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의 숨겨진 이야기, ‘배틀필드 V’ 워 스토리 체험기
현장에서 발매 시에 포함되는 4개의 워 스토리 중에 ‘The Last Tiger’ 를 제외한 3개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중 ‘Nordlys(이하 노들리)’ 는 챕터의 거의 대부분을, ‘Under no Flag(이하 언더 노 플래그)’ 와 ‘Tirailleur(이하 티라일루어)’ 는 각각 챕터의 일부를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언더 노 플래그’ 는 북아프리카 전선의 영국군 경보병 특작대를 주인공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전설적인 대도둑 아버지를 둔 범죄자인 윌리엄 ‘빌리’ 브리저를 조종하게 된다. 빌리 브리저는 은행털이 중에서도 폭파 전문가로 전쟁 베테랑인 상관에게 발탁되게 되고, 북아프리카 전선의 독일 공군 전력을 파괴하기 위해 비밀리에 상륙한다.
이 미션은 특작대인 만큼 전면전 보다는 은밀한 침투와 파괴에 집중되어 있는데, 침투에 도움이 되는 소음 장비 등은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치밀한 준비를 필요로 했다. 기자는 완벽하게 은밀한 침투보다는 암살로 적의 수를 줄이고 알람 타워를 파괴한 뒤 총격전을 벌이는 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미션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행동을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큰 목표물을 주고 이 목표물을 넓은 맵 속에서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해결 방법을 찾게 하는 식이었다.
독일 공군의 슈투카가 있는 벙커에 들어가 폭탄을 설치하는데는 성공하지만 불발되고, 이윽고 존재를 들킨 아군은 비행기의 공격을 피해 대공진지를 차지해 남은 슈투카 공격기를 파괴하고자 한다. 일군의 전투 후에 슈투카를 모조리 파괴하면 미션은 끝이 났다.
‘티라일루어’ 는 챕터명 자체가 고유명사로서 프랑스가 양차대전 동안 동원했던 식민지 지역의 경보병 부대를 말한다. 이 챕터의 주인공 딤 시세는 세네갈인으로 조국 프랑스를 탈환한다는 명분 아래 자유 프랑스군으로서 벅찬 마음으로 프랑스에 입성하지만, 정작 식민지 보병 부대로서 전투가 아닌 참호 구축 같은 비전투 임무에만 투입되는 등의 차별을 느끼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주인공은 프로방스 지역을 수복하는 전투 임무에 예비 전력으로 투입된다. 그러다 이동 중 적의 공격을 받고 적군이 구축한 포진지를 공격, 파괴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때문에 ‘티라일루어’ 챕터는 마치 과거 2차 세계대전 배경 게임들의 대규모 전투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대 단위의 참호전이 펼쳐진다. 멀티플레이의 점령전처럼 하나씩 지역을 점령해 나가고 역공을 해오는 적으로부터 지점을 지켜낸다.
첫번째 진지를 차지하고 나면 독일군이 구축해 놓은 콘크리트 방어선을 돌파하여 포진지를 본격적으로 공격하게 되는데 이 장면의 스케일이 상당한 편이다. 적은 MP40 이나 Kar98k 로 무장한 경보병과 중기관총이나 화염방사기로 무장하고 보다 튼튼하게 장갑을 차려입은 정예병이 섞여있다. 플레이어가 들고 있는 무기가 양각대가 달려있는 모델일 경우 벽에 기대어 앉거나 엎드리는 등 양각대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저절로 양각대를 펴서 거치하는 모션이 나오고 사격 반동이 훨씬 안정된다.
주어지는 C4나 판저파우스트로 3개의 포를 모두 파괴하면 이제 진지를 완전히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펼쳐진다. 중앙 벙커는 매우 견고하게 되어있고 벙커 위와 내부의 적은 매우 강력하며 이 벙커를 차지하고 나면 적의 강력한 파상공세가 펼쳐진다. 이 때 주적인 독일 공수부대는 기관총, 화염방사기, 판저파우스트를 들고 공격해오며 여기에 하노마그나 4호 전차 등의 중무장 차량도 동원된다. 방어 진지에 제공되는 판저파우스트와 다이나마이트를 이용해 이들까지 모조리 파괴하고 나면 비로소 임무가 완료된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해 본 ‘노들리’ 는 전체 챕터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뉘어있다. 챕터의 주인공 솔빅은 노르웨이 레지스탕스로서 같은 레지스탕스이자 나치 독일에 납치된 부모님을 구출하고자 전장에 뛰어든다. 과학자이자 기술자인 솔빅의 어머니 아스트리드는 영국 코만도의 구출 작전이 실패해 나치 독일에 납치되었고, 솔빅은 그녀를 찾아 노르웨이 주둔 독일군 진지로 침입한다.
솔빅은 다른 주인공들과 다르게 언제든 자유롭게 스키를 장착해 탈 수 있으며 때문에 설원에서 매우 빠른 이동속도를 보장한다. 또한 투척 나이프를 가지고 있어 은밀하게 적을 즉사시킬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솔빅은 암살을 포함한 은밀 침투를 수행하면서 나치 시설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는 소음기 달린 Kar98k 를 습득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방법이 가능해진다.
나치 시설에 도착하면 아스트리드를 만나게 되고, 아스트리드는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찾고 시설을 사보타주한 후 떠나고자 한다. 솔빅이 방어하는 사이 아스트리드의 작업은 모두 마무리되고 아스트리드는 솔빅과 탈출 지점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러나 탈출 지점에서 둘은 발각되고 아스트리드는 솔빅에게 자료가 담긴 서류철을 주고 자료를 전달하라며 그녀를 탈출 시킨다.
이후 솔빅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탈출하게 되고 아스트리드가 사실은 나치 독일의 비밀 병기 개발에 관여하였으며 그 중 원자로에 사용되는 냉각재인 중수를 개발한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마지막 파트에서 솔빅은 나치 독일이 이미 생산해 수송하려 하는 것을 막고 관련 자료를 연합국에 넘기려 분투하게 된다. 이 파트에서는 솔빅이 3가지 동시에 주어지는 목표를 원하는 순서대로 달성할 수 있으며 매우 넓은 맵과 각종 차량, 폭발물 등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파트를 끝내면 이 챕터의 엔딩 부분이 기다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워 스토리는 제작자의 발언처럼 매우 유명한 이야기인 2차 세계대전에서 비교적 베일에 쌓여있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흥미거리가 될만한 이야기들을 다루었다. 북유럽의 레지스탕스, 본국을 지키기 위해 소집된 식민지 병사,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북아프리카 전선의 영국군 등. 그리고 아직 플레이해보지 못한 ‘라스트 타이거’ 또한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울만한, 종전 무렵의 마지막 타이거 전차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배틀필드1’ 부터 이어진 이런 소재 선정이 매우 흥미롭고 마음에 들었다.
싱글플레이로서 워 스토리는 과거 배틀필드의 싱글플레이가 그랬듯 다른 게임의 싱글플레이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기존의 게임들이 롤러코스터에 비유된다면 배틀필드V의 워 스토리는 방목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게 하는 방식의 플레이였다.
비록 이런 방식의 경우 마치 워 스토리가 멀티플레이의 튜토리얼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도록 독자적인 콘텐츠로서 보여지도록 해 준 것이 바로 탁월한 소재 선정과 고증이었다. 이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인, 고증 문제는 워 스토리에서는 오히려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소재 선정 면에서는 되려 노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2차 세계대전은 이미 수없이 많이 재생산되어 온 전쟁 분야에서는 가장 닳고 닳은 소재이고, 때문에 흔해 빠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야기나 서부전선의 미군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다양한 이야기를 골라 흥미롭게 다듬은 것은 칭찬해줄 만했다.
더군다나 북유럽 레지스탕스 모녀를 다룬 노들리 챕터는 다른 챕터에 비해 훨씬 뛰어난 드라마와 연출로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라스트 타이거는 비록 직접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지만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였다. 워 스토리 모드 자체의 완성도는 높았고, 소재나 고증상의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총기의 느낌은 멀티플레이와는 사뭇 달랐는데, 보다 강한 반동으로 컨트롤이 쉽지 않은 느낌을 받았고 또 무기의 종류에 따라서 플레이 방식이 확연히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예를 들어 SMG는 데미지가 매우 약했고 경기관총은 매우 강력하면서도 연사가 가능해 가능하다면 브렌 건 캐리어 같은 경기관총을 사용하는걸 선호하게 되었다
비록 또다시 유럽 전선에 그 소재가 집중 된 것은 아쉬울 수도 있었지만, 개발자인 에릭 홀름은 비록 워 스토리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와 DLC를 통해 태평양 전선 등 다른 이야기들도 다룰 것이라 예고하였기에 기대를 갖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