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토니아의 마법사 영웅 담셀(Damsel)이다.
개정된 번역이 가능한 한 모든 단어를 한글화 하고 싶었던 것인지 담셀 또한 개정되었다.
'여식'으로 말이다.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될까.
일단 이들은 수녀와 마녀 사이에 있는 성스러운 마법을 쓰는 귀족들이지 단순히 어느집 딸내미들이 아니다.
딱 잘라 우리말로 번역하기 어려운 의미가 저 담셀이란 단어에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럴때를 위해 아주 훌륭한 수단을 갖고 있다.
음역이다.
어차피 우리 말로 번역하면 길어지는 것, 차라리 원문의 발음을 써놓고 이게 뭔지만 알아먹게 해줘도 문제는 없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 소개할 것들이 많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멘 앳 암즈(Men-at-Arms)다.
브레토니아의 든든한(?) 모루 역할을 해줄 보병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장 농민병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일단 맨 앳 암즈의 사전적 의미를 정의하고 가자.
대강 중보병이란 뜻이다.
귀족은 아니지만 충분히 잘 무장된 전문 군인 보병들을 역사적으로 맨 앳 암즈라고 불렀다.
워해머 설정에서도 비슷하다.
가엾고 딱한 농노챠들은 태반이 불구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지만,
이들 중에도 헤비급은 있을 것이다.
그들을 모아서 만든 게 브레토니아의 맨 앳 암즈다.
비록 장비는 허접하지만 일단 이들은 직업 군인으로서 장비를 지급받고 나름 월급도 받는다.
물론 대우야 시궁창을 넘어서 농노챠들과 다르지 않은 소모품이지만 일단 이들은 직업 군인이다.
다만 농노 출신일 뿐.
즉 굳이 농민병이란 이름에 집착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원문 그대로 중보병이라 번역하기에는 무장 상태에 하자가 많다면 그냥 무장병이라고 해도 된다.
오히려 그 편이 나았을 것이다.
말박이의 나라에서 농노챠 얘기는 적당히 하고 이제 기마병들 차례로 넘어가보자.
요먼 기수다.
고티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브레토니아 기병대와 비교하면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지옥 같은 브레토니아에서 귀족이 아니면서 말을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히 출세한거다.
어쨌든, 이들은 무려 '자작농 기수'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이제 문제가 심각하다.
사전적 의미의 요먼은 자작농이 맞다.
다른 곳이었으면 나라도 자작농이라 번역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브레토니아다.
귀족이 아니라면 농노밖에는 없는 브레토니아.
명예가 전부고 기사도가 전부인 곳이다.
브레토니아에서 자작농이란 기사님이 베풀어주시는 십일조를 거부한 이단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어딜 감히 신성한 브레토니아 땅에서 자작농이란 사악한 행위가 성행할 수 있는가.
기사님들께서 하해와 같은 은혜로 베풀어주시는 십일조를 거부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도한, 사람으로써의 기본적인 도덕과 양심조차 져버린 일이란 말인가.
이것은 국가에 대한 반역이고, 체제에 대한 저항이며, 저들의 머릿속에 호수의 여인을 위한 신앙과 충성 대신 사악한 카오스가 가득하여 관심법을 쓰지 않아도 철퇴로 내려칠 사유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자칭' 자작농들은 눈을 감으라.
자작농(였던 것)
프롤레타리아 계급 투쟁 마려운 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기사들 얘기로 넘어가보자.
이들은 자랑스러운 우리 브레토니아의 '편력 기사'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공식 번역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편력 기사라는 소리를 듣고 사실 처음에는 바로 못 알아들었다.
저 단어가 여기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인지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알아보니 간단했다.
원문인 나이트 에런트(Knight Errant)에서 에런트에 모험, 방랑이라는 뜻 외에
여성 편력을 가리키는 그 편력이라는 뜻 또한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었다.
단어를 그저 일차원적으로만 이해하려하고 좀 더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일차원적인 나는 '모험 기사' 내지는 '방랑 기사'라는 단순한 뜻으로 번역 했겠지만
번역가는 여기서 좀 더 형이상학적인 접근법을 취했던 모양이었다.
뭐 그 대가로 브레토니아의 젊은 귀족들은 모두 여성 편력이 끝내주는 난봉꾼들이 되었지만 말이다.
알게 뭐인가? 내 얘기도 아닌 것을.
나이트 오브 더 렐름(Knight of the Realm)이다.
기존 번역명은 왕국의 기사였다.
딱히 군더더기 없는 무난한 번역이었다.
이걸 굳이 왕국 기사단이라고 바꿔놓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
바꿈으로서 의미 전달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원문에는 기존 번역이 더 충실했다.
앞으로 계속 소개할 번역들의 기조를 보면 '의'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다른 '의'가 들어가는 개정 번역도 몇 개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도저히 기준을 모르겠다.
무엇인가 번역자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것일까?
왜 굳이 멀쩡한 번역까지 손을 대서 원문에 없던 단어까지 들어가게 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번역 하나에 이 짤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앞으로 나올 기가 막히다 못해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번역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본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놓을까 했지만
몇몇 종족들은 개정안 전체가 거를 타선이 없는 풀타임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오역이 굉장히 풍부하기도 해서 종족 별로 나눠 쓸 것 같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몇몇 종족들이 있는데 아마 그들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글에서 하나의 종족만을 소개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심신을 정화해줄 로한 테마곡이나 듣자. 두번 듣자.
제목 어그로 오진다ㅋㅋ 하고 들어와보니 오질만했다... 다음편을 기대하겠소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