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테일즈위버M, 에피소드 1: 발현의 감동을 다시 한번
2000년대 초, 판타지 소설가 전민희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그래픽과 BGM을 곁들여 큰 반향을 일으킨 ‘테일즈위버’. 초기 개발사인 소프트맥스의 성향과 전민희 작가가 시너지를 일으켜, 당시 여느 온라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덕분에 상당한 팬덤를 구축하여 벌써 15년째 서비스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금번 지스타 2018에서 넥슨이 선보인 ‘테일즈위버M’은 제목 그대로 2003년작 ‘테일즈위버’를 모바일로 옮겨온 작품이다. 워낙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이고 PC 쪽부터 통 정돈이 안되는 상황인지라 리메이크나 속편도 검토했을 법한데, 어쨌든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모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람의 나라: 연’에서도 느꼈지만 넥슨 클래식 라인업은 모바일화 과정에서 가급적이면 수정을 피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시연을 시작하자 마자 들려오는 익숙한 BGM과 의도적으로 보정하지 않은 도트 그래픽이 퍽 정겨웠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스타팅 멤버는 총 여덟 명(루시안, 보리스, 시벨린, 막시민, 타치엘, 밀라, 나야트레이, 이스핀)이 등장하며 이 가운데 금번 지스타 빌드에서는 루시안&보리스와 티치엘&밀라 두 조를 선택 가능했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사정으로 ‘흑의 검사’란 인물을 뒤쫓고 있으며 각 조마다 개별적인 도입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사실 에피소드 1: 발현에 해당하는 이 부분은 PC 온라인에서는 이미 사장된 내용에 가깝다. 당초 ‘테일즈위버’는 소프트맥스의 결정으로 소설 ‘룬의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었으나, 2013년경 넥슨이 에피소드 3를 업데이트하며 다시금 대통합을 추진한 것. 이 와중에 소설과 아귀가 맞지 않는 에피소드 1, 2편은 폐기되었다가 팬덤의 큰 발로 1년 만에 ‘기억의 도서관’이란 형태로 불완전하게나마 복원되는 진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테일즈위버M’이 에피소드 1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팬덤을 강하게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견 인기 소설인 ‘룬의 아이들’과 통합되면서 스토리텔링이 나아졌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며 적잖은 올드비의 이탈을 불러왔기 때문. 사실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게임의 하락세를 불러온 에피소드 3 이후가 아닌 전성기 시절 에피소드 1을 가져오는 게 맞긴 하다.
게임의 전반적은 모습은 정말 단순 이식 수준으로 똑같아서 뭔가 새롭게 평가할 거리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리니지M’ 전례를 볼 때 아직까지 원작에 접속하고 있거나 과거를 추억하는 이들이 ‘테일즈위버M’으로 복귀할 동인은 충분해 보이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아무래도 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겠다.
스토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요즘 감성에 맞지 않는 대사와 다소 조악한 연출, 대놓고 단순 반복적인 퀘스트라든지. 하지만 수집형 RPG와 달리 모바일 MMORPG에는 아직 이러한 감성의 작품 자체가 드물고, 도트 그래픽의 품질 역시 여전히 훌륭하기에 단점을 상쇄하는 면도 있다. 전체적으로 올드비에게는 더없이 멋진 선물이며 넥슨 클래식 라인업 중에선 그나마 신규 플레이어에게도 선방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전망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