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이 다시 열린다, ‘헬게이트: 런던’ 스팀 진출
수년간 굳게 닫혀있던 지옥문이 다시금 열린다. 한빛소프트는 오는 11월 15일, 디지털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자사의 액션 RPG ‘헬게이트: 런던(HELLGATE: London)’을 정식 출시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업계에서 길이 회자되는 작품인만큼, 이번에야말로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헬게이트: 런던’은 제목에서 보듯 지옥에서 건너온 악마들로 인하여 인류 문명이 파괴된 근미래를 그린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총괄 프로듀서 출신인 빌 로퍼의 첫 독립작으로 해외는 물론 ‘스타크래프트’가 범국민적 인기를 끈 국내에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이에 그간 블리자드 게임을 국내 유통해온 한빛소프트가 적잖은 투자를 했고, 실제로 2007년 10월부터 직접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여느 중세 판타지와는 차별화되는 세계관, 영화배우 숀 코너리가 참여할 정도로 공들인 캐릭터 구성, FPS와 RPG를 적절히 혼합한 시스템까지 ‘헬게이트: 런던’은 오늘날 익히 알려진 악명과 달리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문제는 패키지 판매와 온라인 F2P 서비스를 병행하는 수익구조가 당시 국내 시장과 맞지 않았고, 한빛소프트의 서버 관리 및 운영 능력도 역부족이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론칭 콘텐츠도 그리 많지 않은데 초반 열기를 이어갈 업데이트도 받쳐주지 못했다.
결국 한빛소프트는 2009년 ‘헬게이트: 런던’을 전면 무료화하고 이듬해 대규모 개수를 거쳐 ‘헬게이트: 도쿄’로 탈바꿈하나 이미 뭇 게이머의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진 후였다. 덕분에 게임을 만든 빌 로퍼의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진즉 도산했고,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 IP와 에셋을 모바일이나 VR로 유용하며 어떻게든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이다.
따라서 금번 ‘헬게이트: 런던’ 스팀 진출도 이러한 타개책 중 하나로 보인다. ‘헬게이트: 도쿄’까지의 패치가 포함된 2.0 버전 기반이며 과거처럼 대규모 서버를 지원하기 힘든 만큼 싱글 플레이 전용으로 출시된다. 당초 2007년 서비스 당시에도 패키지 판매를 통해 싱글 플레이를 별도 제공했으므로 밸런스 문제는 크지 않을 전망. 다만 모처럼 스팀에서 만나는 국산 게임임에도 영음, 영문만 지원 계획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스팀으로 부활한 ‘헬게이트: 런던’은 약 3주 후인 11월 15일부터 플레이 가능하며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