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외할머니가 무당이였음
어릴때 친구가 재미있는거 보여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할머니가 굿하는 곳이였고 작두 타는걸 보고 무서워서 이틀 제대로 못 잤다.
언젠가 친구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는데, 올게 오고야 말았음
신병(神病)
신이 대부분 한대 건너온다고 하는데, 친척형도 아니고 하필 친구한테 온거
친구 어머니는 절대 무당하게 둘 수 없다고, 울고 불고 난리치면서 엄마인 할머니에게
사정사정했지만 할머니는 그냥 순리대로 따르라고만 하셨음
부모가 무당이라 어릴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배척 당하며 살았는데,
자식까지 그렇게 키울 수 없었기에 필사적으로 할머니에게 부탁했고,
자식이 무당인 본인 때문에 어릴때부터 사람들에게 배척 당하는 삶을 산 걸 알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결국 알겠다고 하시고, 친구를 대상으로 굿을 해줬고, 친구의 신병도 사라졌음
친구는 그냥 신내림 안받아도 된다고만 말하고 그 일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안해줬는데...
갓 20살 되었을때 친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저녁에 친구들끼리 빈소에 앉아 이야기 나눌때
"너네 내가 왜 신내림 피하고 멀쩡히 잘 사는지 궁금하지 않았냐?"
라고 운을 띄우더라.
외할머니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말해도 된다고 하면서 하는 이야기는 이랬음
외할머니께서 당시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접신의 대상인 신을 죽이거나 쫓아내는 거였음
근데 신을 어찌 죽이거나 쫓아내냐? 그게 가능하냐 물어보니 충분히 가능하지만 행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해줬음
"적(聻) 이라고 들어봤냐?"
"적이 뭔데?"
"귀신도 죽는데 그 귀신이 죽으면 적은 확률로 적이라는 존재가 된다.
사람이 귀신을 보면 무서워하듯 귀신들도 적을 무서워하고, 귀신이 사람을 헤하듯 적도 귀신을 헤 할 수 있다더라""그럼 설마?"
"그래 외할머니는 적으로 내 신병의 근원을 쫓아냈어"
"그게 가능한데 왜 무당들은 그런거 안하냐?"
"이게 쉬운게 아니더라고..."
친구가 말해준 방법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적은 일반 무당이 소환 할 수 없어, 외할머니가 모시는 신에게 부탁하여 저승에 있는 무당을 불렀다고함
적을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저승에 있는... 그러니까 죽은 무당이나 승려만 가능하다고함.
외할머니는 이 적을 소환해서 신병의 근원인 신을 헤하여 쫓아냈다고 하더라.
다만 이걸 행하는 무당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데.. 즉 본인의 생명을 깎는거나 다름 없다고 했음.
외할머니는 내가 받을 신에게 아마 평생 괴롭힘 당하셨을거다 라고 말하면서 혹시라도 자기가 이걸 떠벌리고 다니면
외할머니가 더더욱 고통 받을까봐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야기 해준거였음..
얘도 오래 살지는 못했는데...
가끔 외할머니 발인때 당장 죽을 사람처럼 서럽게 울던 친구가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