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치명적으로 생각하라, 씽크빅 암살 게임 ‘히트맨 2’
치명적으로 생각하라(Think Deadly). 국제게임쇼 E3 2018 전시장에 내걸린 ‘히트맨 2’ 홍보 문구다. 수산 시장에 널려 있는 물고기, 브런치로 주문한 머핀, E3에서 기념으로 산 머그잔으로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범한 사람들이 수학의 정석을 보며 논리적으로 사고할 때 특별한 누군가는 치명적으로 생각하며 암살의 정석을 써 내려가기 마련이다. IO 인터랙티브가 개발하고 WBIE가 유통하는 샌드박스 암살 게임 ‘히트맨 2’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기자가 무슨 존 윅도 아닌데 빵으로 사람을 죽이라니, 그 비결을 알아보러 E3 2018 WBIE 부스에서 약 20여 분간 ‘히트맨 2’를 시연하고 개발자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시연 데모의 목표는 뒷세계를 어지럽히는 전범을 저지하고자 우선 그의 심복 노릇을 하는 딸을 제거하는 것. 문제는 이 딸이 레이서인지라 게임 내내 자동차에서 내릴 생각은 안 한다는 거다. 관중이 가득한 서킷을 시속 수백km로 내달리는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히트맨 2’는 다양한 규칙이 교차하며 정밀하게 동작하는 하나의 세계를 플레이어에게 주고, 그 안에서 여러 창의적인 암살 방법을 고안하도록 종용한다. 따라서 목표물 제거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은 플레이어에 따라 단순히 달려가서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부터 “이게 된다고?” 싶은 경우까지 천차만별이다. 다만 짧은 시연인 관계로 여러 방법을 써보지는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기자가 겪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히트맨 2’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암살 임무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 서킷 인근 행사장 입구에서 시작됐다. RB 버튼을 누르면 시야가 회색으로 물들며 중요 인물만 별도로 표시되는데, 붉은색으로 보이는 목표물은 차량에 탑승한 채 계속해서 서킷을 도는 것을 확인 가능했다. 일단은 으슥한 지하로 내려가 혼자 외떨어진 행사장 도우미를 처리하고 그의 플라밍고 인형탈을 탈취. 그렇게 변장에 힘입어 서킷 안으로 입장한 후 일부러 경보를 울리고 뛰쳐나온 경비를 소화기로 때려잡았다.
물론 경비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은 경비실에 들어가 CCTV를 셧다운. 그대로 VIP 라운지까지 진출하여 거기서 놀던 엔지니어의 술에 독을 탔다. 엔지니어가 배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하자 뒤를 밞아 마찬가지로 천국으로 보내주고, 마침내 암살의 마지막 단계인 차량 정비실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경기 도중이라도 한번씩 정비를 받으러 정차하기 때문에 그 찰나에 순간에 폭탄을 설치하고, 끝으로 전망 좋은 자리에서 격발기를 누르면 화려하게 펑~
주의할 점은 변장을 했더라도 수상하게 행동하면 경비원에게 포착된다는 것. 따라서 RB 버튼으로 경비원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인파에 섞여 경계심을 낮춰야 한다. 시연을 마무리하면 빠른 영상으로 다른 암살 방법을 몇 가지 보여주는데, 시상식까지 기다려 트로피를 받으러 나왔을 때 저격하거나 무대를 폭파하기도 하고 천장에 있는 조형물을 떨어뜨리거나 생선으로 패 죽이기도 하더라. 생선으로 패 죽이는 장면은… 도저히 어떻게 성립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히트맨 2’는 정해진 과정을 선형적으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플레이를 설계하는 재미가 있다. 비록 기자는 시연 시간을 고려해 무난한 길을 택했지만 여러분은 정말 미친 암살을 성공시키기 바란다. 아래는 IO 인터랙티브 제이콥 미켈슨(Jacob Mikkelsen) 디렉터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히트맨 2’가 지닌 기획 의도, 개발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제이콥: 2016년 선보인 ‘히트맨’ 리부트는 정말 제대로 된 암살 게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작품이었다. 그간 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히트맨: 블러드 머니’ 샌드박스 미션을 토대로 ‘히트맨: 앱솔루션’의 부드럽고 인상적인 연출을 가미했다. ‘히트맨 2’은 바로 이러한 방향성을 이어받은 정식 속편이고.
● 요즘 암살 게임이 참 많은데, 사람들이 왜 암살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제이콥: 사람들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으면서도 그에 따른 혐의는 지지 않는, 그런 깔끔하고 완벽한 암살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다. ‘히트맨’ 시리즈는 플레이어에게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고 당신이 암살자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묻는 게임이다. 또 다른 환상적 요소는 바로 변장인데, 서킷 백스테이지나 엔지니어룸처럼 평소 갈 수 없는 장소를 자유롭게 입장하는 것이 묘한 쾌감을 준다.
● 수많은 방법으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은 어떻게 만드는가
제이콥: 우리는 미스터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미스터리를 푸는 사람들이다. 미로를 입구가 아닌 출구에서부터 설계하는 것과 같다. 쉽게 말해서 우선 목표물을 먼저 설정하고 어떻게 죽으면 좋을지 생각한 뒤 거기까지 도달하는 시나리오를 역순으로 구상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되는 소품들을 보며 이걸로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방금 시연한 임무를 예로 들어보자. 첫 발상은 계속해서 차를 운행하는 목표물을 암살해보자는 거였다. 다만 일반적인 차량이 한자리를 맴돌리 없으니까 대회가 적합했다. 그래서 그녀를 레이서로 설정하자 자연스레 서킷이라는 무대와 축제라는 상황 설정이 갖춰졌고. 축제라면 거기 있을 법한 사람들과 조형물이 곧 새로운 암살 방법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 디렉터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암살 방식은 무엇인가
제이콥: 사고처럼 위장해 죽이길 좋아한다. 목표물이 쓰러졌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다. 바로 그때 유유자적 현장을 빠져나오는 순간이 너무나 즐겁다.
● 전작은 에피소드 형태로 분할 업데이트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제이콥: 아니다. 이번에는 출시와 함께 완전한 게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2002년작 ‘히트맨 2’가 있는데 부제가 아닌 넘버링을 붙여 혼란을 야기했다
제이콥: 아… 리부트를 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넘버링에 대해선 죄송하다(웃음).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