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국제영화제였나 무튼 상영 중 적지않은 관객들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기사가 나간 영화 RAW.
채식주의를 강요 받으며 순수하게 살아온 소녀가 대학교에 가면서 본인의 식욕과 성욕에 눈을 뜨고
급기야 인육에 까지 입을 댄다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문제작이다.
왠만한 호러는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한 내가 영화를 본 뒤에 느낌 점은,
위에 저 메세징은 "마케팅"일 뿐이라는 것.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장담하건데) 걱정말고 그냥 보셔도 좋습니다.
근데 뭐 먹으면서 보는건 아무래도 좀 비추 ㅎㅎ
(독설이니 반말체로)
잠깐 잡설을 해야겠는데, 다른 매체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프랑스 신예의 "예술영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난 당췌 "예술영화"의 정의를 모르겠음.
오랜 시간 동안 "예술영화"라고 불린 영화들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흔히, 평론가 나부랭이들이 만든 "예술영화" 카테고리는 전혀 어울리지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다.
장르영화에서 장르의 전개를 위해 사용되는 영화적 장치나 연출방식의 크리쉐를 그냥 비껴가거나
피해가거나 삭제하는 방식을 선택한 영화들인 거 같고, 그냥 "비장르영화" 혹은 "무장르영화"
라고 불리는게 맞겠다.
"예술"이란 단어의 사용? 글쎄? 그냥저냥 로맨스 영화에서, 목욕 가운을 걸친 여자주인공의 가운이
흘러내려면서 전혀 예상치않았던 아름다운 골반을 보았을때 나오는 탄성. "골반 예술이네 우왕ㅋ굿ㅋ"
이럴때, 쓰는게 진정 "예술"이란 단어를 잘 사용한 예라는고 개인적으로 생각됨.
헛소리처럼 적었지만, 일반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작업에 공을 드리지 않은 영화들이,
그동안 예술영화라 칭송받던 영화들에 대한 비아냥을 적고 싶었다.
(큰 스포 없습니다)
RAW는 더군다나 대놓고 "스릴러+성장형 장르영화"다. 프랑스 영화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봐도 좋은 것이,
전혀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와 연출들로 이어지는데,
그 색감과 표현과 호흡이 전에 본적 없는 (제목그대로) 날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팬들이 의외로 사랑할 만한 영화라는 점.
마지막으로 하나 소개할 만한 부분.
영화 초중반부에 이후 "저돌적인 전개를 암시"하는 그로테스크하고 기가 막힌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여주인공이 언니의 손가락을 맛보는 장면. "어 ㅆㅂ 존맛"이라고 탄성을 터트리는 것도 같은
표정 연기도 아주 훌륭했지만, 충격적인 카니발리즘의 스타트를 알리는 듯한 경종같이 사용된,
디스토션 잔뜩 걸린 일렉 사운드로의 급 전환이 압권.
이 한 장면 만으로도 이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놓치기 아까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