 않는 듯하다.
설마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니겠지?
오늘은 이쯤 해야겠다. 또 은빛을 받아 밝아진 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D
헌신적인 딸이 보낸 편지
천저까지 37일
낮의 축복을 받으신 부모님께
편지가 두 분께 무사히 도착하고 동생 아이도넬과 케스피나가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도할게요. 편지를 더 자주 쓰면 좋겠다고 하셨으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한번 써 볼게요. 중요한 얘기는 없어요.
수업에서 불야의 전야제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어요. 깨어 있는 동안에는 그 시간이 오기만을 기대하면서 방패를 들 나이가 된 친구들과 함께 어둠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엄마 질문에 답하자면 다른 수련생이랑 같이 참석할지 말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러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요. 엄마는 제가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솔직히 아직 눈에 띄는 친구가 없어요. 상황이 바뀌면 숨김없이 말씀드릴 테니까 더는 묻지 않으셔도 돼요.
아! 이번 주에는 군사 훈련장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어요. 훈련을 담당하시는 니신데 신참 사제님께서 무척 칭찬하시면서 다른 수련생들에게 제 발놀림과 검술을 잘 봐 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방패도 잘 쓰지만, 방패로 단순히 절 지키는 걸 넘어서 전장에서 동료를 지원하는 법을 배워야 한대요. 사제님의 조언을 듣고 히테로페랑 세비나에게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계속 같이 훈련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계속해서 실력이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학업은 잘돼 가요. 웅변 실력이 부족한 것 같긴 하지만요. 네미아 사제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땐 계속 이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스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전 실력이 더 늘었으면 하는데 네미아 사제님께서는 더 이상 도움을 주시지 않을 것 같아요.
웅변 수업을 같이 듣는 어떤 여자애가 있는데 그 애 논지는 간단명료하고 구성이 탄탄해요. 견해나 사고방식이 스승님들께 배운 것과 다를 때도 있지만요. 그래도 그 애는 늘 준비되어 있어요. 그 애가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른 수련생들의 논지는 너덜너덜해지죠. 그 애에게 도와 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두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게요.
그분의 빛과 사랑을 담아
레오나 올림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와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가 주고받은 쪽지
천저까지 35일
낮의 축복을 받은 다이애나에게
중세 라코어어 수업이 끝나면 바쁘니? 웅변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것 같아서 설득력 있는 논지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실력을 기를 수 있게 꼭 네 도움을 받고 싶어.
빛을 담아,
레오나
왜 하필이면 나야? 난 이제 수업 중 말할 수도 없는데, 왜 스승님들이 들을 가치도 없다고 여기는 논지를 펼친 사람한테 배우려고 해? 세비나나 너랑 같이 훈련하는 그 다른 여자애한테 부탁해 봐. 널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의리 있는 친구들 같던데.
다이애나
네가 펼친 논지의 내용은 그렇다 쳐도 넌 우리 학년에서 논지를 제일 잘 구성하는 애잖아. 다른 학년을 통틀어도 네가 최고일걸? 몇 년 전 상급생들이 했던 연말 토론이랑 발표 들어 봤지? 이 분야에서 너만큼 날 잘 가르쳐 줄 사람은 없을 거야.
너도 해야 할 일이 있을 테니 시간을 많이 빼앗진 않을게. 그래도 다음 웅변 수업 전까지 내 원고를 훑어보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 수 있게 도와준다면 정말 고마울 거야.
그리고 내가 가볍게 부탁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줘. 혹시 어려운 게 있다면, 뭐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보답할 테니까.
빛을 담아,
레오나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천저까지 35일
레오나가 날 찾아서 깜짝 놀랐다. 지금도 장난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이제 웅변 수업을 준비할 필요도 없어졌으니 레오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물론 레오나를 직접 만나진 않을 거다. 부모도 없는 이단적인 외톨이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스승들이나 다른 수련생들이 레오나를 업신여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군사 훈련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레오나에게 아주 등을 돌리지는 않겠지만 레오나를 조롱하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레오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싫다. 왜냐하면 레오나는 나한테 다가올 정도로... 용감했으니까? 겸손했으니까? 자신이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을 보면 신선하다. 솔직히 말하면 레오나가 그런 말을 해서 정말 놀랐다. 레오나가 뭔가에 실패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게다가 가끔 대화할 상대가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록 그 상대가 여기서 배우는 모든 걸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레오나가 나와 어울려서 많은 사람에게 얻은 존중을 잃게 된다면 나랑 계속 얘기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D
사원의 사제가 오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천저까지 21일
낮의 축복을 가득 받은 멜리아와 이아수르에게
사원에 큰 선물을 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아수르, 자네 작품은 늘 그렇듯이 굉장하더군. 백열의 사제님께서 스물한 번의 일출 후 있을 불야의 전야제에 두 사람을 초대하라고 하셨어. 등유리가 쓰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말이야. 어린아이 둘을 돌봐야 해서 오기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도 같이 데려와서 태양불꽃 횃불에 불을 붙이는 모습만 보고 가도 돼.
올해 레오나를 가르치는 사제들과 모두 이야기해 봤는데 레오나가 모든 방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 내가 가르치는 중세 라코어어 수업에서는 다른 수련생들이 어휘와 동사 시제를 익힐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레오나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태양을 향한 레오나의 헌신이 보일 정도야.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도 대단해. 지난 군사 훈련 모의 전투에서 레오나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는데 어느 순간 상급생도 제치고 다른 수련생을 이끌고 있더군. 정말 자랑스럽겠어.
그런데 태양이 우리에게 베푼 삶에 좀 더 감사하는 시간을 보낼 필요는 있겠어. 모의 전투가 끝나고 나서 레오나와 한편이었던 수련생 하나가 함께 불야의 전야제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어. 레오나는 누가 관심을 보이든 거절한 후 저녁 공부를 하러 갔지. 레오나가 성취하는 데만 빠져서 태양의 선물을 즐길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이야. 사원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분의 빛을 가까이서 만끽하지 못할까 봐. 두 사람이 레오나와 이 문제를 잘 얘기해 봤으면 좋겠어.
빛을 담아,
태양의 사제 폴림니우스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의 일기
천저까지 17일
함께 축제에 가자고 물어보는 방법
—쪽지? 너무 유치한가? 더 직접적인 게 좋으려나? 많은 쪽지를 주고받았지만... 난 그 애가 보낸 쪽지를 받는 게 좋다. 그 애는 늘 시간을 내서 답해 줄 뿐 아니라 아주 세심하고 똑똑하니까.
—같이 산책하자고 할까? 언제? 이번 주에는 밤마다 모의 전투가 열리는데.
—꽃을 줄까?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밥? 같이 밥을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너무 눈에 띌지도 모른다. 밥이 맛없으면 어쩌지? 안 좋은 징조라고 봐야 하나?
—방패 훈련을 도와준다고 할까? 그 애는 방패를 잘 쓰지 않으니 괜찮은 생각일지도! 아니면 방패 쓰는 걸 싫어하나? 모의 전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
—교리에 대해 논해 볼까? 이참에 직접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 애 실력도 보고, 나도 멋진 모습을 보이면... 그 애에게 잘 보일 수 있겠지? 중요한 웅변 과제가 있으니 도와 달라고 할까? 아니, 그 애도 나랑 같은 수업을 듣잖아. 바보 같긴.
—같이 기도하자고 해? 둘이서만 있을 수 있는 좋은 구실이지만 그 애가 받아들일 리 없지.
—따로 계획이 있냐고 물어볼까? 그냥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물어보자. 그 애도 혼자 가긴 싫을 거야. 이미 같이 갈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 누구랑 같이 가려나.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할까?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묻지 말고 그냥 거기서 만나서 같이 춤추자고 할까? 이것도 나쁘지 않겠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와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 사이에 오간 쪽지
천저까지 14일
레오나에게
네가 지난번 발표한 내용에 대해 생각해 봤어.
네 논지는 간단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웠어. 세비나도 네 논리에 수긍하는 것 같더라. 별과 태양에 관한 가설을 끌어들인 것도 정말 좋았어. 몇 주 전 네가 하늘에 있는 태양의 선물에 대해 논의한 내용과도 아주 자연스레 연결됐지. 네미아 사제님도 감명을 받은 것 같았어. 정말 잘했어!
넌 태양의 빛과 생명을 차가운 어둠과 비교했지만, 어둠의 어떤 점이 나쁜지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어. 온기가 없기 때문이야? 그럼 겨울은 나쁜 걸까? 차가운 물도? 생명이 없기 때문이야? 그럼 타곤 산도 엄밀히 따지면 살아 있지 않으니 나쁜 걸까? 더 좋은 예시를 들 수 없다면 은유를 바꿔야 해.
이단자는 태양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지.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야? 태양은 하늘에 떠 있잖아. 태양이 저기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은데, 태양을 믿는 것과 우리 교리를 믿는 것은 똑같지 않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해. 아니면 태양을 믿는다는 표현 대신 숭배한다는 표현을 쓰든지.
게다가 열람이 제한된 석판에 우리의 역사에 대해 뭐라고 쓰여 있는지 어떻게 알아? 스승님들이 요약한 내용과 그 뜻을 알려 주셨을 뿐이잖아. 정확한 인용이 없다면 네 주장은 진실이 아니라 학설을 기반으로 한 것에 불과해. 나라면 입회 의식을 치른 후 그 석판을 직접 확인할 때까지 석판에 관련된 내용을 쓰는 건 보류하겠어.
영원의 날에 관한 의견과 그림자 이론을 지지하는 논지는 좋았지만, 그걸로 강력한 결론까지 끌어내지는 못했어. 태양의 승리를 영원의 날과 불야의 전야제로 기념하는 게 그림자의 창조와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데? 그림자가 필멸의 창조물이라는 거야? 아니면 태양의 창조물이라는 거야?
그래도 실력은 확실히 늘고 있어. 너도 연단에 서면 느껴지지 않아?
다이애나
다이애나에게
그래! 나도 확실히 느끼고 있어. 마치 내 안에서 고결한 태양의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아. 말하면 말할수록 내 뺨에 머무는 그분의 온기가 커지는 느낌이야. 그분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추운 겨울에도 야외 수업을 하면 좋을 텐데.
쪽지 보내 줘서 정말 고마워. 시간 내서 써 줬잖아. 그리고 웅변 실력이 늘 수 있게 지도해 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실력이 꾸준히 늘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내가 주장한 내용은 전부 확인을 거친 거야. 찬가도 그렇고, 철학자와 사원 학자가 쓴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인용했어. 내가 독특한 결론을 내린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다양한 출처에서 얻은 내용을 연결한 방식이 문제인가? 하지만 내가 인용한 출처 중 네가 비평하면서 물은 질문에 답이 되거나 답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어. 어둠이 사악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그 이유는 고려 대상이 아니야. 그랬던 적이 없지. 원래 그런 거니까. 왜 내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 그렇고 넌 모의 전투에서 방패를 잘 안 쓰는 것 같더라. 나도 방패가 워낙 크고 불편해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슬슬 전투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아. 우리 같이 연습할래? 너만 안 바쁘면 말이야.
빛을 담아,
레오나
레오나에게
그게 그렇게 널리 알려지고 합의된 내용이라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것 같지 않아? 이 내용에 누가 합의했는데? 언제? 왜? 왜 모두가 당연히 진실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들이 있는 거야?
나한테 네 논지를 살펴보고 더 잘 구성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잖아. 난 그 말대로 하는 것뿐이야. 근본적인 사실과 정통적인 생각... 적어도 우리가 근본적인 사실로 알고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했을 때 논지가 탄탄하게 구성되지 않는다면 그 기초 전제가 틀리거나 말이 안 되는 것일지도 몰라. 열람이 제한된 석판에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한테는 읽을 권한이 없으니 알 길이 있나! 진짜 답답해!!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출처를 기반으로 논지를 구성하고, 출처에 나오지 않는 내용은 더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야.
그래도 지난번보다 훨씬 나아졌어. 네 다음 발표도 빨리 듣고 싶다. 연단에 서기 전에 내 도움을 받고 싶은지, 아니면 네 논지로 날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은지 알려 줘.
그리고 제안은 고마운데, 난 절대 방패를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거야. 방패를 쓰면 너무 거슬리고 무거워서 공격에 집중하기 힘들더라. 게다가 우리가 같은 편인 한 날 지켜 주는 사람이 적어도 하나는 있잖아.
다이애나
태양의 사제 네미아가 뛰어난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
천저까지 12일
낮의 축복을 받은 레오나에게
지난 몇 주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더구나. 정말 잘했다. 예전에도 토론 실력이 좋았는데 더 발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지 이제는 네게서 빛이 날 정도야.
오늘 네 발표가 끊기는 일이 생겨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일은 내가 백열의 사제님과 함께 잘 처리할 테니 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서 최고를 향해, 그분의 빛을 향해 나아가렴.
그분의 신성한 온기를 담아
태양의 사제 네미아
징계 경위서
천저까지 12일
나, 태양의 사제 네미아는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 수련생의 행동과 그에 따른 징계 내용을 기록한다.
다이애나 수련생은 몇 주 전 앞으로 수업 중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다른 수련생의 발표를 방해했다. 발표를 계속하게 입을 다물라는 지시를 받자 지시를 따르는 대신 다른 수련생의 논지에 반박하려고 했다. 다이애나는 불경스럽게 열을 내며 빛이 영예로운 태양의 세계에만 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태양이 사악한 어둠을 영원히 몰아내길.) 그리하여 위험한 이단의 사상으로 함께 수업을 듣던 또래 수련생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
백열의 사제 탈라이아 님과 논의한 끝에 다이애나에게 다음과 같은 징계를 내린다. 다이애나는 사흘 동안 태양이 밤잠에 들 때까지 그늘도 물도 없이 서서 태양의 빛을 받으며 태양의 자비로운 심판을 되새겨야 한다.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천저까지 11일
태양이 우리 모두에게 다정한 생명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 것은 아니다. 혐오스러운 태양은 악의로 타오르며 뜨거운 빛으로 우리 모두를 지하로 몰아내려고 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분이 날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내일이면 징계를 받기 시작한 지 세 번째 되는 날이다. 날이 흐리길 바라는 수밖에. 비가 오거나! 아니면 눈? 뭐든 좋다. 붉어진 피부가 쓰라려서 잠이나 자고 싶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앞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레오나와 그렇게 얘기해 볼 일은 없겠지. 수련생 생활이 끝나기 전에 해야 했다. 밤에 어둠을 꿰뚫는 그 빛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네미아 사제님이 징계를 내리겠다며 날 탈라이아 사제님께 끌고 갔으니까. 그 얘기까지 꺼냈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
여기 있는 모두가 싫다. 누구와도 뭔가를 기념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다들 가식적인 웃음과 고소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내 몸에 구멍을 내는 게 싫다. 불야의 전야제에 가는 대신 그냥... 산이나 올라야겠다. 여기보다 높은 곳으로 가서 별을 보는 것도 괜찮겠지. 밤의 빛을 보는 거다.
어차피 전야제에 함께 가고 싶은 유일한 사람은 나랑 같이 다니려고 하지 않을 거다. 공개적으로 벌을 받은 사람과 어울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전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난 잃을 게 없다.
-D
'모두'가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빛나는 미소와 환한 마음을 지닌 다정한 사람은 아니다. 모두가 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래 봤자 남은 남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애마저 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겠지.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의 일기
천저까지 7일
축제에 같이 갈 사람을 골라야 하는 이유
—여섯 명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거절했다.
—다들 내가 딱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난 재미있는 (?) 사람이니까.
—세비나와 히테로페는 나랑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부모님이 오실지도 모르는데, 두 분은 내가 좀 더 사교적이길 바라신다.
—겨우 일주일 남았으니까.
—사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하지만 좋은 생각일까? 막 징계를 받은 다이애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이애나에게 발언하도록 한 사람이 나였는데도 말이다. 다이애나가 내 논지의 허점을 지적하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내가 준비해 온 인용문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태양은 자비를 베풀라고 하겠지만, 다이애나가 다시는 사제단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이애나와 함께 가면 나도 같은 취급을 받게 될까?
—그게 중요한가? 다이애나가 그런 취급을 받을 만한가?
—그 애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그 애가 확신할 때 짓는 표정이 있다. 논쟁에서 이길 때, 태양의 빛으로 빛나는 듯한 그 애의 눈과 미소, 그 애가 왕관을 쓰듯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다.
좋아, 결정했어!
백열의 사제 탈라이아가 모범 수련생의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천저까지 5일
두 분의 딸 레오나가 다른 수련생과 싸웠다는 소식을 전하고자 이 서신을 보냅니다. 듣자 하니 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언쟁이 끝날 때쯤 도착해서 두 사람이 뭐 때문에 싸웠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두 수련생과 얘기해 봤지만 둘 다 싸움이 왜 시작됐는지 말하지 않더군요. 두 수련생에게는 징계 조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그분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추길
백열의 사제 탈라이아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발췌문
천저까지 5일
그런데 불야의 전야제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어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하기라도 한 것처럼 레오나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날 알면서,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면서 왜냐고 물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날 전향시키려고 하는구나.'
보아하니 레오나는 나와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설교를 통해 날 독실한 신자로 바꿀 수 있겠다고, 내게 빛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내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던 건... 본인이 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난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자랑은 아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울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모두 내 착각이었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나 혼자만 혼나지 않았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레오나도 징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사제님들이 며칠 동안 레오나를 땡볕에 세워 둘 리가 없다. 대신 우리는 사제단이 쓰는 수도원을 포함해서 사원 바닥을 한 곳도 빠짐없이 닦는 징계를 받았다.
그 애가 태양을 위해서 개입해 달라는 스승의 부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 애에게 고작 그런 존재일 뿐이라면, 올바른 길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이단자일 뿐이라면, 이제 그 애가 웅변 수업에서 형편없는 발표를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D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의 일기
천저까지 5일
다이애나에게 같이 축제에 가자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
—그 애는 내가 축제에 가는지 물어본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 애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한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리 둘 다 징계를 받아서 이제 모의 전투를 빠지고 바닥을 문질러야 한다.
—그 애는 태양을 찬양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그 애는 이단자나 다름없다.
—그 애는 가더라도 춤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 애가 나한테 쪽지를 보내는 일은 없을 거다.
그냥 다른 애가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할걸.
실망한 부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천저까지 2일
낮의 축복을 받은 레오나에게
네가 징계를 받고 지난 모의 전투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소식에 너희 어머니도 나도 기분이 좋지 않구나. 넌 더 잘할 수 있는 아이니까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그분의 빛을 받는 지도자들은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달려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고함을 지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을 해서 문제가 생기는 상황도 만들지 않지.
우리도 이틀 후 불야의 전야제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니 그때 어떻게 해야 네 미래에 더 도움이 될지 얘기해 보자꾸나.
그분의 빛과 사랑을 담아
아버지가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천저까지 1일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그 애는 나한테 설교하려는 게 아니었다.
축제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이애나 이 멍청아
백열의 대사제 탈라이아의 서한
천저
방패를 들 나이가 된 수련생들과 다른 참석자들에게
모두 불야의 전야제를 즐겁게 보내길, 영원히 그분의 가없는 사랑과 온기를 누리길 바랍니다. 축제는 황혼에 시작되니 꼭 사원 예복을 갖추어 입고 참석하세요.
그분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추길
백열의 사제 탈라이아
태양벼림공들의 딸 레오나가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미발송)
천공까지 174일
낮의 축복을 받으신 부모님께
두 분 모두 영광스러운 태양의 빛을 받고 그분의 사랑을 느끼는 나날이 더 길어지길 바랄게요. 전야제에서 절 보고 싶으셨겠지만, 전
제가 왜 전야제를 시작할 때 없었는지
제가 왜 안 보이는지 궁금하셨을
전 축제가 절반은 지나고 나서야 참석했어요.
라코어의 고아 다이애나의 일기
천공까지 174일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진짜다. 말도 안 되는, 불가해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일어난 일이다.
난 다른 수련생들이 불야의 전야제를 준비하며 망토와 베일을 두르고 갑옷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제일 따뜻한 옷을 걸치고 문으로 살짝 빠져나간 후 수련생들이 쓰는 난롯가와 사원 울타리를 지나서 아무도 없는 황야로 들어갔다. 사원 위쪽에 있는 낮은 산봉우리에는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많지 않았다. 그곳은 원래 태양을 최대한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렇게 위로 올라간 나는 앉아서 하늘을 보기 좋은 곳을 찾았다.
태양이 지고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자 아래쪽 사원에서 태양불꽃 횃불들이 밝게 타오르는 게 보였다. 위에서도 그 끔찍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징계를 받을 때 피부가 화끈거리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위에 있는 밤하늘을, 어둠을, 별을, 아름답고 은은한 빛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건 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은은한 빛, 위쪽의 부드러운 은빛을 본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평온함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스승님들이나 아래에서 열리는 축제, 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다. 지금 그곳에서 위를 올려다본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모두가 태양으로부터 느낀다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그 빛을 향해 짧은 기도를 올렸다. 한낮에 엎드려서 하는 복잡한 기도 같은 게 아니라 그저 감사의 말을 몇 마디 했을 뿐이었다. 여기 그 내용을 쓰진 않겠다. 기도의 가치를 떨어뜨리긴 싫으니까.
그때 레오나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레오나가 보낸 편지 (미발송)
이제야 알겠어요. 그런 징계를 받았으니 다이애나는 저나 다른 수련생들처럼 축제가 그리 기다려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 애는 제가 축제에 같이 가자고 해서 화를 낸 게 아니라... 제가 축제 얘기를 꺼낸 것만으로도 화를 냈어요. 사실 아버지가 보내 주신 편지 덕분에 고통스러운 마음은 잠시 제쳐 두고 그 순간을 더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생각을 마친 전 그 애를 찾아서 사과하기로 했죠. 그 애가 오지 않을 곳은 알았지만, 갈 만한 곳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애를 찾아 사원 안을 뒤지다가 밖으로 나갔어요.
전에는 밤에 다이애나를 밖에서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애는 찬란한 태양 아래 너무 오래 서 있으면 피부가 고통스러워 보일 정도로 붉게 물드는데, 어둠에 감싸여 있으니... 원래부터 밤에 속하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 애 머리카락이랑 눈과 같은 색을 띠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그 애는 저더러 왜 거기 있냐고 물었어요. 제가 왜 다른 수련생들과 축제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의아한 것 같았죠. 그 애가 절 쳐다보는 표정이... 글쎄요.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불안한 것만은 확실했어요. 전 실망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어요. 그저 그 애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그러자 그 애는 누가 자신을 사원으로, 축제로 데려오라고 시켰는지 물어봤어요. 전 고개를 젓고 쉰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내뱉었죠. 화나게 해서, 문제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그 애는 절 잠시 마주 보더니 똑같이 고개를 젓고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고 했어요. 전 소리를 내서 웃고 싶었지만 아직 그래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분위기를 깨고 싶지도 않았고요. 전 우리가 단둘이 얘기하는 게 그 순간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애가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길래 그렇게 했어요. 우리는 나란히 앉았죠. 서로 그렇게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이었어요. 팔이 스치자 그 애는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하며 멀어졌어요. "그래서 축제에는 아예 안 갈 생각이야?" 그 애가 물었어요.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비슷한 말이었죠.
저는 "글쎄. 상황 봐서."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애가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그 애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어요. 그 애는 시선을 들더니 하늘을 보고 미소를 지었죠.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게요.
이어서—다이애나의 일기
우리는 함께 밤의 빛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 몇 시간 됐으려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난 우리 위에 있는 빛을 가리키며 그 애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태양과 저 빛에 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느 순간 구름이 하늘을 가리자 횃불에서 나온 빛이 구름에 반사되는 게 보였다. 여전히 축제에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레오나에게 이런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 애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 애에게 축제에 가서 함께 춤추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 애가 거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 애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그 애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만 그 빛나는 느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애는 내 손을 잡더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말을 했다. "아직이야."
그리고 레오나는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나도 레오나에게 입을 맞췄다.
여명의 찬가
솔라리가 깨뜨리고 잃어버린 7번 석판, 행 미상
둘의 간절한 소망은 하늘을 공유하는 것
함께 춤춰도 될 만큼 넓은 그곳에서
손과 마음이 하나로 뒤얽히길 바라네
대신 둘은 서로를 훔쳐보며
상대가 다가오길 기다리거나
상대가 떠나는 모습을 봐야 하네
그럼에도 곳곳에 있는 입맞춤
대가 없는 사랑, 부드러운 포옹
넘쳐 나는 희열과 기쁨의 순간
함께 떠오르자, 그녀가 속삭이네
내 다정한 손길로 널 달래고
세상이 태양을 기다리게 할 테니
함께 떠오르자, 그녀가 외치네
내 열정으로 네 몸을 덥히고
오늘 밤 달이 없는 세상을 만들 테니
그렇게 둘의 결합으로 나타난 우리는
황혼과 여명으로 빚어져
둘의 사랑으로 감싸였네
이쯤되면 얘넨 이성애 혐오가 아닐까 싶음.; 시간 더 지나면 루시안이랑 세나도 한명 설정 바뀌고 디른 한명은 동성애할듯.
이걸로 간보고 있었네
2대 급히 오다!
이건 또 뭔...
아니……. 또??
이건 또 뭔...
2대 급히 오다!
낚시본능2
얘네 원래 설정에선 서로 적대 세력 아니였나
루리웹-6085369417
이걸로 간보고 있었네
적대세력인건 그대론데 소꿉친구 설정 추가되고 레오나가 부족에서 방황하는 다이애나 보살펴주다가 다이애나가 루나리 힘 폭주로 사고내서 도망간 걸 레오나가 다시 잡으려는 걸로 바뀜
레오나 판테온 커플링 설정은 폐기됨?
네 그 부분은 판테온 리메이크 때 바뀌었어요
레오나 + 판테온 레오나 VS 다이애나 이런 구도 아니었음?
그건 너무 옛날이라... 판테온 리멬 즈음 다 바뀐지 오래.
이쯤되면 얘넨 이성애 혐오가 아닐까 싶음.; 시간 더 지나면 루시안이랑 세나도 한명 설정 바뀌고 디른 한명은 동성애할듯.
가위치기
라이엇도 정상아냐 ㅋㅋㅋㅋ
라이엇이 pc선도주자임ㅋㅋㅋ 정상이였던 적이 없지
이새끼들은 저짓해도 안접을꺼 아니깐 더하내
그냥 친구해도 되자나 왜 그러냐...
진짜 개역겹네ㅋㅋ 게이에 레즈에 아주 성소수자가 정상인보다 더 많아지겠다
셍수나 해 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