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관적인 글입니다. 게임을 하고 나서 느낀 소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으니 원치 않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길 권합니다.
제목: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이하 M.O.E.)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장르: 모바일 턴제 SRPG
바쁜 게이머를 위한 세줄 요약
- 턴제 SRPG로서는 양호, 모에물로는 최악
- 전략적인 전투, 범위공격으로 적을 몰살하는 재미는 확실
- 그러나 넘쳐나는 민폐 캐릭터 때문에 정이 안 감
■ 모에는 어떤 게임?
우선 소감을 쓰기 전에 게임 소개부터 해야 하겠죠. M.O.E.는 9월 20일 넥슨에서 출시한 모바일 SRPG입니다. 플레이어는 SF 세계관의 우주선 함장으로서, 로봇 군단을 지휘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전투는 자기 차례가 올 때마다 이동 및 공격 명령을 내리는 턴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소녀 파일럿들과 함께 우주 전쟁에 나서는 턴제 RPG
여기까지 살펴보면 그냥 무난한 게임 같아 보이는데... 그런 것 치고는 출시 전부터 유달리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면 미소녀를 좋아하는 서브 컬쳐 마니아- 일명 ‘덕후’ 유저를 대놓고 노린 제목을 달고 있었거든요. 제목은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일본 낱말 ‘모에’와 동음어이기도 합니다. 미소녀 캐릭터들이 우르르 나오는 만화, 애니메이션에 주로 붙는 낱말이죠.
이런 낱말을 대놓고 제목으로 내세웠다는 건 ‘미소녀를 이 게임의 메인 컨텐츠로 내세우겠다’는 선언이죠. 아니나 다를까,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등장할 법한 눈 초롱초롱하고 가슴 큰(...) 미소녀 캐릭터가 잔뜩 나옵니다.
겸사겸사 플레이어는 이 캐릭터들을 상대로 연애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고요. 마음에 드는 미소녀에게 선물을 줘서 호감을 얻고, 숨겨진 스토리를 읽고, 궁극적으로 미소녀가 주인공을 좋아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미소녀를 좋아하는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인 셈이에요. 그래서 ‘덕후’인 저도 출시 전부터 주목했고요.
'모에'라는 제목답게 미소녀와의 연애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니 제 입에서 반사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뭐야, M.O.E.라면서 모에하지 않잖아?”
사람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라 공감 못할 분도 계시겠지만, 리뷰를 소극적으로 쓰기에는 M.O.E.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어차리 리뷰는 주관적인 글이고, 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는 게 낫겠다 싶고요. 그런고로 이번 리뷰에서는 제 감상을 여과 없이 밝히겠습니다. 미리 양해 구할게요.
■‘쩌는 민폐력’ 때문에 캐릭터들의 매력이 묻혔다
미소녀 설정 자체는 무난한 편인데...
주변 사람들은 ‘M.O.E.에 등장하는 미소녀들은 어디에서 본 듯한 성격을 지녀 흥미가 안 간다’라는 평을 하는데요. 이건 그리 개의치 않았습니다. 모에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다른 작품을 참조해 모에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문제는 메인 스토리에서 캐릭터들의 매력 대신 민폐력이 집중 부각됐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첫번째 부하인 ‘레아스’는 덤벙대지만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고,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서 부각된 모습은 말 안 듣고 자기 멋대로 돌격해서 위기에 빠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더군요.
두 번째 부하인 ‘퓨리스’는 직접 민폐를 끼치지 않지만 무조건 레아스를 졸졸 따라다녀서 위기를 키우는 모습을 보였고요. 세 번째 부하는 민폐를 끼치지는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존재감이 없습니다. 네 번째 부하 ‘라비’는 천재적인 연구원이라 하는데, 아군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스파이로 몰리는 삽질을 하고요.
그리고 다섯번째 부하인 ‘에밀리’는... ‘라비’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제멋대로 단정짓고 그녀를 스파이로 내모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들의 민폐력을 보여주는 스토리가 3지역까지 쭉 이어졌는데요. 덕분에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캐릭터에 대한 정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첫번째 캐릭터는 닥치고 돌격해서 주인공을 물 먹입니다. 나머지 캐릭터도 방식은 다르지만 주인공에게 민폐 끼치는 건 똑같고요.
그나마 4지역 이후 스토리는 비교적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꾹 참고 플레이했습니다. 계속 사고만 치던 ‘레아스’가 뒤늦게 개념을 찾아가기 시작하고, 차분하고 유능해 보이는 동료 ‘라헬’이 등장하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좀 안심하고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웬걸, 작위적인 전개로 주인공을 물 먹이네요? 적에게서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라헬이 ‘자기 애완 토끼를 데리고 탈출해달라’고 주인공에게 부탁했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은 토끼와 함께 로봇에 타고 몰래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놈의 토끼가 주인공을 콱 물어버린 겁니다.
덕분에 놀란 주인공은 실수를 저질러 적에게 발각당하고 신나게 쫓기게 됩니다. 아, 여담이지만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라헬은 딱히 미안해 하지 않고 애완토끼만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
그나마 정상적인 캐릭터도 간접적으로 주인공을 물 먹입니다. 아놔...
스토리가 이 모양이다 보니 이 게임이 제목값을 못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잘 만든 모에물은 말이죠. 캐릭터 각자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소비자의 가슴에 관심이 싹트도록 만듭니다. 나아가 싹트기 시작한 관심을 열정적인 애정으로 바꾸기 위해 적절한 스토리를 더하고요.
그런데 M.O.E.는... 어느 캐릭터든 민폐덩어리라는 획일적인 인상을 주고 관심의 싹을 잘라내려 기를 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M.O.E.가 모에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개발사는 모에물을 ‘어떤 못난 짓을 하더라도 미소녀는 이유불문 용서해주는 장르’라고 착각한 것일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단단히 착각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뻐도 행실이 나쁜 캐릭터는 싫어하는 사람 많습니다. 대놓고 민폐짓을 저지르는 캐릭터들은 대체로 인기가 떨어지고요.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캐릭터도 민폐짓을 연발하면 인기가 식어요.
한때 절정의 인기를 자랑했던 모에 캐릭터도 대놓고 민폐를 끼치면서 인기가 떨어졌거늘...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기도 하고요. 일본 경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스즈미야 하루히’입니다. 2006년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뿜어내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2008년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 여성 부문에서 1위로 꼽혔죠. 하지만 2009년 두번째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 누가 봐도 기분 나빠할만한 민폐짓을 드러낸 뒤에는 순위에서 사라졌죠.
이렇게 본래 인기 많았던 캐릭터도 몰락시킬 수 있는 게 민폐 속성이건만... 이제야 처음으로 내놓는 프랜차이즈 주제에, 유저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메인 스토리에다, 하나도 아니고 대부분의 캐릭터들에게 민폐 속성을 준 건 대체 무슨 의도인가요?
하도 대놓고 민폐 속성을 들이밀길래 개발사가 이런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었나 의심이 갈 지경이에요. “덕후는 민폐짓을 당해도 이쁘고 가슴 큰 미소녀라면 좋다고 헤벌레 하잖아? 야이ㅋㅋㅋ 그래서 게임 안 할 거냐?’라고요.
"가슴 큰 미소녀라면 아무래도 좋으신 거죠오?"
(뒷목 잡고 쓰러지며) 아니다 이 민폐 덩어리들아!
■ 어설픈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가 독이 됐다
그나마 캐릭터마다 준비돼 있는 서브 스토리는 양반이긴 합니다. 그나마 이건 캐릭터를 기특하게 볼만한 이야기, 귀엽게 보일만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예를 들자면... 쌀쌀맞아 보이는 첩보요원이 주인공과 그 동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유머를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듬직하고 털털해보이지만 의외로 귀여운 판다 인형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미소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서브 스토리의 흐름 자체가 비슷비슷해서 쉽게 질리는 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 명을 공략 완료했는데 ‘얘네들이 뭔가 특이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딱한 이유가 있다. 주인공이 위로해주고 달래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되풀이됐거든요. 좋게 평가하기에는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서브 스토리는 그나마 캐릭터들의 매력이 드러납니다.
다만 어느 캐릭터든 "얘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딱한 사연이 있어서다'라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게 아쉽네요.
그리고 진행 방식이 번거롭고 사람에 따라 황당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거슬렸고요. 서브 스토리는 연애 시뮬레이션처럼 선택지가 주어지는데요. 잘못 선택하면 게임 오버가 뜨면서 서브 스토리를 다시 봐야 합니다. 그것도 공짜가 아니라, 미소녀에게 줄 선물을 사거나 서브 스토리를 볼 때 쓰이는 쓰이는 재화 ‘하트’를 소모해서요.
이거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선택지 몇 번 잘못 선택하면 선물을 사는 데에 쓸 하트가 홀라당 날아가고, 그만큼 미소녀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에 지장이 생겼거든요.
서브 스토리 진행 도중 선택지를 잘못 누르면 패널티가 주어집니다. 꽤나 짜증났어요.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황당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 이유는요. 가끔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시덥잖은 이유로 게임 오버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예시가 너무 많으니 극단적인 예만 소개할게요. 공략할 캐릭터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서먹서먹해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주인공이 도와주려고 나섭니다. 이때 혼자서 방법을 찾을지 그 캐릭터의 친구와 상담할지 선택지가 뜨는데요. 저는 ‘그 친구와 상담한다’라는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친구는 요리를 지지리도 못하는 미소녀가 해준 음식을 먹고 기절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도 요리 못하는 미소녀가 강제로 먹여주는 음식을 삼키고 장염이 걸려 쓰러지네요?
그래서 며칠 동안 입원하고 돌아오니, 공략할 캐릭터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까먹었다며 게임 오버를 당합니다. 꼴랑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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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TV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이 떠오르네요. 본래는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위기를 조심하자는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정말 뜬금없는 이유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만 보여주기 시작했죠.
그런 점에서 M.O.E.는 ‘연애 시뮬레이션 버전 위기탈출 넘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제가 든 극단적인 예시 말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여 캐릭터와 사이가 멀어진다는 이야기가 주구장창 나오거든요.
물론 옳은 선택지만 고른다면 이런 얼토당토 안 한 이유로 공략이 좌절되는 꼴을 안 볼 수 있겠지만요. 서브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선택지가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유답지 않은 이유로 게임 오버를 시켜 더 짜증납니다.
아,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서브 스토리를 4단계까지 진행하면 키스를 나누고 미소녀의 잠재된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는 캐릭터 일러스트도 변하지만 주인공과 연인과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캐릭터에게 선물을 주고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인 ‘픽시룸’ 안에서 미소녀를 터치하면 달달한 대사가 나오고요.
그런데... 막상 전투 공간으로 나오면 일러스트만 다를 뿐 대사는 관계가 발전하기 전과 똑같이 나옵니다.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기 전 대사가 그냥 흘러나온다고요.
호감도를 올렸는데도 대사가 변하지 않으니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캐릭터에 따라서는 몰입감이 산산조각이 날 수 있습니다. 픽시 룸에서는 키스도 나누고 애정 어린 말도 해주던 캐릭터가 전투에 나가서는 호감도를 전혀 안 쌓을 때처럼 짜증 섞인 말을 퍼붓는 경우가 있거든요.
픽시룸 안에서는 분명 러브러브한 관계를 맺었는데...
전투를 할 때는 호감도가 제로일 때와 똑같은 대사를 읊으니 몰입감이 깨지네요.
아니 무슨 픽시룸과 전투 공간은 다른 세계입니까? 평행세계입니까? 사소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런 건 놓쳐서는 안 돼요. 이런 컨텐츠를 즐겨하는 유저는 캐릭터와 교감을 하고 호감을 쌓아가는 데에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요.
그런데 ‘덕후’를 대놓고 노리겠다는 게임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니, 성의가 부족해 보여 실망스럽다 못해 모욕감을 느낄 지경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와 모에 요소에 대해서는 10점 만점에 2점을 주고 싶네요.
■ 그나마 전투는 훌륭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턴제 SRPG로서의 게임성은 의외로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스토리와 모에 요소는 2점을 주겠는데 전투는 8점 이상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일단 모바일 게임치고는 꽤나 전략적입니다. 이 게임에는 근접전 기체, 포격전 기체, 저격 기체마다 역할이 다르고 공격 범위가 다른데요. 상황에 알맞게 기체를 골라 범위 공격을 하면 다수의 적을 단숨에 일망타진할 수 있습니다. 한 턴에 수많은 적을 우수수 격파할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죠.
또한 강한 적을 기절시켜서 마음껏 두들겨 패거나, 얼려서 발을 묶어 놓고 장거리 저격으로 숨통을 끊는 전략도 쓸 수 있고요. 벽을 끼고 그 너머에 있는 적에게 곡사포 쏘듯 미사일 퍼부어 안전하게 처리하는 등등, 지형을 이용한 전략도 활용 가능합니다.
심지어 변칙적인 전략도 쓸 수 있고요. 발빠른 기체를 내보내 적의 뒤에 자리잡은 뒤, 밀어내는 공격 스킬을 써서 다른 아군 기체가 몰려 있는 곳에다 적을 날려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나게 두들겨 패는 것이죠. 마치 배구를 할 때 공을 토스하고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기분이 들어 손맛이 좋았습니다.
범위공격을 잘 써먹어서 한 턴에 수많은 적을 쓸어버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적을 기절시키거나 발을 묶은 뒤 안전하게 공격하는 등, 전략적인 공략도 가능하고요.
SRPG라면 나타날 법한 단점도 잘 안 보였고요. 잘못 만든 SRPG는 진행이 느려서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M.O.E.는 전투가 빨리 빨리 진행되는 편입니다. 맵 크기가 적당하고, 범위 공격의 위력이 좋아 시원시원하게 적을 처치할 수 있는데다, 적이 아군 기체를 공격하는 상황에도 일정 확률로 반격을 날려 되려 적을 잡아버리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또한 SRPG는 아무리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도 발이 느리면 전투에서 써먹기 어려워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M.O.E.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아군 뒤에서 적 증원이 오는 경우가 제법 많아서 발이 느린 기체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 공격을 카운터로 맞받아치기도 하는지라 전투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됩니다.
뒤에서도 적이 자주 나타나다보니, 발 느린 기체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어 만족했고요.
다만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각성스킬(=궁극기) 연출은 매우 화려한데, 스킬 구성이 동일한 기체들은 등급이 높고 낮고를 떠나 모두 똑같은 스킬 연출을 돌려 썼거든요. 그러다 보니 봤던 스킬을 보고 또 보게 돼서 감흥이 떨어지더군요.
또한 아군 기체끼리 통과해서 지나다닐 수 없기 때문에, 자동 전투를 돌릴 때나 좁은 전장에서 싸울 때는 아군끼리 얽혀서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도 짜증났고요. 이러한 문제가 있어서 전투 시스템에 10점이나 9점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캐릭터 궁극기는 정말 화려한데...
스킬 트리가 비슷한 기체들은 등급에 상관없이 같은 스킬 연출을 돌려 씁니다. 눈이 약간 심심해요.
■ 나쁘지는 않은 과금 유도. 다만 더딘 성장 속도는 감안해야
그렇다면 과금 유도는 어떨까요? 나쁘지는 않습니다. 전투를 클리어할 때 부수적인 승리 조건까지 다 챙겨서 퍼펙트로 클리어하면 캐시를 주고요. 업적 달성으로 주는 캐시도 그럭저럭 양이 적당합니다.
또한 PvP모드, 전장에서는 좋은 순위를 거두면 주단위로 일정량의 캐시를 얻을 수 있고요.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사전 예약 쿠폰으로 얻는 캐시를 보태 알차게 쓰면 3~4 지역까지는 무난하게 쓸만한 기체들은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넉넉히 투자한다는 전제 하에’ 캐릭터 코스튬 수집도 결제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바로 해금하려면 캐시를 써야 하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전투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인 ‘하트’만으로도 코스튬 구입이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캐릭터는 뽑기로 얻지 않고 스토리 진행, 업적 달성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모으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길만한 소식이죠.
퍼펙트 클리어, 업적 달성, PvP, 전장 보상으로 캐시를 적당히 얻을 수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면 전투 보상으로 옷을 사 입힐 수도 있습니다.
단, 돈을 안 쓰면 답답하긴 해요. 낮은 등급의 기체만 가지고 있으면 점점 갈수록 퍼펙트 클리어가 힘들어지고, 업적 달성도 어려워져서 캐시 모으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리고 기체 레벨을 올리는 게 은근 오래 걸리고요. 레벨을 올리려면 다른 기체를 재료로 삼아 강화를 해줘야 하는데, 4지역 전까지는 전투를 통해 C급 재료밖에 못 얻습니다. 낮은 등급의 재료로 강화를 하다 보니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요.
그나마 4지역부터는 전투를 통해 B급 이상 재료를 모을 수 있게 되지만, 이때부터는 가면 갈수록 전투가 확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만큼 레벨업 노가다를 많이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함을 느껴서 게임을 그만둘 수 있어요.
그리고 SS급 기체를 가진 유저들 제보에 따르면 재료가 쌓여도 돈이 부족해서 레벨 업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습니다. 제가 거기까지 플레이하지는 않아서 검증을 하지 못했지만, 참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뭐... 이거야 개발사의 의도겠지만요. 게임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유저를 불편하게 만들었겠죠. 다른 모바일 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고, 돈 쓰기 싫어하는 유저는 느긋한 마음으로 반복 플레이를 하다 질리면 그만두면 될 문제라 비판하기는 미묘하군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단, 돈을 안 쓰면 성장 속도가 제법 느려 진행에 차질이 생기긴 합니다.
■ 결론: 간판으로 내세운 특징이 되려 게임을 해쳤다
자 그럼 결론을 내려볼까요. 사람에 따라 달리 생각하겠지만, 저 같은 사람처럼 민폐 끼치는 캐릭터를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겁니다.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더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주인공을 물 먹이는지 경쟁하듯 메인 스토리가 흘러가니까요.
그나마 서브 스토리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려 하는데, 이미 메인 스토리에서 나쁜 첫 인상을 받고 서브 스토리를 보게 되니 몰입하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얼토당토 안 한 이유로 게임 오버를 시키는 게 불쾌했고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이 게임을 더 잘 즐길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 빼고 전투만 하면 확실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캐릭터들 첫 인상이 너무 안 좋다보니 게임에 정을 붙이기 어려웠어요.
정리는 이 정도로 하죠. 쓰고 나서 제가 너무 과하게 생각했나 해서 스토리를 다시 보고 처음 플레이할 때의 기분을 다시 떠올려봤지만, 차마 리뷰 내용을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제가 느낀 감정에 거짓이 없는 이상,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솔직히 말하고 견해가 다른 분과 토론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한편으로는 이런 민폐 캐릭터가 사고 칠 때는 웹툰, 장르 소설, 라이트 노벨 가리지 않고 그 캐릭터의 인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났으니... 제 의견이 리뷰에 언급하기 부적절할 정도로 사사로운 의견 같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지금의 제목, 지금의 전투 시스템, 지금의 캐릭터 그대로 두고 메인 스토리만 캐릭터들의 민폐 속성을 부각하지 않도록 바꿨다면 인기와 매출 순위가 더 올라갔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점수는 6.5, ‘장점과 단점이 갈려서 선뜻 소개하기 망설여지는 게임 중에서 그나마 나은 정도’입니다. 전투가 8점이고 스토리와 모에 요소가 2점이니 평균 내서 5점 줄까 생각했는데, 간만에 잘 뽑힌 턴제 SRPG라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점수를 올렸습니다.
다만 평점만으로는 제 심정을 충분히 드러내기 어렵다 싶으니 솔직한 심정을 담은 짤 하나를 더 붙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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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저번 리뷰에서 평점표 보신 분이 ‘7점과 5점대의 평가가 거기서 거기 같다’라는 의견이 있어서 조금 손 봤습니다.
그리고 M.O.E. 스토리를 보며 지루함이나 짜증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통감해 2점 평가도 손봤습니다. 본래는 ‘지루함을 넘어 불쾌감을 참을 수 없는 게임’이었는데, 좀더 표현을 강화해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지경’이라고 고쳤습니다.
<추천>
10점: 이 게임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9점: 요즘 들어 재미있는 게임을 대라 하면 머리에 떠오를 게임
8점: 시간과 돈을 충분히 투자해도 후회가 안 남을 게임
<고려대상>
7점: 직접 해보고 나서 생각해볼 정도는 되는 게임
6점: 장점과 단점이 갈려 선뜻 소개하기 망설여지는 게임
5점: 나름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심해 아쉬움이 드는 게임
<비추천>
4점: 들인 시간과 정성에 비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게임
3점: 심신이 지칠 정도로 지루하거나 불쾌한 게임
2점: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형편없는 게임
1점: 게임이라 할 수 없는 물건
덧2. 데레스테 리뷰 반응을 살펴보니 소녀 전선을 리뷰해달란 요청이 있더군요. 앞으로 데스티니 차일드, 타이탄폴2, 모던워페어 리마스터 순서로 리뷰를 할 생각인데, 시간이 나면 소녀전선도 리뷰해 보겠습니다.
에이~그래도 6한조는 심했습니다~5한조로 하지요~
저도 하고 있는데 확실히 캐릭터는 전혀 모에하지 않은데 전투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리뷰 이야기를 하자면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는 리뷰입니다. 확실히 전투적 게임성만 보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한데 오히려 캐릭터와 연예요소의 존재가 덕후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섣불리 추천하기 힘들게 하네요. 게다가 덕후가 보기에도 모에성도 그리고 높지 않다는게 함정. 오히려 캐릭터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잡았으면 어떨까도 생각이 들지만... 이미 나온게임 좋은 업데이트를 통해 덕후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길 기대하는 게임입니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게임은 누누히 말씀드리겠지만 똑같은 패턴 똑같은 과금유도 똑같은 아이템 똑같은 막장패치 똑같은 막장확률 똑같은 사행성 똑같은 통수급 똑같은 노커뮤니티 똑같은 벨붕템 똑같은 그럼 하지마 라는 마인드 국내기업들이 대차게 말아먹어봐야 정신차리지...이딴게 무슨 게임이라고 하는겁니까...??
에이~그래도 6한조는 심했습니다~5한조로 하지요~
5한조 1아나 어떻습니까
4한조 2겐지로 쇼부봅시다
(절래절래)6한조-!!
실패한 컨셉질은 안하니만 못하지
민폐 캐릭터만 잔뜩 나오면 빡쳐서 게임 못할듯...;;
의도만 좋았나 봅니다..리뷰 잘 적으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열심히 쓸게요.
저도 하고 있는데 확실히 캐릭터는 전혀 모에하지 않은데 전투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리뷰 이야기를 하자면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는 리뷰입니다. 확실히 전투적 게임성만 보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한데 오히려 캐릭터와 연예요소의 존재가 덕후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섣불리 추천하기 힘들게 하네요. 게다가 덕후가 보기에도 모에성도 그리고 높지 않다는게 함정. 오히려 캐릭터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잡았으면 어떨까도 생각이 들지만... 이미 나온게임 좋은 업데이트를 통해 덕후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길 기대하는 게임입니다
저도 별로 많이 하지 못해서 도움은 안되지만 친추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감된다 말씀하시니 기쁘네요. 근데 저 다음 리뷰할 게임 준비 중이라 모에는 더이상 안 하지 싶습니다. ㅜㅜ 다른 게임에서 만나뵙는 날 왔으면 좋겠네요.
아쉽네요 ㅜㅜ 다음리뷰게임도 기대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턴제가 재미있는 모바일게임 뭐가있나요?? 이리뷰를보고 전투때문에 하고싶어지네요 ㅎㅎ..
턴제 srpg가 좀 귀하다보니 그쪽 장르에 목말라 하신다면 해보셔도 됩니다. 저도 전투 때문에 리뷰 쓸 만큼 플레이 분량을 채울 수 있었어요. 안 그랬으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겁니다.
한번도전해봐야겠네요..
루리웹에서 요즘 개념글 보기가 힘든데... 한 십수년전 루리웹을 보는듯한 개념글, 개념리뷰네요. 게임을 아직 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해볼까/말까의 기준을 잡을수있는 그런 리뷰였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올리신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