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SHF, 리볼텍 등 얼추 1/12 스케일정도 되는 액션 피규어들을 모으다보면(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은 논스케일 제품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액션피규어(이하 액피)로 발매되지 않아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별매 관절
파츠를 구입하는 것부터 돈이 꽤 들고, 인체에 관한 묘사를 하려면 어느정도 지식이 필요한데다
무한 사포질 지옥 등등....... 골치아픈 일 투성이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알몸에 가깝거나 알몸인
소체가 절실히 필요해집니다. 1/6스케일 인형들은 그런 소체가 보편화되어있는 듯 한데, 1/12는
좀 골치아픈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격]. -_-;;
피그마 소체는 소체주제에 한정질만 하는 바람에 정가가 2000엔대임에도 불구하고 개당 6만원 8만원
이런 식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흔하고, SHF 바디군&바디쨩 또한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래가지곤
싼 값에 사서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취지에는 맞질 않습니다. 차라리
판권작 캐릭터를 구입하고 말지요.
...........그렇게 기본소체 제품들을 그림의 떡 보듯 멍하니 바라만 보던 사람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은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하비 베이스(옐로우 서브마린)에서 만든 [1/12 소재쨩]입니다. 피부색은 일반, 라이트플래시,
갈색. 이렇게 3종이며 정가가 2268엔에 해외직구로 구입하면 할인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저는 국내샵에서 배송료 내고 구입해서 거의 3만원에 가까운 가격이었지만.....ㅠ_ㅠ 그래도 비슷한
퀄리티의 피그마 소체 1.0조차 이 가격에는 구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가성비는 매우 훌륭합니다.
뒷면에는 제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우선 모든 부속품을 싹 늘어놓고 찍었습니다.
원래 알몸상태로 포장되어있는데 저는 꺼내자마자 곧바로 속옷몰드가 새겨진 부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직접 손으로 쥐어본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딱딱했다는 겁니다. 분명
재질 표시는 관절부가 PS(....뭣!? ABS가 아니고!?!?), 인체부분은 PVC라고 적혀있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PVC가 아니라 어지간한 플라스틱 수준으로 단단한 촉감이군요.
피그마 손모가지 보관함(?)처럼 생긴 곳에 모가지 3종과 손 3쌍이 꽂혀있습니다.
손은 가위, 물건 쥔 손(3mm 봉 형태의 물건에 대응), 편 손이 동봉되어있고 본체에는 엉성하게
주먹을 쥘락말락 하는 듯 한 손이 꽂혀있는데 아쉽게도 주먹을 꽉 쥔 손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액피 갖고놀다보면 주먹손이 은근히 잉여롭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먹질을 아예 못한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첨부된 목부품을 떼어낸 뒤 요상한 마개를 벗겨내면 각 1mm, 2mm, 2.2mm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기본 장착된 목의 구멍은 3mm이며 필요에 따라 바꿔쓰면 됩니다. 설명을 읽어보면 1mm짜리는 직접
핀바이스로 원하는 지름의 구멍을 뚫으라는 의미에서 넣어줬다는군요.
달롱넷식 가동률 테스트.
딱히 특출난 점은 없습니다만, 전체적인 모양새와 구조는 피그마 1.0에 준하는 형태임에 비해
손모가지는 2.0식의 구체관절로 되어있습니다.
좌우 벌림각.
목부터 허리 아래까지 몸 전체를 최대한 앞으로 숙인 모습.
앞쪽으로 숙이는 자세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_-;; 아무리 봐도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있는 듯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최대한 숙인 모습. ㅎㄷㄷ
가동범위를 더 확보하려면 개조가 필수겠네요.
반면 뒤로는 확! 꺾입니다. 근데 등쪽이 꽤 크게 파여있어서 틈새로 관절이 훤히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역시 가동률과 외관은 반비례하는 건가......;;;
패키지 뒷면에 그려진 그림처럼 싹 분해해봤습니다.
대충 어떤 관절들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관절의 규격 자체는 이전에 하비 베이스에서 발매했던 구체 조인트들과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축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 정도? 이 관절들이 파손될 경우 별매 하비베이스
조인트를 구입해서 축 길이만 맞춰준 다음 갈아끼워주심 되겠습니다.
소재쨩보다 조인트 구하기가 더 힘들다는 게 함정
고관절 안쪽과 복부 아래쪽에 박혀있는 볼 부품은 빼낼 수가 없어서 이렇게 접사로 대체합니다.
쇄골 안쪽 목의 뿌리부분에도 조그마한 관절부품이 박혀있어서 목의 전후가동도
아주 약간이나마 가능합니다. 이 부품은 손목 조인트와 같은 물건인데, 그래서인지
목을 좌우로 비틀 때 힘이 가해지는 것에 비해 조인트 크기가 작아서 감당을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슴 껍데기를 벗겨내고 목을 좌우로 돌려보면 이 작은 조인트가
삐그덕거리며 옆으로 분해되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지요. -_-;; 아예 리볼버 조인트로
교체를 하든 어쩌든 보강이 필요해보입니다.
머리는 곧바로 목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어댑터를 거쳐서 연결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활용할만한 구석이 있을지도..............
피부색이 비슷해보이는 피규어들과 함께.
색깔이 딱 마지키나 미나 개조용으로 안성맞춤이군요. ㅎㅎㅎ
하지만 프라모델중 메가미 디바이스 시리즈의 그래플과 로드런너하고는 색이 맞질 않습니다.
소재쨩 갈색쪽이 참 미묘하게 더 어두운 색깔이라....... 어차피 적절한 개조없이는 소재쨩과 메가미
애들 머리통을 결합할 수가 없는 구조이긴 한데 그래플, 로드런너의 피부가 좀 더 밝은 톤이므로
얘네 머리랑 소재쨩 몸을 결합하려고 계획세웠던 분들이 계신다면 이 점을 숙지하셔야 할 듯 합니다.
그래도 해외 리뷰를 보니 갈색 말고 밝은 피부의 경우는 색깔때문에 이질감 느껴진다거나 하진 않나봅니다.
[장점]
-해외직구로 개당 1700엔정도에 여러 개 구입하고 배송료 2만원가량 낸다고 가정하면 극강의 가성비를
얻을 수 있음.
-분해 및 재조립이 용이함.
-재질이 좀 딴딴해서 위에 도색 올려놔도 괜찮을 것 같음. 잘 휘어지면 도색이 푸석푸석 갈라지고 벗겨질테니........
[단점]
-전체적으로 가동감이 피그마를 비롯한 액피들처럼 쫀득하고 스무스한 느낌이 아니라, 옛 반다이 폴리캡리스
MG들마냥 삐그덕거림. (하비 베이스, 옐로우 서브마린 관절 제품들을 만져보신 분들이라면 대충 짐작이 가실 듯.)
-어깨 연결이 볼조인트가 아니라 그냥 1자 핀을 꽂는 식이라 어깨를 살짝 들썩거리는 움직임은 불가능.
-가슴(알몸, 속옷착용 2종)은 뼈대 위에 얹어놓은 거라서 쉽게 붕 떠버림. 경우에 따라 접착 및 가공이 필요.
-목 뿌리부분의 작은 조인트가 분해될 위험 있음.
-주먹쥔 손 없음.
-개인적으로 하비 베이스제 소형 조인트에 대한 불신감이 있어서.....-_-;; (크랙이 잘 남.)
-손목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구조가 피그마 아키타입(소체) 1.0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부분적으론 오히려
퇴보한 면이 있어서 가동률은 딱 1세대 이전 제품들 수준. 아키타입 넥스트(2.0 소체)라든가 SHF 바디쨩
등의 액피와 품질로 비교해보면 초라해짐.
[총평]
글에서 몇차례 강조했듯이 저렴한 가격과 한정판이 아니라는 점 덕분에 접근성이 좋은 제품입니다만,
그걸 제외하곤 특출난 장점이 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무난하게 가동되는 소체라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요즘같이 아사이 마사키씨의 머시니카 소체가 미쳐날뛰고(=메가미 디바이스) 반다이도 SHF를 통해
기본형 소체(=바디쨩)를 선보인 마당에 하비 베이스 소재쨩은 퀄리티면에선 어떻게 비벼볼 건덕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단점들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액피를 직접 만들어볼 때 전체적인
인체비례를 조정하고 관절을 어떤 식으로 심을지 고민하는 일이라든지, 1/12사이즈는 손을 만들거나
복제하기가 매우 빡세기에 기존 제품에서 가져오는 게 속편하지만 그 갯수가 극히 제한되어있다는 점
등등 여러가지로 골치가 아픕니다. 하비 베이스 소재쨩은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수 해결해줍니다.
액피 하나씩 자작할 때마다 소재쨩 하나씩 꺼내쓰면 (주먹쥔 손을 제외하고) 필요한 만큼의 손모가지들은
확보가 되며 그럴싸한 인체묘사를 위해 이리저리 깎고 다듬으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맨살이 드러나는
부분은 소재쨩 그대로 써먹으면 되고, 가동률 문제는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에 한해 특수한 관절을 만들어
넣고 그럴싸하게 가리는 식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인체를 바탕으로 어차피 여기저기 칼을 대야
한다면 쉽게 분해할 수 없는 기존 액피 소체제품보다는 차라리 싼 값에 사서 부담없이 뜯어고칠 수 있는
소재쨩이 더 나은 선택일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림 그릴 때 참고하기 위해 최대한 알몸에 가까운 여체 액피가 필요하다면 피그마
아키타입 넥스트 쉬라든가 SHF 바디쨩, 아니면 1/6으로 넘어가서 실리콘바디를 구입하시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허나 부담없이 뽑고 자르고 후벼파내며 개조작품을 만들어낸다거나, 저렴한 값에 메가미 애들
머리통 거치대를 마련하고 싶으시다면 이 1/12 소재쨩을 권합니다. (물론 메가미랑 호환시키려면 약간의
개조가 필요합니다.)
P.S- 그런데 저는 사실 그림그릴 때 인체모델로 리볼텍 스파이더 그웬을 굴려먹고 있다능.........
피그마와 같으려나???
손목이 아주 유연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피그마중에 '라무'(우루세이 야츠라)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딱 그정도 수준의 가동률이에요.
사이즈도 같아요??
거의 같습니다. 사이즈가 확 차이났다면 처음부터 피그마나 SHF를 언급하지 않았겠지요.
갈색 피부색이 약간 다르군요 저도 그래플용 스카웃용으로 하나씩 사볼까했는데 갈색은 안되겠네요 혹시 말씀하신 해외리뷰 주소좀 알수있을까요?
https://home.gamer.com.tw/creationDetail.php?sn=4200779 중국쪽 리뷰입니다.
확실히 밝은색은 괜찮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아..진짜 첫 말씀에 동감하는게 저도 참고용으로 하나 살까 생각중인데..같은 가격이면 1/6 바디가 오히려 저렴합니다..근데 그걸사기엔 크기가 너무 과하고.딱 저정도 사이즈가 두고 쓰기 좋은데 피그마정품은 너-무 비싸고..이녀석도 1~2만원이면 괜찮을거 같은데 진짜..너무 비싸네요..울며겨자먹기로 사야되나.
해외 직구 하실 때 꼽사리 껴서 하나 구입하시거나 이것만 여러개 구입하신다면 개당 1600~1700엔쯤에 구입할 수 있으므로 기억해두셨다가 그렇게 하심 될 듯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