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영변의 약산
평안북도 영변에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약산이 있다.
관서팔경중의 하나인
약산동대가 있는 이 산은
예로부터 진달래가 유명하다.
그래서
시인 김소월도
영변의 약산 진달래를 소재로
그토록 아름다운 시를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변에서 태천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봉화산이란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기암절벽과 울울창창한 나무숲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얼핏 숨어 있는 것처럼
숲의 틈 사이로
빨간 기와지붕이 보인다.
바로
봉화산 영변 관측소였다.
이 관측소는
동시에
영변 핵발전소 경비대대 사령실이었다.
그곳에서
영변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영변 주변에 세운 12개의 초소를 지휘했다.
그런 중요 시설의 보안을 책임지는 지휘실에 앉아 있던
최홀 대좌는
허리에 찬 권총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CZ-75B였다.
이 권총은
북한군에서 제식 훈련용 권총으로 사용하는
백두산 권총의 원형이었다.
북한은
불법 복제를 통해 백두산 권총을 생산했다.
물론
그 원형인 CZ-75B는
고위 간부나 장성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북한에서
그리 흔치않게 성능이 좋은 권총이었다.
최홀 대좌는
최신형보다는 둔탁하지만 파괴력이 높은 구형을 매우 좋아했다.
일단 총을 꺼내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거이 어드메 오는 거야?
후!"
평소와 다르게
그의 몸놀림은 조바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지휘소 통신을 점검하고 있던
두 명의 인민군 병사도
그의 불안해하는 행동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최흘은
한참 권총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기다림에 지쳤다는 얼굴을 하다가
이윽고
그가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 인민군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텐데......
그렇지 앙이갔어?"
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두 명의 병사에게
불만 아닌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기다림은 때로 사람을 지치게 하는 법.
좋은 소식을 기다리든 그렇지 않든 마찬가지다.
거기에
피를 말리는 듯한 초초함이 더해지면
기다리는 사람은
그야말로 광적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짜증을 부리던 최흘은
불현듯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작전개시 발령 후
벌써 두 시간.
기다림으로 인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먹이를 기다리는 전사도
몹시 지루해졌을 시간이었다.
"쌍!
덩말 느리구만."
성질이 급하기로 치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최홀이었다.
하지만
작전이 작전인 만큼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드르르르."
짜증내는 것도 지쳐서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전화벨이 울리자,
최홀은
몸을 일으킨 상태에서
재빨리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던 병사가
그 자리에서 몸을 세우고
대기하는 순간,
"뭬이야?"
전화를 받은 최홀의 이마에
핏대가 서기 시작하고
그는
미동도 없이
수화기를 귀에 바짝 들이대었다.
그렇게
전화선 저편에서 낮은 음성이 울려왔지만
최홀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런 통화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동안에
최홀 대좌는
탄대에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권총을 꽂으면서,
말 그대로
최홀 대좌는
부동에 가까운 자세로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이윽고
그가 거친 동작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
"좋아, 동무들!
지금부터 아주 화끈한 잔치를 벌리갔어.
전부 준비하라우!"
그런
최홀 대좌의 들뜬 목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인민군 병사들은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꽁지에 불이라도 붙은 망아지마냥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하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최흘 대좌는 걸음을 옮겨
벽으로 다가가자
커다란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영변 일대의
핵 기지 시설이 세세하게 그려진 지도였다.
"미제 양키들,
기다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갔어."
최고의 사냥을 기다려온 최홀 대좌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흘렀다.
북한 영변까지 나오다니... 작가님 글에 점점 소름끼치는...
북한 영변까지 나오다니... 작가님 글에 점점 소름끼치는...
오늘 올라올 부분을 보시면 더 소름이 돋으실 겁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