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올렸던 1부는 삭제하고 본래 2부 내용과 함쳐서 다시 게시합니다.-
길고도 길었던 연휴를 집에서만 보냈더니 몸은 편하다만 미련이 남는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8월에 길게 유럽을 다녀왔어야 했을 터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짧게 일본만 다녀와서 그런가?
아니면 일본에 다녀 온지도 벌써 두 달 정도 됐으니 또 역마살이 낀 걸까?
짧게 주말 동안 다녀올 여행지를 찾아보다가 순천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위해 쌓은 돈을 조금 허물고, 계획을 짜고, 기차표, 숙소 예약을 하며 즐거운 한 주를 보냈다.
드디어 찾아온 여행. 집 근처에 광명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그것을 타려고 집에서 나섰는데, BIS 오류로 이미 지나간 버스가 찍혀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 결국 택시를 타고 가는데, 광명 가는 길을 모르셔서 이래저래 많이도 헤맸다. 인천에서 광명을 가는데 서울대학교 정문을 봤으니 말이다.
택시 기사 분께서 많이 미안해하시며 2만원만 받겠다고 하시기에, 고속도로 통행료는 내겠다고 말씀드리며 조금 더 얹어 드리고 역을 향한다.
그래도 꽤 일찍 나왔는지 그렇게 헤맸어도 우유에 빵 하나 먹을 시간은 남았다.
적당히 주린 배를 달래고, 순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선다.
도회지에서 조금은 먼 곳을 지나는 고속선이지만, 그럼에도 대전 즈음을 기점으로 창밖의 풍경이 크게 바뀐다.
높은 하늘, 흩날리는 구름, 금색 벌판, 꽤나 혹독했던 여름 덕분인지, 벌써 10월인데도 가을이 갑자기 찾아온 것만 같다.
잠깐 눈을 붙이고 자고 싶었지만, 여러 동호회에서 같은 칸을 쓰는 모양이다. 편하게 잘 환경은 아닌 것 같아 가져온 책을 꺼내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이 책은 읽히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여태까지 본 ‘하루키’의 소설과 다르다.
줄줄이 책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던 중, 창밖으로 구례를 통과하는 것을 확인하고 책장을 덮는다.
순천에 도착했다. 위 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온도, 하늘은 조금 더 흐린 것 같다.
지금 봐서는 제법 노을이 기대되는 하늘이다. 먼저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던 B와 합류하고 근처의 쏘카존에서 차를 빌리러 가본다.
주차비라도 아끼고자 ‘레이’를 빌렸는데, 시동을 걸자마자 계기판에 저압 타이어 경고등이 뜬다.
깔끔하게 깔린 국도로만 갈 것 같지는 않아 업체에 전화하니 다른 곳에서 차량을 교체해주겠다고 한다.
어차피 일정은 조금 꼬였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근처의 카페에 들러 커피라도 한 잔 해야겠다 싶어 아메리카노 한 잔과 베이글을 주문한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1시간 정도를 버리고 ‘레이’ 대신 같은 가격에 ‘투싼’을 얻었다.
아무래도 승차감이나, 차가 나가는 느낌이나, 이쪽이 더 낫기에 환영할 일이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22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중, 옆으로 트인 황금색 물결에 마음이 쓰여 잠시 차를 멈춘다.
조금씩 두터워지는 구름이 조금은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벼의 모습은 다른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계속해서 출근, 퇴근만을 반복하며 회색빛 풍경만 보다 보니 왠지 마음까지 삭막해지는 느낌이었는데, 가슴 한 구석부터 점점 색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네비게이션이 구형인지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송광사에 도착했다. 의외로 주차비는 없었지만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권유해오는 점이 조금 불편하다.
다가오는 호객을 좋게 거절하며 식당가를 뒤로하고 송광사로 가는 길에 들어서니 이내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아직 절의 입구에 도착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송광사의 입장료는 3천원이었다. 현금이 없어서 카드로 지불하려 했건만 매표소에 카드, 현금영수증은 발급이 안 된다고 적혀있다.
카드야 아직도 동네 작은 가게에서는 수수료를 이유로 거절한다만, 현금영수증까지 거절하는 것은 어째 속이 뻔히 보여서 참 보기 안 좋다.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를 하면 된다고 하니 친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 이렇게 세속적인 절이라니. 말 그대로 돼지 목에 진주다.
조금은 기분 나쁜 시작이었지만 그럼에도 근처에 펼쳐지는 풍경은 말 그대로 진주 같았다.
이 아름다운 계곡이 단풍으로 물들 무렵이나, 소담히 내린 눈에 하얗게 덮인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곳을 앞으로 몇 번을 더 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작은 편백나무 숲이 있다.
예전에 갔던 일본의 온천에서 탕이나 사우나를 만들 때 쓰는 재료로 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염에 코가 제법 막혔는데도 향긋하게 풍겨오는 향이 제법 강하게 느껴진다.
송광사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흐르던 신평천은 제법 빠르게 흐르던 계곡이었는데, 여기선 거짓말처럼 조용하게 고여 있다.
물가에 비친 나무와 하늘의 모습이 아름다워 잠깐 서서 담아본다.
잠시 집중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바라보다보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 위인지 고민할 정도로 맑은 물은 깨끗하게 하늘을 투영한다.
송광사 입구에 거의 다 왔음을 알려주는 비석들.
나름 한자는 배웠기에 전각의 이름이나 간단한 비문을 보면 읽곤 하는데, 저 정도 길이의 한문을 보면 그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냥 보내기엔 조금 아쉬워 사진을 찍으며 보니 어느덧 하늘이 맑게 개어있었다. 방금 전에 본 반영이 괜히 아름다웠던 게 아닌 모양이다.
물질에 찌든 시작을 보여준 송광사이지만, 길을 따라 올라오며 본 풍경에 여러모로 기분이 풀린다.
아름다운 건 산과 절인데 거기에 빈대마냥 빌붙어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는 절이지만,
문 안으로 비치는 고요한 풍경을 보니 이 산과 절은 그 욕심마저도 푸근하게 감싸주는 모양이다.
절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절 앞을 흐르는 신평천과 그와 어우러진 전각의 모습이었다.
근처의 나무도 서서히 색을 띄기 시작하고, 변해가는 묘한 빛의 나뭇잎은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러 꽤 많은 곳을, 다양한 시간에 다녀봤지만 오늘의 햇빛은 흔치 않은 매력이 있다.
세상의 색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어두운 곳에는 활기를, 밝은 곳에는 절제를 주는 그런 빛이다.
이런 흔치 않은 빛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부족한 실력이 아쉬울 뿐이다.
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화루를 건너간다. 단청에서 무언가 번쩍이기에 봤더니 물에서 비친 햇빛이 어른거리고 있다.
멈춰있는 건물에 움직이는 빛이 묘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절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 대웅보전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절 한쪽이 공사로 분주해서 기대했던 모습하고는 거리가 있다.
최대한 본래의 송광사가 갖고 있었을 모습을 담아보기 위해 대웅보전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지만 커다란 크레인은 어딜 가던 사진 한 쪽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아쉽지만, 이것 또한 지금의 송광사가 갖는 순간이니 미련을 버리고 물러난다.
관음전 뒤편에 있는 감로탑에 가기 전에 사진을 찍는 내내 신경 쓰였던 나무를 담아본다.
무릇 나무라면 옆보다는 위를 향하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마치 부채마냥 가지를 넓게도 펼쳐 놓았다.
보기보다 수령이 제법 있는 나무인지, 아니면 수종이 이러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잎은 또 듬성듬성 나 있어서 의외로 그늘은 변변찮다.
그늘도 없고, 경외심을 부를 정도로 두껍지도, 높지도 않지만 그래도 사람의 눈높이 즘에서 즐길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나름의 매력이 될까?
감로탑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덩굴이 담을 덮고 있다.
오래된 담과 기와에는 멋과 여유가 쌓이기 마련인데,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는 덩굴이 으뜸이다.
감로탑은 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절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내를 거닐 때도 느꼈지만, 전각의 수나 크기가 예사 절과는 급을 달리한다.
그러고 보니 오면서 탑을 한 기도 못 봤는데, 절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송광사는 처음 세워졌을 때의 이름이 아니다.
그 기원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은 지눌선사가 정혜결사를 옮겨오며 개칭한 수선사일 것이다.
이 내용은 국사책에서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감로탑이 바로 지눌선사의 감로탑이다.
세월이 가득 묻어있는 탑을 근처에 두고 앉아 조금 쉬며 절을 내려다본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송광사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왜 이곳에 감로탑을 지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미 한 번 언급했지만 역시 기와에는 덩굴이 으뜸이다.
굳이 버금가는 것을 찾자면 곱게 낀 이끼 정도 되려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관음전 처마 밑에서 사진을 담아본다.
오래된 나무의 색감과 위엄이 있으면서도 해학적인 모습의 조각의 조합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들어갈 때와는 조금 다른 길로 절을 내려가는데 도라지꽃 한 송이가 눈에 띈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인데, 아직 피지 않은 꽃에는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별 의미 없는 일이라 느끼고 사진이나 찍기로 한다.
사실 도라지 하면 사랑보다는 무침이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절 한 쪽에는 우화각으로 이어진 문이 아닌 곳으로 나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 위에 서서 고개를 돌려보니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삼청교와 우화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햇볕이 옆에서 강하게 내리쬐어 사진이 조금 뿌옇게 나왔지만, 그 덕에 조금은 다른 느낌의 전각을 담아낼 수 있었으니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다만 징검다리 위인지라 오랫동안 있을 수 없는 점이 너무나 아쉽다.
자고로 이런 풍경은 사진도 좋지만 역시 눈으로, 최대한 긴 시간동안 담아주는 것이 최고니 말이다.
왔던 길을 돌아 내려가는 길, 올라가는 길은 꽤 오래 걸렸건만 내려가는 길은 순식간이다. 어느덧 편백나무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청량각을 지나면 저 멀리 매표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다 그러려니 할 줄 알았는데 매표소를 보니 괜히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쉽다. 별 거 아닌 일이건만, 깨끗한 종이에 먹이 한 방울 튄 것 마냥 기분에 거슬리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나의 송광사는 이 청량각이 입구였고, 출구였던 모양이다.
빠른 걸음으로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어차피 여기부턴 내가 살던 곳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잘 닦인 길로 순천만을 향해 한참을 달리던 중, 왼편으로 산 속에 위치한 마을이 보인다.
이상하게 오늘은 금빛 벌판이 끌리는 날인데 이런 들판을 보고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까 싶다.
잠시 차를 멈추고 사진기를 통해 풍경을 감상한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찼지만, 그 사이사이 보이는 하늘로 가을이 느껴진다.
카페에서 베이글을 먹은 뒤로 따로 끼니를 챙기지 않았기에 꽤나 배가 고프다.
이대로 바로 순천만으로 향해봤자 힘들게 자명하니 벌교에 들러 꼬막이라도 먹어보기로 한다.
꼬막 정식을 시키니 별의 별 요리를 다 꼬막으로 해서 내놓는데, 워낙 허기졌던지라 개 눈 감추듯 먹어버린다.
뭐 다양한 요리의 종류를 보니 시도는 좋은데, 아쉽게도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잘 무친 꼬막을 밥에 비벼 먹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전이니 탕수니 하는 것들은 모두 다 잠깐의 즐거움일 뿐이다.
이곳으론 이젠 흔치 않은 로컬선인 경전선이 지나간다. 마침 순천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시간표에 보이기에 마땅한 장소를 찾아 카메라를 겨눠본다.
하지만 벌써 열차는 순천역에 들어간 지 오래였고, 아쉬운 마음에 마침 건널목을 지나던 분들을 담아본다.
평소에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곤 하는데, 이 근처의 길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대학교 때만 해도 자전거 타고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이젠 왠지 여행은 편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자전거에 여장을 싣는 것이 꺼려진다.
중간에 순천 시내를 통과하며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밥, 커피 혹은 차, 관광, 그리고 다시 밥, 커피 혹은 차, 관광. 이렇게 두 번, 체력이 되면 세 번. 요즘 내 여행의 작은 법칙이다.
관광지를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여행보단, 어디든 좋으니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음료를 마시며 책 한 줄 읽는 것이 더 행복하다.
순천만의 갈대숲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왕 차를 빌렸으니 일몰로 유명한 와온 해변으로 향해본다.
너른 논을 커다란 송전탑이 가로지르는데, 어느덧 송전탑보다 더 낮게 깔린 햇빛과 어울려 만들어 내는 풍경이 보통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하늘을 채운 구름들을 올려다보니 오늘 해가 지며 보여줄 풍경을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부둣가에 도착하니 꽤나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맨 처음엔 앞에 보이는 넓은 바다가 순천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쪽이 순천만이었다.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섬 뒤로 자욱하게 안개가 깔리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변덕이 든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순천만의 일몰을 보고 싶어졌다.
조금은 급하게 이동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았다.
아쉽게도 낮의 하늘에 비하면 한없이 아쉬운 일몰이지만, 이곳에 처음 온 나로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그저 하늘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빛에 감탄할 뿐이다.
다만 찍다보니 어딜 찍어도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아 피사체로서는 조금 심심하다 느낄 즈음, 앞에 있던 건물에 불빛이 들어오고,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안겨준다.
삼각대를 안 가져온 것이 꽤나 아쉬워지지만, 숨을 참고, 한 장, 한 장에 집중해서 셔터를 누른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때 까지는 꽤나 많은 장수의 사진이 필요했다.
멀리 사진에 열중하고 있는 분이 보인다. 바라보는 장소를 보니 아까 섬 뒤로 깔리던 안개를 찍으시나보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근처에서 노을을 기다리며 촬영하던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보니 화제는 사진이라는 취미에 대한 예찬일색이었다.
엄연히 낯선 장소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지만 서로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얘기를 나누게 된다.
마치 사진을 나눠 본 것이 아닌 짧은 자서전이라도 나눠 읽은 것처럼 말이다.
숙소에 돌아와 차를 주차하고 근처의 닭집에 맥주나 한 잔 하러 들른다.
집에서도 마늘치킨을 시켜 본 적은 있는데, 이 녀석은 가히 내 인생에 남을 치킨이라 할 만 하다.
훌륭하게 살아있는 마늘의 풍미와 다 먹을 때 까지도 바삭함을 유지하는 튀김옷, 그리고 닭 자체의 맛 또한 부족함이 없다.
아쉬운 점이라면 생맥주가 카스뿐이어서 칭따오를 마셨다는 것 정도일까?
얼마나 마늘의 존재감이 강했는지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도 입가가 마늘 덕분에 어릿하다.
마늘향을 풀풀 풍기며, 부른 배를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 미리 아침 일찍 나간다고 주인 분께 귀띔을 드리고 오늘의 여행을 돌이켜본다.
꽤 여유로운 일정이었건만, 보고 느낀 게 많았던 걸까? 여느 여행보다 정리할 생각과 느낌이 많은 밤이다.
잠깐 사진을 정리하며 물이나 마시고자 나온 휴게실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뒤, 더 늦어지면 내일이 고달프겠다 싶어 잠자리에 든다.
이른 시간, 차 안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중이다.
아침 대용으로 먹을 감자칩에 피로를 달래줄 커피를 마시며 점점 동이 트는 하늘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일인 성 싶다.
숙소를 나설 때엔 꽤나 내리던 비도 어느덧 잦아들어 이젠 제법 맞을 만 한 수준이다.
사실 만에 하나라는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욕심 없이 화포해변에 왔다.
순천만의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만, 비까지 오는 날에 평범한 일출이 보일 리가 없다.
그래도 동 트는 하늘의 색감과, 아침의 순천만에 부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면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 정도는 고생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차를 타고 원창을 거쳐 벌교로 가는 길에 시간표를 보니 곧 열차가 지나갈 시간이다.
예전에는 이쪽 사진으로 제법 유명했었는데, 오랜만에 기차를 피사체로 담아보려니까 선로 위치부터 구도까지 헤매기만 한다.
논밭 근처에 난 길에서 우왕좌왕하다 찍은 사진을 보니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1930년대에 지어진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원창역이다.
덕분에 여객을 취급하지 않는 지금, 역명판까지 뽑아갔지만 역사는 제법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보통 여객 취급을 중지하면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유리는 전부 나무판자로 막아놓고 입구도 잠그는데, 역무실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놓은 원창역은 꽤 특이 케이스다.
역사 구석의 창고 안으로 역사에서 썼던 비품들이 보인다. 요즘엔 꽤나 보기 힘든 석유난로와 나무로 만든 선반이 눈에 띈다.
원창을 뒤로하고 벌교로 가는 길,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번엔 순천을 향하는 열차를 담아볼 시간인데 조금 걱정이다.
차 안에서 비를 피하다 열차가 벌교에서 출발할 시간 즈음에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데, 멀리서 기차의 불빛이 보인다.
생각보다 벌교와 꽤나 가까웠던 걸까? 하마터면 놓칠 뻔 했지만 그래도 담는 데는 성공했다.
아까보단 그나마 나은 사진을 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차를 벌교역 앞의 주차장에 세워두고 빵집에 들어와 커피와 마카롱을 산다. 잠깐 앉아 숨을 돌리자.
오늘은 새벽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아직 점심 먹을 시간은 멀었건만 벌써부터 제법 허기가 진다.
적당히 당분을 보급하고 농가 근처를 지나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널찍한 평야에 서있는 읍성의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입장권을 끊고 성루에 올라본다.
생각보다 읍성 안은 넓었는데,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성을 따라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초가지붕 가득한 마을에 방송용 스피커가 하나 있는데, 이젠 이런 모습도 보기 힘들어서 그런지 별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을 곳곳에는 감나무가 잔뜩 심어져 있다.
본래 딸 생각이 없으셨던 건지 나무마다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든 새소리가 들려온다.
개중에는 사람이 오건 말건 감 파먹는데 열중인 녀석들도 있었는데, 사진기만 들면 귀신같이 눈치 채고 도망가서 제대로 담은 녀석은 없다.
어차피 가지고 다니는 렌즈로 멀쩡한 새 사진은 무리니 별로 상관은 없으려나?
끝부터 서서히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를 보니 가을이 물씬 다가왔음을 느낀다.
위쪽은 제법 낙엽이 물들기 시작했는데, 여긴 이제 시작인걸 보니 아랫동네가 확실히 따스하긴 한 모양이다.
한 2주 쯤 지나서 오면 완연한 가을 풍경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큰 돈 안 드는데, 가을 낙엽 보러 한 번 더 와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성을 따라 걷는 중에는 제법 가파른 계단도 만나게 된다.
잠깐이지만 울창한 대숲 근처를 지나게 되는데 멀리서 울던 뻐꾸기가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울음을 멈춘다.
여기는 제법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일 탠데 어지간히도 경계한다.
계단을 오르니 낙안읍성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초가지붕으로 만들어진 마을 또한 배경과 어우러져 마치 사극에 나오던 옛 마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푸른 가을 하늘과, 적당히 물든 마을, 그리고 초가지붕을 담고 싶어지지만, 날이 흐려서 사진은 아쉽게 됐다.
서쪽에는 원래 없던 것인지, 아니면 복원 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쉽게도 길이 잠시 끊겨있다.
조금 돌아서 가면 되긴 하지만, 이 참에 마을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자료전시관을 거쳐 동헌으로 가는 길에 큰 북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동헌의 입구 쯤 되는 걸까? 현판을 보니 낙민루라 적혀있는데, 돌아와서 알아보니 꽤나 이름이 난 누각이라 한다.
그 이름에 담긴 깊은 뜻은 알 길이 없지만, 즐거울 낙에 백성 민을 써 놓은 현판에서 당시에 어떤 정신을 담아 백성들을 다스리고자 했는지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 행정이 이루어지던 동헌에는 사또와 아전을 표현한 인형들이 있다.
사진을 찍은 위치 바로 옆에는 죄인으로 보이는 인형이 묶여 있는데, 동헌에 오는 사람마다 한 번씩 추궁을 하고 가니 가뜩이나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중에만 해도 한 네 명은 ‘네 죄를 알렸다!’ 하고 지나갔으니 말이다.
동헌을 나와 낙풍루 근처로 가는데 번데기를 파는 모습이 보여 바로 사버렸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번데기인지 모르겠다.
옛날엔 휴게소에서 봐도 잘 안 사먹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어져서 그런지 보이는 족족 한 컵씩 사서 먹는다.
게다가 동헌 앞뜰에 있던 굴렁쇠도 굴리고 그네도 타느라 허기가 졌던 것도 크게 한 몫 했다.
고소하고 짭짜름한 번데기에 제법 배가 불러서 기분은 좋다만 한 컵에 2천원이 된 건 조금 아쉬운 점이다.
전에는 싼 맛에 사먹는 간식이었는데...
마을 한 쪽에는 이곳의 수령으로 있었던 임경업 장군과 관련된 비각이 있다.
요즘 한참 상영 중인 ‘남한산성’과 관련된 호란 시절의 유명한 장군이기도 한데, 이런 곳에서 관련된 유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다만 누각까지 세워져 잘 보존된 비석 치고는 조형미가 여러모로 아쉽다. 경주에서 봤던 신라시대의 조각들보다도 더 투박한 느낌이다.
낚시를 하는 인형이 있는 물가를 지나니 연꽃이 가득한 못이 있다.
저 앞으로 처음에 들어왔던 쌍청루가 보이지만 벌써 나가기는 조금 아쉽기에 한 곳만 더 둘러보기로 한다.
입장할 때 받은 지도를 보니 근처에 옥사가 있다는데 그곳이나 가 봐야겠다.
옥사 안에는 형구를 채운 죄수들의 모습을 묘사한 인형들이 칸마다 들어있는데, 그 중 끝 칸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놨다.
그냥 앉아있기엔 제법 바람도 잘 들고, 햇볕도 따스해서 조금 더 있고 싶은 장소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긴, 지금이야 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으니 당연한 걸까? 옥사 안으로 비치는 햇살의 따뜻한 색감이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옥사를 나오니 앞뜰에 곤장을 때릴 때 쓰는 몽둥이와 주리를 틀 때 쓰는 막대기 등 여러 도구가 있다.
그 중에 곤장 때릴 때 쓰는 몽둥이가 생각보다 훨씬 묵직해서 놀랐다.
괜히 장독이니, 맞다 죽었다느니 하는 얘기가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남문을 나와 성벽 밖으로 걸어본다. 잘 깔린 잔디 위를 걷는 느낌이 마을 안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성벽 위로는 방금 우리처럼 가을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나간다. 하늘은 조금 어둡지만, 그래도 걷기 좋은 날임은 확실하다.
더 가면 다시 동문이고 주차장하고도 멀어지기에 여기를 반환점 삼아 다시 남문으로 돌아간다.
Y가 에딘버러에 있어서 가끔 성 사진을 보내주곤 하는데, 웅장한 서양의 성도 좋지만 이런 읍성 또한 전혀 다른 방향의 매력을 우리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훨씬 더 정감 가는, 그리고 누가 올라가 있어도 어울리는, 마치 시골길 같은 성의 모습이 참 좋다.
이제 왔던 길을 돌아 나가본다.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이 조금은 불안하게 느껴진다.
따로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다만, 당장 비가 쏟아져도 별로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네비게이션에 선암사를 찍고 857번 지방도를 타는데 제법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올라가기에 B에게 풍경이 좋은 곳이 있으면 말하라고 한 뒤 차를 몰고 산을 오르는데, 굳이 말 할 것도 없이 탁 트인 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놨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저 멀리 낙안읍성과 그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전망대에는 동네 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여러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그 중에 몇 가지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기구여서 한동안 매달려 있다가 겨우 차로 돌아왔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꽤나 고역인지라 이런 기구를 보면 넘어갈 수가 없다.
선암사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곧 그칠 것 같았기에 노래나 들으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로 한다.
40분 쯤 기다리니 비가 제법 잦아들어 차를 나와 선암사를 향한다.
송광사보다 순천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조계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도 송광사처럼 계곡을 끼고 길이 나 있는데,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게 다가온다.
아까 계곡을 찍으며 뒤로 비치던 돌다리가 신경 쓰여 가까이 가봤다. 가까이 가보니 자연석 위에 돌로 쌓은 다리의 모습이 계곡과 어우러져 운치가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된 이 다리의 이름은 승선교라 하는데, 한번 크게 보수공사를 거쳤던 흔적이 다리 근처의 길가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낙안읍성의 성벽도 그렇고, 오늘은 돌로 소담히 쌓은 건축물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다.
비에 젖은 이끼의 색감이 놓치기 아까워 한 장 찍어봤다만 어째 사진으로 살리기 힘든 느낌인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승선교를 건너 선암사를 향한다.
돌에 웬 글자가 가득 적혀있다 했더니 전부 사람 이름이다. 아마, 요즘으로 치면 낙서 비슷한 걸까?
요즘이야 대충 매직으로 긋고 도망간다만, 옛날에는 낙서도 보통 정성이 아닌 것 같다.
저 단단한 돌에 저렇게 많은 이름을 파서 세길 정도면 이미 낙서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선암사에 가까워질수록 계곡의 아름다움은 그 정도를 더해간다.
거기에 방금 비를 맞아 한층 더 푸르른 초목은 계곡이 가진 멋을 더해준다.
방금 내린 비에 벌써 물이 불어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물도 평소보단 많이 흐르지 않을까 싶다.
제법 산길을 올랐는데도 아직 선암사의 입구인 일주문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눈은 한가할 일이 없으니 신기한 일이다.
그저 산길일 뿐인데, 근처를 에워싼 나무와 돌, 그리고 물의 모습이 쉴 새 없이 낯선 방문객을 유혹한다.
이 못 근처에서 등산로와 절로 가는 길이 나뉘던데, 아무래도 이제 일주문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매표소 근처에선 거의 보이지 않던 스님들도 한 분씩 보이기 시작한다.
굽어진 오르막길 끝으로 가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는 길의 아름다움에 절의 모습은 어떨지 제법 기대가 커진다.
그래서일까? 절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기분이다.
조계산 선암사라 써 놓은 현판이 보인다.
옆에서 보면 기둥이 하나로 보여 ‘일주문’이라 칭하는 이 문은 사찰의 경계를 나타낸다.
뒤에는 ‘고청량산해천사’라는 현판이 있는데, 옛 조계산과 이 절의 이름을 말하는 것 같다.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가람을 이루는 나무의 느낌이 근처의 가람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느낌이라 사진에 담아봤는데, 돌아와서 조사해보니 1997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제법 많은 절과 궐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고축을 보는 안목이 한참은 멀었다.
많은 비구가 화합하여 머무는 것을 승가라고 하는데, 이를 마치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룬 것과 같다 하여 ‘수풀 림’ 자를 써서 표현한다.
그 중에서도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총림이라 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에 있는 6개의 총림 중 한 곳이자,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이다.
그래서인지, 절이라기보단 마치 마을과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대웅전에선 예배가 한창이기에 자리를 비켜 지장전으로 왔다.
합동수계가 있는지라 절은 어딜 가던 북적이는데, 이 곳 지장전은 어째 적막이 흐른다.
그저 사진이나 찍으러 온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지 싶다 싶어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가니 안에서 조용히 예배를 올리는 분이 보인다.
별 수 없이 처마 밑에서 한 장 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지장전을 지나 절 뒤편으로 가는데 갑자기 스님들이 분주해진다. 역시, 절이라기 보단 마을 같다.
호남제일선원이라 적은 문을 지나 응진당을 향한다. 안에는 삼존불과 16나한을 모시고 있는데, 앞뜰에서부터 그 모습이 보인다.
왼쪽도, 오른쪽도 각각 달마전과 진영당이 있어 마치 불상에 둘러싸인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위압감보단 친근감이 먼저 앞서는 것이 새삼 불교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기독교의 성상은 모델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낯선 이미지인데, 왠지 불상들은 동네에 한 분 쯤 있는 살찌고 인상 좋은 아저씨를 보는 느낌이다.
절 뒤의 샛길로 나오니 큰 비석이 서있다. 비를 맞아 축축한 숲에서 풍기는 느낌과 어우러져 오묘한 매력이 있다.
그저 내가 안내문을 못 보고 지나친 걸지도 모르겠지만, 별 안내도 없던 비석인데 조형이나 위용이 여느 문화재 못지않다.
멀리 예쁜 암자가 보여서 가까이 가서 찍어보니 해우소다.
송광사 화장실은 무슨 굉장히 오묘하게 안 어울리게 만들어 놨던데, 말 그대로 이곳의 화장실은 산 속 암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보통 해우소에 저렇게 멋진 기와를 올리던가 싶기도 하다.
벽만 조금 더 세련됐으면 들어앉아 살아도 될 것 같은 모습이다.
산 속에 있는 스님들의 마을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문득 시계를 보니 슬슬 하산해야 할 시간이라 계곡을 따라 절을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일주문을 등지고 있다.
올라왔던 길을 돌아가며, 승선교와 계곡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을 내려가던 중 나무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들어 자세히 보니 한 번 크게 꺾인 나무가 죽지 않고 꿋꿋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런걸 보고 교훈을 얻을 정도로 감성적이진 않다만, 흔히 보기 힘든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게 된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점심은 먹고 올라가기 위해 시내로 돌아왔다.
하필이면 시내는 행사로 인해 곳곳이 도로 통제 중이라 주차하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가뜩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 먹은 게 감자칩 뿐이라 허기는 심하고, 막힌 길로 신경까지 쓰이니 꽤나 짜증이 난다.
난관 끝에 모정쌈밥에 도착했지만, 주말이라 먹어보고 싶었던 고등어쌈밥은 안 되고 제육만 된다고 한다.
역시 일은 한 번 꼬이면 줄줄이 꼬이게 됨을 느끼며 아쉬운 대로 제육쌈밥이라도 먹기로 한다.
어쩔 수 없이 먹은 녀석 치곤 시장이 반찬인지 거의 흡수를 해버렸다만, 그래도 목표한 것을 못 먹은 아쉬움은 제법 진하게 남는다.
순천역에서 할머님께 드릴 선물을 사고 서울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싣는다.
끝이 아쉬웠던 짧은 여행이지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며 접어둔다.
올라가는 길에 카메라를 켜 보는데, 그 안에 가득 쌓인 사진과 사진 속 풍경 안에 담긴 추억의 무게가 이틀 치고는 제법 무겁게 느껴진다.
p.s.
외출 중이었는데 댓글이 많이 달려 보니 여태 쓴 여행기 중 네 번째로 오른쪽에 갔군요 ㅎㅎ.
국내 여행기로 가보는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
순천사람인대 저런곳이 있었나 할정도로 멋진 풍경 잘찍으셧내요 눈팅만 하다가 간만에 로그인 하고 갑니다.
어릴때 순천 근처 살아서 대부분 가봤던 곳이지만 이런 멋진 사진으로 다시 보니 새롭네요 ㅎ
추천을 위해 로그인을 했습니다.ㅎㅎ
자주가는 동네인데 이런 면이 있다는건 또 처음 알았네요 ㅋㅋ
사진찍으시는 방법이 독특하시네요. 큰 피상을 위 아래로 나눠서 찍는 모습이 글을 읽으면서 크게 한 장을 보는듯 한 느낌이라 좋은 느낌이네요. 저도 이 방법 한 번 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순천 비행기로 보고 왔네요 ;;; 멋진 사진 잘봤어요 =b
ㅎㅎ 제가 제목을 굉장히 멋없게 적는 편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순천사람인대 저런곳이 있었나 할정도로 멋진 풍경 잘찍으셧내요 눈팅만 하다가 간만에 로그인 하고 갑니다.
조금 아쉬운 날씨이기도 했습니다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때 순천 근처 살아서 대부분 가봤던 곳이지만 이런 멋진 사진으로 다시 보니 새롭네요 ㅎ
참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짬짬이 몇번은 더 올 것 같아요.
추천을 위해 로그인을 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사진 잘 봤습니다. 마늘통닭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엔 마늘소스를 통닭에 발라서 주더라구요;; 드신 마늘통닭은 제가 좋아하는 옛날 마늘통닭같은데 혹시 상호를 알수있을까요? 쪽지 부탁드립니다~
순천의 풍미통닭입니다. 쪽지 남겨드립니다~.
자주가는 동네인데 이런 면이 있다는건 또 처음 알았네요 ㅋㅋ
원래 자기 동네에 다른 동네 사람이 오면 보는게 다른 법이죠 ㅎㅎ
나 군복무 했던 대네요 낙안읍성에서 몇번 대기하고 그랬는데
저쪽에서도 대기를 하나보네요. 읍성에 서있는 군인도 제법 재밌는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뭔가 쓸쓸한 여행같군요. 정발 스위치 받기 전에 저도 여행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
날씨 때문일까요? ㅎㅎ. 동행이 있어서 정서적으로 쓸쓸하진 않았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은 일상에 지쳤던 것이 티가 났을지도 모르겠군요.
사진찍으시는 방법이 독특하시네요. 큰 피상을 위 아래로 나눠서 찍는 모습이 글을 읽으면서 크게 한 장을 보는듯 한 느낌이라 좋은 느낌이네요. 저도 이 방법 한 번 써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저도 즐겁게 유지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주로 즐기는 사진 비율이 세로로 많은 것을 담기에 부족하기도 하구요.
여행기 잘 쓰시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카메라는 어떤거 쓰시나요?
니콘의 D800을 씁니다. 렌즈는 주로 구형 단렌즈를 애용하구요. 영 무거워서 미러리스로 옮길까 생각중이에요.
HDR도, 독특한 시선도 참 좋습니다. 순천 좋아하는데 제가 안가본 곳을 잘 구경했네요 ^^
여행은 색이 들어가야 되니까요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외국여행기만 보다가 이렇게 글과함께 국내여행기를 보니 너무 좋네요 ㅎㅎ
저도 해외여행 위주로 여행기를 쓰다가 오랜만에 국내여행기를 쓰니 느낌이 색다릅니다.
사진 두장 위, 아래로 해서 연결되는거 너무 괜찮아요 :-)
감사합니다 ~ ㅎㅎ
순천..... 볼곳은 많은데 갈곳은 없음 정작 순천에 사는 사람들은 저런곳 잘 모름;;;;;
저도 인천 여행기들 보면 신기하더군요 ㅎㅎ.
삭제된 댓글입니다.
루리웹-5511125213
는 밥이 맛있죠 ^^.
루리웹-5511125213
뭐하자는거?
어릴적 집에서 5분거리라 송광사에 자주 놀러가곤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줌마들 나와서 이리로오라고 호객행위하는건 여전하더군요 그나저나 사진 잘찍으시네요 완전 다른곳같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요즘도 주차하면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뭐 심하진 않았습니다.
오로지 눈팅만 해왔었는데 올리신 사진이나 설명이 뭔가 평범하시지 않아 로그인해서 글 남겨봅니다. 좋은 사진과 감상평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순천사람 이지만 사진들을 보니 제가 살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쁘게 잘 찍으셨네요!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긴 하죠 ㅎㅎ
사진 잘봤습니다.. 잘 찍으시고 중간 중간 느낌 멘트도 괜찮은네요 그런데 입장료 3천원 참 불편하네요 그죠 ? 문화재청과 조계사에서 관리하면서 입장료를 꼬옥 그렇게 그것도 현금으로 아주 따박따박 꼼꼼하게 받으셔서 차암기분이 나쁘셧겠어요 ㅎㅎ 카드 받으면 참 좋은데 왜 절주제에 카드를 안받고 현금 영수증도 안끊어줄까요?? 현금 받는 업주면 당연히 1원이라도 영수증을 끊어줘야지.. 안그래요? 사업자로 등록이 되어있나 불법으로 입장료를 징수하는지 알아봐야 겠습니다.. 스님들도 많으신데 그까짓 현금 영수증 관리하는게 뭐가 힘들다고 ㅋ
뭐 액수를 넘어서 의도가 뻔하니 기분이 찝찝하더군요.
현금영수증 발급 안하면 불법이에요.
리플 참 ↗같이 써놨네 ㅋㅋㅋ
좋은 사진들 글들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눈이 즐거운 여행기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사진도 잘 찍으셨고 글도 맛깔나게 잘 적으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그나저나 번데기가 한 컵에 2천원인 건 충격이네요. 저 어릴 땐 저 컵에 50원이었거든요 ㅜ
편의점 통조림을 먹어도 1600원인데 말이죠... 확실히 비싸긴 비쌌어요.
알짜배기만 잘 다녀오셨네요. 순천에 살면서 제일 좋은것 중 하나가 송광사랑 선암사가 가깝다는 것이죠. ㅎㅎ 낙안 읍성도 날씨 좋을 때 가면 정말 좋고요. 순천만을 빼고 와온해변을 가신 것도 탁월한 선택이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갔을 때는 아직 갈대가 볼품 없었거든요. ㅠㅠ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순천만의 수많은 포인트들은 이미 사진으로 실컷 봤으니까요 ㅎㅎ. 눈으로 호강하려면 왠지 해변이 나을 것 같아 조금 더 발품을 팔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잘쓰셨네요! 겨울이 오기전에 꼭 가봐야겠습니다.
설경이 기대되는 장소가 꽤 있던데, 겨울의 모습도 궁금하네요.
루리웹은 이렇게 말끔한 글이 올라오는 곳이 아니었던거 아니었나요 ㅎㄷㄷ 적응이 안되네요
ㅎㅎ 그런가요? 오른쪽 보다보면 여행기도 자주 올라오던데요.
이것이 바로 문화유산 답사기로구나.
감사합니다~
사진이 정말 멋있습니다 짱짱!!
부족한 사진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예술입니다. 저도 홀로 순천여행 해보고싶네요^^
큰 돈 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 한 번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너무 좋아요...마음 정화하고 갑니다 +_+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사진 잘 봤습니다^^ 혹시 위아래로 찍으실 때 어떻게 찍으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손각대로 위, 아래 이렇게 찍으신 건지, 삼각대로 찍으신 건지, 다른 방법이 있는지... 저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하네요.
위아래로 긴 파노라마를 찍은 뒤 잘라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순천만 갈대밭동내에 살고있는사람입니다~ 사진을 너무너무 이뻐보이게 잘찍으셨어요!!!!!!!! 처음 공원만들어졌을땐 사람들이 많이오고 좋았는데 요즘은 그것때문인지 팬션이랑 장사속부리는 가게들때문에 너무 보기 안좋네요 ㅠㅠ
어디든 유명해지면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죠. 아마 어딜가든 비슷할겁니다. 흔히 말하는 핫한 곳 보단, 조금 겉으로 돌 때 좋은 여행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렌즈 정보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캐논 사용중인데 ㅠㅠ
저는 일단 니콘입니다만 ㅎㅎ. 24mm, 35mm(혹은 50mm), 85mm 이렇게 3개의 렌즈를 들고 다닙니다.
님들 이거 사진빨임... 저 이쁜색상은 다 사진보정이 들어가서그럼. 저런카메라랑 보정으론 집앞 앞마당 찍어도 화보같이 나올꺼입니다.ㅋㅋㅋ
시람 눈보다 좋은 카메라는 아직 없습니다 ㅎㅎ. 아직도 보이는 풍경만큼 못 담아오는게 아쉬운걸요.
이 풍경은 뭔가 익숙하고 정이 가네요
감사합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일단 글을 잘 쓰시네요. 글도 사진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들이라.. 한참을 이 글, 그리고 사진들에서 머무르다 가게 됩니다. 선암사나 송광사나 다 예전에 갔던 곳들인데, 완전 새롭고 멋집니다. 제가 역사학과 출신이라, 전국 유명한 사찰이나 명승지들은 웬만큼 가 봤거든요. 기회가 되신다면 안동에 병산서원도 한번 다셔오시고 또 오른쪽에 오를 글과 사진을 좀 부탁드립니다...^^
안동도 한 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네요. 사실 여러개로 나뉜 글을 하나로 묶어 올린지라 부족한 점이 아직 많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한장한장 예술입니다.
감사합니다 ^^.
d810이 아니라 800정도만 되도 화질 엄청 좋네유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