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의 흔적을 찾아서. 두번째 이야기 |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여행기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고려인의 이야기를 찾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로 갔던 여행기를 올렸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여행기 :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3284?
두번째 이야기로 오늘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를 떠나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isk)’로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간 이야기를 이어서 해 보려고 합니다.
| 시베리아 횡단 열차...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만난 고려인 분들을 뒤로하고
눈 내리는 ‘우슈토베’ 역에서 ‘노보시비르스크’ 행 밤 열차를 탔습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데 3일이나 걸리더라고요.
약 1,500km. 이 거리는 고려인이 왔던 총 길이의 5분의 1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3등석을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열차 안에서 딱히 할 것은 없습니다.
책을 보거나 옆자리의 사람과 이야기 하거나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문득 3일도 할 일이 없어 지루한데 한 달 동안 기차를 타며 추위와 배고픔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고려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자흐스탄 – 러시아 국경에서 출입국 수속을 합니다.
열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이민국 직원이 탑승해 여권과 짐을 검사합니다.
ㅁL약탐지견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4시간, 러시아에서 2시간. 도합 6시간이 출입국에 소요됩니다.
기차 안에서 영상을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차장이 못 찍게 합니다. 상당히 강경하게 못 찍게 합니다 ㅜㅠ
알마티에서도 공공시설이나 시장, 역사(驛舍) 사진을 찍는데 제약이 좀 있었는데 기차 안에서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차장의 의자는 객차가 다 관찰되는 위치에 있어서 하릴없이 창밖 사진만 찍습니다.
그래도 3일동안 좀 친해졌는지 거의 도착해서 마침내 윤허하여 주더군요 ㅎㅎ
가운데 있는 친구가 차장입니다.
우측 아가씨의 미모가 있다보니 차장이 상당히 추근거리던게 생각나네요;;
한정된 공간 안에 있다 보니 기차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꽤 친해집니다.
두 분이 모녀지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열차 안에서 만난 남남이었습니다.
| 서시베리아의 허브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는 서시베리아의 중심도시입니다.
노보시비..노비..노보... 발음이 어렵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개통되면서 ‘오비’강변의 작은 소도시가 급격히 성장하여
서시베리아의 공업, 과학, 문학의 중심도시가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곳은 연해주에서 실려온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뿌려진 마지막 기착지이기도 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허브답게 사방으로 기찻길이 뻗어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과 다르게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데 아무 제약이 없어서 마음껏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했을 때가 마침 러시아 '조국 수호자'의 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군의 날 + 현충일 정도 되겠네요.
이 '꺼지지 않는 불'은 러시아의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어디에나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출신의 전몰 장병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로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꺼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레닌광장 무명용사의 묘지 ‘꺼지지 않는 불’ 근처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마침 교대식이 있어서 촬영이 가능했는데…
절도가 조금 부족한 게 정규군은 아니고 앳돼 보이는 얼굴이 아마 군사학교 학생들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복장을 한 군인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도 왠지 군사학교의 학생들 같았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한때 총덕, 밀덕이었던지라 동구권 복장이 재미있더라고요.
| 노보시비르스크 '서시베리아 철도 박물관'
노보시비르스크에는 ‘서시베리아 철도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초창기 시베리아 횡단 철도 개통 시부터 최근까지 운행되었던 각종 열차들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고려인이 탔을 ‘바로 그 기차’를 찾고 싶었습니다.(철덕은 아닙니다;;)
누군가 찾는 것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하게도 ‘서시베리아 과학기술 정보센터’의 ‘바실리에비치’씨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직원인 셈이죠.
1929년에 만들어진 수송칸입니다. 37년 강제 이주 당시 쓰였을 것이라고 하네요.
기록을 보면 한 칸에 3-40여명이 탔다고도 하는데 이 수송칸은 40명이 정원입니다.
여기에는 다행히 난로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한번 수송할 때마다 총 50량의 객차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강제 이주가 진행될 수록 한번에 최대한 많은 수의 고려인을 수송하려고 했을 것이고
이렇게 사이즈가 작은 칸은 많이 안 쓰였을 것 같습니다.
'바실리에비치'씨가 보여준 것은 좀 전의 수송칸보다 더 큰 ‘가축 수송칸’이었습니다.
전시에 군인들을 태우고 전선을 오갔다고 하니
좀전의 작은 수송칸보다 두 배 이상 수송할 수 있는 이 가축 수송칸이 분명히 고려인 수송에 사용되었겠죠.
이 가축칸은 차고가 높아 이층으로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수송했을 거라고 하네요.
이 열차에도 난로를 넣어주었다고 하는데 혹독한 시베리아의 추위를 얼마나 막아주었을 지 의문이 듭니다.
게다가 이 수송칸에는 화장실이나 식수 시설 등 아무런 시설이 없었다고 합니다.
단지 짐승처럼 위 아래로 칸막이를 만들고 고려인을 우겨 넣었을 뿐.
확인 차 수송칸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부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ㅜㅜ
위로 저렇게 작은 창문만 뚫려 있을 뿐입니다. 유리창이 없었을 테니 저리로 고스란히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넘나들었을 겁니다.
바실리에비치씨는 제가 묻는 많은 질문에 다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나름 고려인의 상황에 공감하며 30일 넘게 이 수송칸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거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위의 '가축 수송칸'을 타고 오셨을지도 모를 '지순옥' 할머니
고려인 1세 '지순옥' 할머니는 고려인 소개령이 떨어졌을 당시 16살이셨습니다.
할머니가 탄 화물칸에는 120여명이 탔었는데 대소변을 가릴 곳이 없어 통에다 해결해야 하는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하네요.
먹을 물이 없어 일단 기차가 정차하면 아무 웅덩이의 물이나 길어와서 마시곤 했답니다 ㅜㅠ
지순옥 할머니는 만났을 당시 96세이셨는데
병환으로 거동도 말씀도 하실 수 없는 상태셨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모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시고 노래를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렇게 누워만 계시며 대부분의 이야기를 따님인 '리 아샤' 할머니가 대신해 주셨습니다
할머니 댁과 연락이 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살아계실지…
| 마치며...
카자흐스탄 – 러시아에서의 9박 10일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뭔가 준비없이 간 것 같고, 그분들이 평생 살며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 몇 명 남지 않으신 것처럼
고려인 강제이주를 직접 겪으신 분도 이제는 거의 남지 않으셨습니다.
강제이주 80주년을 넘어 100주년을 향해 가지만,
고려인들의 이야기도 어느 순간 조용히 묻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안타까운 생각 속에서 그래도 이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여드리고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언젠가… 아마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야마구치 '우베'에서 수몰당한 '조세이' 탄광의 강제징용 조선인들 이야기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아래에서 영상으로 위의 이야기들을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는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혹시 구독도 해주신다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ㅜㅜ)
https://youtube.com/solardog?sub_confirmation=1
일본먹방 관광 글만 보다가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픔의 글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잊혀진 역사를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긴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혀진 역사를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점 잊혀지는 우리 역사가 이 글을 통해 작게나마 다시한번 상기된다면 오히려 감사할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과찬이세요 ㅜ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한 편의 다큐를 본 듯한 아련함이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아놓은 자료로 언젠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희망사항입니다^^
일본먹방 관광 글만 보다가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픔의 글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할 우리 역사죠~~ ㅜㅠ
맨 일본여행기만 올라오다가 간만에 제대로 된 여행기를 보네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휴.. 여기 얼마 전에 가봤는데 무너진 건물에서 약찾는다고 고생했습니다. 이상한 킹콩도 쫓아오고말이죠^^;;
정말 좋은 글이네요 ㅠ 추천드리겠습니다.
읽어주시고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기 어려운 곳을 현지인 눈높이로 전해주시는 게 정말 좋습니다. 잘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종 이런이야기들을 루리웹에 많이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영상 감사합니다!ㅎㅎ
노보시비르스크 열차 타면서 중간에 오래 쉬는 역이어서(1시간이었던가..) 잠깐이나마 둘러보고 싶었으나.. 겨울철 새벽이어서 그저 바깥공기와 역사만 좀 기웃하다 들어왔네요.
노보시비르스크 중앙역에 도착때 한참 추울때였는데 문득 그 추위가 생각나네요^^
좋은 게시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뜻하지 않게 감동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랫만에 오른쪽다운 오른쪽이네요... 일본가서 방사능쳐먹는것만 오른쪽에 오르던데 웬일인지 정말 좋은 오른쪽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른쪽 베스트에 오를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의 응원에 너무 감사하네요~~
고려인이라길래 고려시댄줄;;
앞으로 우리가 또 저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할텐데 요즘 국제정세 보면 참 갑갑하네요. 일본이랑 중국 사이에 껴있으니 평화로울 날이 없습니다.
주변국가의 이해관계로 또다시 우리민족이 희생양이 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아픈 역사는 반복되지 말아야죠~~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3년 전 부터 고려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이런 저런 자료도 찾고 책도 읽고 했었습니다. 카자흐스탄 가셨으면 골로프킨 얘기 꺼냈으면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참 반가워했을텐데 말이죠. 카자흐스탄 최고 스포츠 스타이기도 하고 외할아버지가 고려인 1세시기도 한 한국과 인연이 매우 깊은 선수죠.
고려인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전세계적으로 한민족만큼 기구한 운명에 처했던 민족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골로프킨도 있고... 얼마전 고인이 된 피겨스케이트 선수 데니스텐도 의병장의 후손이셨죠~~
결혼 상대가 고려인 입니다. 작성자님께서 지난번에 올리셨던 글을 보여줬더니 감격하더군요. 아마 이 글을 보여줘도 좋아하겠지요... 작성자님 감사합니다.
아.. 고려인 약혼자분께 이 글 보여주셨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네요 ㅜㅠ 직접 얼굴을 뵐수 없지만 두분이 좋은 인생의 동반자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오~! @_@ $_$ %_% ^_^ ;
좋은 뜻과 생생한 기록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백년은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 백년은 한민족의 백년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아르티움 아르티움 정신차리게 이친구야 네가 가면 내딸은 어쩌란 거냐?" 장인어른 ㅠ.ㅠ
잘봤습니다...좋은글이네요...
진심으로 뜻깊은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열차 여행 잼있을것 같네요
이 글과 사진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상과 글이 너무 멋지네요. 퀄리티도 너무 좋구요. 보는데 고려인들 생각에 눈물이 핑 도네요.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한때 유학생활을 했던 곳인데 여기서 또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유학기간동안 러시아 친구들과 먹고 놀고 연애하기만 바빴던 스스로가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글 입니다 ㅜ
영상까지 잘 봤습니다 !!
체첸인들 강제이주와 더불어 쏘련 수괴 개탈린 시절에 일어난 가장 열 받는 일이죠 아 또 이거 보니 혈압 오르네요 아우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