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NWO가 단 10시간 안 남은 이 시점에서 이런글을 올린다는게 정말 삽질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_- 어차피 애초에 이 글은 "기록"이라는 측면으로 쓴 글이니-_-
음-_- 어쨌든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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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럼블이 끝난지 3주나 지난 뒤에 하는 초 뒷북 칼럼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 이라는 측면으로 쓰는 글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주길 바랍니다. 한 몇 년 뒤에 이런 글을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Brock Lesnar vs. Big Show
서바이버 시리즈의 감동을 다시 한번
국내에서는 아마겟돈 2002부터 PPV를 시작했던 터라 2002년의 명경기라고 할 수 있을 서바이버 시리즈 2002의 빅쇼 vs 브록 레스나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로얄럼블 오프닝 매치로써 재시합이 벌여지면서 서바이버 시리즈를 보지 못했던 국내의 레슬매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경기였다. 브록 레스나는 역시 대단한 것이 200kg가 넘는 빅쇼에게 수많은 스플렉스 기술과 마지막에 피니쉬인 F5을 먹이는것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경기다. 그런데 이 빅쇼 vs 브록 레스나 같은 경기가 벌여지면 레슬링 사이트에서 계속 나도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브록이 더 힘이 센가? 골드버그가 더 힘이 센가?" 인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는 브록도 아니고 골드버그가 아닌 빅쇼라고 생각한다. 오버 헤드 밸리 투 밸리 스플렉스를 위해 넘어가 주는 액션이나, 잭해머를 당하면서 2초동안 공중에서 멈춰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등. 이런 showing 을 해내기 위해서는 브록과 골드버그의 힘도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빅쇼의 운동 신경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 할 것이다. 물론, 브록과 골드버그의 파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엔터테이먼트가 가미 되어 있는 레슬링에서 일어난 일로 누가 더 힘이 좋네, 누가 더 대단하네 등의 탁상공론은 그만 두어 줬으면 하는 바이다. 하여튼 이런 대단한 시합으로 인해 로얄럼블 2003은 보스톤의 환호로 한껏 달아오르며 2003년 첫 PPV의 성공을 예감하는 듯 하였다
Dudley Boyz vs. William Regal & Lance Storm
평범한 태그팀 시합
로얄럼블은 대체로 메인 이벤트인 30 men battle royal 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보통의 시합에 대해서는 그리 큰 재미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2001년 로얄럼블에서의 제리코와 벤와의 사다리 매치 같은 명경기도 만들어 내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평범한 매치업들만 성사되는 일이 허다하다.
Torrie Wilson vs. Dawn Marie
왜 PPV에서 이런 시합을?
예전에 비해 요즘 PPV에는 무조건 여성들의 시합을 한개씩 넣는 경향이 강해졌다. 차이나가 WWE에서 빠지고 나면서 여성 타이틀의 없어질거라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였지만, 트리쉬가 예상외로 활약해준 덕분에 2002년의 여성타이틀 디비전은 말 그대로 황금기를 맞게 될수 있었다.(물론, 로우에 국한해서) 그런데, 왜 이런 시합이 PPV에 치뤄저야 했을까? 2002 최악의 각본 중 하나였던 알 윌슨 사망 시나리오의 연장선으로 PPV에서 토리윌슨 vs 돈 마리의 시합이 치뤄지면 그 각본이 하나의 완전한 시나리오로 완성되고 잘 마무리 될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로우 디비전의 디바들이 쉴 시간을 주기 위해 이번 PPV에서는 대신 스맥다운의 디바를 매치업에 올린것일까? 하여튼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최악의 경기를 로얄럼블에 매치업으로 올린것은 WWE의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할 정도였다.
Scott Steiner vs. Triple H
빈 수레가 요란하다
서바이버 시리즈 떄 컴백 한 후, 아마겟돈 전까지 로우와 스맥을 왔다갔다하면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아마겟돈 이 후에 로우로 정식으로 온 뒤 HHH와 계속 대립하게 되었다. 현재 HHH는 악역이긴 하지만 인베이젼이 시작되기 이전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 아니라, 옛날 귀족 기믹 떄를 보는것 같은 비겁한 느낌의 악역을 하고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하게 거대한 팔뚝을 자랑하며 엄청난 카리스마를 몰고 온 스캇 스타이너에게 계속해서 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각본은 각본. 이번 시합도 역시 그 각본의 연장선 상에서, 장딴지 근육이 찟어짐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속행하는 프로적인 모습과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과는 다르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번 시합에서 멋지게 깨지고 말았다. 스캇 스타이너는 근육은 참 멋있을지는 몰라도 경기 내용으로 보면 매우 실망스러운 게 아닐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해서 해머링과 찹만 연발하는 모습이나, 밸리 투 밸리 스플렉스만 써대고, 타이거 밤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실패하고, 그리고 상대방인 HHH는 1달전에 아마겟돈 2002에서 HBK와 피 튀기는 명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HHH는 스캇에세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각본" 에 충실하기 위해 스캇보다 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캇의 경기 운영 미숙,HHH의 각본에 충실한 모습,진정 레슬링을 즐길 줄 아는 보스턴의 관중들. 이 3박자가 모여서 시청하는 내내 짜증나는 경기를 볼수 밖에 없었다. 일단 WWE는 각본을 위주로 하고,또 미국의 관중들도 그것을 알기에 각본에 맞춰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언더테이커나 제리코같은 선수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들이 악역으로 활동하면 그들에게 야유를 보내주고, 커트앵글같은 선수에게는 명경기를 펼칠떄만 환호를 주지 그 외에는 그의 악역 활동에 맞게 야유를 보내준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스캇이 선역이고,HHH가 악역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 준 최악의 경기 덕분에 보스턴의 레슬매니아들은 선역인 스캇에게 야유를 부었고, 오히려 각본에 충실했을 뿐인 HHH에게 환호를 주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정말 이번 시합으로 WWE에게 한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팔씨름을 하면서 이기고,근육자랑을 하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경기내용이 이 모양이래선 레슬매니아들이 싫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반신의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선수를 급하게 경기장으로 내 몬 WWE 또한 분명 잘못이 있다. 여하튼 이 시합 또한 앞서 말한 여성들의 시합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시합으로 남을 것이다.
Chris Benoit vs. Kurt Angle
작은 고추가 맵다
앞선 시합에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교훈을 얻은 반면, 이 시합에서는 "작은 고추가 맵다" 라는 우리나라 교훈을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역시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는 WWE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WWE를 보며 한낮 기술을 학교에서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보다는 이런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금 공부하는 아주 유익한 면을 알도록 하자. (필자 맛이 가다-_-;;)
어쨌든 시합은,WWE의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벤와와 앵글이기에 경기 내용도 좋고,박력도 있고,재미도 있는 시합을 보여주었다. 앞서 이루어진 스캇 vs HHH가 팔씨름,근육자랑 등의 실속없는 대립을 했다면 이 둘의 대립은 마치 과거 숀 마이클과 브렛하트의 대립을 보는 듯, 격렬하고 실속있는 대립을 보여주었다. 계속 적이었긴 했지만 한때 태그팀 챔피온을 하면서 화해하는 듯 하였다가 앵글이 챔피온이 되면서 다시 싸우면서 챔피온은 뒷전으로 하고 "내가 너보다 낫다" 는 식으로 "누가 더 센가?" 에 중점을 둔 이 대립은 정말 첨예하고 치열한 대립구도를 보여주었다. 요즘 WWE의 선수들간의 대립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 둘의 대립을 보면 정말 그 말은 안 나올수 있을거라 자부한다.
이 둘의 경기는 결국 앵글의 승리로 끝이났지만, (이 부분이 좀 거슬리는게,각본이긴 하지만 무릅이 다친 상태로 나오는 앵글이 벤와를 아무런 난입도 없이 깨끗하게 이긴 것은 후에 이 둘의 대립을 계속 이어 나가는데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경우야 말로 난입을 이용해 앵글의 타이틀을 계속 방어해 나간다는 각본으로 나갔으면 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정말 최고의 명경기이니 이런 사소한 부분은 묻어두기로 하겠다) 이 둘의 대립은 앞서 말한 것처럼 숀마이클과 브렛하트의 대립처럼 첨예하게 이어질것이다. 그리고 레슬링 역사상, WWE 역사상 최고의 대립이 되길 빈다.
30 men Battle royal
진정한 드림매치
로스터 스프릿이 이루어지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이 로얄럼블 배틀로얄 경기는 그 로스터 스프릿의 장점 중 하나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게 되었다. 로우와 스맥다운으로 WWE의 선수들이 갈라지면서 레슬매니아들을 아쉽게 했지만, 로스터 스프릿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 양 단체가 모여서 이루어진 배틀로얄은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려 주는 것처럼 말 그대로 "드림매치"가 될수 있게 됐다.
이 몇년간 로얄럼블은 약간 힘이 빠져버린 느낌이랄까,카메오를 출연시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던가,예전의 선수들을 부르면서 잠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다거나 하는 경기 외적으로 레슬매니아들의 눈길을 끌려했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 로얄럼블 경기는 1번부터 30번까지 only 로우와 스맥다운의 양 선수로 가득 채웠기에 더욱 알 차고 실속 있는 경기였단 느낌이 주게 하였다.
215cm 부터 160cm 까지
이번 로얄럼블이 역대 최고라고 말 할수 있는 이유 중 하나, 선수명단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있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초반에 레이미스테리오를 비롯한 많은 작은 체구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후반에는 브록레스나를 비롯한 거대한 자이언트들이 활약하는 것까지, 이번 로얄럼블은 처음부터 끝까지 풍성한 설날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랄까? 하여튼 시종일관 경기장에서 누가 탈락할지 눈을 때지 못할 정도로 흥분되는 재미있는 시합을 만들어갔다.
또한 그 밸런스를 잘 맞추었단 증거로서,메인이벤터들은 무적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의 로얄럼블을 보며 오스틴 같은 거물급 선수가 나오면 링 안에 있는 모든 선수가 바짝 긴장하고 오스틴이 등장하면 링의 모든 선수가 해머링 몇방에 나가 떨어지면서 모두 탈락하게 되거나,언더테이커나 케인이 함께 등장하면 링을 싹슬이 해버리는 등의 "그들만의 축제"가 되버리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특히 이건 작년 2002 로얄럼블에서 두드러졌는데, 메인이벤터들에 의해 단 2분도 견디지 못하고 탈락하는 선수가 매우 많았다. 그에 반면 올해는 그런 선수들은 타미드리머,골더스트,B2 정도의 3명정도? 결론은 이것은 로스터 스프릿으로 인해 많은 새로운 강력한 신인들을 키울수 있게 되었고, 선수층 또한 매우 두터워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된다.브록레스나,바티스타,A-Train,3분경고 등 좋은 선수들이 메인이벤터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4세대로 접어드는 WWE에게 밟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 하다.
레슬매니아로 가는 로얄럼블
결국, 우승자는 브록 레스나가 되었다. 앞서 얘기한것처럼 신인들의 시대를 열어나갈것을 암시하는것인지. 과연 브록 레스나가 레슬매니아에서 챔피온을 따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지 의문이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들어보면 오스틴의 컴백이라던가,골드버그와 계약을 한다 안 한다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등의 뉴스가 뜨는데, WWE 경기 내용으로는 신인들에게 푸쉬를 주고, 외부적인 홍보효과를 노리기 위해 오스틴과 골드버그같은 선수들을 데려오려 한다라, 조금 아이러니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로얄럼블에서 HHH와 커트앵글을 계속 타이틀을 방어하였다. 과연 2월의 PPV 노웨이아웃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게 될것인지 과연 누구하고 경기를 갖게 될것인지, 그 경기들이 레슬매니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현재는 알수 없지만 최고의 PPV인 레슬매니아를 최고로 만들어지기 위한 시나리오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