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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은 해석하는게 아니야, ‘나아만’. 명령은 따르는 거다. 기억하게.”
레이븐 윙 분대장은 흙더미와 먼지를 뒤집어쓰고 출발했다.
그의 바이크가 고속도로로 들어가자 다른 네 명의 분대원의 바이크도 굉음을 내며 그의 뒤에 대열을 이뤘다.
곧 그들은 인돌라 광산 쪽으로 향하면서 언덕을 넘어서 사라졌다.
‘나아만’은 참을성 있게 길가를 따라 누워 있는 자신의 스카웃 분대로 돌아왔다.
“일어서.”
그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행군이다.”
“예, 분대장 형제.”
스카웃들은 몸을 숨긴 긴 풀밭에서 자세를 바로하면서 합창했다.
‘쿠딘’, 그는 이 분대의 비공식적인 상병계급이다. 분대장 ‘나아만’을 제외하면 분대에서 가장 고참인 스카웃마린이며
동기들과 비교하면 머리가 한뼘 더 컸고 그 키는 ‘나아만’과 비슷할 정도였다. 조만간 피시나 행성에서의 작전이 무사히 끝난다면
‘나아만’은 이 경험 많은 스카웃마린의 승급을 추천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강화수술을 마치고 전투형제,
스페이스마린으로 거듭나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분대와 비교해도 ‘쿠딘’은 자랑스러운 신병이었다.
그는 현재 10중대에서 2년간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나아만’이 그런 ‘쿠딘’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가 할 말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질문있나, ‘쿠딘’?”
젊은 스카웃마린은 대답을 하기 전, 짧게 깎인 검은 머리카락을 장갑으로 쓸어넘기며 다른 동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분대장님이 ‘아킬라’ 분대장과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습니다.”
“그래?”
스카웃들의 시선 위로 ‘나아만’의 시선이 스쳐 지나갔다.
각자의 병사들은 고참과 시선을 마주하기 보다는 굴복하여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쿠딘’까지.
“알다시피 대등한 계급의 두 전투형제 간에 언쟁이 있을 때, 그 지휘의 연공서열은 복무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아킬라’ 분대장보다 몇 년 더 오래 다크엔젤 챕터에 몸담았다. 그러나, 스카웃의 지휘권은 연공서열과는 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3중대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휘권은 그 중대 소속의 형제나 장교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건 무슨 뜻이겠나, 스카웃 ‘텔리스’?”
갑작스러운 질문 타임에 스카웃 ‘텔디스’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너와 ‘아킬라’ 분대장 모두 동등한 권한을 가졌다고 해석해도 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스카웃 ‘텔디스’가 대답했다.
‘나아만’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다음에는 ‘켈리펀’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아킬라’가 상급자란 뜻인가?”
분대장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나아만’은 실망감에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른 스카웃들의 태도에 화가 난 듯한
얼굴의 고참인 ‘쿠딘’을 보곤 희망찬 시선을 던졌다.
“‘아킬라’ 분대장은 레이븐 윙 소속이야! 또한 제3 중대에 파견되어 있으니 즉 그와
‘나아만’ 분대장님 간의 연공서열을 나누는 것을 의미가 없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분대장님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보의 차이를 메우는 법을 배우도록.”
“그렇다면 분대장님이 연공서열과 관련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 않습니까?”
스카웃 ‘켈립톤’이 되물었다.
“작전 지휘권은 없는 겁니까?”
“그런 셈이다.”
‘나아만’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아킬라’ 분대장은 중대장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니 우리 중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다.
마스터 ‘벨리알’은 우리에게 동쪽을 순찰하라고 지시했고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의심과
별개로 마스터 ‘벨리알’은 우리가 따를 행동의 방향을 제시했지.”
스카웃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의 말에 공감했다.
침묵 속에서 그들은 볼터를 쥐고 길을 내려가 ‘나아만’ 뒤로 줄을 섰다.
분대장 ‘나아만’은 신병들에게 챕터의 채플린들 마냥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걸 지양했다. 그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신병들이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사에게 있어 현상을 방심하고 생각 없는 독단적 태도는 유연한 전술적 사고를 방해한다.
그리고 챕터의 전투교리는 전술을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시작일 뿐 전부가 아니다.
그런 의미로 ‘나아만’ 형제는 스카웃들에게 챕터의 명령체계를 때론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마지막 형제일 것이다.
말 그대로 채플린이 그의 지금 발언을 들었다면 말이다.
그들이 수 킬로미터를 걸어갔을 때 스카웃의 분대장은 다시 말했다.
“인돌라에 닿으면 ‘아킬라’ 중사와 다시 대화를 나눌거다.”
“그가 생각을 바꿀 것 같습니까?”
‘쿠딘’이 물었다.
“아마도 아니겠지. 하지만 채플린의 가르침을 기억하도록.
완고함은 미덕이다. 시간이 필요해.”
코스 고지는 카딜루스 섬을 형성한 주요 휴화산의 기슭에 있는 바위 투성이 고원인 동쪽 황무지까지 연결되었다.
스카웃들은 긴 풀밭 사이로 걸으며 곧장 동쪽 수평선을 향해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했다. 낮은 구름이
산기슭을 뒤덮고 있었다. ‘나아만’은 새들의 지저귐과 산짐승들이 사냥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곤충들이 풀 줄기 끝에서 윙윙거리며 지나갔다.
늘 부는 바람은 바윗덩이에 아무렇게나 돋아난 짧은 가시덤불의 파편 사이에서 바스락거렸다.
그리곤 종종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썩어가는 냄새도 느껴졌다.
오크에게 살해당한 인간들이 부패하는 냄새.
길 가장자리에는 오물 더미, 버려진 뼈와 음식 찌꺼기, 빈 탄약통, 기름탕, 깨진 못, 구부러진 옷조각,
부서진 볼트, 그리고 정체와 목적을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 뿐이었다. 오래된 포장도로 자체에는 오크 병력의 흔적이 있었다.
타이어 고무의 미끌미끌한 자국과 무거운 트랙의 자국이 얼룩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크 보병이 움직인 흔적과 오크 차량의
과무게로 인해 도로 일부가 가라앉은 표면도 발견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린스킨의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있었다.
이 행성에 온 뒤로 쭉 콧구멍에서 느껴지는 냄새였다.
‘나아만’은 이런 산만함을 무시했다.
오직 비정상적인 것, 불규칙한 것, 위험의 징후를 찾는데 신경을 쏟았다.
레이븐 윙 분대의 바이크 소리는 한 시간 전부터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이 남긴 배기 가스의 냄새는 여전히 공기 중에 떠 있었다.
그는 먼 곳에서 악취가 나는 걸 느끼고 스카웃들에게 수신호로 명령했다. 길을 떠나 그들은 북쪽으로 향하면서 그 냄새의 근원을 쫓았다.
넓은 포장도로로부터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스카웃 ‘켈리펀’은 뭔가 발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라스’와 ‘텔디스’가 저격총을 들고
서서 지켜보는 동안, ‘나아만’과 다른 스카웃들은 납작해진 풀 한송이를 조사했다.
풀들은 여러 군홧발에 짓밟혀 있었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분명 오크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길을 통과한 것이었다.
그 흔적을 쫓아 몇 분간 추적한 후에 ‘나아만’은 오크 시체와 마주쳤다.
놈은 납작한 풀밭 속에 쓰러져 있었고, 파리들이 그 주위를 윙윙거리고 있었다.
오크의 시체는 옷 몇 조각을 제외하는 거의 나체로 벗겨져 있었다. 노출된 피부는
마치 여러 명의 적에게 공격당한 것처럼 팔과 등에 수십 개 피투성이 상처를 보이고 있었다.
‘나아만’은 다가가 부츠로 쓰러진 외계인을 밀어 뒤집었다.
썩은 내장에서 나오는 가스냄새에 그의 스카웃들은 고개를 돌렸다.
“똑바로 보도록!”
‘나아만’이 명령했다.
분대장의 명령에 스카웃들은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며 마지못해 시체를 쳐다봤다.
“녀석의 상태는?”
“죽었군요.”
‘쿠딘’이 위험을 무릅쓰고 말했다.
“확실하나?”
‘나아만’이 되물었다.
“예.”
고참 스카웃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오크가 재생할 때는 상처가 매워지지만, 저 상태는 부패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오크의 상처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종족의 혈액 속에는 괴저와 다른 독소를 멈추게하는 뭔가가 있지요. 그게 오크를 위험한 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좋은 관찰력이다, ‘쿠딘’.”
‘나아만’은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다른 건 없나?”
“이빨이 빠져있습니다.”
이번엔 스카웃 ‘게탄’이 말했다.
그는 오크의 얼굴 가까이 몸을 구부리고 입술을 뒤로 젖히며 맨 잇몸을 드러냈다.
“이빨을 뽑아간 것 같습니다.”
“그럼 누가 오크의 이빨을 가져갔지?”
‘나아만’이 물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훔친건 분명합니다.”
‘게탄’이 대답했다.
“시체는 무기와 옷을 모두 빼앗겼고 군화와 이빨마저 없어졌습니다.
이건 죽은 다음에 약탈 당했다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 상처들에 이상한 물질이 있군요.”
‘켈리펀’이 말했다.
그는 단검을 뽑아 오크의 가슴에 난 상처 위를 긁어냈다.
칼날에는 흰 털과 같은 가닥이 묻어나왔다.
“포자야.”
‘나아만’이 말했다.
“모든 오크류 종족의 시체에서 찾을 수 있는 거다. 포자가 퍼지지 않도록 오크의 시체는 불에 태워야해.
하지만 행성의 모든 위험상황이 제거되었을 때, 민병대들이 오크들이 있던 지역 전체를 청소할 것이다.
아마도 도시의 부두를 전부 불태우고 다시 지어야하겠지만.”
‘나아만’은 찌그러진 풀밭을 바라봤고 그 길이 도로 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오크, 즉 오크 무리가 다른 무리와 떨어진 채 공격을 받는 것 같았다.
약탈은 끝난 듯 보였고 생존자들은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 향할 것이다.
이곳에는 더 이상의 중요한 흔적은 없었다.
“동쪽 순찰을 계속한다. 다만 해 질 때 까진 도로로 나가지 마라.”
“포자는 어떻게 합니까, 분대장님?”
대원들이 울퉁불퉁한 산기슭으로 뻗어 허리 높이까지 찬 풀숲 사이로 출발하자 ‘라스’가 다시 물었다.
“모르겠다.”
‘나아만’이 대답했다.
“이런 일은 확실히 해두자. 온갖 종류의 외계인들은 갖은 방식으로 번식한다.
놈들의 사체, 건축물, 무기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파괴해도 늦지 않아.
완전히 파괴해서 뒤탈을 남기지만 않으면 된다.”
죽은 오크의 혐오스러운 얼굴로 구름에 덮인 태양이 코스 고지로 가라앉자 ‘나아만’은 분대원들을 따라 출발했다.
인돌라 광산의 경계를 표시하는 촘촘한 철조망 울타리에 다다를 무렵 두 시간 이상 스카웃들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고정되지 않은 녹슨 판자 지붕이 바람에 덜컹거렸고 관산 갱도 위의 거대한 리프트 탑은 피시나 행성의 지하자원이 소진되기
전까지 활발했던 행성의 구산업의 잔해를 보여주고 있었다.
작업용 창고와 광석 창고 잔해 사이의 탁 트인 공간은 노란 빛이 깜빡였다.
한 때 광석을 수용했던 큰 건물의 열린 문간의 램프의 불빛이 빛나는 거싱었다.
큰 그림자들은 노란 섬광을 가로질러 움직였다.
‘아킬라’가 이끄는 레이븐 윙 분대였다.
“여기는 ‘나아만’. 분대원과 함께 자네 위치에서 서쪽으로 이동 중.”
‘나아만’이 통신을 보냈다.
“적들은 보이지 않는다.”
“차량 정비 격납고에 임시요새를 구축했다.”
‘아킬라’의 대답이 들려왔다.
“근방에 적은 없다. 새벽이 될 때까진 순찰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쪽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십시오, ‘나아만’.”
“곧 합류하겠습니다, ‘아킬라’.”
‘나아만’이 말을 끝냈다.
그는 통신을 끊고 뒤에 있는 스카웃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고 유령처럼 어둠을 헤치며 움직였다.
레이븐 윙 분대의 바이크는 동굴 안에 있는 정비 창고 안에 세워져 있었고, 전조등과 그 양옆에 달린 볼터는 입구를 향해 있었다.
‘아킬라’와 그의 스페이스마린들은 부품상자와 광석의 잔해를 이용해 급조한 캠프를 만들어 놓았다. 그들 중 세 명은 철제 상자를 좌석에 삼아
앉아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은 보초를 서고 있었다. 스카웃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아라미스’ 형제가 손을 들어 인사했다.
‘나아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분대원에게 휴식을 취하라 지시했다.
‘아킬라’는 ‘나아만’이 빛 속으로 들어오자 격납고를 건너다 보았다.
그리고 레이븐 윙의 분대장은 맨얼굴을 드러내며 헬맷을 벗었다.
그의 어깨 길이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은색 머리띠를 사용해 뒤로 쓸려있었는데
그의 이마에는 검은 진주가 머리띠에서 내려와 반짝이고 있었고 오른쪽 뺨에는 레이븐 윙의
상징인 다크엔젤의 날개 달린 칼날의 붉은 휘장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 스페이스마린이 아닌 일반인이 그의 얼굴을 본다면 참 잘생겼다고 묘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스타르테스에게 타인의 외모는 아무런 의미조차 없었다.
“예상치 못한 두 번째 오크 무리는 있었습니까?”
‘아킬라’가 물었다.
그의 입술 모서리 부분이 살짝 올라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크들이 지금 우릴 치려고 매복하고 있고?”
‘나아만’은 ‘아킬라’ 맞은편에 앉으며 빙긋이 웃었다.
“적어도 오늘은 아니지요.”
스카웃 분대장이 말했다.
“물론 내일이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군.”
‘아킬라’의 목소리가 동굴에서 메아리쳤다.
“아마 오크들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걸지도. 나름 사회생활이 고달플겁니다.
오크식 사회 행사 참여라던가?”
‘나아만’은 그의 농담을 듣고 껄껄 웃었다.
‘나아만’은 다크엔젤이 되기 전 ‘아킬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과거에 대해 전혀 몰랐다.
스카웃 분대장인 본인도 어릴적 기억은 희미했다. 그러나 ‘아킬라’의 냉소적인 농담을 보건데 ‘칼라브리아’
행성의 사막에서 태어난 ‘나아만’ 자신의 과거와 달리 그의 고향과 문화는 크게 다를 것이라 추측할 뿐이었다.
왜냐면 ‘나아만’의 어린 시절은 사람과의 ‘사회적 교류’는 거의 없었고 다만 생존을 위한
하루하루 고군분투의 기억만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륙지점을 방어하는 오크들은 원정군이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아만’이 추측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킬라’가 대답했다.
“오크들은 도시를 약탈할 기회를 포기하면서 전함을 지키는 종족이 아닙니다.”
“휴, 옳은 말입니다.”
자신의 추측이 말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며 ‘나아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 ‘벨리알’은 곧 오크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고 챕터에 보고할 수 있을 겁니다..”
“..가즈쿨 못지않게.”
‘나아만’의 오른쪽에 있던 ‘데마엘’ 형제가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스카웃 분대장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늘 정보부에서 오크군을 이끄는 게 아마겟돈의 야수라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3중대에 있어서 큰 영광이 될겁니다, 실로 거창한 영광.” 이라며 ‘나아만’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을 힐끗 보곤 “물론 레이븐 윙에게도.”라며 덧붙였다.
“당신의 10중대도 영광에 함께 할겁니다.”
‘아킬라’는 ‘나아만’을 향해 경의를 표하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블러드 엔젤, 살라맨더, 울트라마린 챕터가 놓친 아마겟돈의 야수는 우리 다크엔젤이 처단할 테니!”
“가즈쿨‘이 그저 도망만친게 아니라는 증거들이 많습니다.”
‘나아만’이 말했다.
“그 오크 워로드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고 교활하지요.
우린 다른 챕터가 겪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됩니다.”
“그 야수는 3중대와 모든 행성방위군들에게 ‘카딜루스 항구’에 갇혀 있습니다.”
레이븐 윙 분대의 플라즈마 건 사수인 ‘아날루스’ 형제가 말했다.
“가즈쿨은 그저 오크일 뿐. 교활한 엘다족이 아닙니다! 놈은 피시나 행성을 탈출하지 못할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형제.”
레이븐 윙 소속의 스페이스마린과 마주보며 ‘나아만’이 말했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놈이 행성에 도착한 수단을 확보하는게 좋을거네.”
“놈이 함선을 타고 탈출하려한다면 항구 외곽의 북쪽 착륙정을 이용했을 겁니다.”
라고 ‘아킬라’ 분대장이 말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나아만’이 대답했다.
“블러드엔젤 챕터의 지휘관 ‘단테’와 아마겟돈에 있는 다른 이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가즈쿨’이 행성을 탈출하는 게 불가능할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나아만’이 계속 이야기했다.
“오크 전함이 북쪽 착륙정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곳에서 몰래 전함을 타고 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왜 그렇게 동쪽으로 가려하는 겁니까, ‘나아만’?”
스페이스마린 ‘아나일루스’가 물었다.
“의미없는 집착처럼 느껴집니다만.”
그의 말에 ‘나아만’은 다시 웃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형제.”
그가 말했다.
그리고 스카웃 분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녹슨 광석 운반선에서 휴식을 취하는 부하들을 쳐다보았다.
“10중대의 스카웃으로 오래 복무하게 되면, 아무리 하찮은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모든 정보를 얻고자하는
어떤 강박관념을 품게 되지. 우리는 그게 미래의 전투형제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이제 저녁 기도를 할 시간이군.”
일어서며 ‘아킬라’가 말했다.
그는 ‘나아만’을 바라보았다.
“당신과 분대원도 함께합시다.”
“좋습니다.”
‘나아만’도 함께 일어났다.
그는 스카웃 분대원들을 불러 기도에 합류시켰다.
“그래도 보초 없이 기도하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지요. 기도하는 동안 내가 망을 보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거요, ‘나아만’?”
‘아킬라’의 불쾌한 심정이 말투에서 느껴졌다.
“난 보초 서며 혼자로 기도하도록 하지요.”
‘나아만’이 대답했다.
“내일 당신의 전투형제 중 한 명이 대신 보초를 서준다면, 함께 기도할 수 있을겁니다.”
‘아킬라’는 그의 대답에 할 말이 없는지 가만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보초를 마친 두 명의
스페이스마린들이 격납고 안으로 들어왔고 ‘아킬라’가 기도문을 읊자 무릎을 꿇었다.
“오늘 우린 황제와 라이온을 섬겼노라.
오늘 우리는 황제와 라이온의 보호를 받았노라.
오늘 우리는 함께 싸웠노라...”
‘나아만’은 밤길을 나서면서 기도문과 멀어졌다. 그리고 가볍게 광산의 녹슨 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인돌라 광산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는 볼터의 끈을 쥐고서 승강장 주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어둠 속에서 어떤 움직임도 놓칠새라 두 눈을 집중하고 바람의 요란한 소리와 건물들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귀기울였다.
다크엔젤 챕터로 들어오기 위해 배웠던 가르침과 라이온의 지혜를 꼽씹었다. 그
중에서 챕터의 진정한 일원이 된 이후에도 그의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구절이 있었다.
‘지식은 힘이니 잘 지켜라’ 라는 말씀을 말이다.
‘나아만’은 그 지혜의 구절처럼 자신만의 지식을 찾고 있었다.
도시 밖에 얼마나 많은 오크들이 남아있는지, 어떤 숨은 위협이 남아 있는 지에 대한 지식을.
그는 천천히 걷다가 동쪽을 응시했다.
수백 평방 킬로미터의 황무지가 뻗어 있었다.
군대를 숨길 수 있는 충분한 장소이자 거대한 우주선도 숨기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그는 맞딱뜨린 적이 ‘가즈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즈쿨’은 평범한 오크 워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겟돈 행성’을 초토화시킨 그 오크에 관한 이야기는 울트라마린, 블러드 엔젤, 살라맨더 챕터를 통해 은하계에 흩어진 모든
스페이스마린 챕터들이 전해 들었었다. 단 한 마리의 오크 워로드가 그렇게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수많은 파괴를 가했지만
제국의 보복을 면했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놈이 제국의 노련한 추격대를 따돌렸다는 것, 그것도 오크가 그랬다는 건 제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제국의 숙적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데 성공했던 건 아군의 과신과 무모함으로 인한 치명적 실수가 있었다는 거다.
‘가즈쿨’은 아마겟돈에서 처형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또 다시 힘을 키울 수 있었고 그를 추적하기 위해 파견된 제국군보다 더 앞서 있을 수 있었다.
놈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도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리고 여느 오크의 침공과 다르게 도시와 포대, 항구를 먼저 점령했던 걸 떠올려 보면 점을 생각해보면 일찍이 ‘가즈쿨’의 존재는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3중대장 마스터 ‘벨리알’은 ‘가즈쿨’은 카딜루스 항구 발전소 주변에 발이 묶여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확신하진 못하는 눈치였다.
만약 중대장의 추측이 맞다면 ‘가즈쿨’은 무얼하려고 발전소를 원하는가? 베테랑 스카웃 마린은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골머리를 앓으면서 ‘나아만’은 다시 첩탑을 돌았다.
정보에 따르면 그 야수는 발이 묶인 것처럼 보인다.
다만 ‘카딜루스 항구’에 있는게 아니라 오크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동부 황무지에 있을지도 모른다.
스카웃 분대장은 스스로 결심을 내렸다.
‘아킬라’ 분대장의 반대와 상관없이, ‘나아만’은 스카웃과 함께 코스 고지로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스카웃들만이라도 동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낼 결심을 굳혔다.
“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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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신병이라 그런가 스카웃 마린이 훨씬 인간적인 행동을 많이 보이는 묘사가 많군요.
스페이스마린의 연공서열에 관한 것도 흥미로운 이번 화. 그나저나 레이븐 윙과 스카웃
마린간 분대장들의 시시콜콜한 갈등도 재밌다는
나아만 까마귀였나...?
스페이스마린 근무하다가 후임양성을 위해 분대장 스카웃이 된 케이스
ㄴㄴ 지식은 힘이니 잘지켜라 땜시 그러시는거 같은데
아아 그런뜻이었군뇨
스카웃 분대장 말 안듣다가 피볼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