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에는 4종류의 수리 방법이 있는데
대충 사안과 기간에 따라 나누고
제일 긴 수리가 오버홀이란 거였다.
오버홀은 말 그대로 배를 완전 뜯어고치는 셈이었고
우리는 140일의 수리 기간동안
엔진과 발전기와 같은 배의 동력부부터
홋줄과 닻에 이르기까지 배의 모든 부분을 수리하고 교체해야 했고
수리기간 일정이 촉박해질수록
일과시간은 길어져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국군도수체조는 생략되었고
일과 전에 작업 준비를 모두 끝내놓아야 했으며
일과가 끝나도 작업은 끝나지 않았고
해가 져서 작업이 더이상 불가능할 때서야 작업이 끝났고 뒷정리까지 마치면 씻지도 못하고 점호를 받아야 했다.
수병들의 원한은 하늘을 찌르고
부사관 또한 극한적인 작업량에 지쳐갈 즈음
함장은 특별 지시를 내려 보급관으로 하여금
매일 오후 3시에 간식을 지급할 것.
매일 밤 점호시 수병들을 위한 야참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우리 배에는 수십박스의 컵라면과
다 먹을 수 있나 싶을 정도의 과일이 매주 들어왔고
하루에 밥 3끼 먹고 컵라면도 2개씩 먹고 과일도 많이 먹는데
갑판병들은 오히려 살이 빠지는 기현상을 볼 수 있었다.
수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에
각 부서 함내 침실에 컵라면 박스가 매일 밤마다 도착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폐기할 수는 없으니 수병들이 자율적으로 가져가 먹으라는 것이었다.
우린 그걸 다 먹었다.
심지어 이제 라면이 물린다는 개소리를 하는 작전부 애들 꺼까지 얻어와 먹었다.
그럼에도 살이 빠졌다.
슬픈 것은
수리때 늘어난 위는 전역하고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런 극한적인 작업환경에 두번 다시 노출될 일은 없어서
전역하고 15kg이 쪘다.
시벌.
15카로 밖에 안쪘어?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