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희석된 정체성과 사막만큼의 공허함,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

| 제목 |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 | 출시일 | 2025년 12월 04일 |
| 개발사 | 레트로 스튜디오 / 닌텐도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 기종 | NS1 / NS2 | 등급 | 12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Mustang |
돌이켜보면 정말 오랜 시간이었다. 첫 티저 영상 공개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은 메트로이드 팬들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은 기간과도 같았다. 티저 이후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를 공개했다면 한결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 (이하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구체적인 플레이와 발매일이 공개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닌텐도의 그간 행보를 생각하면 이는 한편으로는 불안감과도 같다. 오랜 시간 동안 공개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개발진이 방황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사이에 개발사인 레트로 스튜디오가 계속해서 다양한 약력을 가진 인력을 보충했던 것을 생각하면, 무언가 부침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려 지난 12월 4일 발매된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발매까지 기다림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쉬운 지점들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만을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에는 즐거이 플레이할 수 있는 지점들이 명확하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가 추구했던 방향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결과물이며, 몇 가지의 새로운 선택들이 괜찮은 지점의 경험마저 희석시킨다.
● 무엇이 메트로이드 프라임을 만드는가 - 전제로 두어야 하는 것들
서문에서 부정적인 언급을 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트로이드 그리고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정체성을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메트로이드 시리즈를 1인칭 3D 환경으로 구현한 것에서 출발하는 타이틀이다. 23년 전 발매된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당시 발상과 구현에서 감탄할 만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고평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미로를 탐험하면서도 자연스레 목적에 도달하게 하는 플레이’를 1인칭에서도 구현했다는 점’이다.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환경에서 1인칭이라는 한정된 시야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플랫폼과 기믹들을 채우며, 동시에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보여줬던 섬세하고 치밀한 레벨 디자인을 온전히 담아냈다.

지금 시점에서는 다소 투박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레벨 디자인의 발상은 여전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1
메트로이드 프라임의 발매 이후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3인치인 현재의 메트로이드와 1인칭인 메트로이드 프라임으로 구분되었으며, 슈팅의 문법을 가져가면서도 미로를 탐험하고 - 길을 찾고 - 능력을 활용해서 탐험하는 플레이의 즐거움을 다른 측면에서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특징이자 추구하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0. 1인칭임에도 메트로이드 - 대전제인 ‘섬세하고 치밀한 레벨 디자인’
1.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결 - 메트로이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치
2. 시야를 활용하는 플레이 - 바이저의 활용
3. 어빌리티와 퍼즐 - 능력을 얻고 퍼즐을 풀고 다시 새로운 지역으로
4. 거기서 도달하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의 쾌감 - 자연스럽게 그리고 유의미하게
우선 0번인 섬세하고 치밀한 레벨 디자인은 메트로이드 프라임 뿐만이 아니라 메트로이드 시리즈에도 적용되는 지점이다.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적인 구현 방법은 다르긴 하지만 직접적인 사용법이나 튜토리얼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법이나 해결법을 발견하고 추후 플레이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니까, 새 능력을 얻고 이걸로 새로운 지역이나 가지 못한 곳을 탐색하는 플레이가 중심이라는 의미다
다음으로는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다.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각 지역을 연결하면서 복잡 다양하게 길을 구성한다. 시리즈의 역사 속에서도 이는 레벨 디자인과 함께 다른 타이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지점이기도 하다. 갈 수 있는 길 / 갈 수 없는 길을 구분하면서 각 지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했고 최종적으로 모험하는 경험을 오롯이 제공하는 결과물들을 선보였다.
세 번째인 시야의 활용은 메트로이드 프라임에서 도입된 메커닉이다. 바이저를 통해서 하나의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도록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시야를 전환하면서 전투를 진행하거나 숨겨진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2D와 차별화 되는 메트로이드 프라임만의 플레이 흐름을 구성한다.
어빌리티와 퍼즐 그리고 궁극적으로 길을 찾는 데에서 오는 쾌감은 앞서 언급했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치들이다.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도입된 발상들이 섬세하게 조율되어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난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그렇기에 메트로이드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경험들이 메트로이드 프라임에서도 제대로 구현되어 다른 시점에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가치들이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를 채우는 것이라고 정의를 먼저 한 다음, 메트로이드 프라임 4를 판단했을 때에는 이전 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일면들이 눈에 띄게 된다. 2007년 메트로이드 프라임 3커럽션 이후 18년 만에 발매되는 넘버링 타이틀이지만, 시리즈를 구성하던 몇 가지 요소들이 희석되어 있고 그것이 최종적인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부정적 평가는 대부분이 사막에서 출발한다
●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플레이 - 뛰어난 비주얼 / 개별 지역들의 경험들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플레이 측면에서는 이전 시리즈와 같은 방향성을 따른다. 즉, 미로와 같은 공간을 1인칭으로 탐험하는 것 + 시야를 통한 퍼즐 풀이 및 전투의 구현이다. 그동안 시야의 전환을 중심으로 세웠던 시리즈인 만큼 -CM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시야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고- 버릴 수 없는 메커닉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의 고유한 메커닉은 ‘사이킥’이다. 사무스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행성 뷰로스에 불시착하게 되며, 뷰로스의 라몬족을 통해 사이킥 능력을 부여받는다. 사이킥 능력은 일종의 트리거이자 일부 어빌리티를 위한 요소로 사용된다. 초기에는 사이킥으로 시야를 전환한 뒤 숨겨진 오브젝트를 발동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문을 작동하기 위해서 사이킥 시야로 전환한 다음, 보라색 오브젝트를 이동시키거나 던지는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전투보다는 주로 퍼즐 풀이에 더 사용하게 되는 사이킥
이후에는 능력들은 조금씩 복합적인 형태를 가진다. 숨겨진 발판을 사이킥 시야로 찾아낸다거나. 모프볼 상태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위치를 사이킥 시야를 통해 활성화 하는 요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도 전투 측면에서는 ‘컨트롤 빔’이라 명명된 능력을 사용하도록 구성했다. 사이킥 시야에서 발동할 수 있는 컨트롤 빔은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있는 탄환이다.
사용 시에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적을 정확하게 타격한다거나 / 연속적으로 오브젝트를 파괴해야 하는 퍼즐 및 보스전 / 특정 오브젝트의 활성화 등에서 사용된다. 초반부 보스에는 컨트롤 빔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 메커닉으로 활용되지만, 중반부에서 후반부까지는 전투 중에 존재감이 흐릿하다가 최후반부 보스전에서나 필요성이 생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후술할 문제점 단락에서 상세한 설명을 하겠지만, 지향점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직전의 퍼즐에서 컨트롤 빔을 사용하도록 학습시키고 - 보스전에서도 사용하는 구성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시야의 전환을 통해서 진행되는 메커닉들이 존재하며, 실제로 게임 플레이에서는 두 시야를 오가는 플레이를 유도한다. 초기보다는 전투 중에 시야를 전환하는 것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적어도 탐험 과정에서는 시야를 전환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이후에 일반 시야로 전투 및 탐험을 하는 과정을 유도하고 있는 상태다.
이외 전투 측면은 자동 조준을 기반으로 하는 슈팅 플레이가 바탕이 된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 유지되는 부분이기도 하며, 크게 변하지 않은 부분이다. 속성별로 공격을 바꿔가면서 적을 공략하고 / 차지 단계에 따라서 효과가 강화되는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여전한 슈팅 측면에서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다만, 전투 관련하여 호불호가 많이 갈리게 되는 요소가 존재한다. 동료 NPC의 존재가 그것이다. 퓨리 그린 지역에서 만나는 매켄지를 포함해 게임 내에는 총 5인의 NPC가 등장한다. 이들은 때때로 대화를 걸거나, 과묵한 사무스를 대신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와 연출이 증가했음에도 사무스는 여전히 과묵하기에 오히려 NPC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스토리 측면에서만 그친다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최종전의 경우 NPC 5인과 함께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들이 사망하면 바로 게임 오버가 된다. 아군을 사이킥 시야를 이용해 되살리면서 전투를 하는 구조인 셈인데, 동료가 다섯이다. 여차하면 플레이어 캐릭터의 조작 때문이 아니라 아군 NPC 다수가 사망하면서 뛰어다니다가 게임 오버가 될 여지가 있다. 혼자서라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갈 수 있었던 전투가 오히려 동료들로 인해서 더 어려워지는 것처럼 다가올 여지가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없던 연출이나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짐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동료들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각 지역별 맵의 구성이다. 이번 작품은 탐험이 가능한 다섯 개의 장소 + 일종의 허브 필드인 사막으로 설계하여 행상 뷰로스를 구현해냈다. 플레이어는 초기 지역인 정글 맵 ‘퓨리 그린’을 시작으로 화산과 설산 그리고 발전소와 광산까지 다양한 분위기로 구성된 지역들을 탐험하게 된다.
각 지역들에서 눈여겨볼 것은 분위기를 구성하는 방법론이다. 각 지역은 건물을 중심으로 모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마련되어 있고 지역마다 확실한 아트워크와 주요 어빌리티의 활용을 통해 탐험의 장소를 제공한다. 수평적으로 넓은 구조보다는 수직적인 구조가 더 활용되는 편이기에 대부분의 장소들이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수평적으로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보다는 각 층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맵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조금은 작은 규모의 층들을 승강기가 연결하고 있으며 이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지역을 구성한다. 이러한 구조에는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편한 탐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놓친 아이템이나 오브젝트가 있다면 층별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다른 지역에서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라면, 충분히 해당 지역에서 다 해결을 할 수 있는 편이다.

수평적인 필드보다는 층으로 구분된 형태가 더 많은 편
이 지점에서는 후술할 변화들과 접목되어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층별로 구분이 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보다는 단편적인 지역들의 집합처럼 맵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것을 일방 통행과 같이 선형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복합적으로 맵을 탐색하는 경험보다는 거의 일직선과 같은 진행이다. 플레이 측면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적용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세부적인 진행 과정은 차이가 있지만, 퍼즐을 풀고 - 나오는 적을 처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 보스를 만나고 - 새 능력을 얻고 -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고 - 사막을 거쳐서 다른 지역으로 방문하게 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 새 능력을 얻었다면, 이전에 갈 수 없었던 장소들을 다시금 방문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게임 진행에 필수불가결하게 가야 하는 곳이 일부 있을 뿐이며, 이전까지는 한 번 방문했던 동선을 다시금 되짚는 형태로 활용된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나오는 연출들은 소름이 돋는 부분들이 있다
플레이의 흐름을 생각했을 때에는 지역과 지역이 어느 정도 연결된 것처럼 구성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동선이나 맵 구성 측면에서 보자면,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구성은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는 맵의 개별적인 퀄리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라는 기준이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각각의 구역들은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봤을 때에는 어느 정도는 준수한 경험을 보여준다. 최소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치들이 일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장점들은 하나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균열이 발생한다. 일종의 허브 필드라고 할 수 있는 사막을 가운데에 넣어두면서 많은 것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에서 중요한 지점들이 희석되는 지점이다.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결 / 미궁의 백트래킹 (반복 활용) / 키 아이템과 키 어빌리티의 습득과 활용이라는 플레이 메커닉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모든 것들을 활용하며 섬세한 레벨 디자인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타이틀에서 그렇지 못한 결과물로 연결된 것이다.

전투 메커닉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게임 디자인이다
● 문제의 원인이자 정체성을 희석해버린 결과물 - 사막 ‘솔 밸리’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가장 큰 문제이자 대부분의 부정적인 경험들은 사막인 ‘솔 밸리’에서 비롯된다. 사막은 이번 작품에서 일종의 허브 필드의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허브 필드는 진행 과정에서 중앙에 자리해 해당 장소를 거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관련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기능적으로 허브 필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돌아가야 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잠시 들러서 정비를 하거나 / 관점을 다르게 하여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 밸리는 다르다. 기능적으로도 그리고 활용 측면에서도 그 어떤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큰 의미가 없는 허브 필드가 너무도 중요한 것처럼 다뤄지며 / 매번 관통을 해야 하고 / 후반부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필드를 누벼야 한다.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겠으나, 이렇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사막은 말 그대로 사막이다. 공허하며 볼 수 있는 것이 적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할 수도 없다.

보이는 것처럼 뭔가 비어있고 원경만이 지역을 구분한다
마치 오토바이인 바이올라를 먼저 만들고 이걸 달릴 수 있도록 만드는 장소를 추후에 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억지로 넣어진 것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시리즈의 지향점과 맞물리지 않는다. 여기서만 그쳤다면 그나마 낫다. 강제적으로 넣은 허브 필드가 섬세한 레벨 디자인이라는 가장 큰 요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허브 필드를 넣으면서 들어가는 전제는 하나다. 플레이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방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들이 붙는다. 정비를 할 수 있는 장소이거나 / 다른 지역들과 연결되는 장소여야 한다. 모험보다는 정비에 초점을 맞춘 장소이기 때문에 이외에 추가적인 기능들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넓을 필요가 없다. 자주 들려야 하므로 허브 필드는 좁은 지역 내부에 기능들이 모여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솔 밸리는 ‘넓다’ 그리고 사막이기에 ‘할 것이 없다’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허브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도 넓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새로운 기능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에는 그렇지 못하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솔 밸리는 초반부에도 후반부에도 할 수 있는 경험들 몇 가지가 아주 일부분으로 한정되어 있다. 속성별(화염 / 냉기 / 전기)로 두 개씩 구성된 사당 클리어 / 맥 부품을 모으기 위한 장소들의 방문 (5곳)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공간은 그저 최후반부의 그린 크리스탈을 수집하기 위한 공간으로 구성될 뿐이다.

사당은 여섯 개. 부품은 다섯 개. 보스전 하나. 나머지는 그린 크리스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능들이 모여있는 허브의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실제 허브의 역할은 퓨리 그린이 담당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어디로 이동을 하거나 모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사막 - 퓨리 그린과 같이 두 번의 로딩과 이동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는 분명히 불필요 한 구성이며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강제적으로 사막을 거치도록 만든 구성을 갖게 되면서 시리즈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맵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1에서 제대로 보여줬던 유기적 연결이라는 개념은 후속 시리즈에서 조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결되었다는 개념은 살아 있었으며, 이것이 2D 메트로이드를 3D로 옮기는 시리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기적인 연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허브 필드인 사막을 중심으로 각각의 구역이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사막은 그저 지역과 지역 사이의 이동을 위해 이동하는 공간만으로 설계되어 있고 그나마 역할도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나 배정된다. 이전까지는 그저 모래와 사구만이 있는 말 그대로의 사막이다.

후반부에는 뭐라도 좀 있기는 한데... 그 뿐이다. 말 그대로 뭐가 없다
지역과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사라진 것은 또 다른 문제와도 연결된다. 과거 작품들이 이 유기적으로 맵이 연결되고 - 최종적으로는 큐브를 맞추듯이 맞물리며 게임 플레이 전체가 하나의 퍼즐 풀이와 같은 형태를 취했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것이 ‘백트래킹’이라는 개념이었다.
백트래킹은 말 그대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플레이를 말한다.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진행 과정에서 현재의 능력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구성한 다음, 능력을 얻고 새로운 길을 확보하며 지역을 탐험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새로운 능력을 얻어서 다른 지역에 도달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이전 지역의 새로운 파트가 개방되고 다시금 새로운 능력을 얻어 탐험을 하는 구조다. 키 아이템과 키 어빌리티의 습득을 통해서 탐색 범위가 확장하는 것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시리즈가 보여줬던 이 가치와 동떨어져 있거나 부실하다. 물론, 어느 정도 그 개념 자체는 존재한다. 초반부를 예로 들어보자. 화산의 첫 방문에서는 어느 순간 갈 곳이 없어 돌아가게 되는데, 나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아이스 샷을 얻도록 힌트를 준다. 이후에는 설산 지역을 방문하게 되며 여기서 아이스 샷을 얻고 다시금 화산을 방문하도록 했다.


무언가 새로운 기능을 획득했다? - 베이스 캠프의 멕켄지에게로
이렇게 보면 개념적으로는 어느 정도 대체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별적인 맵만으로 보자면 나쁘지 않고 여전히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정체성이 살아있다. 그러나 각각의 지역이 허브 필드인 사막을 중심으로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가치와 대립된다.
심지어 사막은 어빌리티 하나당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샷 같은 경우는 퓨리 그린을 방문해야만 추가되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이동을 강제하는 형태다. 결국 순차적으로 지역별로 진행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과 지역들이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형태를 정면에서 부정한다. 백트래킹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방 통행으로 진행된 다음 - 허브 필드인 사막으로 보내고 - 다시 다른 지역으로 - 그리고 또 사막으로 이동시키는 괴상한 구성이다.
이 과정에서 키 아이템과 어빌리티의 활용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나의 지역을 여러번 방문해야 하는 게임 구조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연결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나갔다가 - 원래의 입구로 다시 돌아오고 - 가지 못했던 지역을 갈 수 있게 되는 정도에 그친다. 결국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시리즈의 주요 정체성이 흐릿해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지역 내부의 맵 또한 갈림길에서 갈 수 있었던 곳 / 없었던 곳 정도로 구분되며 복잡 다양하게 얽히지 않는다.

각 지역도 바로 입장하는 것이 아니다. 엔트리 구역 - 실제 구역 등으로 로딩이 걸리는 구조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이 사막은 게임 내에서 없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적인 허브의 역할을 퓨리 그린의 베이스 캠프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새로운 능력을 얻어도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막을 넣은 것은 무의미한 공간을 두 번은 더 거치게 되는 플레이 흐름처럼 다가온다.
잘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것이기도 하다. 허브 필드를 거치도록 만들었다면, 그럼에도 허브 필드라고 만든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이것이 굳이 솔 밸리일 이유가 없다. 차라리 사막을 아예 없애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퓨리 그린을 중심에 두고 최종 목적지인 크로노 타워를 다른 곳에 둔 다음, 각 지역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플레이 흐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한편으로 지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곧, 키 아이템과 어빌리티의 사용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실제 작품 내의 전투에서 키 어빌리티가 사용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당장 보스전만 하더라도 퓨리 그린 지역에서 보스전 시 컨트롤 빔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해당 지역에서 얻은 능력 - 그것으로 보스 공략이라는 기본적인 문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애초에 새로운 능력 자체를 보스전을 통해 얻도록 하고 있기에 당연한 결과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반만 보스전에서 어빌리티가 활용되며, 이후엔 슈팅이다. 대신 보상으로 어빌리티가 해금되는 구조다
지역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백트래킹이 무의미하게 다뤄지면서 게임 플레이는 마치 다른 사람이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 것처럼 구성되기 시작한다. 메켄지와의 통신이 대표적이다. 플레이어가 탐험하고 고민하면서 길을 찾는 경험이 중요한 타이틀에서 정답을 너무도 쉽게 알려주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마커마저 찍어준다.
바이크인 바이올라의 조작법도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명확한 튜토리얼 레이싱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이후에 이 메커닉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구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바이크 튜토리얼을 위해 한 지역의 1/3을 큰 의미 없이 사용해버렸다. 메트로이드 프라임과 메트로이드 시리즈에서 가장 하지 않았어야 하는 디자인이 적용된 것과 같다.
물론, 길찾기가 어려운 것이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는 하다.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 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해당 기능이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고서라도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능력을 얻고 진행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핵심적인 레벨 디자인이었다. 이를 포기하고 바로 정답을 주는 것은 자칫하면 시리즈의 매력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지점이다.

시리즈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튜토리얼 구간. 사실상 이걸로 타워 하나를 채웠다
결국 메트로이드 프라임 4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문제들은 사막인 솔 밸리를 중앙에 놓는 것에서 시작됐다. 플레이어에게 불필요한 이동을 강제하며 / 허브 필드임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 내부를 채우는 것은 공허하다. 강제적으로 사막을 넣으면서 맵의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가치가 희석됐다. 유기적인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키 어빌리티와 아이템의 활용처, 단서들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었고 목적지를 바로 알려주는 형태가 아니라면 짐작하기도 어려운 플레이 흐름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사막의 공허함을 더 강조하는 형태로 귀결된다. 그린 크리스탈을 100% 모으도록 유도하는 상황인데, 이것을 다 모으는 데에 꽤 시간이 걸린다. 1시간~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문제는 가뜩이나 공허한 사막을 크리스탈을 부수고 모은다는 목적으로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전체 플레이 타임이 10~15시간 정도임을 생각하면 대략 전체 플레이 타임의 10% 정도를 오직 크리스탈을 모으는 지루한 작업으로 채운다는 의미다. 이렇게 무성의한 플레이 경험으로 채우는 것은 분명히 지적해야 하는 지점이며, 차라리 메트로이드 프라임 1의 아티팩트 모으기가 더 유의미한 플레이 경험을 가져온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린 크리스탈이 깨지고 내 마음도 깨지고 평가도 깨지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막을 제외한 게임 플레이 과정 자체의 완성도는 높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지역들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닌텐도 스위치와 닌텐도 스위치 2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물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지역들이 변화하고 나름대로 보스전의 양상도 준수하다. 다만, 초반부에서 획득한 어빌리티를 퍼즐에서 해결법으로 활용하고 - 보스전에서 이를 주요 메커닉으로 삼는 것과 같은 레벨 디자인은 후반부로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초반만 지나더라도 일반적인 슈팅 플레이처럼 보스전이 구성되어 있으며 신규 어빌리티나 메커닉을 전투에 활용하는 흐름 자체가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것이 메트로이드 그리고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에서 갖춰야 하는 가치들이 오롯이 반영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드시 보여줘야 했던 것들이 없고 보여준 것은 파편화 되어 있으며 개별 지역의 완성도만이 높은 것처럼 다가온다.

게임 내 지역들의 비주얼이나 아트워크의 완성도는 뛰어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다
● 희석된 정체성과 사막만큼의 공허함 - 메트로이드 프라임 4
정리하자면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가 주던 재미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타이틀이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한결 편해졌다. 친절해지고 가야할 장소도 명확하게 표시하고 퍼즐의 난이도도 단순화되었고 길은 복잡하지 않다. 무난하게 잘 진행되며 내부를 채우는 비주얼과 음악도 제대로 맞물린다.
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기준에서 이번 작품을 보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편의성을 위해서 도입한 것들은 직접적인 튜토리얼이나 마커 등으로 구현되어 있어, 치밀한 레벨 디자인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지역별 동선은 단순화 되었고 각각의 지역은 동떨어져 구분되어 있다. 지역의 유기적인 연결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못하며, 어느 정도 백트래킹을 기반으로 하는 탐험이라는 경험 또한 희석됐다.

엄밀히는 백트래킹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설계다
개별적인 맵의 구성이나 전반적인 슈팅 플레이만을 떼어 놓고 본다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다시금 언급하는 것이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한다. 보스전에서 요구되는 공략 방법이나 차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투 양상은 탐험의 보상과 전투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것들은 이전 시리즈에서도 잘 했던 부분이며 큰 가감 없이 계승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4에서도 마찬가지로 준수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의 평가는 사람에 따라서 갈리게 된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가 보여주는 경험 자체는 분명히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희석된 정체성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넘버링 이후 18년 동안 타이틀이 나오지 않았았기에 신규 유입 플레이어들을 배려한 지점들처럼 느껴지는 요소들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희석시킨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편의성이 증가하고 난이도가 쉬워진 것과 같은 지점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라는 지점에서 던질 수 있는 의문이다. 직접적이며 강제적으로 지시를 하는 흐름은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들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 자체를 앗아갔으며, 동시에 간소화된 맵 구성은 유기적인 연결과 치밀한 레벨 디자인이라는 개발진 자체의 고민점을 삭제시켰다.

쉽고 편해진 것은 좋지만, 내가 씹고 음미하며 소화시킬 기회를 빼앗긴 느낌이다. 그것이 시리즈의 매력이었기에 더더욱
결과적으로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여러 측면에서 힘이 빠진 타이틀이다. 응당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에서 빛나야 하는 부분들이 희석됐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조금 더 접하기 쉬워진 것은 맞겠지만, 이것은 엄밀히 따지자면 개발진이 심도있게 고민하고 설계한 결과물처럼 느껴졌던 이전 작품과는 정 반대에 자리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는 일면이 있지만, 게임 내의 사막인 솔 밸리가 공허한 장소가 되었듯이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빛나야 하는 타이틀이었으나 고민이 부족했고 그것을 어설픈 시도들을 덧붙이면서 시리즈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결과로 마감됐다. 초반부의 지향점과 중후반의 지향점이 대립한다는 점에서 개발진이 무언가 오랜 시간 방황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차라리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아니었다면,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지켜야 하는 가치가 없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타이틀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