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슈타인즈 게이트 0에 대해서 사실상 모든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스포 당해도 상관없다 혹은 이미 원작을 플레이해서 상관없다라고 하시는 분들만 스크롤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슈타인즈 게이트 0(이하 슈타게 제로)는 카미게라고 칭송받았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솔직히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D메일의 인과관계에 기반한 원작의 빼어난 개연성과 그에 따른 충격적인 반전에 비해
슈타게 제로가 가지는 강점은 다소 그 '맛'이 약합니다.
단일루트에 여러 배드엔딩이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른바 소설루트(카가리가 없고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루트)와
이면루트(카가리가 있고 정월에 파티가 열리는 루트)로 나눴지만
두 루트 간의 인과관계는 마지막 진엔딩 외에는 지극히 희박해서 더 아쉬움을 낳죠.
까놓고 말해서 정식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선형구속의 페노그램과 같은 팬디스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팬디스크라는 것은 역으로, 몇몇 하이라이트 장면의 경우는
오히려 전작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알파 세계선보다 더 절망적일 수도 있는 이 베타 세계선에서
주구장창 한없이 고통받는 오카베가 크리스의 부재에 더 상처받는 모습은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강제로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 힘으로 하여금 개연성을 희생하더라도 더 강한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슈타게 제로라는 게임이 가지는 최대 장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방영중인 슈타게 제로의 명장면들을 팬의 입장에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즈하와 다루
슈타게 제로의 두 루트, 소설루트와 이면루트 중 어느 한 쪽을 고르라고 하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면루트를 고를 겁니다.
물론 결말의 카타르시스는 단연 진엔딩과 연동되는 소설 루트가 앞서지만
시이나 카가리라는 등장인물의 존재에 힘입은 감성적인 전개는 굉장한 파괴력을 지닙니다.
하지만 소설루트에는 전작보다 배는 듬직한(CG도 더불어서) 다루의 존재감과
유키, 다루와 함께하면서 '딸내미'로서의 모습이 부각되는 스즈하가 있습니다.
소설루트의 2장인 영겁회귀의 판도라에서 세계선 변동을 의심하는 스즈하.
그것을 긍정하는 오카베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은
이렇게 다시금 유키가 죽는 세계선을 맞이할 수 없지만
이미 반년이나 함께하며 무뎌진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처절함이 엿보입니다.
그런 딸을 말리고 같이 밤새 어울려주는 다루는
전작의 오타쿠스러움보단 아버지의 듬직함이 더 돋보이죠.
2. 히야죠 마호
특이한 오키나와식 성에 21살 합법로리에 살리에리 증후군 보유자라는 속성의 마호.
여러모로 전작의 크리스가 가지고 있었던 포지션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녀는
크리스처럼 오카베의 언동에 태클을 걸고, 믿음직스러운 조력자로서
타임머신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른바 베타 세계선의 크리스티나입니다.
마유리와 카가리 등 주요 등장인물들이 어느 한 엔딩 혹은 루트에 비중에 치우쳐있는 반면
거의 유일하게 고른 활약을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개별 엔딩이라 애니로 영상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모에카와 페이리스와의 케미가 굉장한
존재증명의 오토마톤, 이른바 마호 루트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가히 밸런스 붕괴라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건 직접 플레이해보시길...
참고로 같은 루트에서의 청소반장 나에 역시 씬스틸러.
3. 시이나 카가리
2036년에서 과거로 날아온 시이나 마유리의 양녀인 카가리.
소설 루트에서는 유키로 변장해 의도치 않은 스파이가 된 그녀는
이면 루트에서는 마호-크리스처럼 전작의 어머니의 포지션을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이율배반의 듀얼부터 본격적으로 크리스의 기억이 덧칠되는 그녀를 위해 분투하는 오카베를
카가리는 보호당하면서도 계속 오카베에게 위안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일종의 메리수라고 비판받으며 슈타게 제로의 주요 비판점 중 하나인 카가리지만,
소설루트에서 그저 스트래트포에게 쫓기기만 할 뿐이던 주인공 일행의 행적과 달리
이면루트에서 미래 가제트 연구소가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녀가 가지는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율배반의 듀얼 최후반부, 크리스과 그녀의 존재가 계속 교차되는 장면은
솔직히 지나칠 정도로 안타까웠습니다.
4. 호오인 쿄우마
슈타게 제로가 가지는 목적은 단 한 가지입니다.
전작의 2010년 7월 28일의 오카베에게 '그 영상문자'를 보내기 위한
2025년의 호오인 쿄우마를 구축한다는 것.
그 한 가지를 위해서 다루마저 진지해질 정도의 극한 상황에 모두를 몰아넣고,
2011년과 2036년를 오가며 오카베를 굴리며,
이면 루트 최후반부에는 무려 3000여번이나 되는 타임리프를 시킵니다.
그렇게 호오인 쿄우마가 각성하고,
제로의 Messenger와 전작의 Gate of steiner가 교차하는 Re-awake가 흘러나오는 순간,
모든 게이머는 소름에 몸을 맡기며 전율에 감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로가 클라이막스 장면만큼은 전작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간닷! 호오인 쿄우마의 이름으로, 지금부터 새로운 오퍼레이션 헬헤임을 개시한다!
라보멤 전원, 준비는 됐나!?"
"오~키~도~키~!"
EX. 마키세 크리스
(말을 잇지 못하는 콘)
이번주에 3화가 방영합니다. 선행컷를 보아하니 소설 루트로 진입하려는 모양입니다만,
어째 진도를 빼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 페이스면 1쿨은 커녕 10화도 채 안 되서
무한원점의 알타이르가 끝날 것 같습니다만, 슈타게에서의 쥿키는 믿을만 하니까 믿어보죠.
그럼 지금까지, 이 스샷들 기억 다시 떠올리려고 2회차 달렸다가
현자타임이 와버려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입덕술사였습니다.
감-동
어...긍까 본편의 약 15년 후의 이야기인건가요?
본편에서 설명이 안된 베타 세계선의 이야기라고요
이면 루트부터 갈 줄 알았는데 소설 루트로 가는군요.
전 진엔딩 루트는 좋았는데 다른 루트는 전작에 비해 개연성이 부족해서 별로였어요.
다시 애니를 정주행 하며 또보고 또보고 하는데 ...역시 제가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결되는 것 같군요 ...어짜피 여기글이 네타 글이니까 말하지만 ...애니 23화에 나오는 그 주인공에 정체가 왜 영상 메일을 보내는지 이해가 가네요 .... 그리고 . 크리스에겐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저 처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