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원일. 이 병실에서 나가는 날이다.
"후우우우~~~ 오랜만에 제대로 움직이네. 얼마전까지는 삐걱대는 몸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힘들었는데."
"형."
"응?"
옆 병실에 가끔 찾아와 놀아주던 꼬마다. 옆 침대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이 병실 저 병실 돌아다니면서 말을 건다고 하는데 나도 그 중 한명이였다고 한다. 내가 자아찾기 여행을 하는 동안 있었던 일을 들으면 언제나 웃으며 좋아했으며 나도 간만에 말동무가 생겨서 좋았다.
"형 오늘 가는거야?"
"어. 이제 몸도 다 나았으니까."
"얼마나?"
꼬마의 말에 적당히 답하고자 나는 왼쪽 팔은 위쪽으로, 오른쪽 팔은 아래쪽으로 해서 뒤로 젖힌 두 손을 깍지꼈다.
"이 정도?"
"에이! 그건 다 나은게 아니잖아! 이 정도는 되야 다 나은거지!"
"뭐야?! 너 그거 어떻게 한거야! 어떻게 하면 손가락 첫번째 마디만 구부릴수 있는거야?! 것보다 그건 내 몸 상태랑 상관 없잖아!"
만담은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그럼 난 갈게. 아, 가끔 병실에 찾아올게."
"응! 꼭 놀러 와."
"아 맞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렇게 나는 병원에서 친해진 꼬마와 인사를 한 뒤,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일단 난 찾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잠깐 전화 좀 하기로 했다.
"어. 그래. 그러니까..."
위잉-
"어? 조금 있다 다시 전화할게. 끊어."
"아~ 진짜. 내려가는거 눌렀는데 왜 올라가는거야?"
"윤호야."
"아? 아... 너구나."
얼떨결에 윤호랑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어차피 찾으려 하던 사람이 윤호였으니 별로 상관 없었지만.
"1층에서 친구 마중 나오려고 했는데 이게 뭐냐..."
"친구라는거 나지?"
"뭐, 그치."
"....그거 정말 고맙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니까. 요즘 워낙 바빠서 누구 만날 틈도 없거든."
"지금은 안 바빠?"
"잠깐 친구 마중 간다고 하고 나왔어. 어차피 별로 중요한 진료도 아니여서 다른 의사한테 맡겼고."
"아..."
그래도 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1층에 도착했다.
"저기. 윤호야."
"응?"
"저번에는 미안했어."
"뭐? 아, 그 가면 말이야? 괜찮아. 그건 내가 그때 예민해서 그런거니까. 오히려 쓸떼없이 화를 낸 내가 더 미안하지. 의사가 환자한테 할 행동은 아니였으니까."
"그거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였어?"
"....뭐, 그렇지.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거라 해야 하나?"
"...그런 줄도 모르고 너한테 민폐를 끼쳤네."
"이제 괜찮다니까. 그런거."
"그래서 알아봤어."
"뭐?"
"알아봤다고."
"뭐를?"
"네 그 가면에 대해서."
"...."
병원 입구를 향해 같이 걸어가던중 내 말을 들은 윤호는 당황했는지 발걸음이 멈췄고, 나는 뒤를 돌아 윤호를 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그런 민폐를 끼친건 그 가면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그 가면에 대해서 알아내려 했지."
"...위키피디아라도 검색했다는거야?"
"아니. '너랑 같은 가면'을 가진 사람을 만났어."
"뭐...?"
당황한 표정. 지금 윤호는 그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
'같은 가면'이라는 것에 동요한거야?
"그 사람은 날 이 병원에 오게 한 원흉이지만, 지금은 이 병원의 환자인데 '너랑 같은 가면'을 썼더라고. 이마에 쓰인 글자만 다르지만. 그게 수상해서 내가 그 사람한테 몇가지 물어봤지."
"...그게 뭐 어쨌다고?"
"그 가면을 쓰면 가면에 쓰여진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수 있다고 했어."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한거야?"
"잠깐만. 찾아보고..."
"아까부터 영문 모를 소리만 하고. 대체..."
"아. 찾았다. 야~! 여기야~"
"?"
나는 아까 엘레베이터에 타기 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1층으로 불렀다. 이때를 위해. 내가 부른 사람은 바로...
"Sun of bicth!!!!"
"여기야. 여기~"
"뭐야... 저 펑키한 남자는?"
얼마전 나를 오토바이로 치고 간 뺑소니범.(인과응보인지 자기도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듯 했다.) 그는 윤호와 똑같은 가면을 썼다. 윤호와는 달리 가면 이마 부분에 '라이더'라고 쓰여 있었지만.
"너 이 자식... 또 내 가면을 훔쳐?!"
"미안.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또는 아니지. 저번에는 네가 흘린 거였잖아."
"당장 내놔!"
"내 부탁만 들어준다면야."
"부탁이라니 그게 뭔데?"
"뭐야? 아까부터..."
"요구는 간단해. 이 의사 선생 앞에서 가면에 대해서 약간만 얘기하면 돼."
"가면? 아니, 그건 일반인 앞에서 함부로 얘기하면 안되는건데."
"어차피 난 알았으니까 된 거 아니야?"
"아니 그래도 이 의사 선생은 관련이 없잖아."
"괜찮아. 얘 입 무거워."
"야. 가명. 너 진짜..."
"자~ 그럼 어디 또 한번 내 질문에 답해볼까? 라이더씨?"
"으윽..."
가면이 없는 뺑소니범은 라이더가 아니다. 지금 이건 비꼬는거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건 지금부터 시작될 질문들이다.
그러면 우선 첫번째 질문.
"그 가면은 어떻게 알았지? 일반인에게 가면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지만 너도 그렇고 그 가면을 얻기 전에는 모두 일반인이였을거 아니야?"
"그게 사실 나도 자세한 과정은 몰라. 나도 그냥 길을 가다 어떤 세일즈맨에게 설문조사 받은 뒤에 따라오래서 따라갔더니 가면 가게에 온거였으니까."
그런 수상한 과정을 잘도 거쳤네.
"너도 그래? 윤호야?
"뭐가?"
"뭔데?"
".....아니야."
그럼 이번에는 두번째 질문.
"가면을 산 곳은 어디야?"
"그것도 자세히는 몰라. 거긴 노점 같은데라서 한 곳에만 있는게 아니더라고."
"....그게 다야?"
"찾아올 일 있으면 전화로 위치 알려준다면서 전화번호를 주긴 했어."
그렇단 말이지?
"그 전화번호 지금도 있어?"
"있지. 가면 A/S 좀 하려고 해서 말이야."
"A/S?"
"어. 내가 가면으로 뭐가 되었는지 알지?"
"그야... 네가 저번에 말했다시피..."
「라이더」.
"그래. 그것도 「최고의 라이더」. 그런데 지금 내 상황을 봐. 왜 이런거 같아?"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 나서?"
"그래. 젠장. 최고의 라이더는 무슨. 무슨 최고의 라이더가 사고를 내는지야 원."
최고의 라이더는 적어도 댁처럼 길거리에서 곡예부리지 않거든. 보나마나 객기 부리다 그런거구만.
"부작용 있을수도 있다고 할때 사지 말았어야 했어. 아까운 돈만 날렸네."
"뭐? 부, 부작용?!"
"어?"
아까부터 계속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와 뺑소니범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윤호가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부작용이라니.. 무슨 말이야?"
굉장히 불안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응? 뭐야. 의사 선생도 혹시 나처럼 가면 관련자여? 세상 참 좁네."
"아, 아니... 뭐 그런게 아니라.... 부작용이니까! 갑자기 부작용이라고 말하니까 혹시 뭐 불편한게 있나 싶어서 그렇죠! 전 의사니까요. 보시다시피."
"......"
"전 가면이 뭔지 모른다고요. 하하하..."
솔직히 나는 얼마전 뺑소니범의 말을 들은 이후 윤호가 가면과 관련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
"가면 관련자 아니라며."
"됐으니까 말해요!"
"자세히 못 들어서 모르겠고 그 가게 주인이 '가면 오래 쓰면 부작용이 일어날수 있는데 그게 일어나면 연락주세요. A/S 해줄테니까.'라고 말한것만 들었을 뿐이라서. 아마 찾아가봐야 알 듯?"
"오래 쓰면 부작용?"
"....?"
왜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그럼 설마..."
뺑소니범의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해하는 윤호. 의사이면서 아파보이는 모습이 모습이 뭔가 부자연스럽다.
"윤호야..."
"난 이만 갈게."
"뭐? 자, 잠깐..."
"난 바쁘다고. 더 할 말 없으면 갈게. 너도 갈 길 가."
"야! 야!"
그렇게 윤호는 갑자기 모든 대화의 흐름을 끊고는 자기 할 일을 하러 갔다. 하지만 윤호의 걸음걸이는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단순히 가면의 문제가 아니였나?"
"야."
"응?"
"이제 내 가면 돌려줘. 저 의사 선생도 갔으니까 나도 할 일 다 한거잖아."
"....나한테 없는데."
"뭐?!"
"아까 퇴원하고 나가기 전에 네 가면 침대 밑에다가 넣었어. 그게 다야."
"뭐? 어느 틈에!?"
아까 나갈때 만난 꼬맹이한테 부탁했지. 다른 병실에 기웃거린다길래 그 아이한테 부탁해서 펑키하게 생긴 환자의 침실에서 가면 같은걸 찾으면 침대 밑에 놓으라고 했다고. 그 다음에 윤호를 불러낸뒤 뺑소니범도 같이 불러서 윤호의 가면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거였다만... 어째 일이 꼬였다.
"바로 네가 눕던 침대 밑에 있으니까 주울수 있을거야. 숙일수 있다면."
"저, 저자식이이EEEEE이익!!!
"그럼 난 퇴원했으니 이만. 너도 입원하는 동안 반성하고 있으라고~"
"WREYYYYYYYY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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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뺑소니범, 그리고 묘하게 엇나간 주인공 때문에 조금 분위기가 난잡하겠지만 그것도 이번 화까지만이며 격주연재이므로 2주일에 한번, 토요일에 올라온니다.
* 사회지식이 부족해서 다소 묘사가 어색할 수 있으니 지적 바란니다.
* 빼빼로보다 포키가 더 마시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