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세계의 어딘가 두 남자의 대화소리가 오갔다.
"루시펠. 오래간만이로군. 나를 찾아온 것은 묻지 않아도 뻔한 건가."
"역시 당신 짓이었어! 로키!"
로키라 불린 남자와 루시펠의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발산 되었다.
"흥! 나의 이름을 함부로 놀리다니 주제를 알아야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서 발산 된 거대한 기운이 두 사람 간의 분위기를 절정에 이르렀고,
자세를 취하자 그의 손아귀에서 번갯 불이 번쩍이며 빛을 발하더니 뇌격의 창이 형성되었다.
"당신이 흉내 낸 뇌격의 창은 본래의 것과 비교하면 한낱 장난에 불과해."
이어 루시펠의 손아귀에서도 그와 같은 번갯 불이 번쩍이더니 똑같은 뇌격의 창이 나타났다.
"과연. 내가 만들어낸 뇌격의 창과 네가 만들어낸 뇌격의 창. 어느 쪽이 위인지 한번 붙어볼까?"
"뇌격의 소나기!"
로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있는 힘 껏 하늘을 향해 쏘아낸 루시펠의 뇌격의 창.
하늘로 치솟은 창은 커다란 천둥소리를 내더니 수 백 갈래의 뇌격의 비가 그를 향해 내리 꽂았다.
"한번 본 기술이 나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한 거냐?"
일전에 레피엘이 사용한 방어막을 형성하여 가볍게 루시펠의 뇌격을 전부 막아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어떡할 테지?"
"?!!"
뇌격을 전부 막아냈다고 생각해 방어막을 거두자마자 곧 바로 두 번째 뇌격이 쏟아졌다.
처음 뇌격이 떨어졌을 때와 달리 두 번째의 뇌격은 보다 더 굵고 강력한 힘이 실렸다.
"큭...! 설마 내가 벌였던 일에 내가 당할 줄은..."
"뇌격의 단말마!"
아슬아슬하게 방어막을 재 형성해내어 뇌격을 막아내자 루시펠은 이어서 다른 뇌격을 사용하여 그의 방어막을 깨뜨렸다.
"아아아악!!!!"
방어막이 깨지면서 무 방비가 된 상태로 뇌격을 직격으로 맞게 되자 단말마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그에 반면 루시펠은 힘을 상당히 소모했는지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숨을 고르고 나서야 로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서자 무언가 이상한 점을 감지 했다.
"...이건!"
"눈치 채는 게 너무 늦어..."
"윽!?"
어딘가 잘못 됨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금속이 목에서 부 터 관자놀이를 지나쳐
머리 끝을 도달하려 할때 온 힘을 다해 고개를 꺾어 피했다.
가까스로 그 이상의 피해는 면했으나 이미 금속에 닿은 부분은 상처가 생겨 피를 뿜어냈다.
"아직도 내 특기를 잊었나? 너의 뇌격에 당한 것은 내가 만들어낸 장난 인형. 넌 나의 한낱 장난에 놀아난 거야."
"...크흑!"
로키의 그 발언에 루시펠은 제대로 한방 먹었다.
처음 자신이 했던 말을 이런 식으로 되돌려 받게 될 줄은 본인도 미쳐 몰랐다.
"아. 참고로 말하는 건데 이 비수의 날 끝에는 독이 머금어져 있어. 빨리 해독하지 않으면 길어야 5분 내로 죽어 버릴지도 몰라?"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비수에 베인 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루시펠의 눈은 초점이 살짝 빗나가더니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난 것을 깨달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라도 나눌 탠가? 어차피 더 이상 힘도 없고,
그 상태로 움직임이 격해지면 독이 빨리 퍼져 너의 명줄 만 줄어들겠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따윈 없어."
"그러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말이야. 그러니 괜히 더 빨리 죽기 전에 대답하는 게 좋아."
루시펠은 그 와 의 대화를 피해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까 생각을 최대한 집중하려 했으나 집요하게도 강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려 했다.
"우선 나를 찾아낸 방법에 대해서 대답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숨은 나를 어떻게 찾아낸 것이냐?"
상처를 손으로 짓 누른 채 다시 금 가파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과거의 당신이 생각한 만큼 문명이 뒤쳐지진 않았어."
"새로운 시대의 문명으로 나를 찾아냈다? 고작 그걸 대답이라고 하는 거냐. 그렇다면 네가 말한 그 문명이란 것으로 발전을 한 지금.
이 세상은 내 눈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허술해 보이는군. 너희들이 만들어낸 이 세상이 온 전치 가 않단 말이지. 내 말이 맞나?"
대화를 할 수록 더욱 체력이 소모되는지 루시펠은 대답 대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내 생각과 달리 독의 효능이 강한 거 같구나. 하고 싶은 질문은 많지만 되도록 몇 가지로 간추려야겠어."
"......"
그가 어떤 질문을 하던 루시펠은 계속해서 상황 대처 법에만 집중했다.
어떻게 해서 든 그에게 벗어나 해독을 하고 재정비를 해야만 한다.
"다음 질문. 너희 들 이 만든 이 세상을 침범한 자가 누군지는 나는 관심 없다. 그런데 그 것 들을 상대로 너희들은 지금 무얼 하는 거지?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앞 전에 두 녀석도 그렇고 지금의 너도. 과거에 내가 보았던 너희들의 힘은 어디 갔고 지금은 거의 빈 껍데기 나
다름 없는 몸으로 나와 싸우고 있다니 이해가 안 돼."
이번 질문에 루시펠은 대답하지 않았다.
독으로 인해 체력이 부족해서 가 아닌 스스로 대답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너희 천사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느냔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화가 난 로키는 단지 큰 소리를 외치는 것 만으로 대지를 흔들었다.
"감히 천사 따위가 신인 나의 질문에 거 역을 할 셈이냐. 대답해라 천사 루시펠!"
"......"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유지하자 참다 못한 로키는 손바닥에 어떠한 구체를 만들어 그를 향해 쏘았다.
"마음에 안들어. 처음부터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그가 쏘아낸 구체를 루시펠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자 순식간에 구체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구체는 순전히 내 힘으로만 풀 수가 있다. 넌 도망치지 못 해!"
"...무엇을 할 생각이지?"
드디어 침묵을 깬 루시펠의 한마디에 로키는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더니 구체를 향해 손을 뻗어 어떠한 장치를 왼쪽으로 돌렸다.
"되 돌아가는 시간."
"?!"
로키가 돌린 방향 그대로 구체가 회전을 하더니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통증이 루시펠에게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독으로 인해 혼미 했던 정신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멀쩡한 상태로 되돌아 왔다.
"최근 얼마 전에 얻게 된 새로운 힘이다. 마음 껏 감상 하도록."
한참을 돌던 구체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러고는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돌리자 구체 또한 똑같이 그 방향으로 돌아갔다.
"반복되는 시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 구체 속의 루시펠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가 아직은 힘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 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아무렇지도 않던 그의 몸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크윽! ...으아아아악!!!!"
"어떠냐 루시펠. 네가 나에게 사용했던 뇌격의 힘을 자신 스스로 맞은 기분이?"
처음 로키를 향해 쏘았던 뇌격은 분명히 그가 형성해낸 방어막으로 인해 막혔었다.
하지만 어떻게 벌인 일인지 그 대미지를 사리지게 하지 않고 어딘가로 누적을 시켜 두었다가 이런식으로 루시펠에게 쏘아내게 만들었다.
심지어 뇌격의 단말마의 대미지 또한 그를 대신하여 타격을 받았던 인형의 대미지가 구체를 통해 루시펠에게 전달이 되었다.
"허억...! 컥!!"
"뇌격의 단말마 또한 마찬가지. 넌 신 인 나를 화나게 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모든 뇌격의 대미지를 전부 직접 적으로 타격을 입은 루시펠은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로키의 독이 묻은 비수로 인해 생겼었던 상처가 또 다시 발생 되었다.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너의 행동거지에 난 몹시 기분이 불쾌해. 그러니 내 분이 풀릴 때 까지 시간을 돌리고 다시 반복할 거야."
"......"
루시펠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어떠한 힘도 남지 않았으며 목숨 또한 간신히 붙어 있는 게 고작이었다.
"너무 걱정 하지 마. 내가 지겹다 싶으면 넌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내 변덕에 달려 있겠지."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다시 한번 구체를 왼쪽으로 돌리자 루시펠의 몸은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헉! 콜록, 콜록!"
"잘 왔다. 두 번째 시간 속에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빨리 돌려볼까 하는데 불만 없겠지?"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숨을 고르기에 바쁜 루시펠을 무시 한 채 한번 더 구체를 왼쪽으로 돌리려는 찰나였다.
하늘 저편에서 붉은 빛의 무언가가 굉음을 일으키며 날아와 루시펠이 갇힌 구체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내 눈이...!!"
구체를 깨뜨린 붉은 빛이 지면에 닿음과 동시에 더욱 강렬한 빛을 일으켜 로키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했다.
루시펠은 그 틈을 노려 로키가 사용했던 비수를 단숨에 빼앗아 들어 그를 향해 휘둘렀고,
무방비 상태였던 로키는 저항도 하지 못 한 채 공격을 허용했다.
"루시펠!!!!"
자신을 공격한 루시펠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며 반격을 가하려 했으나 붉은 빛으로 인해 눈이 멀고 비수의 독 때문에 움직임에 제한이 생겼다.
뒤이어 루시펠은 비수를 다시 고쳐 쥐어 로키의 목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쳐 신음을 토해내기도 전에 이번에는 심장을 노려 아주 강력한 힘을 실어 비수를 찔러 넣었다.
"....?!!"
"허억. 허억...!"
심장 깊게 박힌 비수를 바로 뽑아내자 다량의 피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심장에 박혀있던 비수가 뽑혀 나가자 로키는 힘 없이 쓰러졌다.
루시펠은 혹시나 하고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확인을 하자 그제서야 심장을 찌른 감촉이 진짜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독과 피로 범벅이 된 비수를 바닥에 내 던지며 숨을 고를 때 붉은 빛을 내 뿜던 물체가 서서히 자신의 빛을 줄여갔다.
빛이 점차 사라지고 모습을 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붉은 창. 그 창을 루시펠은 단숨에 뽑아 들어 누군가의 소유물인지 확인 했다.
"궁니르. 미하엘...!"
붉은 창의 소유자는 엑셀러레이터들의 최고 관리자 미하엘의 것.
아무래도 미하엘은 루시펠의 위험을 감지하고는 그를 구하기 위해 이 창을 던진 것이라 본다.
다시 한번 붉은 창을 살펴보려 하자 어떻게 된 일인지 창의 형체가 먼지가 된 것 마냥 서서히 분해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경고!
인근에 거대한 에너지 감지!
마법 소녀 세아는 즉시 에너지의 근원을 포착하여 해결에 나서라.
마법 소녀 세아 변신 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
"......"
해결!
포착된 에너지원이 해결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과외 선생님과의 첫 대면 이 후 3일이 지난 현재.
그 후로부터 세아는 줄 곧 공부도, 마법 소녀의 활동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각종 스트레스와 수 많은 감정이 동요하여 무기력 증 현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루시펠은 왜 안 오는거지? 그때 이후로 도통 보이 질 않네."
잠시 자리를 비우던 루시펠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자 문득 그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게 된 세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가 복제해서 가져간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되지 않을까 싶어 스마트폰을 만지려는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아. 세아 씨? 정세아 씨 번호 맞으신가요?'
걸려온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무의식 적으로 전화를 받자 어디선가 낯이 익은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전화가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했다.
"네. 제가 정세아 입니다. 실례지만 누구세요?"
'죄송해요. 소개가 늦었죠? 얼마 전에 방문했던 과외 선생님인 오나래 입니다. 번호는 어머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제가 미리 메세지를 보내고 나서 연락 드릴 걸 그랬나 봐요. 미안해요. 많이 놀라셨나요?'
전화를 건 상대방의 이름을 듣고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번에 떠올렸다.
세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 전화를 끊어 버릴까? 하는 고민을 하던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아 씨. 다짜고짜 이런 말 드려서 죄송한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갑자기 무슨 일로..."
'일전에 어머니와 얘기를 나눌 때 알게 된 건데 아무래도 세아 씨는 저를 탐탁지 않으시는 거 같아서요.
아직 첫 수업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첫 수업을 받기 전에 미리 저와 단 둘 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어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고민을 하며 생각을 하던 중 시간을 내기로 마음을 잡았다.
"...네. 좋아요!"
'정말 요? 그럼 30분 후에 역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날까요?'
"네. 카페에서 봬요."
약속을 잡은 후. 곧 장 침대에서 일어나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서서 역으로 향했다.
역까지는 도보를 이용해 걸어가도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카페 또한 역에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 뿐. 세아는 먼저 도착해 음료를 주문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 구석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다.
약속 시간 5분 즈음 남았을 때 그녀가 도착했다.
"일찍 오셨네요. 아, 음료는 제가 사드리려고 했는데... 다른 디저트라도 드실래요?"
"저는 이걸로 충분해요."
막상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니까 역시 나 불편한지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카운터로 가 자신의 음료를 주문하고 세아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이제 여름이라 그런지 조금 덥죠? 저는 여름에 약해서 더위를 굉장히 많이 타는데 세아 씨는 어때요?"
"저는 싫어하진 않아요."
대뜸 날씨를 핑계 거리로 삼아 세아와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가벼운 질문을 던지자 세아는 여전히 변함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더위를 잘 안타시나 보구나. 참! 이번 여름 때 가족들과 여행 계획은 있나요?"
"수능이 고작 몇 개월 뿐이 남지 않아서 여름 여행은 계획이 없어요. 있다고 한다면 졸업하고 나서겠죠."
"에이. 그래도 마지막 고등학생 때 보내는 여름인데 여행 한번은 보내도 괜찮아요. 공부라면 과외 선생님인 제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 구요.
어머님께서 미리 얘기하셨지만 좋은 대학도 나왔고, 저도 고등학생 때 수능 점수 전국 탑 순위에 들었는 걸 요."
"아...네."
어떻게 해서 든 친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눈에 뻔히 보였는지 그녀의 말에 크게 관심을 주진 않았다.
더구나 세아는 좀 처럼 쉽게 마음을 열려하지 않았고, 이미 머릿속으로는 딴생각을 하며 시선 또한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녀가 또 다른 질문을 공세 해오자 마침 음료가 나왔다는 직원의 말에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 한숨을 크게 내쉬어 마음을 가다 듬었다.
"이것 좀 먹어봐요 세아 씨. 이 카페에서는 마카롱을 수제로 만든 다지 뭐에요!"
음료를 주문 했을 때 디저트도 함께 주문을 했는지 화려한 색상의 마카롱 하나를 세아에게 건네 주었다.
세아는 두 손 들어 거절했으나 아예 포장지를 뜯어 강제로 손에 쥐어주자 어쩔 수 없이 받아서 한입 베어 물었다.
"어때요? 수제라서 그런지 다른 곳에 판매하는 것보다 맛있나요?"
대답 대신 베어 문 마카롱을 입 안에 머금은 그대로 고개만 살짝 끄덕여 보였다.
"음~ 정말 맛있네요. 사실 저 단 거에 약한 편인데 요즘 유행하는 제로 칼로리 음식들 때문인지
이 마카롱도 생각보다 자극적 이게 달지 않아서 좋아요."
세아가 먼저 먹은 것을 본 후에 자신도 한입 베어 물고는 감탄사를 내뱉어가며 맛을 즐겼다.
그리고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쭈욱 빨아 단숨에 들이키고는 개운한 얼굴로 한껏 더 즐겼다.
"죄송해요. 낮에 너무 바빠서 식사를 못 했더니 너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여버렸네요."
"괜찮아요. 먹는 모습이 보기 좋은 걸 요."
"어머, 정말 요? 고마워요!"
마카롱 때문인지 단 걸 입에 물고 나서 방금 전 만해도 좋지 않던 기분이 살짝 풀린 나머지 의도치 않은 대답이 나와 스스로 조금 당황했다.
"세아 씨. 세아 씨는 제가 필요 없으시죠?"
"...네?!"
갑자기 빈틈을 노리고 훅 들어온 한마디에 깜짝 놀라 마시던 음료를 뱉을 뻔 했다.
"감추실 필요 없어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알고 있었는 걸 요. 세아 씨가 어머님께 한 말도 있지만 그전에 어머님께서 제 게 많은 얘기를 하셨어요."
"......"
"어머님께서는 하나 뿐인 딸이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라세요.
물론. 세아 씨네 어머님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부모님들 마음이 그렇죠."
그녀가 하는 말에 조금 관심을 갖고 조용히 귀를 열어 들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스스로 노력을 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거나 취업을 하는 거지
부모님이 간섭을 해서 압박감을 주게 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신이 설계 한 미래의 길이 무너져 버리게 되거든요."
방금 전 과는 달리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자 크게 관심을 보였다.
"학생의 미래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게 정답이에요. 부모님은 자신의 자식들을 옆에서 도움만 주면서 서포트 역할을 해야지
부모가 직접 적으로 주가 되어서 자식을 이끌려하면 그건 잘못 된 방식이에요. 심지어 어떤 가정에서는 부모의 과잉 간섭으로 인해
학생은 온갖 감정의 스트레스를 받고 무너지기도 했어요."
마치 그 말은 세아 자신의 현재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구해다 준 이상한 약과 필요로 하지도 않은 과외 선생님의 고용.
아무리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한 미래의 설계라지만 이건 심한 간섭일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과외 선생님이라는 것을 선택 했어요.
명문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과하고 어째서 과외라는 것을 선택했냐면... 저도 그 학생들 중 하나 였거든요."
"...!!"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세아는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저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고 제가 첫째 이자 장녀에요. 그래서 인지 장녀라는 이유 하나로 부모님의 온갖 간섭에 시달렸죠.
어릴 때부터 학원을 하루에 3곳은 기본이며 잠을 자는 시간도 버려가며 매일 밤새도록 공부를 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기억이죠."
"어떻게 그런..."
"저 뿐만이 아니에요. 제가 다녔던 학원의 학생들도 마찬가지고 요즘도 과외를 다니면서 학생들을 만나 얘기를 하면
저와 같은 길을 걷는 아이들이 대다수에요. 심지어 저보다 심한 학생도 있구요."
아직 성장 판도 닫히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이라는 커다란 방해물로 인해 스스로의 선택지도 없으며 오롯이 부모의 말만 따르고,
그것을 거역하지도 못 할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를 받아가면서 자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옛날부터 시작 된 오랜 전통 인 냥 시대가 흐를수록 그 방식의 깊이가 더욱 깊어져 만 갔다.
심하게 는 이러한 것들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뉴스 거리가 되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제가 세아 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부모님이 간섭하지 못하게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라. 이런게 아니에요.
그런 거창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과연 부모의 억압에서 풀려 날 수 있을까요? ...전혀 요."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을 버리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어떤 부모들은 학생 때 뿐이 아니라 사회 생활에 대해서도 간섭을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체 그들이 바라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밝은 미래란 뭐길래 자식들을 이렇게 까지 괴롭히는 걸까요?"
부모 자신들이 이루지 못 한 것을 자기 자식으로 인해 대신하여 이루고 싶어하는 욕망.
그 욕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과연 모두가 행복한 결과물 일까.
"제가 여태 까지 맡아온 학생들만 수십 명이 넘어요. 그 중에 자신 스스로 선택을 하고 절망 스러운 생활을 끝낸 사람은 10명 채 안 돼요.
결과적으로 나머지 학생들은 부모라는 이름의 사슬에 묶여 아무런 저항 조 차 하지 못하고 꼭두각시 마냥 살아가고 있죠."
"......"
문득 루시펠이 처음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깟 이루지도 못하는 인생을 바라며 부모의 꼭두각시 마냥 살고 있다니. 참으로 불쌍하구나.'
그날 자신에게 한 말이 이제 서야 마음에 와 닿을 줄은 몰랐다.
비록 부모가 자신을 키워준 고마운 이들 이지만 자신의 인생은 그 누구도 간섭하여 정할 수 없다.
스스로가 정하고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인생의 길.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그 도움의 손길을 주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 도움을 기다리며 애타게 바랄 뿐이고,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길은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 된다.
"다시 얘기하자면 세아 씨가 싫어한다면 저의 수업을 받지 않아도 돼요. 어머님께는 제가 잘 말씀 드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세아 씨에게 감히 이런 말을 드리기는 뭐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세요. 그것만이 올바른 길이에요."
이 말을 듣고 세아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저, 결정했어요. 제가 나아갈 길은 스스로 완성 시킬 거에요!"
지금까지 들려준 많은 이야기들이 자신에게 있어 많은 것 들을 일 깨워 주었는지
처음과 달리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해 주자 그녀는 눈 웃음으로 보답했다.
"멋진 대답이에요. 세아 씨. 앞으로 좋은 결과로 빛나길 바랄게요."
두 사람은 이 후로 한참을 대화를 나누다 저녁 시간이 되어 서야 헤어졌다.
세아가 먼저 카페를 나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고 카페에 홀로 남게 된 그녀는 누군가 와 통화를 했다.
"첫 단계 진행이 완료 되었습니다. 조만간 한번 더 접촉을 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세아와 있었을 때 보였던 분위기와는 일절 다른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네. 이대로 순조롭게 만 진행 된다면 빠른 시일 내로 해결 할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 가 의 명령을 따르는 말투.
전화를 하던 상대방과 몇 마디의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통화를 종료했다.
"미안하구나 마법 소녀. 과외 선생님으로써는 너에게 희망을 주었는데 다른 나로써는 절망을 주게 되었네.
내 일이 이런 이상 어쩔 수가 없구나. 솔직히 나도 쉽진 않아. 두 사람의 인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너를 상대해야 하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
도로 측에서 차량 한 대가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상등을 키고 다가와 스르르 멈춰 서자 해당 차량을 타고 어디론 가 향했다.