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하라』
산탄(散彈)
무수히 존재하는 조그만 탄환을, 하나의 셀(Shell)이라는 통에 담아두어 격발을 시키면 총구에서 섬광과 함께 뛰쳐나오는 탄환
나는 이 탄환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 이유로는 2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그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것
둘째는, 나에게도 도탄이 될 위험이 있지만 좁은 장소에서 그 무엇보다 효율을 톡톡히 뽑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블린 동굴과도 같은 좁.디.좁.은 장소 그런 곳에서 산탄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다.
물론, 총이라는 복잡한 촉매가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간단한 문제였다.
증기기관, 그것은 지금의 시대에선 흔한 기술도 아니고 배우기도 까다롭지만 제대로 활용을 한다면 그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다루기 까다로운 증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전문적으로 배우는 이들
그들을 증기가공사, 혹은 증기사라고 부르고, 나 또한 그리 불리고 있다.
허나 나의 진짜 모습은, 이따위의 모습이 아니다―
*
*
*
"-괜찮나?"
쓰러져있는 여신관에게 다가가며 말을 거는 이 녀석은, 나와 모험가 생활 처음부터 알고 지내기 시작한, 나의 파트너인 『고블린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녀석이었다.
녀석이 여신관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체력 포션을 줄 때,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고블린의 피를 손가락에 조금 뭍혀, 회중시계 처럼 생긴 -뭐 실제로 분침과 시침, 초침이 있긴 하지만- 추적 도구의 뚜껑을 열어 피를 넣었다.
타이머를 누르자, 째깍 거리며 분침과 초침이 돌아가며 녀석의 사망시각을 알렸다.
"....너가 방금 죽여서 그리 의미는 없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고블린은 고블린일 뿐"
...틀린 말은 없다.
슬레이어가 고블린의 독에 의해 죽은 마법사를 편히 해주고, 아직도 정신이 편치 못한 여신관 에게-
-다가가기 전에, 죽은 척 하고 있는 놈의 머리에 오른손에 들린 산탄총을 겨눈다.
[찰칵-]
산탄을 애용하는 이유로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놈들의 머리가 터져,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면 적어도 놈들이 죽은 척은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콰앙!-]
딱- 따라라락....
샷 셀이 탄피 배출구에서 튀어나오며, 매캐한 연기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이걸로 놈들이 몰려들겠지. 살짝 고개를 돌리자, 여신관은 어버버 거리며 내 손에 들린 샷건을 바라보고 있었고, 슬레이어 녀석은 익숙한 듯 칼을 뽑아 들어 전투를 준비하였다.
"성직자인가?"
[찰칵-]
레버를 당겨 차탄을 장전하고, 어리버리하게 보였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여신관을 바라보며 놈들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좋은 걸 알려주지"
신관들은, 보통 빛을 신성시하고, 빛이란 것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그 빛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현현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이자, 자랑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쩌나
"-빛?, 신성?, 좆이나 까라지"
[콰앙!-]
다시금 무수한 산탄이 총구 끝에서 튀어나오며 고블린들을 피곤죽으로 만들었다. 내 산탄을 맞아도 무사한 녀석이나, 아니면 산탄을 맞이 않은 녀석은 슬레이어 놈이 다가가 직접 마무리를 한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차탄이 장전되었다. 남아있는 탄수는 약실에 있는 것 까지 포함해 3발, 아직 충분하다.
신앙? 기도? 그런 것은 빛을 만들지 않는다.
―힘은 빛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힘찬 기분이 든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이 다시금 눈앞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