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다 보고 오롯이 여행기분이 된 첫날 후쿠오카의 나카쓰에 있는 하비 다이닝 지온에 가서 먹은 지오닉 카레(왜 지오닉인진 모르겠음)랑 하이볼. 건담이나 각종 피규어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지만, 바로써는 많이 미묘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튿날 저녁에 들른 역시 나카쓰에 있던 후쿠오카의 대표 바인 바 히구치. 생강 인퓨전이 된 모스코 뮬이 특기라고 하더군요. 그 말처럼 세계 최고의 모스코 뮬을 뽑을때 분명 거론되지 않을까 하는 맛이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술과 각종 내용물의 밸런스가 그야말로 황금 비율이었고, 더욱 놀라운 건 라면도 한꺼번에 두개 끓이면 물조절이 어렵건만, 이 절묘한 밸런스의 모스코 뮬이 4잔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눈대중이 정말 대단한 것 같더군요.(국내에선 이정도의 대충과 컴퓨터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의 눈대중기술은 여의도에 있는 국내 최고(古)의 바인 다희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진인 키노비로 만든 진 토닉. 원래 진이란 술은 태생부터가 싸게 만들어서 싸게 취하는 술인데, 이게 요즘은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될만큼 잘 만들어진 진도 많이 나오게 될 정도로 요즘 바에선 진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가 그걸 처음 느낀 게 긴자에서 이 키노비를 스트레이트로 마셨을 때였습니다.
집영사 라벨의 독립병입자가 병입한 위스키가 많길래 피트 좋아하는데 하나 추천받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이것과 사이보그 009 라벨의 위스키를 추천해주시더군요. 고른 건 웃는 세일즈맨 쪽이었습니다. 내용물은 레다익 12년이었습니다. 사이보그 009쪽은 쿨일라 23년. 오너분이 모아놓은 것과 단골손님분들께 각종 문화관련해서 행사를 많이 미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 집영사 혹은 그 병입자와 아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드 톰 진인 키노토. 이거 말고도 제작사인 교토증류소는 진으로 다양한 실험을 많이 하는 것 같더군요. 말차를 넣어 숙성시킨 키노티도 있고 그 외에 진토닉용으로 만들어진 키노비 세이 등 다양한 라인업이 있었습니다.
이쪽은 마지막으로 마신 오리지널 칵테일. 시원하고 달달한 게 마시고 싶다고 하니 딸기 보여주시면서 딸기 산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이 딸기로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라고 말씀하시길래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라고 하니 모엣샹동과 딸기, 딸기시럽(으로 추정되는 빨간 거) 넣어서 만든 이름없는 오리지널 칵테일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손님 취향에 맞춰 그자리에서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날 점심에 스미요시 신사 주변에 있는 스미요시 주판점에서 사온 니혼슈. 하나노카 준마이 다이긴조와 와카나미 준마이 긴조입니다. 닷사이 좋아한다고 하니 이 두갤 추천해주시더군요.
하지만... 마셔보니 하나노카는 너무 닷사이여서 좀 실망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술 만든 주조사는 닷사이 만든 아사히주조와 기술제휴를 해서 술을 만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맛이 나는 건가... 뭐 여튼 다른 것보단 가격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술 사려면 싸게해도 한병에 5만 이상은 잡아야 할건데 이 술들이 한화로 만오천 만삼천 이러니... 아무리 취급하기 어렵다고 해도 너무 많이 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술맛이 절로 나겠네요 ㅎ
저는 그냥 마구잡이로 때려넣는 수준인데, 진정 술을 즐기시는군요 ㅎㅎ 부럽습니다 ㅎㅎ
국내 술 값은 정말.. 일본 현지에 3배 정도 뛰는 것 같아요 ㅠㅠ
와카나미는 마셔봤는데, 하나노카는 처음 보네요. 후쿠오카 가면 한번 마시거나 사봐야겠네요.
굉장히 저렴합니다. 1500엔. 닷사이와 닮아서 실망했던 거지 나쁜 술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