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비망록
―춘천ㆍ2
사슬 푼 봄 숲 더듬거릴 떄 빛의 눈동자를 건네주었다
울울창창한 여름 절벽 뛰어내릴 때 펄떡이는 바위 심장을 달아주었다
가을 산과 산의 틈새에서 어지러울 때 둥근 배꼽을 새겨주었다
탯줄 끊지 못한 울음소리는 겨울 밤하늘 한 벌 배내옷의 별자리 단추였다
날개 단 지느러미가 푸른 머리털로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릿속 주름마다 꽉 찬 모래의 언어들로 귀가 어두워졌다
나날의 호흡이 버거운 무릎이 헐거워 생일상을 차리지 못했다
수심 이리 깊은데, 다 버리고 몸만 데리고 온 건 얼마나 다행이었나
그러니 가슴 속 그림자 무덤이 된 그를 생각하면 차라리 어두워야 한다
이름 지어주지 못했으나 허공 심연을 헤엄치는 구름들은 이미 알고 있다
기억한다
나날들을 소원해지고 서늘해지는 건 마음이 아니었다
일찍이 나는 나무와 꽃의 중심에서 태어난 아이를 입양한 적이 있다
최준ㆍ전윤호ㆍ박정대
슬라브식 연애, 달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