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그 동안 제주 경기를 많이 못 봐왔다고 생각해서, 오늘은 포항 홈에서 치뤄진
포항 대 제주의 경기를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반 중반에
살짝 졸았는데, 점심에 김치볶음밥을 좀 과하게 먹었기 때문인지......
Ⅱ. 전반적인 감상
1. 포항이 주도한 경기
후반 중반에 약간 흔들린 걸 빼고는 대체로 포항이 주도한 경기였습니다.
전반전에는 임상협, 크베시치가 특히 돋보이더군요. 제주의 수비력과 압박이
아니었더라면 전반에 벌써 결판이 났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고 봅니다.
양팀 모두 죽어라고 뛰면서 맞붙은 반작용(?)으로, 후반 들어서서는 실수가
잦았는데, 특히 포항 진영에서 뭔가 좀 안이한 패스미스가 몇 차례 보였습니다.
물론 그걸 살리지 못하고 승점 1점에 만족한 것이 제주의 운명이라면 운명이랄까......
2. 강력한 방패와 무딘 창 ; 제주의 딜레마
제주의 압박은 괜찮았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공격은 그닥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양팀 모두 압박의 강도가 높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
을 보여주었던 포항의 그것에 비해, 제주의 공격이란 것은 별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주민규가 후반에 교체되긴 했는데, 부상 교체 전에도 오늘은 포항 수비진에
집중 마크당하면서 공을 제대로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주민규가 봉쇄되었을
경우 제주가 대안으로 내세울 카드가 있느냐가 향후 상위스플릿 경쟁에서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Ⅲ. 선수 평점
(※교체출전 등 사유로 출전시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 생략했습니다)
1. 포항
○ 강현무 : 7점
- 제주 공격이 좀 무디긴 했지만, 한 차례 괜찮은 선방이 있었습니다.
○ 권완규, 이광준, 강상우, 신광훈 : 7점
○ 전민광 : 6.5점
○ 크베시치, 임상협 : 7.5점
○ 이승모, 송민규, 고영준 : 7점
○ 타쉬 : 5점
- 최전방 스트라이커 고민은 울산현대만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성남팬 분들은 매일 아침 뮬황께 감사의 큰 절
한 번씩 올림이 어떠할지?
2. 제주
○ 오승훈 : 6점
- 나름 공중볼 처리를 잘 하긴 했는데, 킥 미스가 좀 많이 황당했던지라......
○ 주민규 : 4.5점
- 전방에서 고립된 건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경기에 전혀 영향력
을 끼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만큼은 저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제르소 : 5점
- 열심히 뛰긴 했는데... 고립된 주민규를 지원하거나 빈틈을 날카롭게 노린다기보다는
그냥 따로국밥마냥 힘을 허비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솔직한 감상입니다. 뭔가 오늘
보여준 것 보다는 더한 잠재력은 있는 것 같은데, 제주의 팀 컬러에 맞는 잠재력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
○ 제주 수비진 및 미드필더들 : 7점
- 일일히 이름을 거명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냥 대체로 다 제주 팀 컬러에 맞게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항 역습 찬스때 우르르 되돌아가서 수비 진형 갖추던 모습이 좀 소름돋더군요.
남 감독이 대체 무슨 훈련을 어떻게 시켰길래 저렇게 되는건가......
Ⅳ. 잡설
이번 주말엔 사실 "꼭 보고싶다" 는 식의 경기가 그리 많진 않네요. 아스나위 뛰는 거
궁금해서 이 글 쓰면서 안산 vs 대전 전 보고는 있는데, 전력 차가 좀 심해서 일방적으로
안산이 두들겨맞고 있고...... 그리고 아스나위는 아까 골 찬스 놓치던 거 보면 역시
태생이 풀백이라 저런 역할은 좀 무리인가도 싶고...... 뭐, 일단 지켜보고 또 글 올릴까 합니다.
내일 K리그1 3경기 중에서 수원FC 대 FC서울 전은 거르고(...아니 근데 솔직히, 두 팀
팬 분들껜 죄송합니다만 그거 솔직히 노잼 경기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인천 경기나
볼까 생각 중입니다만, 혹시 추천하는 경기가 있으신지요?
남기일은 기본적으로 전방 압박 컨셉. 쓰리백의 투 볼란치 체제인데도 중원에서의 숫적 열세가 없는 이유는 양쪽 스토퍼인 김오규, 정운이 원래 풀백까지 볼 정도로 그 위치선정이나 빌드업 감각이 좋기 때문이죠. 빡센 중원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격에서 아쉬운 건 외국인이라고 특별 대우 없이 조직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다소 독으로 돌아온게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K리그1에서 가장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전술을 행하는 가장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감독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팀을 발전시키고, 탄탄하게 만들어냅니다.
압박하며 수비전술은 확실히 칭찬할 만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주의 평소 경기를 줄곧 보지는 못한 제가 오늘 경기만을 보았을 때는 뭔가 공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못 보았던 터라 아쉬웠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주민규 컨디션 좋을 때 제주 경기를 좀 챙겨 봤어야 했는데. 물론 남기일 감독의 능력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업팀이라지만 엄밀히 말해서 승격팀인 제주가 이 정도로 선전한다는 것 자체가 남 감독의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오늘 상대팀인 포항이 상당히 선전한 부분을 제가 간과했을 수도 있겠군요.
작년에도 2부긴 하지만, 팀 내에서 10득점 이상 한 자원 없이 골고루 득점 루트 파내서 득점 만들던 감독이긴 합니다. 사실 지금의 공격 문제는 공격 전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진짜 선수들이 마무리를 못 짓거나 아직 합이 완전히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라 좀 아쉬운 듯해요. 예를 들어 좌측면의 정우재와 제르소는 아예 합이 안 맞는 느낌.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