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앞자리엔 채리가 앉는다
역시, 시를 쓰는 건 꽤, 황당하게도 그리고 입안
에서 오물거리며 씨를 멀리 풋, 뱉는 것처럼 제법 몰
지각한, 개인적인 또, 그런 일이다. 그래서 앞자리에
누군가의 채리가 앉아야 한다. 당신은 그 이유를 귀
찮게 알 필요가 없다. 그냥 그것만 기억하라.
앞자리엔 채리다
시를 휘휘, 써도 파리 같은 황당함은 어디 멀리 귀
찮게 도망가지 않고 오랜 농담처럼 의자에 앉아 있
다. 종이는 너무 파리처럼 작고 이 씨를 사는 데 쓴
몇 장의 종이 지폐는 종이 바깥에서 포르말린처럼
앙상한 두 날개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세상을 파리
처럼 만끽하지만 시를 읽는 당신은 그냥 그것 하나
만 읽게 된다. 익숙한 결론,
앞자리 채리
결론은 이미 제일 앞자리에, 개인적 이유로 앉아
있지만 시를 쿨쿨, 읽어도 지겨운 파리를 귀찮게 쫓
아 보낼 수 없다. 일상은 편집되지도 않고 축약할 수
도 없고 당연히, 간단히 무심히 설명할 수도 없다.
그냥 한 무더기 종이 뭉치가 될 뿐, 남은 일은 누군
가에게 그걸 건네주는 것뿐이다. 작고, 한 번 더 쓰
겠지만 누추한
앞자리가 중요한가 묻지 마라
증요하겠지만 당신과는 별 관계없다. 지금까지, 이
시의 가치는 종이 바깥에 있고 그건 내 것도, 또한,
그리고, 심지어 아닏. 싸파리, 날아갔으니까, 가장
앞자리 햇빛에 시달린 붉은 의자가 하나 있고 거기
에 앉는 건 당신이 아니니까, 개인적인 건 개인에게
당신은 당신에 그리고 이 앞자리는! 눅누가, 아니,
익숙한, 채리의 몫이다.
누군가의 채리가 차리에, 그것도 익숙한 앞에 앉
아야 다음 장을 넘길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응. 그러니 애초에 다 정해져 있는 거다. 씨니까
서정학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문학과지성 시인선 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