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도쿄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에노시마&가마쿠라편입니다.
외전인 이유는 일단 도쿄가 아니기 때문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따지자면 진즉 요코하마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아무튼, 쇼난, 정말 아름다운 지역이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귀띔이 되는 여행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월 2일 오전 07시 58분
늦잠을 자버렸다.
어제 사다 둔 빵을 뜯어 씹는다.
빵도 푹신푹신하고 생크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맛있다.
겨울이라 해도 빨리 지는데...
오늘은 너무 여유롭게 출발해버렸다.
오후나 역에 도착.
저 크라상은 돌아올 때도 냄새로 날 괴롭혔다.
아침이라 셔터가 닫힌 가게들이 많다.
빵을 먹었지만 뭔가 제대로 먹고 싶어.
오후나 역에서 구매한 JR가마쿠라-에노시마 프리 패스.
해당 지역에서 가용한 패스는 이것저것 많다.
오다큐 전철에서 판매하는 관광패스도 있고(각종 관광지 출입 무료/할인 등이 포함됨)
에노시마 관광센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에노시마 프리 패스도 존재한다.
일정을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나처럼 JR패스만 끊어도 무방하다.
※JR패스는 구입한 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참고
내 경우엔 오후나 역에서 구입했으므로 700엔.
오후나 역에서 나와 쇼난 모노레일 승강장으로 이동한다.
굳이 헤멜 필요도 없는데 1층까지 내려갔다 왔었다.
드디어 도착한 모노레일.
위에 매달려서 가는 모노레일은 어렸을 때 책에서 본 이후론 처음이다.
아직 러시아워인지 모노레일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차가 떠나기 전 스탬프가 있는 걸 발견하고 잽싸게 하나 찍었다.
인주가 잘 안 묻어서 박박 문질렀다.
난 급하다고..
내 뒤에도 날 보고 스탬프를 찍으려는 외국인이 있었는데 역시 인주가 잘 안 묻는 모양.
모노레일은 조금씩 덜컹거린다.
멀리 멀어져가는 부처님께 이번 여행 잘 되게 해주십사 부탁드렸다.
내 앞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저기 후지산!'이라고 말씀하신다.
등 돌리고 앉아있어서 몰랐는데 과연, 저건 후지산이 틀림없다!
후지산을 보게 되다니.
날씨가 좋은 탓에 무척 선명하게 보인다.
후지산이 보일 때마다 폰카로 열심히 찍어댄다.
내 뒤에 앉은 여자애도 마찬가지다.
서로 촬영에 열을 올린다.
이 동네 주민들은 늘 후지산을 볼 수 있는 건가-
매일 보면 그 후지산도 결국은 동네 뒷산처럼 느껴질까.
맞은 편 모노레일에 그려진 그림이 귀엽다.
주택가 한 가운데를 지나가다 보니 여러 가옥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주택들이 복층구조였고 작은 마당이나 정원이 있다.
마당 같은 게 있는 게 정말 부럽다.
나도 나무 같은 거 하나 심고 싶다.
드디어 종점인 쇼난에노시마 역에 도착했다.
모노레일에 그려진 마스코트가 꽤 껌찍하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물론 돌아갈 때도 한 번 더 타야하지만.
여기는 스탬프 같은 게 없는 건가.(두리번)
쇼난에노시마역의 플랫폼은 아주 높은 데에 자리잡고 있다.
한..4~5층 정도?
특이하게 데크를 개방해서 후지산이 보이는 풍경을 찍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
우리가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으로 취급하듯 일본의 후지산도 마찬가지일 터다.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현지 관광객들을 보고 있으니 와닿는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빨리 뛰쳐나가고 싶다.
얼른 걸어서 무언가 만끽하고 싶다.
눈 앞으로 지나가는 에노시마 전철(에노덴).
오스트리아에서 트램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이다.
홋카이도와도 다르다, 같은 일본인데도.
전철이 이렇게 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풍경이 너무 좋다.
주민들은 소음 때문에 좀 많이 고충을 겪으시겠지만.
에노시마 역 앞으로 가니 사람들이 몰려서 뭔가를 찍고 있다.
?
아하.
겨울이라 춥지 말라고 새 모형에 옷을 입혀놨다.
교토의 석상에도 겨울에 털모자와 목도리를 둘러줬었지.
겉치레지만,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어코 옷을 입히는 그 발상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이런 돌이나 쇠에도 마음을 쓰는 그 모습에 셔터로 손이 간다.
가는 길목에는 여러가지 가게들.
음식점은 아직 휑하다.
바다다.
겨울바다 같은 풍경을 기대하고 왔는데 여기는 봄바다.
겨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온화한 햇살과 푸르른 풍경이다.
시간을 앞질러 온 것 같다.
정말 겨울 맞나.
서핑보드를 타러 가는 수트 차림의 커플을 보면 남국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다.
에노시마 관광청 앞.
여기서 에노시마 일일 패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무슨 만화에 등장한 것 같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극중 무대가 이쪽 일대였나보다.
아래 링크에서 소개하는 앱에서 해당 애니메이션의 순례가 가능하다.
성지순례어플 사용 후기
http://bbs.ruliweb.com/family/3094/board/181035/read/9439669
바람이 좀 세다 뿐이지 요코하마의 그것과는 다르게 무척 포근하다.
요코하마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바다냄새도 제법 풍긴다.
햇살을 맞으며 잠시 부두를 산책해본다.
이 노래를 들으며 산책했다.
선곡 이유는 그냥... 날씨가 예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후지산.
최고의 경치다.
멀리 보이는 신에노시마 수족관.
옆으로는 공사가 한창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사람인 '가츠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의 높은 파도 아래'라는 우키요에를 그린 곳이 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자포니즘이나 인상주의에 끼친 영향력을 설명할 때도 예시로 꼭 나올 정도니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미술작품일듯.
우키요에 뿐만 아니라 다른 그림들도 무척 유명하지만 특히 후지산을 그림의 소재로 즐겨 그렸던 것 같다.
그 시럽 뿌려놓은 것 같은 후지산이라든지, 몇 개는 본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사람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데포르메시켜 최초로 일본만화적 기법을 사용했다고 평해지기도 하는 대단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림과 같은 파도는 볼 수 없었다.
가마쿠라 시대의 무대였던 곳이라기에 쇼난의 파도는 너무도 잔잔하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낚시라...
방파재가 테트라포드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신기하다.
헤엄치면 닿을 것 같은 에노시마.
저 멀리 펼쳐진 건 모래사장인가?
분명 남국같은 풍경이지만 오키나와하고는 또 다른 느낌.
현지 관광객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관광이다.
1. 에노시마 -> 2. 하치만 신사 -> 3. 하세역 인근 -> 4. 시치리가하마 -> 5. 가마쿠라코코마에 -> 6. 씨 캔들
오늘은 열차를 이용하는 구간이 많아서 다리가 편할 것 같다.
에노시마로 들어가는 길.
햇빛이 더 강해지지만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서 덥진 않다.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벤텐마루.
자세한 건 후술.
오오, 제트스키.
몇 번 균형을 잡는가 싶더니 금새 내달린다.
후지산에 맞춰서 찍으려고 했는데 영 앵글 안으로 들어와주질 않는다.
다리는 공사중이어서 좁은 길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불편이야 감수할 수 있지만 이 기기는 무엇??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이곳에 다시 오게 된 후의 이야기이다.
길고 긴 다리를 건너 도착한 에노시마.
신사의 큰 도리이 앞까지 가게가 이어진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시라스.
그 중에서도 시라스동이 가장 유명한 것 같다.
해산물을 싫어해서 생으로 먹기 보단 튀긴 시라스를 먹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간식 같은 건 지금 봐두기만 했다가 내려오면서 먹어야겠다.
유리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있지만 역시 먹을 걸 파는 가게가 제일 많다.
어느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이게 그 타코센베인가 보다.
해산물을 싫어해서 이것도 패스.
신사 앞에 도착했는데 계단이 겹겹이다.
에노시마 면적이 약 41만 평방미터.
약 43만 평방미터인 올림픽공원보다 조금 작고 실제로 돌아다니는 스팟도 한정되어 있지만 이 계단이 문제다.
다리가 불편한 일행이 있거나 체력을 아끼고 싶은 여행객들은 1일 프리 패스 등으로 에스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에스카도 설치가 안 되어 있는 구역이 있고(특히 이와야 동굴까지 가는 길) 내려가는 에스카는 없으니 설계가 중요하다.
...설마 죽겠어.
강아지의 뒤를 쫓아 계단을 올라간다.
강아지는 안 힘드려나.
에노시마 신사에 도착했다.
강아지 안녕.
그림으로 표현된 에노시마 지도.
에노시마 내부도 구글맵에서 잘 구현되어 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관광센터에서 지도 하나 정도 챙겨두면 요긴하다.
지금 보니 저 수직으로 배치된 스팟들이 복선이었던 건가...
잠시 앉아서 쉬어갑니다.
귀국 전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즐기고 있지만
벌써부터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앉아있질 못하겠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조금이라도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아둬야지.
이곳도 에노시마 신사인데 中津宮이라고 따로 되어있다.
신사가 나뉜 걸 보면 역할이 다른 건물일 텐데 봐도 잘 모르겠다.
가이드라도 대동하고 다녀야 하나.
씨 캔들 입구에 도착했지만 이따 저녁에 다시 와서 들어갈 계획이다.
슬슬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하니 좀 더워진다.
계단을 오르느라 열이 나서 그런 것도 있고.
사과에 까망베르는 상상이 안 간다.
시원한 게 먹고 싶지만 저것보단 녹차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을 것 같아 참는다.
기다려라 녹차 아이스.
여긴 하늘에 비둘기나 참새 대신 솔개가 날아다닌다.
갑자기 달려들지 않았음 좋겠는데.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신기한 건 저 밑에 내려가 있는 사람들.
오전 11시 46분, 뜨겁다.
더워서 그런지 주변의 풍경이 여름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도쿄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온 게 이 정도인데 큐슈 같은 곳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에노시마나 가마쿠라는 일본 내에서도 데이트 혹은 나들이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커플이나 노인 분들도 많이 보이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 에스카는 필수다.
에노시마의 고양이는 순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 고양이를 못 봤다.
아쉬움을 공예품으로 대신한다.
세면대가 특이하다.
특이하다기 보다 지나치게 화려하다(...).
센서가 인식하면 용 입에서 물을 뿜는 것 같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어째서!
이와야 동굴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길이도 길이지만 계단이 많은 게 끔찍.
차라리 상술했던 벤텐마루를 타고 지도 좌상단에 위치한 선착장까지 이동해서 즐기는 코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역으로 에노시마를 다 둘러보고 여기서 배를 타고 나가는 것도 좋을 듯.
이와야 동굴 역시 입장료가 필요하지만 에노시마 일일 패스에 포함되어 있으니 계획만 잘 짜면 된다.
살인적인 각도의 계단을 내려오니 바다!!!!
다리도 살짝 힘들고 다시 올라갈 계단을 생각하니 좀 막막하지만 그래도 이 풍광은 놓치지 않길 잘했다.
그저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서 온 건데 봄기운에 후지산까지..
날씨까지 도와줘서 다행이다.
더워서 그런 건지 힘들어서 그런 건지 크게 헥헥대는 강아지.
처음 계획할 때만 해도 에노시마를 그저 도쿄 근교 관광지로만 여겼는데 둘러보니까 인식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화장실.
위의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와야 동굴은 에노시마 구석에 박혀있는데도 화장실이 청결하다.
계단을 타고 아예 내려가볼 수도 있다.
이런 바위 위를 걸어다니며 파도를 눈 앞에서 맞으니 피서를 온 기분이다.
낚시하기 좋은 스팟인지 낚시꾼들이 많다.
고개를 조금만 서쪽으로 향하면 병풍처럼 후지산이 펼쳐지는 명당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저 낚시꾼 아저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뭔가 충전되는 느낌.
뒤를 슬쩍 보니 나도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어
섬을 나가는 길에 고양이를 발견했다.
지금은 놀아줄 생각이 없는지 구석으로 계속 몸을 쑤시고 있다.
정말 팔자 좋다.
생각보다 큰 섬이라 일부 스팟만 둘러봤는데도 벌써 12시가 넘었다.
가마쿠라-에노시마는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겠거니 하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섬을 다 빠져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다.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 위를 커플 한 쌍이 걸어가고 있다.
다른 이들에겐 황량한 모래밭이지만 저 둘에게는 다르게 비춰지겠지?
부럽다는 얘기를 돌려서 하고 있다
험험, 나도 부지런히 걸어가야 한다.
무작정 쇼난! - 에노시마&가마쿠라[낮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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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도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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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를 낮에 가는것도 좋지만 지금시기에는 밤에 불빛축제(전등)를 한다고 하네요. 역시 1일은 더 머물었어야 햇는데 너무 안일했드아
가마쿠라는 신주쿠역에서 얼마나 걸릴까요? 당일치기로 갖다 올 예정이긴 한데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 많이 되네요
가마쿠라역까지라면 환승지연 등을 제외하고 편도로 1시간 정도입니다. 에노시마역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제가 있을 때는 일몰이 6시 전후이기도 했고 늦게 출발한지라 조금 빠듯했습니다. 아침 일찍 가신다면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각 스팟들이 걸어서 이동하는 구간이 많고 핵심이 되는 에노덴 배차가 빠른 편은 아니라서(12분 간격) 결국 스팟을 잘 정해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시는 게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다른 필요하신 정보가 있다면 가능한 답변드리겠습니다! 이후의 여행기도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자친구가 가마쿠라 & 에노시마는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하루정도 날 잡아서 (숙소가 신주쿠 역입니다) 다녀올까 생각 중인데, 생각 해보니 요코하마도 꼭 가보고 싶어서 이틀이나 이동거리가 꽤 되는 장소를 다녀와야 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네요. 차라리 새벽 일찍 신주쿠 - 요코하마 - 가마쿠라 그리고 다시 신주쿠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신주쿠-요코하마 는 30분이면 갑니다. JR쇼난신주쿠 라인이라고 그걸 타면 시간 얼마 안 걸리죠. 그리고, 요코하마에서 카마쿠라는 대충 30분에서 40분 사이 걸렸던 거 같네요. 이동 거리가 길지만 장거리 라인이 있어서 시간은 얼마 안됩니다.
추천 코스로는 오전에 신주쿠에서 후지사와 역으로 가신 다음 에노덴 타시고 에노시마 구경 하시다가 '시치리가하마' 역 근처에 있는 카레 가게 추천 합니다. 에노덴을 카마쿠라에서 타고 출발하면 사람들이 많아서 좀 그래요.
정말 감사합니다 ^^ 추천해주신 코스로 한 번 동선을 짜봐야겠네요!
감사 댓글 고맙습니다. 가게 이름을 잊었는데 웹 검색어에 '산고쇼' 또는 '에노시마 산호초' 라고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영어 메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한 번 가보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