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사이버펑크 장르의 모든 것을 담아내겠다, 사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의 시연을 체험한 직후에 불현듯 든 감상은 이처럼 단편적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CDPR 이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것도 많았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체험담과 감상을 기사로 한창 풀어내고 나서도 여흥이 남았다.
그렇게 기대로 가득한 채로 CDPR 의 일원과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전하고 싶은 말도 한가득이었지만 인터뷰에서 어찌 그럴 수 있으리. 설렘과 긴장을 유지한 채로 다시 미디어 시연이 이루어졌던 극장 바로 옆 방에서, 사이버펑크 2077의 리드 시네마틱 애니메이터인 마첵 피에트라스(Maciek Pietras) 를 만났다.
CDPR 리드 시네마틱 애니메이터 마첵 피에트라스(Maciek Pietras)
● 사이버펑크 2077의 이번 시연회가 전세계 미디어와 커뮤니티를 폭발시켰다. 처음 실제 게임 플레이를 공개한 것인데, 그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엄청나게 신난다. Super Exciting! 우리의 작업물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팬과 관계자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음으로서 더 열심히 만들게 되고, 다시 힘을 얻는다. 우리는 항상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사이버펑크 2077의 미래 사회는 지극히 자극적이고 시각적으로 엄청나다. 이런 게임 월드에 대한 비전을 개발 팀이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 어디서 모티브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사이버펑크 2077은 ‘사이버펑크 2020’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원작은 우리에게 레퍼런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원작을 100% 모든 것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게임 플레이를 창조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세계를 꾸며가는데 필요한, 일종의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20의 테마는 강력하다. 나이트 시티, 그 도시에 가득한 폭력, 약물, 퇴폐. 도시의 꼭대기에는 메가코프와 엄청난 부자들이 세계를 주물럭거리고 있고, 지하세계에서는 갱들이 골목을 지배하고. 이런 세계의 모습 속에 그 가운데에 있는 다른 사람들. 플레이어는 이 세계에 주인공 V가 되어 들어가고, 어떤 세상을 지향하고 나아갈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우리는 ‘사이버펑크 2020’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여러 매체들을 보고 두루 영감을 받는다. 우리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 자체를 전부 담아내고 싶다. 모든 테마들, 나이트 시티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면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처럼, 사이버펑크가 가진 모든 매력을 다 담아 보여주고 싶다.
● 이번 미디어 한정 데모 시연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플레이어들은 언제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러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모두에게 우리 게임을 소개하고 보여주고 싶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좀 더 도시 전체의 모습과 게임의 컨셉을 잘 드러내고 전체적인 느낌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선택하고 채워넣었다. 트레일러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명 받았길 바란다. 트레일러를 통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도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이 트레일러 안에서 표현된 도시 가득한 퇴폐, 폭력, 잔혹함,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을 비추고 있다. 이 트레일러 이후로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농담조로) 게임 데모 시연의 경우, 더욱 인내하는 자가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격언을 알려주고 싶었다(웃음).
(웃음) 게임 플레이를 보고나서 여기 있는 나는 정말 더럽게 운이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 운이 좋은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되나?
본 기자까지 서넛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로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 맞을거다.
●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해킹을 앞세운 넷러너 플레이는 다른 것보다 시각적인 만족감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액션은 물리적으로 날아가는 적 등을 보여줄 수 있지만 말이다. 각 플레이 방향에 따라 다른 플레이 피드백을 어떻게 만족스럽게 주고자 했는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은 CDPR의 구성원은 모두 기본적으로 그 자신들도 게이머라는 점이다. 우리는 게임 플레이 시스템과 매커니즘에 매우 직접적으로 접근하고, 이게 재미있을지를 먼저 판단하고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한다.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지, 무엇이 최고일지 여러 고민을 한다.
게임 내에서 해킹을 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다. 터렛을 해킹해서 적을 쏘게 만들거나, 다른 적을 해킹해서 서로 싸우게 만들고,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각 지역별 엑세스 포인트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해킹해 조종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게임 플레이 설계에서부터 많은 고민을 해왔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가 시각적으로 충분히 효과적이고 극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FPS 인 만큼 여기에 쓰이는 각종 사이버웨어의 디자인이나 이펙트도 높은 전달력과 직관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 위쳐3 에도 참여했었는데, 위쳐3의 전투는 검과 마법 중심이었던 만큼 보다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줬지만 아무래도 총격전을 연출하게 되면 조금 더 정적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터로서 어려움지 있지는 않은지?
사이버펑크 2077 개발에 참여하게 된 것은 위쳐3의 프로덕션이 마무리되어 갈 때 쯤의 고민에서 시작 됐다. 그때 나와 동료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더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고, 여러 컨셉과 원하는 바를 연구했다. 그러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이미 사내에서 진행중이던 ‘사이버펑크 2020’ 관련 프로젝트와 비슷한 면이 있었고 그러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는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들었다. 그렇게 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건 정말 재미있고,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하지만 FPS 건 슈팅은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었기에 내게 사이버펑크 2077은 정말 도전적인 일이었다. 새롭게 배우고 도전할 것들이 정말 많았고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우리 팀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한, 도움이 되는 인재들이 많아서 점점 더 발전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리드 시네마틱 애니메이터로서 이 세계, 이 도시 안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총괄하고 있다. 게임에 깊이 몰입할 수 있고 또 세계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또한 게임 플레이 메카닉에도 어느정도 관여해서, 애니메이션 피드백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사이버펑크 2077 에 대한 한국 게이머들의 기대가 엄청나게 높다. 특히 얼마전 음성 한국어화 소식에 300여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게임을 기다리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Thank you Korean Players! 한국의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를 언제나 도와주고, 응원하고, 지켜보고, 위쳐 3를 포함한 우리의 게임들을 깊이 사랑해주어서 고맙다. 더 멋진 게임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