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4도 23분, 동경 130도 - 03분
이즈 제도 북동쪽 약 48km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이지스 구축함 알레이버크 플라이트2A DDG-93 정훈
-Conn, CIC! 방위 3-5-8에서 SS-N-12입니다!
총 8발입니다!
거리 191km!
마하 2.5의 속도로 접근 중입니다!
"SS-N-12? 이젠 별 게 다오는군...염병할..."
백파이어에서 발사한 AS-4 키친과 키로프 급이 발사한 SS-N-19 쉽렉에 이어
SS-N-12까지 탐지되었다는 말에
알레이버크 플라이트2A 급 정훈의 함장인 로널드 L. 크리스텐슨 대령은
착잡한 한숨을 내쉬었다.
SS-N-12는 나토코드 '샌드박스'라는 이름이 붙은 미사일로써
최고속도 마하 2.5이며 1,000 kg의 고폭탄과 350킬로톤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공포스러운 미사일이다.
이 SS-N-12 샌드박스는 후배라고 볼 수 있는 샌드박스의 진화형인 SS-N-19 쉽렉과는 달리
발사플렛폼에 미사일 유도레이더가 있어야한다.
즉 함선이나 KA-25RT와 같은 항공기에 의한 지속적인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위 0-0-2에서 접근 중인 AS-4와의 거리 148km입니다!
"SM-2ER로 함대방공전투를 실시한다!
오토매틱 스페셜 모드로 대응하고 센트리와의 JTIDS를 링크해!"
JTIDS는 합동전술정보분배시스템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공중조기경보기는 물론
각종 함선과의 데이터 교환을 일체의 간섭없이 보다 많이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일본 상공의 E-3와의 JTIDS 링크 시작합니다.
AS-4 7발을 그룹 A로 지정합니다!
그룹 A에 대해 오토매틱 스페셜모드로 대응 시작!
정훈의 MK-41 수직발사기(VLS)에서
SM-2ER 5발이 불꽃을 피워올리며 연속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챠피에서도 AS-4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는 듯 정훈과 마찬가지로 SM-2ER 4발이 치솟아 올랐다.
SM-2ER는 기존의 SM-2의 확장판으로써 기존의 SM-2가 가지고 있는 추진체에
서스테이너(지속비행용) 모터와 부스터 모터를 더 장비하여
사거리를 약 160km까지 늘린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이다.
그러나 무게와 길이 때문에 기존의 SM-2보다 기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다.
-챠피에서도 함대방공전투를 개시합니다!
SM-2ER가 5발이 발사되었습니다!
쉽렉이 SM-2ER의 요격범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룹 B로 지정하고 오토매틱 스페셜모드로 대응합니다!
SM-2ER 15발 추가발사합니다!
"음..."
정훈의 이지스 시스템은
오토매틱 스페셜모드에 의해 컴퓨터가 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요격과정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MK-41 수직발사기의 개폐문이 열리더니
연쇄적으로 SM-2ER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면서
깜깜한 밤하늘을 밝히기 시작했다.
크리스텐슨 대령은 전투정보 디스플레이를 쳐다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백파이어의 AS-4 정도는 방어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2차적으로 접근해오는 쉽렉과 샌드박스에 있었다.
쉽렉이나 샌드박스 중 하나만 와도
미해군의 표준 항모전단으로 상대하기 벅찬 감이 있는데 둘다 온다니...
-그룹 A에 대한 첫 번째 요격이 끝났습니다!
본함과 챠피가 실시한 AS-4 7발에 대한 함대방공전투 결과 4발이 요격되었습니다!
미리 발사해놓은 2발의 SM-2ER로 남은 3발에 대한 추가적인 요격을 실시합니다!
"그룹 A와 B의 거리는?"
-그룹 A와의 거리는 89km입니다! 방위 0-0-3에서 접근 중!
그룹 B는 118km입니다! 방위 3-5-9에서 접근 중입니다!
-샌드박스가 요격범위 내로 들어왔습니다!
샌드박스를 그룹 C로 지정합니다!
이지스 시스템이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그룹 C의 요격에 사용하고 SM-2ER를 추가적으로 발사합니다!
그룹C와의 거리 127km!
-그룹 A가 시스키밍을 시작합니다!
아, 그룹 B와 C도 시스키밍을 하려는 듯합니다!
-사격통제레이더 작동합니다!
일루미네이션 실시!
-종말유도 실시합니다!
-존 F. 케네디 소속의 와스프(Wasp) 편대와 비(Bee) 편대가 반격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훈의 함교는 CIC요원들이 이지스 시스템의 미사일 요격 과정을
낱낱히 보고하는 목소리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들은 최초로 미사일이 발사될 때와는 달리
아주 침착하게 요격과정을 함장에게 통보해주고 있었다.
'제발...신의 가호가 있기를...'
크리스텐슨 대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사일이 모두 한번에 요격되기를 바라는 것 뿐이었다.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들에 대한 요격기회는 많아봐야 2~3번 뿐이었고
이런 초음속 미사일의 장점 때문에
미해군이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룹 A, 모두 요격했습니다! 그룹 B에 대한 요격은 진행 중입니다!
현재 그룹 B에 속한 12발 중 3발에 대한 요격이 성공했습니다!
추가적으로 SM-2ER를 발사합니다!
시속 4,000km의 속도로 들이닥치던 백파이어의 AS-4의 요격이 모두 끝났다는 보고에
크리스텐슨 대령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 한숨은 안도의 한숨이 아니었다.
백파이어의 AS-4를 요격하는 사이에
마하 2.5라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치닫고 있는
두 종류의 미사일 20발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중 선두로 달려오고 있는 쉽렉 3발이 요격되었으나
아직도 9발씩이나 남아있었다.
"SM-2ER을 아끼지마라! 몽땅 띄워놓고 요격을 실시해!"
-알겠습니다! SM-2ER 잔여량 6발 모두 발사합니다!
SM-2의 요격범위 내로 들어온 쉽렉에 대해서 SM-2 5발로 대응합니다!
SM-2는 SM-1과는 다르게 레이더의 지속적인 유도가 아닌
관성유도방식이나 지령유도방식을 사용하다가
최종적인 순간에 레이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띄워두고 목표를 지정할 수 있다.
이러한 SM-2의 성질과 뛰어난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 요격시에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룹 B의 9발 중 3발이 요격되었습니다!
그룹 B와의 거리 42km!!! 그룹 C는 2발 요격되었습니다!
그룹 C와의 거리는 51km! 미리 발사한 SM-2 요격 시작합니다!
별빛이 두드러질 정도로 깜깜했던 밤하늘은
스텐더드와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들이 내뿜는 불꽃과 연기로 가득차게 되었다.
스텐더드들은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 초음속 미사일들에게 도전해왔으나
마하 2.5의 속도로 함대를 향해 접근해오는 초음속 미사일들은
요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존 F. 케네디에서 ESSM으로 대응시작합니다!
4발이 그룹 B의 6발에 대한 요격을 실시합니다!
그룹 C의 6발에 대한 본함과 챠피의 요격은...모두 실패했...습니다...
"SM-2로 대응한다! 최대한 막아!"
-그룹 B SM-2로 대응합니다! 거리 29km! 그룹 C와의 거리 38km!
크리스텐슨 대령은 이 손에 땀을 쥐는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의 함선과 동료함인 챠피는
이미 러시아가 발사한 초음속 미사일들 중 절반 이상을 요격시켰다.
어쩌면 모두 요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사일은 크리스텐슨 대령이 망원경을 이용하면
똑바로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시스패로가 그룹 B에 대한 요격을 실시한 결과...1발이 요격되었습니다!
그룹 B와의 거리 17km! 그룹 C의 6발이 SM-2의 최소사거리를 돌파했습니다!
그룹 C와의 거리 26km!
"총원 충격에 대비하라! 기관비상전속! 키 오른편 20도로! 채프발사 준비!"
"총원 충격에 대비!
All ahead flank! Starboard twenty degrees!(기관비상전속! 우현 20도로!)"
미사일과의 거리가 20km가 채 안돼자
크리스텐슨 대령은 얼른 미사일에 대한 회피기동을 실시했다.
그러나 미사일을 완벽히 요격하기엔 이미 늦었고
크리스텐슨 대령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채프발사! 키 반대편 20도로!"
-채프발사합니다!
정훈의 함미에 설치된 채프발사기에서 채프가 발사되자마자
정훈은 반대편으로 급선회하면서 미사일을 피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발사된 채프는 최대한 미사일을 막기위해 하늘에서 장막을 펼친 듯한 모습으로 떠있었다.
-그룹 B가 곧 채프에 접촉합니다!
본함과의 거리 12km! 방위 0-0-2에서 접근 중입니다! 본함기준으로 1-8-7!
"키 중립으로!"
"키 중립!"
크리스텐슨 대령은 전투정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쉽렉들을 쳐다보았다.
쉽렉이 채프를 통과하게되면 이제 남은 관문은 근접방어시스템인 램 뿐이었다.
크리스텐슨 대령은 채프와 쉽렉이 만나기 직전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곧이어
허공을 맴도는 엄청난 굉음이 크리스텐슨 대령의 귀를 찌르기 시작했다.
-쉽렉 한발이 채프에 기만되었습니다!
그룹 B의 남은 미사일은 4발! 침로는...존 F. 케네디 쪽인 것 같습니다!
본함과의 거리는 6km!
"저건 어떻게 막아볼 수 있겠군. 램으로 대응한다!"
함장의 명령에
CIC 요원은 잠시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리다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그룹 C가 나뉘어지고 있습니다!
본함과 챠피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신경쓰지 말고 그룹 B를 램으로 대응한다!"
처음엔 크리스텐슨 대령이 명령을 잘못 내린줄 알았던 부함장은
단호한 크리스텐슨 대령의 명령을 듣고나서야
명령의 본뜻을 알게되었다.
정훈이 함을 포기하는 대신에 약 70~80여기의 전투기,
헬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존 F. 케네디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함장님..."
"...미안하네..."
크리스텐슨 대령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함의 운명이 방금 결정한 자신의 바보같은 명령에 의해 끝나 버린다고 생각하니
그는 미안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는 왜 진작에 스텐더드를 몽땅 쏟아붇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도 해보았으나
그렇게해도 상황은 나아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세력을 모두 집결해놨을 것이다.
즉 이지스 시스템을 이용한 스텐더드의 선발사 후조준이라는 요격방식을 노린
시간차 공격인 것이다.
쉽게 풀어서 말하면
러시아 함대는 오스카2 급 순항미사일 잠수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던 존 F. 케네디도 크나큰 피해를 입거나 침몰할 것이다.
-램. 대응 시작합니다. 그룹 B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시작합니다.
CIC 요원들도 함장의 명령에 맥이 빠졌는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정훈의 선미에 설치되어있던 램은
존 F. 케네디를 향해 쇄도해오는 미사일을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램에서 불꽃을 튀기며 빠른 속도로 날아간 사인드와인더 미사일은
사격통제레이더의 지시에 따라
초음속으로 다가오는 쉽렉 미사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하 2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사인드와인더 미사일은
5초도 되기전에 쉽렉을 격파하기 시작했다.
-후방 램이 그룹 B의 미사일 한발을 격추시켰습니다.
램이 그룹 B의 미사일에 추가적으로 대응합니다!
사격통제실과 사격통제레이더에 의해 쉽렉의 격추를 지시받은 램은
다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인드와인더 3발이 램을 떠나 쉽렉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역시 사인드와인더와 쉽렉의 폭발을 보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룹 B의 미사일 한발을 추가적으로 격추시켰습니다!
그룹 B의 남은 미사일은...2발입니다. 그룹 B와 본함과의 거리는...바...바로 옆입니다!
CIC 요원의 외침에 크리스텐슨 대령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는 무언가가 불꽃을 뿜어내면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쉽렉이 정훈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가자 사각에 가려져서
쉽렉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램이 동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방 램이 미사일의 요격에 실패했습니다!
존 F. 케네디에서 대응 중입니다!
그룹 B의 미사일은 2발!
그룹 B와 존 F. 케네디와의 거리는...4km입니다!
"마...맙소사..."
크리스텐슨 대령은 당연히 요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남은 쉽렉 2발이
요격되지 않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크리스텐슨 대령은
사인드와인더의 속도와 쉽렉의 속도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면으로 다가오는게 아닌 뒤를 쫒는 입장이라면
램으로 쉽렉을 격추시키기란 99% 불가능한 일이었다.
-존 F. 케네디가 급변침을 시작합니다!
팰렁스는...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쉽렉 2발이 존 F. 케네디를 향해 쇄도해오기 시작합니다!
-그룹 C의 샌드박스들이 다시 나뉘어지기 시작합니다!
앞서 발사된 4발은 두 개씩 나뉘어져서 본함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4발은 현침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리 6km!!!
"키 오른편 전타!"
"Starboard full rudders!!!"
크리스텐슨 대령은 오른편 전타 명령을 내리곤
망원경으로 존 F. 케네디를 바라보았다.
팰렁스가 불을 뿜기 시작했으나
연기를 물고 나아가는 미사일의 불꽃 수는 여전히 2개였다.
그 2개의 불꽃 중 하나는 존 F. 케네디의 함미 팰렁스가 있는 부분을 쑤셔놓고
다른 하나는 비행갑판을 뚫곤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었다.
크리스텐슨 대령은 이러한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잃었다.
-전·후방 램이 동작합니다! 샌드박스와의 거리는...
"함장님!!! 오른쪽..."
부함장의 외침에
크리스텐슨 대령은
얼른 정신을 차리곤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정훈함의 오른쪽에서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은
단 1초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