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읽는 게임인데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도대체 누가 15년 전 펜팔 친구를 '만나러' 갑니까; 연락이 되는 상대도 아니고 아는 건 이름과 사진 뿐인데 말이죠. 차라리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지... 시간도 있는데 그쪽으로 놀러나 가볼까?'했다가 우연히 그 펜팔 상대를 아는 사람을 만나 거기서 부터 얘기를 풀어나가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혹은 고교 졸업 15년 후가 아니라 5년 후로 했으면 좀 더 괜찮았을 거 같기도 하고요.
또한 이 게임은 진엔딩 하나와 서브 엔딩 4개로 이루어져있는 구성인데, 문제는 이 모든 분기가 기승전결 중 결에서 갈립니다. 기승전은 모두 똑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여태 보내온 편지에서 고른 선택지에 따라 결만 바꿔서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 때문에 진엔딩을 제외하고는 영 뜬금이 없습니다. 선택지 자체를 편지 보낼 때만 넣는다고 쳐도 루트 분기를 좀 더 이른 시점에 해야지 중간에 관련 떡밥 한번씩 던져준다고 뜬금 없지 않은게 아닌데 말입니다. 편지 2개째를 기준으로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가거나 하는 식으로 분기를 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사실상 진엔딩을 제외한 나머지 엔딩은 곁가지에 불과한 게임이다 보니 등장인물의 행동에서도 위화감이 나타나는데, 진엔딩을 제외한 루트에서는 펜팔 상대가 누구인지 그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숨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건 분기를 떠나 시나리오 자체를 '그 사람의 정체를 숨겨야만 하게' 짜면 됐을 문제인데 아무쪼록 시나리오 라이터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네요.
이외에도 선택지 4+@개를 괜히 불편하게 고르게 해놓은 맥스모드라거나 게임을 시작하면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없다거나; 하는 자잘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만 어드벤쳐이지 사실상 그냥 비쥬얼노벨 혹은 사운드노벨인 게임들과는 달리 확실히 어드벤쳐스러운 게임이라던가 진엔딩 한정으로 스토리도 크게 나쁘진 않았고 bgm이나 일러스트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일본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니 후속작이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나온다면 등장인물은 그대로고 배경설정만 다르게 해서 내놓을 것으로 보이네요. 아트북이나 모든 엔딩을 볼 경우 풀리는 수록 음성 등에서 극중극 포맷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카마이타치의 밤 같은 방식의 후속작이 될 것 같습니다.
시마네현 홍보 목적으로 기획된 게임으로 보이더군요. 시나리오도 그에 맞춰 적당히 짠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