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지난 주말..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연료를 준비하고,
더 두꺼운 옷을 껴입고 캠핑장으로 출발합니다.
아내는 장모님 병원으로, 아빠와 딸은 연천으로..
요즘 장모님 컨디션이 괜찮아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 참, 깜박하고 안 챙길 뻔....
캠핑장에서 쓸 일이 있어서 가슴장화도 챙깁니다.
지맹이가 오디오 다이얼을 돌려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합니다.
Queen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
보헤미안 랩소디를 함께 본 후 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지맹이 카톡 프로필도 퀸, 벨 소리도 퀸입니다.
"아빠! 여기 좀 봐봐~"
스마트폰 네비의 카메라를 켜더니 사진을 찍어 줍니다.
아내는 요즘 저더러.. '정봉이 아빠'라고 합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텐트 내부가 시베리아 같습니다.
생수, 물티슈.. 모두 얼어 있어서 히터 앞에서 녹여줍니다.
앞집 캠퍼 코코 삼촌이 지맹이를 부릅니다.
"지맹아~ 삼촌이 선물 줄게 이리 건너와~"
삼촌이 보이그룹 화보집을 줬네요^^
출판업을 하는 코코 삼촌은 이런 걸 자주 선물해줍니다.
저의 강력한 라이벌.. 강다니엘..부들부들..
"지맹아~ 아빠랑 작업하러 가자!"
지난번에 잃어버린 보트 프로펠러가..
자꾸 꿈에 나와서 찾으러 왔습니다.
가슴장화를 신고 도끼와 집게를 듭니다.
강의 가장자리에는 얼음이 얼었습니다.
퍽퍽퍽! 도끼로 깨며 입수를 준비합니다.
프로펠러를 잃어버린 곳이 다행히 수심이 얕은 곳입니다.
프로펠러의 위치를 짐작하여 얼음을 또 깹니다.
갑자기 허벅지에 차가운 느낌이 들더니..
금세 다리가 시려 옵니다.
작은 구멍이 있는지 물이 새어 들어오네요.
프로펠러 수색은 포기하고..
황급히 물속에서 빠져나옵니다.
가끔은 빠른 포기가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지맹이와 돌 던지기 놀이나 해야겠습니다.
얼음이 깨진 자리에 하트가 보입니다.
가끔 생활 속에서 하트가 보이면 특별한 일이 생깁니다.
텐트로 돌아오자마자 젖은 바지를 벗어 널고..
담요로 치마를 만들어 두릅니다.
"지맹아 노올자~~"
집에서 굴러다니는 스퀴시를 챙겨 왔습니다.
테이블에 시원하게 쏟아붓고..
스퀴시 ㅁㅁ기 게임을 합니다.
피어싱.......
이 아니고 스퀴시에 달려 있던 고리입니다.
감쪽같은 변신입니다.ㅎㅎㅎ
여러 가지 모양의 스퀴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네 가지!
이건 지맹이가 직접 그려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스퀴시랍니다.^^
오늘의 스퀴시 놀이는 여기까지~
지맹이의 놀이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네요.
그럼 다음 놀이를 준비해야죠.
'아빠가 준비한 인형 친구들과의 파티!'
인형을 꺼내느라 손이 안 보입니다.ㅋㅋ
작아진 양말로 만든 원피스.
몸짱 바비 인형입니다.
"아빠~ 저도 이뻐해 주세요^-^/"
우리 집 빵순이 인형 '모아나'입니다..ㅎㅎ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제가 특히 좋아하는 아이들..^^
세 시간의 인형놀이를 마감하고 단체사진 한 장^^
뱃속에서 꼬로록.. 난리가 났네요.
버너를 달구자마자 토시살을 올려 줍니다.
두 번째 고기는 갈빗살!
오랜만에 먹는 갈매기살!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라고 하니..
"아빠 혼자 다 먹어! 나 안 먹을래!"
이건 뭐죠.. 맛있다며 춤이 절로 나오는군요.
돈등심덧살, 갈빗살, 차돌박이를 또 굽습니다.
뼈 없는 닭발에 밥을 조금 볶으니..
느끼했던 속이 금세 풀어지네요.
씻고 찜질방에서 잠시 대화의 시간.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텐트로 돌아가는데..
영롱한 불빛들이 아빠와 딸을 부릅니다.
별도 달도 잠든 깜깜한 밤중에..
작은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참 이쁩니다^^
침대에 누워서 영화 퀸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맹이가 뜻밖의 이야길 꺼냅니다.
"아빠~ 만약에 프레디 머큐리 아저씨가..
에이즈로 안 죽고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지금처럼 영화도 안 나왔겠지?"
10살 딸이 언제 이렇게 생각이 커진 건지..
조금씩 사회, 문화를 아빠와 함께 이야길 합니다.
평온한 밤입니다.
꼬옥 끌어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듭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날씨를 확인합니다.
영하 16도... 오늘도 역시 춥구나!
흐르는 노래를 따라 불러도..
뽀뽀를 해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텐트 바닥을 정리하는데.. 헉헉!!!
벌레가 보여서 "이런 날씨에도 벌레가..."
하며 자세히 다가가 보니...
지맹이의 장난감 집게벌레입니다.-_-;
ABCDEFGHIJKLMNOPQRS UVWXYZ...
'티' 없이 맑은 하늘입니다.
지맹이가 일어났네요~
침실 정리를 하고 아침 산책을 갑니다.
아빠와 딸의 커플 털슬리퍼..ㅎㅎ
한탄강이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했습니다.
곧 완전 결빙이 되면 동물들이 건너다닐 겁니다.
"아빠~ 오늘은 아침도 안 먹었는데 힘이 나!"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날씨가 좋아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안 쓰는 머리끈에서 키티를 빼서 달아주었네요.
투박한 슬리퍼가 '헬로키티 에디션'으로...
오늘은 입맛이 없습니다.
캠핑장에서 먹는 라면은 별미 중에 별미죠^^
지맹이가 장난감 박스에서 '서프라이즈에그'를 쏟아붓습니다.
"아빠~ 잠깐만 기다려 봐~"
"용가리 레이저 빔 발사!"ㅋㅋㅋ
조그만 캐릭터들로 상황극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릅니다.
벌써 오후가 되었네요.
캐릭터들을 넣고 에그를 정리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
신호대기 중 지맹이가 기어봉에 손을 올립니다.
"지맹아.. 가만있어 봐.."
이렇게 손을 포개고 있으니.. 참 달달하네요.
짐 정리를 마치고 남은 고기를 굽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디찬 밀맥주...
아내는 뒤에서 헤드뱅잉을 하고 있네요 ㅎㅎ
잘 익은 목살구이를 절인 깻잎에 포옥.. 싸서..
맥주 한 모금과 함께 먹으면...
갑자기 지맹이 이가 많이 흔들린다고 합니다.
물티슈로 잡고 까딱까딱.. 하더니.. 쏘옥 빼네요.
그 어렵다는 발치를.. 혼자서 해 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을 보면..
신기한 마음 반, 서글픈 마음 반...
시간이 아예 멈춰 주었으면 정말 좋겠지만..
조금만 느리게라도 흘러갔으면..
주말마다 엄마와 떨어져서 아빠와의 일상을 영위하는 딸.
지금처럼만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원태연 님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딸아, 넌 가끔씩 아빠 생각을 하지?
난 가끔씩 딴 생각을 해....
- 끝 -
저에게 있어 이상적인 딸과 아빠의 모습같네요. 힐링하고 갑니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사춘기가 금방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만약에 조금 삐뚫어진다고 해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있어 이상적인 딸과 아빠의 모습같네요. 힐링하고 갑니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사춘기가 금방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만약에 조금 삐뚫어진다고 해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쭈욱 게시물 잘 보고있습니다^^ 근데 캠핑장을 계속 저곳만 이용하시는건가요? 다른곳으로 옮기시지는 않는건가요?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저곳에 텐트를 쳐놓고 주말에 왔다갔다 합니다. 봄부터 가을에는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