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0~21일 제주도 회사 여행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이틀간의 제주도 여행
어머니가 사주셨지만 한 번도 못써본 지팡이와
신발장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등산화까지 꺼냈습니다.
전날 주문해뒀던 김밥을 찾아 공항을 찾았습니다.
센스 있는 척 사탕도 몇 개 구매해갔습니다. (등산용)
제주도에 도착할 때쯤 아침햇살이 바다에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편의점에 있는 삼다수를 가득 구매 후
대기 중인 버스에 탑승해 새벽에 찾아온 김밥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오전 9시 15분 한라산 등산 출발지점인 성판악에 도착
12시 30분까지 진달래밭 매점 (대피소)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등산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여하튼 설명을 듣고 사진촬영을 끝내고 제일 뒤에서 출발~
그 나름대로의 맛을 보여주는 산길이었습니다.
꽤 많은 팀을 추월했으나 선두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추월하다 보니 어느샌가 오랜 시간 혼자 등산
앞으로도 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도 사람이 보이지 않을 무렵 갈랫 길이 등장
'어... 어디서 기념촬영한다고 했었지?'라는 어설픈 기억과
잠시 고민하는 사이 내려오시던 아주머니의 한마디
" 올라가 보세요 여기 정말 예뻐요. 금방 올라가요."
에 저는 전망대길을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다시 10분 정도 외롭게 올라갔더니 눈앞에 펼쳐진 예쁜 호수
음...
호수는...
좋은데...
...
...
사람이...
없네?
ㅎ...
ㅎㅎ...
ㅠㅠ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알고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급하게 돌아가는 길, 올라갈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예쁜 단풍 계단도 찰칵
아까 표지판 있는 곳에 돌아갔더니 한참 전에 추월했던 직원들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처음 등산 용어인 "알바"를 처음 들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갔다 온 사람을 알바 뛰고 왔다고 하더군요.
챙겨온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 식사 시작
올라올 땐 몰랐는데 식사 때문에 잠시 앉아있었더니 상당히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날씨도 안 좋고 식욕이 없어 많이 남겨버렸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각자의 페이스로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아래랑 다르게 조금식 올라갈수록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알바 때문인지 고도 때문인지 처음처럼 힘을 잘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해발 1,900m~! 라스트 스퍼트~!
잔뜩 흐렸는데 어느샌가 밝아져 뒤를 돌아봤더니 멋진 광경이 보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사이 이미 구름 위로 올라왔던 것.
불과 10분 사이에 구름이 덮쳐 이렇게 다시 흐려진 등산길
그래도 구름이 몸을 통과하는 것을 직접 느끼고 볼 수 있는 경험은 꽤나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구름이 없는 날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만
정상에서 잠시 쉬는 동안은 다행히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볼 정도의 날씨는 유지되었습니다.
20분 정도의 휴식을 가지고 다음 일정을 위해 빠른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조금 내려가는 도중 푸른 나무 사이로 저렇게 오손도손 모여있는 열매들이 너무 귀여워 한 장.
[피크민]이 생각났습니다.
내려오면서 구름도 싹 걷히고 한라산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며 다리를 다신 사람이 생겨 함께 천천히 하산하며 풍경 구경은 좋은데
음...?
산맥도 웅장하고 멋진데...
으으... 다리가 점점...
군대에서 다쳤다가 나았던 고관절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내려오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 이곳저곳 구경하며 천천히 하산
올라갈 때는 구름만 보다가 내려오는 것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햇볕이 쨍쨍했습니다.
리얼 제주 삼다수
맑고 투명하고 시원했습니다만 혹시나 몰라 입만 헹궈내고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아파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려왔습니다만
큰 숲길로 들어서고는 고도를 알 수 없는 상황
무념으로 한걸음 한걸음 계속 내려갔으나 오후 5시쯤 볼 수 있었던 [해발 1,000m 표지판]
차장님의 도움으로 짐 운반용 모노레일을 타고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식이라도 내려오면서 움직여서 몰랐습니다만
이렇게 모노레일을 타고 보니 통증으로 땀을 꽤 흘렸던 것도 있고 체온이 쭉쭉 내려갔습니다.
모노레일 끝에서 먼저 도착한 분들이 저를 맞이 해주셨습니다. (쪽팔렸습니다.ㅠㅠ)
저의 부상으로 일정이 늦어져버려 서둘러 식당 근처의 목욕탕으로...
통증이 점점 심해져 사실 목욕탕에서 드러눕고 싶었습니다만
탕 안에서 10분 정도의 마사지만 하고 식사를 위해 서둘러 나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그런지 목욕탕 이곳저곳에 중국어가 잔뜩 써져있었습니다.)
마사지를 해서 좀 낫겠지 싶었는데
목욕탕에서 나올 때쯤에는 거의 걸어 다니기도 힘든 수준의 통증이...
어쨌든 통증을 참으며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가게를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카운터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안 봐서 유명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서인지 앉자마자 딱딱 나오기 시작하는 음식들
마지막까지 맛있고 배부르게 식사를 했습니다.
2017년 10월 21일 토요일
술 덕분에 잠은 들었지만 아침부터 다리의 통증으로 잠을 깼습니다.
다리 부상도 있고 해서 저녁 2차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만
일어나서 둘러보니 꽤나 멋진 숙소였습니다.
아침식사는 해장국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에 인원을 말하고 대충 준비를 부탁했으나
깜박했다고 하셔서 1차 트러블...
해장엔 해장술... 도수가 낮아 그런지 꽤나 부드러웠던 제주 막걸리
그래도 손님들이 빠지고 난 후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등장한 해장국
하지만 여기서 2차 트러블이...
제주 해장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국물이 달콤한 깍두기를 섞어 먹는 게 유명한가 봅니다.
꽤 많은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깍두기를 포함한 반찬 세팅이 전혀 안되어 결국 어르신들이 폭발...
특이한 깍두기와 섞어먹는 해장국은 맛이 있었습니다만 서비스가 참 별로였습니다.
오전에는 가볍게 숲길 산책
어제의 부상 때문에 버스에서 쉬라고 하셨지만 힘내어 따라가보았습니다.
어제 한라산을 다녀와서 큰 감동은 없겠지 싶었으나 꽤나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 코스는 [물찻오름]이 메인이나 아쉽게도 출입통제기간이었습니다.
제 사진 실력으로는 숲길의 공기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약간 서늘하면서도 무거운 그 공기
그래도 저는 제 사진을 보며 그때를 느낄 수 있어 이렇게 하나하나 저장해둡니다.
부상 상태이지만 최선두 팀으로 산책을 끝냈습니다.
어제 다 꾀병이라고 질타를 받았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뒤에서 뱀도 발견했다며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도 내심 뱀이나 멧돼지와 조우하길 바랐습니다만
한라산에서 봤던 다람쥐를 제외하면 야생동물은 따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산책이 끝나고 점심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는 자유시간
따로 계획이 없었는데 여직원 한 명이 [목장]을 추천하기에
저도 목장을 꼭 가보고 싶었기에 바로 합류를 했습니다.
체험이 메인이라 그런지 그다지 큰 규모의 농장은 아닌듯하였습니다.
딸기맛 (딸기잼)으로 도전
체험을 하면서 이렇게 성인들만도 오냐고 물어봤더니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완성~!
초콜릿 맛보다 딸기맛이 맛있었습니다.
통에 쓰여있는 이름의 송아지를 찾아 우유를 줍니다.
통을 들고 갔더니 터벅터벅 걸어와 입에 거품을 물며 마시는데
너무 삐쩍 말라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큰 소가 있는 곳도 가봤습니다만 멀찍이 떨어져서 가까이 오질 않았습니다.
다음은 야채 스틱을 사서 먹이를 주는 곳으로 이동
염소 녀석들이 많이 있던데 특이한 건 손으로 주면 먹는데 한번 떨어지고 나면 절대 주워 먹지 않더군요.
염소 구역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어린 젖소가 대기 중
야채 스틱을 주면 긴 혀를 내밀어 살짝 감아당겨먹습니다.
꽤나 얌전한 녀석이라 머리를 만져봤더니 따끈따끈해 기분 좋았습니다.
???... 이 녀석은 뭔지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안에서 잠을 자더군요. 귀여웠습니다.
여직원이 보내준 사진. 필터 덕에 꽤나 분위기 있어 보입니다.
우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는데 이미 품절
나머지 메뉴를 고루고루 구매해서 먹어보았습니다.
따로 사 들고 왔던 구워 먹는 치즈는 유통기한의 압박으로 한꺼번에 전부 구워 먹었습니다. (두부 아님)
꽤나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음...
이렇게 한 번에 먹으니 위장이 강한 저도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가는 길이 너무 막혀 멀리 떨어져 있던 저희 목장체험팀이 제일 늦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팀이 세팅을 다 해놓아 들어가자마자 폭풍 흡입.
돼지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만 [흑돼지]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털이 많이 남아있어 먹을 때 식감이 별로였습니다.
이곳의 특별한 맥주도 있었습니다만 맥주도 이미 품절이라 아쉬운 마무리를...
식사를 다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
서울팀과 인사를 나누고 부산 팀이 먼저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해 제주도 여행을 곱씹어 봄도 잠깐.
종아리가 간지러워 봤더니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가 등장...
일단 침착하게 의자에 꽂혀있는 안내 책자를 꺼내 떨쳐내고
스튜어디스에게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알렸더니 처음에는 무덤덤...
비행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떨쳐냈던 바퀴벌레가 다시 등장해
이번에는 쳐내지 않고 스튜어디스를 불러 보여줬더니
그때부터 3명의 스튜어디스가 패닉을 일으켰습니다.;;
당시에는 참 기분이 나빴습니다만 이후에 부질없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3명의 스튜어디스를 보며 화가 누그러들었고
비행시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라 따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주 여행 기념 선물로 회사에서 나눠준 오메기떡, 소라 젓갈,
천혜향, 옥돔을 들고 저녁 10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
하지만 기내 바퀴벌레 사건 때문에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에 짐을 쌓아두고
가방부터 시작해 이틀간 사용했던 모든 옷을 하나하나 꺼내어 털어내고
늦은 시간이지만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주민분들에게 죄송하지만 특이한 경우라 ㅠㅠ)
다행스럽게도 짐 속에서 바퀴벌레가 튀어나오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한라산이라는 곳을 가볼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회사에서 함께 가볼 수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올라간 한라산이었지만 아쉽게도 오래전 회복했던 군대에서의 고관절 상처가 재발해
이 글을 마무리하는 2018년 01월 10일인 지금에도 완치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이후에도 업무나 여행으로 조그마한 운동을 할 때면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고생입니다만
어쨌거나 한라산을 찾았고 멋진 경치를 구경하고
제주도의 이런저런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였기에 만족하고 고관절이 완치하기만을 바랍니다~!
잘봤습니다
사진과 글 너무 좋습니다. 특히 한라산 구름 사진 너무 훌륭한데요^^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라산 사진이 정말 아름답네요. 한라산은 언제가도 참 아름답고 좋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사진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