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무기. 오늘 바빠?"
"아니요. 오늘은 딱히 큰 일정 같은건..."
"그럼 오늘은 학교 끝나고 디저트 뷔페에 안 가볼래?"
"디저트 뷔페...?"
"응. 디저트 뷔페. 카나자와에도 그런 건 많았을 거 아니야?"
"확실히 많기야 했죠. 자주 들르기도 했으니까."
전 제가 참 낯설어보일텐데도 저랑 곧잘 어울려주는 친구들과 함께 디저트 뷔페에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은 타향살이의 큰 낙이 되어줍니다. 믿을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친구들이라면 믿을만하니까요.
거기에다 디저트 뷔페라니. 당이란 건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입니다. 당 만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게 또 없어요. 정말입니다. 특히 안미츠의 그 맛이란. 흰 경단에 팥고물을 곁들이고 거기에 과일까지 낀 3박자가 완전히 충족될 때의 그 맛이란... 전 친구들과 그 맛을 음미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디저트 뷔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여기가 진짜 숨겨진 맛집이야! 내가 다른 애들이랑은 웬~만해선 안 오는데 츠무기 너니까 같이 온 거라고!"
"아... 그... 그렇습니까. 고마워요."
디저트 뷔페에 왔습니다. 왔는데. 왔는데... 안미츠가 보이지 않습니다.
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니 이건 말이 안 돼요. 숨겨진 맛집이라는데. 그 맛집이라는 디저트 뷔페가 이런 소비자 기만을 일삼아대다니. 이런 기가 막힐 일이 또 있단 말입니까?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이성을 잃고 사투리를 쓸 뻔했습니다.
아니 이거는 정말로 말이 안 된다고요. 가령 영화관을 갔다고 쳐 봅시다. 영화관이 의자도 푹신하고, 팝콘도 맛있고, 음향도 잘 나오고, 그런거 다 좋다 그 말이죠. 그런데 정작 내가 원하는 영화를 안 틀어주는 겁니다. 나는 분명히 사극을 보러 왔는데 뭔 헬기에서 쫄쫄이입은 사람들끼리 싸움박질이나 해대는 영화나 틀어주고 앉아있다고 생각을 해보라고요.
그러면 그게 얼마나 재미있건 퀄리티가 좋건 무슨 오스카상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뭐 다받고 싹슬이를 했건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라고요. 내가 보려던 게 아니니까! 내가 보려던게 아니라고!!! 난!!!!! 영화관에 싸움박질이나 볼라고 온게 아니야!!!!! 내랑 지금 장난하나!!?!!!??
내가 왜 생크림이 들어간 느끼한 케이크나 먹고 있어야 하죠? 그나마 생크림이면 낫지! 단 게 섞여있기라도 하니까! 치즈케이크엔 그런 것도 없어요! 그냥 느끼해 죽을 맛입니다! 그런 발상을 대체 누가 한거죠? 기름덩어리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디저트를 먹는건데! 디저트로 또 기름덩어리를 꾸역꾸역 입에다가 쑤셔박으시겠다?
하여간 그러니까 미국의 비만율이 수직상승하는겁니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놈들.
"어... 맛 없어?"
"아, 아뇨."
케이크를 먹고 있던 제 표정이 뭔가 뚱한 것을 눈치챈건지 친구가 맛이 없냐고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제 마음을 눈치채준건 고맙긴 한데,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전 이곳에 있기로 했습니다. 이 소비자 우롱을 일삼아대는 천인공노할 악덕 디저트 가게에 말이죠.
다들 과일을 집어와서 먹거나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여기 안미츠가 왜 없냐고 눈치없게 말하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안미츠가 없기에 다들 케이크만 먹고 있는 거겠죠.
진짜로 없는 건가 싶어가지고 주위를 좀 더 유심히 둘러봤는데, 팥고물이랑 경단은 많이 있었습니다. 예. 많이 있다 수준도 아니고 아주 산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왜 저걸 굳이 따로 둔 걸까요?
경단이랑 팥고물을 따로 먹는 걸까요? 아니. 따로 먹으면 무슨 의미인데요? 도쿄 사람들은 저렇게 먹나요? 아예 국수를 먹을때도 아무것도 없이 삶아놓은 면이랑 고명만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그 다음에 면이랑 고명을 다 씹어서 삼키면 그때 국물을 들이킵니까?
아주 컴퓨터를 할 때도 키보드랑 마우스를 같이 안 쓰겠네요? 아주 메모할때도 연필이랑 지우개를 같이 안 쓰겠네요? 도대체 왜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을 따로 두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이 있어요?
도쿄는 선진문물이 발달하고 여러가지 기술을 들여와서 사람들 삶의 질이 높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알고보니 아주 헛소리였군요. 디저트를 참 이따구로 먹는 걸 봐선... 아이고. 아주 참된 지성인들 납셨네요.
하지만 별 수가 없었습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전 결국 케이크대신 경단이랑 팥고물을 따로따로 가져와서 따로따로 먹었습니다. 정말. 도시란 이해 안 되는것 천지뿐이에요.
그래도, 그게 케이크보단 나았기에, 전 어찌저찌 썩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응당 있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고, 함께 존재해야 할 것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이 너무나도 커다란 부조리함 속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가니까. 프로듀서가 절 반겨주었습니다.
"안녕 츠무기."
"......"
"...무슨 일 있어?"
"네. 아주 중대한 일이에요. 오늘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고요."
"무슨 일인데?"
전 프로듀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요! 이건 소비자 우롱이에요! 어떻게 디저트 가게라면서! 가장 중요한 걸 준비도 안 해놓고! 그렇게 경단이랑 단팥만 따로 놔놓고 퉁칠 수가 있죠!? 카나자와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으음."
"프로듀서도! 뭐라고 말좀 해보라고요! 내가 맞는 건가! 틀린 건가!"
저는 지금까지 쌓인 분노를 모두 프로듀서에게 돌렸습니다. 프로듀서에게 잘못이 없는 건 알지만, 오늘 겪은 부조리로 인한 분노를 풀 대상이 꼭 필요했단 말입니다. 물론 이 일은 꼭 사과할 겁니다.
나중에 카나자와에 들렸다 오면 거기서 맛있는 거라도 하나 사다줘야죠...
"츠무기. 경단이랑 팥앙금이 따로 있었으니까, 그걸 아예 따로 먹었다고?"
"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왜 두개가 따로 있는 건가요!? 도쿄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따로 먹나요?"
"...그냥 같이 먹으면 되는거 아니야?"
"네?"
"들어봐봐. 다른 접시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별개로 먹어야 하는 건 아니야... 안미츠도 없었다고 했잖아. 내 생각엔 직접 만들어 먹는 것 같은데. 경단이랑 팥앙금을 같은 접시에 가져온 후에, 그 위에 과일을 같이 곁들여서 세 개를 한번에 같이 먹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아."
보는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머리가 있는데 안 올리는건 섭하니 타 사이트에 올린 글 몇개 좀 올려볼까합니다.
근데 그냥 창피하면 지울지도 몰라요.
난난..
난난
님 왜 치트키짤 올려요 일하는데 헤으응하게;;;
댕청난난추 퍼렁미래추
팥앙금이랑 경단이랑 과일은 있는데 안미츠는 없네! 이 뭐꼬! 허위광고는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