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 룰렛 위 우리네 인생사,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

| 제목 | the Game of LIFE for Nintendo Switch | 출시일 | 2025년 12월 18일 |
| 개발사 | 타카라토미 | 장르 | 보드 게임 |
| 기종 | NS | 등급 | 전체 이용가 |
| 언어 | 자막 및 음성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흔히 인생을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가운데 C(Choice, 선택)라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장자의 허주(虛舟, 빈 배) 이야기는 좀 다르다.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는 홀로 강에 나룻배를 띄우고 명상하는 일이 잦았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강 위에서 두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지던 참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 한 척이 와 부딪치는 게 아닌가. 순간 화가 치민 장자는 뭔 무뢰배인가 싶어 그 배를 쳐다봤다. 하지만 배는 텅 비어 있었다. 빈 배가 우연히 물살에 떠밀려왔을 뿐 애당초 화낼 대상 자체가 존재치 않는 사고였다. 선택은 우리의 주도적 행위다. 그러나 실제 삶이란 우연한 사고들의 집합에 훨씬 가깝다.
오늘 다룰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는 제목 그대로 인생사에 관한 작품이다. 해즈브로의 보드 게임을 타카라토미가 일본 현지화 및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고 그걸 다시금 그라비티가 정식 발매했다. 딱 1년 전 ‘모모타로전철’ 리뷰 때도 적었지만 이런 마이너 타이틀까지 국내에 들어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리뷰서 다들 친숙할 ‘부루마블’과 ‘모모타로전철’의 차이를 짚었듯 ‘더 게임 오브 라이프’ 역시 저 둘과 은근히 다른 매력을 지녔다. 셋 다 전형적인 롤&무브 방식이나 ‘부루마블’이 말판 장악, ‘모모타로전철’이 목적지 도달을 위해 어느 정도 전략을 요한다면 ‘더 게임 오브 라이프’는 운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해즈브로의 'the Game of LIFE' 원작은 국내에도 '인생게임'으로 꽤 알려져 있다
그 일본판 발매처 타카라토미서 만든 비디오 게임을, 그라비티가 한국어화 출시했다
극도의 롤&무브, 실물 원작을 한층 발전시킨 비디오 게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롤&무브란 말인즉슨 주사위-‘더 게임 오브 라이프’의 경우 룰렛-를 굴려 기물을 움직이는 플레이 방식이다. 보드 게임이 대저 그렇지 않나? 싶지만 특히 그것만으로 게임 전반이 흘러갈 경우 다소 얕잡는 어투로 롤&무브라 부른다. 필자야 보드 게임에 조예가 깊지 않으나 듣자니 마니아일수록 롤&무브를 꺼린다고. 반면 진입 장벽이 낮고 실력에 따른 편차가 작아 파티 게임으로 롤&무브만큼 적절한 게 또 없다. 그 가운데 ‘더 게임 오브 라이프’는 룰렛 화살표가 어딜 향하느냐로 인생사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극도의 롤&무브. 즉 관점에 따라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파티 게임인 셈이다.
원작에 해당하는 ‘더 게임 오브 라이프’ 실물 보드 게임은 ‘부루마블’로 치면 거의 모든 칸이 황금 열쇠, 그것도 불운한 선택지가 절반 이상인 말판을 떠올리면 된다. 매 칸마다 잡지 경품에 당첨됐다! $3,000을 받는다, 시계가 고장나 외출 시간을 착각했다! $1,000을 지불한다, 수업 시간에 졸다가 들켰다! $1,000을 지불한다, 어르신께 길안내를 해 드렸다! $7,000을 받는다 등등 수익 또는 지출이 생긴다. 필자가 지어낸 게 아니라 모두 실제 말판 내용이다. 그렇게 참가자 전원이 돈을 얻거나 잃으며 마지막 칸에 도달했을 때 보유 자산으로 등수를 매긴다. 마침 이 실물 보드 게임 또한 작중 오리지널 모드란 형태로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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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마블'로 치면 말판 전체가 황금 열쇠, 그것도 불운한 결과가 절반쯤 되는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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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그렇게 다들 돈을 얻거나 잃으며 전진하다 총자산으로 등수를 매기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오리지널 모드와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 본편은 어떻게 다를까. 비디오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인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거다. 가령 ‘모모타로전철’처럼 일본 국토, 나아가 전세계를 무대로 삼는 보드 게임이 실물이라 상상해보라. 방안 가득히 말판을 펼쳐야 간신히 플레이 가능할까 말까다. 정해진 구간을 빙글빙글 도는 ‘부루마블’과 달리 ‘더 게임 오브 라이프’는 출발점부터 종착지까지 쭉 나아가는 방식이라 공간 제약을 훨씬 크게 받는다. 이에 타카라토미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 말판 규모를 몇십 배쯤 확장하는 한편 유년, 초등-중등-고교, 성년 전-후반, 황혼기의 일곱 구간으로 인생을 세분화했다.
각 구간은 특화 이벤트가 발생하는 독립된 말판을 쓰며 황혼기를 제외하면 턴 수가 정해져 있다. 참가자 전원이 유년 구간서 3턴을 보낸 후 누가 얼마나 나아갔든 다 함께 초등학생 말판으로 옮겨가는 식. 칸마다 바로 지문을 적어둔 오리지널 모드와 달리 여기선 트러블, 조마조마, 럭키, 레어 럭키, 하트 등 대략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지 정도만 알려준다. 당연히 레어 럭키가 제일 좋고 트러블은 정반대인데, 거기서 또 룰렛을 잘 돌려 전화위복에 성공키도 한다. 혹은 아이템의 일종인 카드를 통해 아예 자신이 원하는 값이 나오도록 룰렛을 손보는 것도 가능하다. 요컨대 게임 규모든 깊이든 실물 원작보다 한층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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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타로전철'과 마찬가지로, 비디오 게임은 물리적인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게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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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유년, 초-중-고교, 성년 전-후반, 황혼기의 일곱 구간으로 나눠 깊이를 더하기도
인생의 축소판, 일은 사람이 꾸미나 성사는 하늘에 달렸다
여기서부턴 필자의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 플레이 과정을 복기하겠다. 지능파 AI 사에, 스포츠에 진심 AI 리키, 운명에 맡겨 AI 아테루까지 셋과 함께 플레이했다. 짧은 유년기는 아무런 선택지 없이 오롯이 운에 따라 흘러가며 각자의 기본 능력치를 결정짓는다. 사에는 분유 회사 CF 응모에 붙어 체력, 센스가 오르고 아테루는 놀다가 뒷정리를 하지 않아 지력, 체력, 센스가 떨어지는 식. 이 세 가지 능력치는 추후 직업 선택 및 특정 구간마다 발생하는 랭크업 이벤트에 영향을 끼친다. 룰렛을 돌리는 게이머 본인의 운과 별개로 대흉 ~ 대길의 운세 수치가 있어서 선행을 베풀면 길하고 악행을 일삼으면 흉하기도 하다.
초등-중등-고교는 운의 비중이 큰 본작에서 그나마 주도적 플레이가 가능한 시기다. 시작부터 운동부, 문화부, 학업 우선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다른 이벤트도 대부분 지력, 체력, 센스 중 한 가지를 올리는 선택지로 이어진다. 필자는 문화부로 들어갔으며 리키와 아테루는 운동부, 사에는 학업에 매진했다. 고교생이 되면 말판에 하트 칸이 추가돼 원하는 여학생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첫사랑 그녀와 이어질지 훗날 전혀 다른 누군가와 결혼할지는 성년기에 달렸다. 고교 졸업 시 입시를 준비할까 곧장 취직할까 결정하는데, 여기서 능력치로 당락의 확률이 달라진다. 입시뿐 아니라 취업, 랭크업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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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현실과 달리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태어나지만, 머잖아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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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은 그나마 주도적 플레이가 가능한 구간. 미래를 위해 능력치 상승에 힘쓰자
평소 열공으로 지력 C를 찍은 사에는 열 칸 중 아홉이 입시 성공, 즉 90% 확률의 룰렛을 받았다. 지력 G로 60% 확률에 불과하던 아테루는 바로 취업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곧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게이머가 어느 정도 확률에 관여하되 결과는 룰렛에 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리키는 아테루보다 더 운동을 잘했으나 프로야구 1군 40%, 2군 50%, 취업 실패 10% 가운데 마지막 10%에 걸려 백수가 됐다. 얼마 후 그는 삼촌네 회사에 들어갔고 은퇴할 때까지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K-사회관에 절여진 필자는 묻지마 입시를 택했으며 다행히 60% 확률을 뚫었다. 대학생들 역시 4턴이 지나면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한때 친구였던 이들의 인생사는 이때부터 희비가 엇갈린다. 성년기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각자 직업에 달렸다. 똑똑한 사에는 과학자, 그것도 특허료 달달하게 챙기는 기업형 과학자가 됐다. 야테루는 매 랭크업 이벤트마다 극악의 확률을 뚫고 승리하며 점점 더 유명해졌다. 리키는 운동으로 다져진 튼튼한 신체 덕분에 출근길 열차가 지연될 때면 뛰어서(…) 다녔다. 금력 위에 권력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필자는 정치로 발을 들여 비서 노릇 전전하다 겨우 국회의원 당선, 말년이긴 해도 정부수반인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직업마다 은퇴 시기가 다른데, 샐러리맨과 달리 정치가나 과학자는 정년이 없다는 게 나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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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오타니일지 모를 열혈 야구 소년은 불운하게도 10% 확률에 걸려 백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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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과 센스는 오랑우탄 수준이나 타고난 체력, 강운에 힘입어 세계 정상을 차지하기도
룰렛 따라 돌아가는 인생사, 그렇기에 왕도도 정답도 없는
그렇다면 필자를 포함하여 넷 중 누가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을까. 원작과 마찬가지로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 또한 최종 평가는 $에 좌우된다. 삶의 가치를 덮어놓고 돈으로 치환하다니 영 마뜩잖으나 소지금뿐 아니라 보유 물품, 부동산 그리고 각종 조건에 따른 부상이 주어지긴 한다. 가령 리키가 아테루에게 선물로 받은 싸인 밴드는 무려 300만$로 평가받았다. 반면 리키가 필자에게 떠넘긴 회사 주식은 1,000$였다. 필자는 미리 건물을 구입한 후 부동산 정책 카드를 쓰는 식으로 부정축재를 벌였으나, 늘그막에야 권력을 쥔 탓인지 주머니 사정이 궁했다. 결국 1등 사에, 2등 아테루, 3등 리키, 필자가 꼴찌다.
AI 리키는 스포츠에 진심이라 설정됐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끝내 야구장을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충실한 삶을 살았고 부패한 정치가인 필자보다 높은 등수를 받았다. 만약 똑같은 멤버로 한 판을 더 돌린다 해도 여전히 사에, 아테루가 성공적 업력을 쌓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어릴 적 꿈꾸던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인생 전체가 실패하는 건 아니다. 우리 넷은 모두 기혼, 무자녀였지만 또다른 게임서 연애 마스터 AI 카즈오는 후대에 투자하는 전략을 보여줬다. 마치 불꽃의 임신 전학생(…)처럼 자식을 여섯이나 낳아 매월 막대한 부양비를 받아낸 것. 거기다 이 작품, 황혼기에만 참가 가능한 일종의 오징어 게임까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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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올라봐야 이렇다 할 권력은 없고, 부동산 정책으로 소소한 부정축재나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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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기에만 참가 가능한 일종의 오징어 게임. 다행히 여기선 목숨을 걸 필요도 없다
요컨대 ‘더 게임 오브 라이프’는 보드 게임 마니아가 봤다면 혀를 끌끌 찼을, 시쳇말로 운빨X망겜 그 자체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바로 원작을 만든 해즈브로나 비디오 게임화한 타카라토미의 금언이지 싶다. 우리네 인생사야말로 반쯤 운빨이지 않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은 과연 권장할 만하나 그와 별개로 얼렁뚱땅 잘 풀리는 수도, 된통 꼬이는 수도 비일비재다. 만사가 팔자소관이니 자포자기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의 영역까지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얘기. 이는 곧 앞서의 장자 철학과도 맞닿는다…는 장광설을 늘어놓다 보면 곁에 앉은 친구, 가족이 얼른 룰렛이나 돌리라고 면박을 주겠지만 말이다.
만약 주도적으로 판 전체를 이끌며 영리한 승리를 거뒀을 때 만족하는 진성 게이머라면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소위 피지컬, 뇌지컬 양쪽에서 고점을 노릴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필자라고 게임 내 모든 경우의 수를 살피진 못했으나 분명 몇몇 직업은 남들보다 저위험, 고수익이 보장된다. 확신까진 아닌데, 실물 원작처럼 룰렛 야바위-특정 결과를 노려 돌리는 힘을 조절하는- 역시 가능한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 고급자용 보드 게임과 거리가 먼 극도의 롤&무브임은 사실이니까. 오롯이 본인 운에 결과를 맡기고 그 나름의 해학을 즐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겠다.

저출산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된 불꽃의 임신 요리왕. 부양비를 남들 총자산만치 받았다

하루하루는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아간 넷 모두 저마다 가치 있는 삶이었다
연말연시, 혼자 즐기기도 파티 게임으로도 추천하는 작품
끝으로 본작의 또 하나 소소한 장점이라면 혼자 즐겨도 게임성을 80% 이상 끌어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리뷰했듯 ‘모모타로전철’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고 심리전이 핵심인 만큼 타인의 존재 유무가 게임성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제아무리 염라니 사쿠마 철인이니 고난도 AI와 맞붙어도 이내 천연 난수 생성기, 즉 타인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반면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는 어차피 내내 룰렛 따라 돌아가는지라 플레이 자체는 사람이나 AI나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친구, 가족과 함께 왁자지껄 즐기는 편이 훨씬 좋은 거야 당연지사고. 그걸 위한 로컬 코옵, 근거리 통신, 온라인 멀티까지 모두 제공된다.
이제 곧 을사년은 저물고 병오년이 시작된다. 각종 행사, 모임, 축일이 많은 연말연시에 손님 접대용 파티 게임 하나쯤 구비해 나쁠 게 없다. 작년 코나미나 올해 그라비티나 그걸 노리고 12월에 이런 작품을 국내 발매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모타로전철’이 겨우내 따뜻한 방 안에서 해외 여행의 설렘을 대리 만족시켜줬다면, ‘더 게임 오브 라이프 for NS’는 유년부터 황혼기까지 인생 전체를 짧게 훑으며 대화의 물꼬를 터주리라. 거기다 본작은 황혼기 외에 턴 수가 고정이므로 게임이 무한정 늘어져 다른 일정을 망칠 우려가 적다. 한 판당 약 49턴, 2시간 20분이 걸리고 십대 시절이나 성년기만 플레이하는 옵션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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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80% 이상 재미를 끌어낼 수 있고, 여럿이면 120% 더 즐거운 파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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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둘러앉아, 인생이란 무거운 화두를 가볍게 풀어낼 단초로써 강력히 추천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